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창작촌 삼거리에서 왼쪽 길을 걸어간다. 문래동철재상가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텅 빈 거리 한쪽 스튜디오 모람모람에 불이 밝혀져 있다. 창문 앞 화분에 붉은 단풍이 조명에 더욱더 붉다. 도림로 한쪽 건물 옥상에 선다.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한다. 철재상가 골목을 걸어간다. 철재상 앞 댑싸리가 단풍에 물들어 왔다. 올해는 작년보다 작다. 길가 깡통 로봇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늘 보니 한 손에 꽃이 들려있다. 꽃에는 꽃이라 쓰여 있다. 마치 깡통 로봇이 “꽃이에요” 하며 건네주는 것 같다. 깡통 로봇의 부드러운 마음이 느껴진다. 골목 안 갤러리 아트필드에서는 이부강의 ‘기억의 지층’ 전시가 열리고 있다. 자세히 보니 그림이 아니고 폐목재를 조각조각 맞춰 만든 집과 건물이 있는 도시의 풍경이다. 작품 앞에 서면 오래된 삶의 진한 향기가 느껴질 것 같다. 멋진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언젠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마당에서 본 아이 웨이웨이艾未未의 작품 ‘나무(2015)’가 떠올랐다. 작가는 중국 남부 산악지대에서 수집한 은행나무, 녹나무, 삼나무 등 죽은 나뭇가지와 뿌리, 그루터기 등을 조합해 나무를 만들었다. 나무 박제처럼 서 있어 낯설었다. 골목 모퉁이 푸토 모자를 쓴 표정 없는 남자는 커피 두 잔을 꼭 쥐고 서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다. 우직한 마음이 느껴진다. 푸토가 마치 ...
아파트 단지 중앙로 안쪽 비밀의 정원에는 막 과꽃이 피고 있었고, 그 뒤에는 맨드라미도 막 피고 있었다. 맞은 편에는 아침 출근길 지날 때마다 궁금했던 키 큰 화초는 이 선생님이 닥풀이라 알려주신다. 그 아래 백일홍은 지고 있었고, 그 옆 키 작은 능소화 한 송이가 늦게 피고 있었다. 바닥에는 꽃고추가 많이 달려있다. 올여름 내내 비밀의 정원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풍접초는 이제 지고 있었다. 파리공원 산책로 한쪽 떡갈나무에는 도토리가 많이 달려있다. 그러고 보니 도토리가 달린 거는 처음 본다. 문래동철재상가 입구 골목 식당 앞 화분에는 채송화가 예쁘게 피었다. 화분 한쪽에 목화가 막 피고 있다. 몇 개의 화분은 식당의 텃밭이자 화단이다. 철재상가 골목 한쪽 작업실에 목화 두 송이가 피어있다. 늘 지나가며 멋진 외관과 살짝 보이는 내부 분위기로 카페라 생각했었는데 오늘 보니 플라워크리에이터가 작업하는 힐링 포레스트란 작업장이다. 점점 쇠퇴해가는 문래창작촌의 명성을 유지해주는 멋진 곳 같다. 철재상가 출구 골목 한쪽 철제 받침대 위 놓인 화분에 댑싸리가 무성하고 그 뒤 무성한 고춧잎 사이로는 고추가 주렁주렁 달렸다. 여름의 끝자락 무성한 푸른 잎이 무채색 골목에 생기 넘치게 해준다. 도림로를 길을 따라 걸어간다. 벽에 기댄 자리공 열매가 멋지게 익어간다. 존경하는 일석 선생님은 자리공을 즐겨 그리신다. 선생님 작품에서 많이 봐서 마치 잘 ...
토요일 아침 오늘은 멀리 가지 않고 사무실 근처 문래동 철재상가, 문래창작촌, 영단주택지를 걸었다. 사무실에 들러 청소하고 화분에 물 주고 지난 사진 정리하고 밀린 신문을 읽고 일 조금 하고 해 질 녘 사무실을 나왔다. 영등포동삼각지로 해서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지나 오목교 아래 걷고 안양천을 따라 걷고 목동교를 건너 목5동성당과 새로 단장한 파리공원으로 해서 집으로 걸어왔다. 오늘은 시간상으로는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 4시간이지만 사진을 찍으며 걷고 그 길에 몇 분 만나 이야기하다 보니 23,012보를 걸었다. 집을 나선다. 집 앞 아치에 장미가 피었다. 며칠 전에도 혹시나 하고 올려다보았더니 꽃봉오리도 보이지 않았다. 잎에 가려 보고도 못 본 것 같다. 이제 바야흐로 장미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중앙로 안쪽 비밀의 정원 한쪽에는 꽃양비귀가 몇 송이가 피고 그 아래에는 예쁜 수레국화가 피었다. 파리공원 산책로 한쪽 감나무에도 어느새 작은 꽃봉오리가 맺혀있다. 꽃이 펴도 꽃잎 색이 잎과 색이 같아 자세히 봐야 한다. 목5동성당 앞 거리에는 이팝나무가 아직 하얗게 피어있다. 지난주 내내 출근길에 즐거움을 주었다. 아침햇살에 빛나는 풍경 참 예뻤다. 다음 주면 질 것 같다. 아쉽다. 문래동철재상가 입구 식당 앞 가지런히 놓인 화분은 실용과 낭만의 작은 텃밭이자 꽃밭이다. 철재상가 한쪽 카페에는 천으로 만든 꽃이 예쁘다. 목화 같다. 철재...
주말이면 이따금 카메라를 들고 서울을 산책한다. 올가을 주말 서울산책은 고궁을 위주로 걸었다. 올가을 마지막 일요일인 오늘은 사무실에서 가까운 문래창작촌, 도림로를 건너 문래동카페촌과 문래동(구 도림정)영단주택지의 가을을 걸었다. 13,203보. 2021.11.28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걸어간다. 거리는 막 어둠이 걷히고 있었다. 길 건너 영등포초등학교 담장 위로 우뚝 솟은 단풍에 물든 메타세쿼이아가 11월 마지막 주말 아침 떠나가는 가을 배웅하듯 늘어서 있다. 철재 상가 한쪽 카페 유리창에 걸려있는 액자 속에 목화꽃이 이제 막 잠에서 깨는 듯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그 아래 만들고 있는 대형 목화 리스가 아직 깊은 꿈속에서 빠져있다. 목화 리스는 꿈에는 문래화해(文來花海) 펼쳐져 있을 것 같다. 화분 두 개가 녹슨 철 단상 위에 나란히 놓여있다. 얼마 전까지 화분의 푸른 초록이 조금은 삭막했던 철재 상가 골목에 생기를 주었을 것 같다 철재 상가를 따라 걸어간다. 철 문짝에 그려진 그림이 재미있다. 마치 만화책을 한 페이지씩 넘겨보는 것 같다. 삼각관계 같다. 알록달록 화사한 꽃 그림 옥탑에 올라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본다. 멀리 있는 아파트가 막 떠오른 태양의 노을에 빛난다. 바로 옆은 고층아파트로 둘러싸여 있고 도림로 건너 동네와 이어지는 문래동(구 도림정)영단주택지가 보인다. 이 풍경을 만나러 시간에 맞춰왔다. 몇 년 뒤면 주변으로...
주말이면 이따금 카메라를 들고 서울을 걷는다. 지난주까지 여름 고궁 순례를 했다. 올여름 고궁 순례에는 오랜만에 고즈넉한 창덕궁 후원과 종묘도 걸을 수 있어 즐거웠다. 오늘은 사무실에서 가까운 문래창작촌/문래동철재상가와 길 건너 동네와 이어지는 문래동영단주택지를 걸었다. 철재상가는 주말 오전인데 활기에 넘쳤다. 오후에 사무실 근처를 걸으며 20년 전 사진을 보며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었더니 제법 걸었다. 19,673보. 영등포역을 지나 경인로를 따라 걸어간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 나무 그늘에 서 있는 귀여운 빨간 자전거가 잠시 발길을 잡는다. 철재상가 입구 골목에는 작업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골목 안쪽 식당 앞 푸른 화분에 핀 도라지와 색색의 고운 채송화가 무채색 골목에 더욱더 곱다. 철재상가에는 차들이 많이 서 있고 벽화가 그려있는 셔터는 다 열려있고 안에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늘 토요일 아침 일찍이나 일요일 오전에 와서 텅 빈 거리에 셔터가 닫혀있는 모습만 봐서 그런지 풍경이 낯설지만, 활기가 넘치는 풍경에 즐겁다. 철재를 싣고 배달 가는 트럭도 자주 눈에 띈다. 일제강점기 문래동에 3대 방직회사 중 동양방직, 종연방직 등 방직 공장이 들어서면서 주변에 작은 공장과 철재상이 들어서며 철재상가가 생겼다. 한때 서울 남부 공업의 기초이자 중심인 철재상가는 철재상과 철공소가 빠져나가기 시작하며 쇠퇴의 길에 들었다...
지난 2월 5년 전 다녀온 문래창작촌 기행기를 늦게 포스팅하면서 봄이 되면 근처 문래동(구 도림정) 영단주택지를 가봐야지 했다. 일요일 아침 문래동 영단주택지를 다녀왔다. 영단주택지에 가는 길에 문래창작촌도 들렸다. 영단주택지 골목을 걷고 돌아오는 길에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후 2년 남짓 살던 집을 우연히 발견했다. 예전에 몇 번 찾았는데 집들 많이 바뀌어 없어졌다고 생각했다. 앞집이 없어지며 골목이 넓어져 우리집 골목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마침 공장 사장님이 일하고 계셔서 안도 구경했다. 집은 그대로인데 안은 공장으로 개조되어 사용되고 있었다. 다락은 그대로 있었다. 도림로 안쪽 영단주택지까지 철공소가 여전히 많았고 일요일 아침인데도 나와 일하는 곳이 많았다. 이리저리 걷다 보니 제법 걸었다. 13,663보. 2021.4.18. 문래동 문래동은 일제강점기에 방직공장이 들어서면서 주변에 작은 공장과 철재상이 생겼다. 일제강점기에 3대 방직회사 중 동양방직, 종연방직 등 방직공장이 있었다고 해서 해방 후 사옥동(絲屋洞)이라 불리다가 1952년 문래동으로 바뀌었다. 한때 서울 남부 공업의 기초이자 중심인 철재 단지로 늘 철강 재료와 철제품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철재상, 철공소 앞에 늘어서 있었고 사람들은 분주히 철강 재료와 제품을 싣고 내리곤 했던 곳인데 언제부터 철재상과 철공소가 빠져나가기 시작하며 쇠퇴의 길에 들었다...
겨울 끝자락 토요일. 오전에는 모처럼 고즈넉한 서교동과 활기찬 명동을 걷고 오후에는 연희동 홍 선배 갤러리에 들렀다가 궁동산 아래 고즈넉한 주택가 골목을 걸었다. 정 선배가 문래창작촌에 카페를 하려고 봐둔 곳이 같이 가서 보자고 한다. 합정역 근처 선배 회사 주차장에서 선배 차를 타고 문래동으로 간다. 문래창작촌은 사무실에 걸어서 20분 조금 넘는 거리에 있지만 5년 만이다. 그간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동네 한쪽에 차를 세우고 골목으로 들어간다. 선배가 점찍어 둔 곳은 창작촌 안쪽에 있었다. 가는 길에 낯익은 철문이 발길을 잡는다. 여전한 벽화가 반갑다. 그 옆 철강집은 아직 문이 열려있다. 일단 옥상에 올라가 주변을 보여주어야겠다. 다행히 예전에 올라왔던 옥상 문이 열려있다. 낡은 옥상 바닥에 고인 빗물에 바로 옆 하이테크 빌딩이 담겼다. 선배는 주변을 살펴본다. 선배가 봐둔 곳 건물도 보인다. 건물을 나와 골목을 걸어간다. 선배가 봐둔 곳은 철재상이었던 것 같다. 이사 가고 텅 비어있다. 이쪽에서는 골목 안쪽에 위치하지만, 반대편에서는 길가에 있어 동네 안에서도 동네 밖에서도 양쪽으로 드나들 수 있어 좋다. 선배는 인사동에서 테이크아웃 커피점 한 적이 있다. 카페 안에서 생두를 로스팅해서 온라인으로 팔고 매장 겸 작업장 경비는 카페를 운영하면 될 것 같다고 한다. 골목을 돌아나간다. 지난 세월이 그대로 느껴지는 철문,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