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엄마들과 함께 한 일박 여행. 세 달 전에 정해놓은 일정이었고 이 날을 기다리며 일상의 분주함을 견디었다. 그런 만큼 알차고 풍성하면서도 충분한 쉼이 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했다. 부산 영도에 있는 흰여울문화마을을 향했다. 시원한 바다를 보며 끝없는 수다를 즐겼다. 골목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손길이 다채로웠다. 어디에 눈길을 줘야할지 모를 정도로. 사람들이 많아서 밀리듯 걸어야 했지만 핫플레이스 답게 적당히 화려하고 충만했다. 밤에는 <어린왕자>로 낭독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1시간 동안 낭독한 뒤 감상을 나누었다. 책에는 어린왕자가 여러 별들을 탐험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대화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지리학자를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세상과 사람을 지식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먼저 다가가고 사랑하려고 하지 않았다. 요즘 나는 불편한 관계나 두려운 일에 직면하려고 한다. 관계가 멀어진 사람들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이번 여행도 이런 과정에서 진행된 것이다. 또한 자신감이 없어 시도하지 못했던 일을 하나 둘씩 하고 있다. 독서토론 강사로서 울산 중고등학교에 다녀왔고, 블로그에 내가 하고 싶은 공부 모임 공지를 올렸다. 어제부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몇 번이나 머뭇거리고 잠을 설치며 준비하고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다. 조금씩 사람을 사랑하고 일을 사랑하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 엄마들은 나의 이런 나눔을 ...
#토요아침낭독모임 #의미있는주말 #알차고풍성한 토론 풍경 잘 아는 책이고 몇 번이나 읽었다는 기억만 있는 책. 하지만 늦잠 자고 싶은 토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나 낭독하며 정독을 하니 새롭게 다가왔다. 인생의 통찰이 담긴 문장을 만날 때마다 익숙하고 잘 안다는 느낌보다, 맞장구치며 치유가 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비록 온라인 줌에서 모였지만 함께 낭독하며 독서토론까지 한 학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그 시간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발췌 & 단상 어른들은 나에게 속이 보이는 보아뱀이나 안 보이는 보아뱀의 그림 따위는 집어치우고, 차라리 지리나 역사, 산수, 문법에 재미를 붙여 보라고 충고했다. 나는 이렇게 해서 내 나이 여섯 살 때 화가라는 멋있는 직업을 포기했다. 나는 내 그림 제1호와 제2호의 실패로 그만 기가 죽었던 것이다. 어른들은 자기들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그때마다 자꾸자꾸 설명을 해주자니 어린애에겐 힘겨운 일이었다. 8쪽 어린 왕자의 시각에서 보는 어른들의 모습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한계를 인정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 어른이 아이를 가르쳐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이 아이였던 순간을 잊어버린 어른에게 자신들의 입장에 대해 설명해야하는 순간이 더 많았겠구나 라는 것을 깨닫는다. 중1 첫째는 나와 대화할 때 항상 답답하듯 말한다. 나는 필요한 질문을 했고 엄마로서 당연히 해야할 역할을 한다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