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 원청 작가 : 위화 출판 : 푸른숲 분량 : 588쪽 20세 중국 문학 복원을 꿈꾸는 '위화'의 신작 위화의 <원청:잃어버린 도시>(푸른숲, 2022)은 20세기 초 격동의 시대를 살아냈던 인간의 삶을 그려낸 장편 소설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인 위화가 집필기간 23년을 거쳐 완성한 신작이다. 그는 20세기 중국을 문학으로 복원하는 목표로 여러 작품을 발표한다. 1950년대 대약진운동을 시작으로 하는 <인생>,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허삼관 매혈기>, 자본주의를 수용한 중국 사회를 다룬 <형제> 등으로 평단과 대중에게 인정받는다. 위화는 1900년대초 청나라에서 중화민국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원청>을 발표함으로써 중국의 20세기 지형도를 완성했다고 볼 수 있다. 아내가 있는 곳, 원청을 찾아나선 '린샹푸' 어느 날, 청년 '린샹푸'에게 ‘샤오메이’와 ‘아청’ 남매가 찾아온다. 린샹푸는 '원청'에서 그들에게 숙식을 제공한다. 그러다 아청은 떠나고 샤오메이만 남는다. 린샹푸는 샤오메이와 살다가 혼인하고 딸을 얻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샤오메이가 사라진다. 린샹푸는 딸을 가슴에 품고 샤오메이를 찾기 위해 원청을 향해 긴 여정을 떠난다. 하지만 원청을 찾을 수 없었고 원청과 비슷하다고 느낀 '시진'에 머물게 된다. 린샹푸는 '청융량'과 '리메이롄' 가족을 만나 같이 살면서 목공소를 운영하며 안정적인 삶을 이어간다. ...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레이먼드 카버가 전하는 일상을 견디는 법 작품 :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작가 : 레이먼드 카버 출판 : 문학동네 / 2022 분량 : 272쪽 레이먼드 카버의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놓칠 수 없는 단편들 레이먼드 카버의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문학동네, 2022)는 카버의 단편 중에 한국에 번역된 적 없거나 절판되어 읽기 어려운 작품 11편을 모은 단편소설집이다. 카버의 초기단편에서부터 후기까지 다양한 시점에 발표된 작품들로서 한 작가의 문학적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희소식이다. 책에는 미국의 소시민이 겪게 되는 일상의 불안과 두려움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꿩’, ‘상자들’, ‘코끼리’, ‘블랙버드 파이’와 같은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표제작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은 압축된 문장과 여백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담아낸다. 불안과 두려움이 깃든 일상 작품은 일상 속에 깃든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인물이 어떻게 그 삶을 견디는지를 보여준다. 일상 속에서 불안과 두려 움, 공포를 겪어 강박증을 앓는 등장인물이 나온다. 단편 ‘상자들’ 에서 여름마다 휴가 대신 이사를 다니는 화자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남편의 실직 이후 매번 “집을 팔고 상황이 나아지리라 여겨지는 곳”(p.94)으로 이사를 갔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화자가 사는 동네로 이사온...
작품 : 비바, 제인 작가 : 개브리얼 제빈 출판 : 문학동네 / 2018 분량 : 400쪽 주홍글씨 벗어나기 책표지에는 한 여성이 나온다. 얼굴에는 눈코입 대신에 작가의 이름과 책 주인공 이름이 교차되어 있다. 작가는 제빈, 주인공은 제인. 자세히 보면 손으로 얼굴을 가린 동작이 바탕에 깔려 있다. 여자의 머리색과 옷 색깔은 진한 주황색이고 책제목 색도 마찬가지다. 책 소개란에서 읽었던 ‘현대판 <주홍글씨>’라는 문구와 딱 맞는 그림이다. 하지만 소설은 ‘주홍글씨’에만 머물지 않는다. 얼굴을 가려야만 했던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얼굴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드러낸다. 개브리얼 제빈 : 재능 넘치는 작가 작가 개브리얼 제빈은 하버드 영문학과 출신으로 다양한 주제를 여러 작품을 발표한다. 재치와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독특한 시선과 흥미로운 구성으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2014년에 출간한 <섬에 있는 서점>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마가렛 타운>, <다른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비바, 제인>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하원의원과 인턴의 스캔들 주인공 아비바는 정치학과 스페인문학을 전공한 대학생이다. 하원의원 레빈의 선거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다가 그와 불륜 관계를 이어간다. 우연히 일어난 교통사고로 이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고 아비바 인생은 끝이 난다. 특히 블로그에 올린 인턴시절 글로 ...
작품 : 솔로몬의 노래 작가 : 토니 모리슨 출판 : 문학동네 / 2020 분량 : 552쪽 토니 모리슨 : 인종과 성을 초월하여 인정받은 작가 흑인 여성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토니 모리슨(1931년~2019년)은 인종과 성을 초월하여 폭 넓은 독자층에게 인정 받은 작가이다. 흑인의 비극적인 삶을 여러 기법을 활용하여 다각도로 드러낸 동시에 비극에 함몰되지 않고 흑인의 인간적 삶과 사랑을 탁월하게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편집자로 일하면서 그녀는 흑인과 여성을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하여 11권의 소설을 발표한다. 세 번째 소설인 <솔로몬의 노래>(문학동네, 2021)는 노예였던 과거를 잊고 자신의 본래 모 습을 찾아 나서는 흑인 남성 이야기를 다룬다. 1977년에 출간하자마자 문단과 대중 모두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비극에 함몰되지 않고 흑인의 인간성을 부각 3대의 걸친 흑인 역사 이야기 <솔로몬의 노래>는 흑인 노예 출신인 ‘메이컨 데드’ 3대의 삶과 죽음을 담고 있다. 메이컨 데 드 1세는 노예 해방이후 남부에서 자기만의 농장을 가지려다 백인에게 죽임을 당한다. 메이컨 데드 2세는 북부로 건너와 갖은 고생 끝에 임대업으로 큰 부를 얻고 흑인 의사의 딸과 결혼하여 성공한 삶을 산다. 메이컨 데드 3세는 ‘밀크맨’으로 불리며 아버지가 이룬 부와 명예 속에 서 부러울 것 없이 살지만 삶의 의미를 찾지...
작품 : 불멸 작가 : 밀란 쿤데라 출판 : 민음사 / 2010 분량 : 532쪽 불멸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 그 끝은 어디일까 강렬하게 집중된 시선 앞에 영혼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부풀고, 부피가 커지다가, 마치 휘황찬란한 조명을 발하는 기구처럼 마침내 창공으로 날아오른다는 것을 안다. 사람들로 하여금 주먹을 들게 하고, 총을 잡게 하고, 정당한 혹은 부당한 명분을 옹호하도록 자극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팽창된 영혼이다. 바로 이것이 ‘역사’의 모터를 돌아가게 할 수 있었던 연료요, 이것이 없었다면 유럽은 잔디밭에 누워서 떠 하늘에 떠 있는 구름들을 권태롭게 바라만 보았을 것이다. p.343 체코 출신의 밀란 쿤데라는 장편소설 <불멸>(민음사, 2021)에서 왜곡된 이미지에 의지하여 불멸을 추구하는 인간의 실존 문제를 담아낸다. '팽창된 영혼'들이 이미지가 지배하는 체계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오늘날 영상 시대에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밀란 쿤데라의 <불멸> 차례 '작은 불멸'과 '큰 불멸' <불멸>은 밀란 쿤데라가 1990년에 프랑스어로 발표한 소설이다. 현대의 ‘아녜스’와 ‘로라’ 자매 이야기와 역사적 인물인 ‘괴테’와 ‘베티나’의 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대조적인 성격과 가치관을 가진 두 자매는 아녜스의 남편인 ‘폴’을 두고 사랑의 경쟁의 벌이다 극적인 상황을 맞는다. 베티나는 괴테의 연인이었다는 ‘불멸’을 얻기 위해 ...
작품 : 화이트 노이즈 작가 : 돈 드릴로 출판 : 창비 / 2022 분량 : 604쪽 <화이트 노이즈>의 돈 드릴로 두 거장의 만남 2022년 베니스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화제가 된 <화이트 노이즈> 영화는 1985년 돈드릴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노아 바움백' 감독이 40여년 전 작품을 ‘영화한 이유는 오늘날에도 소설의 내용이 큰 울림을 주리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돈 드릴로의 <화이트 노이즈>(창비, 2022)는 기술과 대중매체의 영향 속에서 죽음의 공포를 가지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드러내는 장편소설이다. 재난과 죽음의 공포 앞에 선 6명의 가족 화자 ‘잭’과 아내인 ‘버벳’은 여러 번의 이혼 끝에 결혼하여 네 명의 아이들과 평화롭게 살고 있다. 어느 날 열차 사고로 인해 전복된 탱크에서 유독물질이 유출되고 도시 전체가 검은 구름에 뒤덮이게 된다. 피난을 떠나는 도중에 잭은 ‘나이어딘 D’라는 유독물질에 노출되어 죽음에 직면한다. 재난 이전부터 죽음의 공포를 느꼈던 버벳은 승인되지 않은 개발신약 ‘다일라’ 약을 복용하고 있다. 이 약을 얻기 위해 외도까지 하게 된 버벳, 그 사실을 알게 된 잭은 총을 들고 약을 판매한 ‘그레이’를 찾아가는데... 재난 앞에 기술과 대중매체의 한계, 악영향 소설이 발표된 이후 발생한 여러 재난 사태를 지나오면서 이 책의 예언자적 문장들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오래 전부터 작...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 작품 : 빌러비드 작가 : 토니 모리슨 출판 : 문학동네 / 2019 분량 : 476쪽 흑인 여성 첫 노벨문학상 수상 당신이 정말로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그런 책이 없다면 당신이 직접 써야 한다. 흑인 여성으로서 첫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니 모리슨(1931~2019)의 말이다. 편집자로 일하던 그녀가 수많은 책을 읽고 만들면서 정작 자신이 보고 싶었던 책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후 그녀는 흑인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룬 <가장 푸른 눈>, <술라>, <솔로몬의 노래> 등의 소설을 발표한다. 1988년에 <빌러비드>로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1992년 <재즈>를 발표한 뒤 다음 해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흑인 여성 작가’라는 한계를 오히려 작품의 정체성으로 승화시켜 인종과 성을 초월한 작가로 우뚝 섰다. 흑인 정체성을 승화시켜 인종과 성을 초월한 작가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 도망친 여성 노예의 절박했던 선택 토니 모리슨의 장편 소설 <빌러비드 Beloved> (문학동네, 2019)는 미국의 남북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유령과 환상을 사용하여 노예제도의 비참한 실상과 기억의 문제를 다각도로 담아낸 작품이다. 주인공 ‘세서’는 농장에서 자유의 땅으로 도망친 여성 노예이다. 세서는 시어머니 ‘석스’ 집에서 4명의 자녀들과 평화롭게 지내던 중에 갑자기 쳐들어온 노예 주인에게 쫓기게 된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노예의...
작품 : 새엄마 찬양 작가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출판 : 문학동네 / 2010 분량 : 246쪽 막장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 흔히들 욕하면서도 막장 드라마 보는 것을 멈출 수 없다고 한다. 막장 드라마가 인기가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불륜이나 배신 등 욕망대로 행동하는 주인공 모습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또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우연과 비약을 통하여 자신이 바랐던 완벽한 인생을 사는 장면에서 잠깐의 대리 만족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개연성 없는 전개에 불평을 터뜨리며 권선징악으로 끝날 것을 알면서도 막장 드라마를 손에 놓을 수 없는 이유는 그 당연한 결과를 확인받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욕망이 이끄는 대로 살다가 그만큼의 대가를 받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완벽하고 비현실적 결론에 마음껏 비웃으며 현실을 들여다보게 된다. 욕망을 예술적 철학적으로 다룬 소설 막장 드라마 소재와 비슷한, 새엄마와 10대 의붓아들의 애로틱한 관계는 어떤가. 무척 진부하고 전형적이지만 충분히 자극적이다. 게다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이라면 내용이 궁금해진다. 바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새엄마 찬양>(문학동네, 2010)이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페루 출신으로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그는 정치사회적 내용이 담긴 <판탈레온과 ...
작품 : 그레구아르와 책방할아버지 작가 : 마르크 로제 출판 : 문학동네 / 2020 분량 : 316쪽 대중 낭독가의 자전적 소설 요즘 학교, 도서관, 책방 등에서 다양한 독서모임을 통해 인생이 바뀌고 공동체가 변화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판되고 있다. 그 중에서 요양원을 배경으로 책 읽기의 의미와 재미를 말하는 소설이 주목을 끈다. 바로 프랑스 작가 ‘마르크 로제’의 장편소설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문학동네, 2020)다. 이 소설은 요양원 직원인 20세 청년과 문학을 사랑했던 할아버지의 우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대중 낭독가로 평생을 살아온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청년과 할아버지의 우정 문학과 삶의 연결고리 '그레구아르'를 책의 세계로 인도하는 '피키에' 할아버지 화자 ‘그레구아르’는 대학 입시 시험에 실패하고 요양원 인턴 직원으로 일하는 20세 청년이다. 작은 서점을 운영했던 ‘피키에’ 할아버지를 알게 된 그는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책 낭독을 하게 된다. 책과 담을 쌓고 살았던 그레구아르는 점차 책의 세계에 빠져들고, 삶의 부조리에 무기력했던 예전과 달리 그는 조금씩 현실의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기 시작한다. 한편, 두 사람만의 낭독회는 요양원 전체로 번지게 되면서 죽음의 공간이었던 곳이 점점 생기가 넘치고 기쁨과 열망, 소통과 연대가 일어나는 장소로 변화된다. 피키에의 마지막 부탁을 위해 열흘 간의 도보여행을 떠나게 된 ...
작품 : 칠드런 액트 작가 : 이언 매큐언 출판 : 한겨레출판 /2023 분량 : 296쪽 칠드런 액트 : 영국의 아동법 ‘칠드런 액트’는 1989년 제정된 영국의 아동법으로서, 법정이 18세 이전의 미성년자에 관한 사건을 판결할 때 ‘아동의 복지’를 최우선적인 기준으로 삼도록 명시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내용이지만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정사에 법원이 개입하여 어린이의 권리와 입장에서 판단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이언 매큐언’은 이런 아동법의 취지와 가치판단을 내려야하는 가정 법원의 역할을 토대로 장편소설<칠드런 액트>(한겨례출판, 2015)를 출간한다. 영국 고등법원 가정부 판사 ‘피오나’와 그녀의 판결에 생명이 달린 17세 소년 ‘애덤’의 이야기다. 이언 매큐언 :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인정받는 소설가 이언 매큐언은 대중과 비평가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영국 작가이다. 사회와 역사를 폭넓게 다루며 색다른 주제를 생생한 문체로 극대화하여 흡인력 강한 작품들로 인정 받고 있다. 그는 1975년 석사 학위 졸업 논문으로 쓴 단편소설집 <첫사랑, 마지막 의식>으로 서머싯 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다. 1987년 <차일드 인 타임>으로 휘트브레드 상, 1998년 <암스테르담>으로 맨부커 상, 2002년 <속죄>로 전미비평가협회상, 영국 작가협회상 등 국내외 유수의 문학상을 휩쓴다. 13번째 장편소설 ...
작품 : 정체성 작가 : 밀란 쿤데라 출판 : 민음사 / 2012 분량 : 188쪽 끊임없는 정체성 고민 현대인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수많은 책과 강의 등 담론이 많다. 정체성에 불안을 느끼고 대안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말이다. 인간은 정체성을 토대로 자신의 위치와 가치를 인식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도 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원활한 사회 생활을 위해 정체성 고민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과학기술 발전과 세계화로 인해 급격하게 달라지는 사회 문화 속에서 그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정체성 문제를 좀더 다각도로 본질적으로 탐구하는 작품을 소개한다.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은 연인의 갈등 관계를 통하여 정체성의 근간과 방향을 살피며 철학적 탐구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099880.html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별세…향년 94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남긴 세계적 작가 밀란 쿤데라가 11일 별세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향년 94. 밀... www.hani.co.kr 밀란 쿤데라(1929.4.~2023.7)는 체코 출신의 소설가로서 시, 평론, 희곡, 단편, 장편 등 여러 장르에서 뛰어난 작품을 발표한 작가이다. 1947년부터 체코 공산당원으로 활동하면서 대학에서 영화를 가...
작품 : 대성당 작가 : 레이먼드 카버 출판 : 문학동네 / 2014 분량 : 348쪽 무너진 삶의 폐허 속 '뭔가'를 향한 작은 시도 : 희망 어쨌거나 뭔가 하긴 해야지. 일단 이것부터 해보는 거야. 만약 그래도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그게 인생이야. 그렇지 않아? p.163 불행한 삶의 연속, 희망은 어디에?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집 <대성당>(문학동네, 2018)에는 인생의 불행과 고통을 겪으며 ‘뭔가’를 시도하는 삶의 이야기 12편을 담고 있다. 실업, 가족해체, 어린 아들의 죽음, 배우자의 외도, 알콜 중독, 관계의 단절, 소통의 부재 등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가득하다. 그러나 무기력하고 적막한 삶을 살던 인물들은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작은 시작’을 이어간다. 이는 작가의 삶과 닮아 있다. 경제적 압박과 불안정한 결혼 생활로 알콜 중독자가 되었다가 이를 극복하며 새로운 삶을 살았던 작가의 인생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레이먼드 카버 : 뛰어난 소설가, 리어리즘의 대가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인 레이먼드 카버(1938~1988)는 ‘미국의 체호프’, ‘리얼리즘 대가’로 불리며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평가 받고 있다. 1960년에 첫 단편 ‘분노의 계절’을 발표한 이후 1988년까지 소설집과 시집, 에세이 등 열권의 책을 펴낸다. 1983년에 출간한 세 번째 단편집 <대성당>으로 퓰리처상과...
작품 : 개구리 작가 : 모옌 출판 : 민음사 /2021 분량 : 604쪽 출산율과 애국자 네 명의 아이를 둔 나는 가끔 이런 소리를 듣는다. “대단하다! 국가가 큰 상을 줘야 한다." 결코 국가를 위해 아이를 낳은 건 아니지만 낮은 출산율로 인해 저절로 애국자가 되었다. 그렇다면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나,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국가에 반하는 사람이 되는 건가? 한때 산아제안을 강조했던 시절에는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애국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극단적인 출산 억제 정책이 부른 비극 모옌 : 글로만 쓸 뿐 말로 하지 않는다 "글로만 쓸 뿐 말로 하지 않는다.’라는 뜻의 필명을 가진 모옌은 1986년 발표한 중편 소설 <붉은 수수>를 각색한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이 1988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등단 이후 줄곧 고향인 산둥성 가오미현을 주요 무대로 소설을 써 왔기에 향토 소설가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1985년부터 다시 불기 시작한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선봉문학 계열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대표작 <개구리> 역시 편지글과 소설, 그리고 희곡이 어우러진 독특한 형식에 계획생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내 문학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2012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모옌은 이 정책을 비판하기보다 “사람의 모습”(p.10)을 똑바로 보면서 썼다고 한다. 그는 이 작품...
작품 : 아버지의 해방일지 작가 : 정지아 출판 : 창비 / 2022 분량 : 268쪽 사회주의가 아닌 인간주의를 실천한 아버지의 이야기 화제의 추천작 유시민 작가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화제가 된 <아버지의 해방일지>(창비, 2022)는 <빨치산의 딸> 소설을 쓴 정지아 작가의 작품이다. ‘좌파, 빨갱이’라며 보수주의자에게 수많은 공격을 당하는 두 사람이 사회주의자 아버지의 삶을 그린 소설을 언급하다니 조금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사회주의 내용보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의해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된 딸이 이야기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다 리얼리스트 작가, 정지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난 정지아 작가(1965~ )는 1990년 <빨치산의 딸>을 출간하여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책이 국가보안법에 위배되어 판매금지 조치를 당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2005년 복간된다.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고욤나무’가 당선되면서 등단하였다. 이후 <행복>, <봄빛> 등 소설집과 <벼랑 위의 꿈들> 르포 집을 발표했으며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리얼리스트’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 와 딸 '아리' 장편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속의 ‘아버지’는 바로 작가의 아버지와 100퍼센트 동일한 인물이다. 하지만 화자인 ‘아리’는 실제 작가와는 조금 다르다. 작가는 빨치산 딸이라는...
작품 : 그레이트 존스 거리 작가 : 돈 드릴로 출판 : 창비 / 2013 분량 : 378쪽 돈 드릴로 :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작가인 '돈 드릴로'는 이탈리아 이민 2세로 뉴욕에 태어나 1971년 <아메리카나>로 데뷔한다. 이어서 7년 동안 <그레이트존스 거리> 등 5편의 소설을 출간한다. 1985년에 발표한 <화이트 노이즈>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면서 평단과 대중에게 큰 주목을 받는다. 이후 <암흑의 세계>(1997년), <코스모폴리스>(2003년), <제로 K>(2016년), <침묵>(2020) 등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자본주의 실상 & 대중 문화의 한계 <그레이트존스 거리>(창비, 2013)는 1960년대 자본주의의 실상과 대중 문화와 매체의 문제점을 드러낸 작품이다. 또한 인간이 고통의 자리에서 어떻게 일어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인간이 고통의 자리에서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유명한 록큰롤 가수인 '버키'는 상품화되는 음악에 대한 회의를 느끼던 중에 광기어린 대중으로부터 자살을 요구받자 모든 음악활동을 중단한다. 이후 여자친구 ‘오펄’의 집인 뉴욕의 ‘그레이트존스 거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칩거한다. 소속사 매니저인 ‘글롭키’와 기자들은 그의 신변에 대한 걱정보다 상품으로 가치만 계산하며 접근한다. 버키는 마약 운반책이었던 오펄로 인해 해피밸리 공동체가 이끄는 ...
작품 : 작은 땅의 야수들 작가 : 김주혜 출판 : 다산책방 / 2022 분량 : 612쪽 작은 땅 = 대한민국 야수 = 민중 작은 땅의 야수들은 누구인가 우리나라는 호랑이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다.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졌고 호랑이가 많이 서식하여 ‘호랑이 나라’라고 불렸다. 자연스럽게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성스러운 동물로 인식하고 숭배했다. 건국 신화에 등장하고 올림픽대회 마스코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제 시대 때 일본이 호랑이를 멸종시켰던 이유가 호랑이의 기개를 타고 난 우리 민족 정신을 말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호랑이답게 우리 민족은 그 참혹했던 시기를 견디고 살아남았다. 최근에 이 호랑이 이야기로 시작한 역사 소설이 출간되어 큰 관심을 얻고 있다. 김주혜 작가의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다산북스, 2022)은 1918년 평안도에 사는 호랑이 사냥꾼 ‘남경수’로부터 시작하여 1964년 제주도 해녀까지 격동의 세월을 살아냈던 민중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은 땅은 대한민국, 야수들은 당시 우리 민중을 말하고 있다. 말 그대로 작은 땅의 야수들은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았고 한 작가의 소설로 그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이민자 1.5세대 작가 김주혜 작가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 1.5세대 작가이다. 독립운동가였던 외할버지의 영향과 조국의 문화와 언어를 잊지 않는 배경에서 자...
작품 : 삶은 다른 곳에 작가 : 밀란 쿤데라 출판 : 민음사 / 2011 분량 : 516쪽 매년 거론되는 노벨문학상 후보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 밀란 쿤데라(1929.4.1~)는 체코 출신의 극작가이자 소설가로서 시, 평론, 희곡, 단편, 장편 등 여러 장르에서 뛰어난 작품을 발표한 작가이다. 그는 1929년 체코에서 태어나 1947년부터 체코 공산당원으로 활동하면서 대학에서 영화를 가르치며 ‘체코 신필름파’라는 유파를 형성하는 등 독특한 업적을 이룬다. 1967년에 장편 <농담>으로 유럽 전역에서 명성을 얻지만 소련이 체코를 점령한 후 사회주의 체제의 비판적 내용 때문에 1975년 프랑스로 망명하게 된다. 1979년 <웃음과 망각의 책>에 이어 1984년에 출간된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다. 이후 <불멸>, <느림>, <정체성>, <향수> 등 장편소설이 잇달아 발간된다. 그의 작품은 당시 동 유럽 정치 상황과 인간의 자유, 존재의 의미, 개인의 삶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 분석과 인식을 담고 있다. 두 번째 장편소설 <삶은 다른 곳에>(방미경 옮김, 민음사, 2016)는 1970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프라하의 봄’ 시기에 시작된 집필은 러시아 침공 후 체코 공산당에게 추방당하기 전에 마무리된다. 체코의 공산화 혁명에 참여한 뒤 이념의 한계를 경...
책과 책읽는 사람들은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독서를 즐겨하고 토론 모임에 가는 사람들은 그것을 안다. 사람마다 다양한 이유로 꾸준하게 읽고 독서가들을 만나겠지만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연결된 느낌과 혼자 같은 삶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는 것! 문학과 우정의 힘 “나는 시, 소설, 그림, 조각, 음악. 그 무엇이건 간에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인간이 고안해낸 그 어떤 장벽도 초월한다는 믿음으로 이 책을 썼다. 독자들에게도 이러한 믿음이 전해지길 간절히 희망한다.” (p.6) 전쟁 시기 인간애를 지켰던 사람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덴슬리벨, 2021)는 끔찍했던 전쟁 시기에 책을 읽으며 우정을 지키고 인간애를 이어갔던 영국의 건지 섬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소설이다. 저자인 '메리 앤 섀퍼'가 30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서 소설을 쓰다가 건강 악화로 최종 정리는 하지 못했고, 조카인 '애니 배로스'가 이어서 작품을 완성한다. 서간체 형식의 소설로서 주인공와 등장인물들의 내면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읽고 상상하는 재미가 크다. 어두운 시절의 이야기지만 빛나는 인간애에 대한 감동과 흥미로운 로맨스 장면 때문에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독서의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건지 감자껍질' 이름의 배경 주인공 ‘줄리엣’은 전쟁 시기에 썼던 글이 큰 인기를 얻었고 다음 책...
책제목이 특이하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니, 평범한 오늘도 아니고 미래라고? 특별하고 남다른 미래를 꿈꾸기보다 그저 평범하기라도 하면 좋은 거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그런데 '이토록' 이란 수식어는 뭘까. 어려운 단어가 하나도 없는데 뭔가 심오하면서도 알듯 말듯한 제목 앞에 소설을 읽기도 전에 질문부터 쏟아진다. 9년만에 단편소설집으로 찾아온 김연수 작가. 코로나 시기에 다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전한다. "오랫동안 단편소설을 쓰지 않았다. 쓰고 싶은 게 없을 때는 쓸 수 없다. 그러다가 2020년이 되어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쓸고 나자 뭔가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 '어두운 시간'이 '빛으로 가득 찬 이 몸'을 만든다. 지금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이런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언젠가 우리의 삶이 될 것이다." (p.273)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p.29) 작가는 이 말을 작품 곳곳에 몇 번씩 변주한다! "과거가 현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가 현재를 결정하는 것이다."(p.22) "용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기억할 때 가능해집니다."(p.30)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