여름날 빗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놀았는지 기억하나요? 짙은 비구름이 깔려 하늘인지 물인지 구별되지 않는 공간. 두 아이가 알몸으로 내리는 비를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색색깔로 내리는 비는 아이들의 주변에 동그란 파장을 만든다. 자연을 만끽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몸은 자체 발광하고 있다. 『삶의 모든 색』은 노르웨이에서 큰 사랑을 받는 일러스트레이터 리사 아이사토의 작품으로 시/에세이로 분류되어 있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이야기는 여섯 개의 제목으로 구분되어 있다. 아이의 삶, 소년의 삶, 자기의 삶, 부모의 삶, 어른의 삶 그리고 기나긴 삶. 〈아이의 삶〉에서 아이들은 샛노란 해바라기 밭에서 꽃을 한 아름 안고 서 있거나, 민들레 언덕을 뛰어논 뒤 끈끈한 땀에 엉긴 채 단잠을 잔다. 파랗게 얼어붙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빨개진 볼을 하고 눈을 후후 불어서 하트를 만드는 놀이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때의 호기심을 기억하나요? 우리가 어떻게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는지 어두운 밤, 책으로 뒤덮인 벽과 책으로 만든 의자에 앉아 몰랐던 세계에 정신없이 빠져드는 아이의 모습은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이기도 했었다. 그 여름이 얼마나 더 푸르렀는지 기억하나요? 그때의 호기심을 기억하나요? 초록이 번지는 키 큰 나무숲 사이를 맨발로 폴짝거리는 아이의 모습은 자연과 하나가 된 것 같다. 세상을 탐구하며 그저 즐거웠던 시절. 천진난만하던 아이들은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