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내기처럼 머무르다 가는 계절이라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다. 눈앞에 있을 때 즐겨야지 우물쭈물 하다가는 늦다.
그러니깐 떠납시다. 지금 당장 옷을 챙겨 입고 떠납시다. 부지런히 둘러보고 추천하는 서울의 봄꽃 여행 명소. 지금부터 함께하시죠.
서울 대표 봄꽃 명소 창덕궁
계절이 바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서울의 궁궐이다. 봄에도 어김없다. 새순 돋는 회화나무 군락을 지나 인정전의 웅장한 자태를 만난다. 조금 더 안쪽으로 향한 발걸음 끝에는 흐드러지게 꽃망울을 피워낸 살구나무와 매화가 시선을 끈다. 왕실 가족의 공간이었던 낙선재 일원에는 잘 가꾼 정원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화룡점정은 역시나 후원이다. 인터넷 예매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지만 현장 예매는 옛날보다 훨씬 여유롭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봄의 기척이 가득한 후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사시사철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 경복궁의 봄도 창덕궁 못지않다. 광화문 가장 번화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무기로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경복궁이다. 경회루의 유유자적한 자태가 유독 아름답다. 길게 가지를 늘어뜨린 능수벚나무와 넉넉한 품을 가진 연못이 듬직하게 솟은 경회루와 이루는 조화가 압권이다. 가장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만난 향원정 일대의 봄도 여지없이 아름답다. 단풍이 만발한 가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향원정이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다.
가장 많이, 자주 발걸음한 궁궐이지만 이렇게 아름답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익숙함에 겨워 소중함을 모르고 있었나 보다. 벚꽃이 피어난 자태는 사대문 안에 자리하는 궁궐 중 제일이다. 담장 너머에 빼곡하게 솟은 현대식의 고층 건물을 배경 삼아 만나는 벚나무의 향연은 꽤나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조선 왕실 최초이자 유일한 서양식 궁궐인 석조전의 주변에 만발한 벚꽃 역시 무척 아름답다. 해마다 즐기는 것 같은데 만날 때마다 놀란다. 덕수궁이 이렇게 예뻤구나.
주인공은 언제나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올해 정말 많은 봄꽃 명소를 즐겼지만 남산만큼 압도하는 경험을 선사한 곳은 없었다. 봄이 찾아온 서울에서는 남산 둘레길을 따라 정상까지 향하는 길섶의 풍경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글로는 온전하게 담아낼 수 없는 무진장 환상적인 봄이 기다린다. 콩나물 시루처럼 빼곡하게 들어찬 순환 버스에 몸을 싣는 경우가 왕왕 있던데 웬만하면 그러지 않는 게 좋다. 정상보다는 정상까지 향하는 길목의 풍경이 정말로 아름다운 남산이다. 남산 타워를 오르는 게 목적이라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봄을 즐기는 게 목적이라면 걷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말자. 정말 귀한 건 거저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