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무해한사람
162021.04.11
인플루언서 
독서천재 정태유
8,660도서 전문블로거
참여 콘텐츠 1
9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소설)

세상을 살면서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처럼, 나에게 해를 끼치지만 않았으면... 그렇게 나에게 무해한 사람이었으면... 내게 무해한 사람 말이다... 그 여름 601, 602 지나가는 밤 모래로 지은 집 고백 손길 아치디에서 이 책에 실린 일곱 편의 소설에는 내가 지나온 미성년의 시간이 스며 있다. 쉽게 다루어지고, 함부로 이용될 수 있는 어린 몸과 마음에 대해 나는 이 글들을 쓰며 오래 생각했다. 어린아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고독을, 한량없는 슬픔과 외로움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어른이 된 우리 모두는 그 시간을 지나왔다. 나는 한때 그런 아이들 중 하나였다. 운동장 조회 시간에 일렬로 신발주머니의 줄을 맞추고, 친구들이 일사병으로 하나둘 쓰러져나가도 부동자세로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야 했던 아이. 수련회에 가서 유사 군사훈련을 받으며 부모에게 효도하고 국가에 충성하고 여자로서 순결을 지키며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다나까'로 말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던 아이. 그때 내가 하고 싶었던 건 개인행동이었다. 그 반듯한 줄을 탈출해서 멀리로 달려나가고 싶었다. 운동장에 줄을 선 신발주머니들로부터, 국기에 대한 경례로부터, 야, 너, 51번, 차렷, 열중쉬엇, 앞으로나란히, 앉아, 일어서, 앞으로 나와, 싸가지 없는 년, 너희 부모가 돈이 없어서 이런 동네에 살지, ...

2021.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