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코 가쿠타니의 <서평가의 독서법> 제목 : 서평가의 독서법 저자 : 미치코 가쿠타니 출판 : 돌베개, 2023 분량 : 392쪽 미치코 가쿠타니의 <서평가의 독서법>(돌베개, 2023)은 뉴욕타임스 서평가로 활약했던 저자가 쓴 99편의 서평을 담고 있다. 1998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가쿠타니는 영미권에서 영향력 있는 서평가로 인정받는다. 그녀는 이 서평집에서 “비평가보다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을 소개”(p.22)한다고 전한다. 고전, 소설, 시집, 회고록, 역사, 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가쿠타니는 핵심 내용과 줄거리를 간결하게 소개하고 책의 장점과 가치, 작가의 역량을 명료하게 서술하고 있다. 책에 대한 호평이 위주인데, 작가는 평가의 근거를 치열하게 제시한다. 다른 작가와의 비교, 비슷한 결의 작품과의 차이점,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총체적으로 분석한 결론 등을 활용한다. 서평가의 독서법이란 결국 책을 대하는 서평가의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임을 알게 된다. 서평집은 1.5세대 이민자로서 저자의 인생을 반영한다. 그녀에게 책은 외로울 때 안식처였고 괴롭히는 아이들을 피하는 도피처였으며, ‘국외자’인 자신에게 갈 길을 보여준 빛 같은 존재였다. 이는 외동아이이자 이민 자녀로 살아온 그녀의 인생과 연결된다. 특히 가쿠타니는 이민자의 삶과 고통을 그린 작품에 유독 더 끌렸다고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속하...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작품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작가 :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 문학사상사 / 2006 분량 : 167쪽 상실감에 젖은 청춘의 모습 간결하고 감각적인 문체 하루키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문학사상, 2006)는 197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상실감에 젖은 청춘의 모습을 담아낸다. 일본의 전통 문학과 달리, 작가는 자기만의 간결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묘사하고 있다. 내용은 주인공인 29살 화자가 21살 때 여름방학 동안 고향에 내려와 18일 동안 보냈던 이야기다. 화자는 별명이 ‘쥐’인 친구와 함께 제이스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한동안 방황하던 ‘쥐’는 소설을 쓰겠다며 말한다. 어느 날, 나는 제이스 바 화장실에서 쓰러진 10대 여자를 도와주고 그녀의 사연을 들어주면서 가까워진다. 방학이 끝날 무렵 고향을 떠나며 이렇게 말한다. 모든 건 스쳐 지나간다. 누구도 그걸 붙잡을 수는 없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바람같은 인생사에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 소설은 인생이란 바람 같다고 말한다. 잡고 싶은 순간도 흘려보내야 하고, 딱 달라붙어 있는 고통스런 시간도 결국 지나간다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상실과 고통의 한 복판에서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충고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우연히 만난 10대 여자는 힘들었던 삶의 여정을 화자에게 고백한다. “머리 위에선 언제나 나쁜 ...
제목 : 어린이라는 세계 저자 : 김소영 출판 : 사계절 분량 : 260쪽 어린이에게는 어른이 환경이고 세계이다 김소영의 <어린이라는 세계>(사계절, 2021)는 독서교실을 운영하는 저자가 어린이와 소통하며 알게 된 어린이의 특징을 그려낸 에세이다. 저자의 어린이 시절 이야기와 아이를 낳지 않는 입장에서 전하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어린 시절도 떠올리게 만들고 아이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여러 시각들을 생각하게 된다. 쓰면서 알게 된 한 가지는, 어린이라는 세계는 우리를 환대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어린 시절'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어린이들의 진솔한 모습 때문인지 모르겠다. 어린이라는 세계가 늘 우리 가까이, 우리 안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어린이에 대해 생각할수록 우리 세계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8쪽 '어린 시절'이라는 공통점 저자는 쉽게 간과되는 어린이의 특징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는 신발을 신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어른 입장에서는 금방 신고 나오면 되는데 아이들이 꾸물거리는 것처럼 보여 자주 재촉하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신발 신는 과정이 복잡한 움직임의 연속이라고 설명한다. "왼쪽 오른쪽 신발을 정리하고, 발을 궤고 뒤축이 구겨지지 않게 하면서 뒤꿈치를 밀어 넣어야 한다." (p.16) 우리도 어렸을 때 분명 신발 신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잊어버린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아이의 여러 행...
제목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저자 : 유시민 출판 : 돌베개 / 2023 분량 : 304쪽 유시민, 대표적 지식인 ‘유시민’,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지식인 중에 한 명이다. 그의 책은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된다.인터뷰나 방송에 나오면 자주 화제가 되어 대중의 다양한 반응이 쏟아진다. 이는 호불호를 떠나 많은 사람들은 그의 책과 말에 귀를 기울인다. 최근 저자는 <문과남자의 과학공부>(돌베게, 2023)를 출간하여 과학 공부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기존에 경제, 정치, 역사, 여행 등의 주제로 책을 냈던 것과는 다른 행보이다.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장기간 머문다. 유명한 지식인이 쓴 과학교양서에 대한 독자의 궁금증이 컸던 모양이다. 인문학과 과학의 결합, 새로운 통찰과 관점 제시 이 책은 인문학과 과학을 결합한 통섭을 보여준다. 저자는 서문에서 인문학 위기를 극복하려면 과학 공부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뇌과학, 생물학, 물리학, 수학 분야를 차례로 다루고 있다. 각 과학 이론을 명료하게 설명하고, 저자는 경제학, 철학, 동양 고전, 사회과학 등을 연결하여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특히 인문학적 사안이라고 여겼던 역사적 사건이나 현재 이슈를 과학 이론과 사실을 통합하여 해석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 이는 과학자가 출간한 과학 교양서와 차별되는 부분이다. 사회주의 체제의 실패를 다윈주의로 해석 특히 사회주의 체제의 실패의 원인을 ...
제목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 현대문학 / 2016 분량 : 336쪽 35년간 소설을 써온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 소설가>(문학동네, 2016)는 작가의 인생 노트다. 이 자전적 에세이는 35년 동안 직업으로 소설을 써왔던 삶의 여정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소설을 쓰기 위한 체력관리와 일상적인 실천, 소설가로서의 자질과 태도에 대한 생각, 문단과 문학상에 관한 솔직한 심정 , 해외 시장 개척과 성공 사례들을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소설가로서 운명적 부름 탁월한 노력파로 거듭남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하루키가 소설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부분이다. 1978년 4월 29살이 되던 해, 새로운 야구 시즌이 시작되어 야구장에 갔다가 한 선수가 2루타를 치는 순간,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p.45)라고 느낀다. 대학생에 결혼하여 재즈바를 운영하던 그는 영업을 끝낸 후 식당 테이블에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쓴다. 소설 작법을 전혀 모른 채 쓰고 싶은대로 썼다가 재미가 없어 다시 고치기 시작한다. 그러다 영어로 소설을 다시 써서 일본어로 번역하면서 자기만의 문체를 만들어간다. 내가 거기서 지향한 것은 오히려 불필요한 수식을 배제한 ‘뉴트럴’한 활동성이 뛰어난 문체를 획득한 것이었습니다. 내가 추구한 것은 (…) 이른바 ‘소설 언어’ ‘순수문학 체제’ 같은 것에서 가능한 ...
작품 : 원청 작가 : 위화 출판 : 푸른숲 분량 : 588쪽 20세 중국 문학 복원을 꿈꾸는 '위화'의 신작 위화의 <원청:잃어버린 도시>(푸른숲, 2022)은 20세기 초 격동의 시대를 살아냈던 인간의 삶을 그려낸 장편 소설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인 위화가 집필기간 23년을 거쳐 완성한 신작이다. 그는 20세기 중국을 문학으로 복원하는 목표로 여러 작품을 발표한다. 1950년대 대약진운동을 시작으로 하는 <인생>,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허삼관 매혈기>, 자본주의를 수용한 중국 사회를 다룬 <형제> 등으로 평단과 대중에게 인정받는다. 위화는 1900년대초 청나라에서 중화민국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원청>을 발표함으로써 중국의 20세기 지형도를 완성했다고 볼 수 있다. 아내가 있는 곳, 원청을 찾아나선 '린샹푸' 어느 날, 청년 '린샹푸'에게 ‘샤오메이’와 ‘아청’ 남매가 찾아온다. 린샹푸는 '원청'에서 그들에게 숙식을 제공한다. 그러다 아청은 떠나고 샤오메이만 남는다. 린샹푸는 샤오메이와 살다가 혼인하고 딸을 얻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샤오메이가 사라진다. 린샹푸는 딸을 가슴에 품고 샤오메이를 찾기 위해 원청을 향해 긴 여정을 떠난다. 하지만 원청을 찾을 수 없었고 원청과 비슷하다고 느낀 '시진'에 머물게 된다. 린샹푸는 '청융량'과 '리메이롄' 가족을 만나 같이 살면서 목공소를 운영하며 안정적인 삶을 이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