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밤이었다. 친정아버지는 아침형 인간답게 일찍 잠자리에 드셨고, 감기 기운이 있는 남편도 일찍 잠들었다. 친정엄마와 나, 우리집 어린이 셋만 TV를 보았다. 함께 본 프로그램은 유퀴즈. 배우 박근형 선생님과 손숙 선생님이 출연하셨다. 나이가 든다는 것, 오랜 세월 직업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참 좋았다. 작품에 들어가면 대본을 아주 꼼꼼하게 분석하며 수십수백번을 다시 본다는 박근형 선생님의 이야기와 함께 몇 권의 대본이 카메라 앞에 펼쳐졌다. 등장인물의 이름, 지시문, 대사. 밑줄과 동그라미. 여백의 메모. 그걸 유심히 보던 나와 친정엄마가 동시에 말했다. "고도를 기다리며!" 카메라 속 희곡 대본 한 장면만 보고도 알 수밖에 없던 작품. 어린이가 물었다. "그게 뭐야?" 내가 답했다. "주인공들이 고도를 기다리는데 끝까지 고도가 안나오는 작품이야." 무슨 이런 이해할 수 없는 한줄 요약이 있냐는 듯 어린이의 표정이 오묘해진다. 며칠 후 어린이가 다시 물었다. "고도가 원어로는 뭐야?" 계속 궁금했나보다. 작품을 읽어놓고도 한 번도 관심갖지 않은 것에 대한 질문을 받았기에, 인터넷 서점에서 책 <고도를 기다리며>를 검색했다. 어린이가 궁금해한 것에 대한 답이 나와있었다. 고도(Godot)가 영어의 신에 해당하는 단어인 God와 프랑스어의 같은 단어 Dieu의 합성어의 약자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베케트는 “이 작품에서 ...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 주변 이야기에도 관심이 가기 마련. 그래서 이 책 <출판사의 첫 책> 표지를 보고 소개를 읽고서, 책에 실려있는 편집자도 출판사도 책도 잘 모르면서 무작정 읽기 시작할 수 있었다. 책 이야기니까. 이 책은 편집자들의 이야기다. 큰 출판사에 속한 편집자가 아니라, 자신이 만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사람들. 많은 경우는 오랜 시간의 인하우스 편집자 경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일부는 번역가 / 환경운동가 / 개발자 등 다른 이력 다음으로 편집자를 택한 사람들이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책을 대하는 마음, 책에 품은 꿈, 그런 것들이 저마다 다르니까. 또다른 재미 포인트는, 편집자로서라기보다는 1인출판 독립출판 출판창업을 진행한 초보자로서 겪는 에피소드들이다. 책을 만들어내는 전 과정을 다 겪어보지는 않았던 사람들이 자신의 첫 책을 만들기 위해 갑자기 고려해야할 숙제로 떠안은 수많은 난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받아들이고 결정하며 나아가는지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역시 자영업 아무나 덤비는 것 아니라는 깨달음도 얻어보고~ 열 곳의 이야기 중에서 출간되자마자 얼른 사서 읽었던 우크라이나 전쟁 이야기를 다룬 <전쟁일기>의 출판 스토리가 나온 이야기장수 내용이 아주 흥미로웠고, 딸세포의 <나는 엄마가 먹여살렸는데>는 읽고싶어졌고, 골든래빗의 사업가 마인드가 상당히 공감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