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은 별기대를 하지 않았던 도시에요. 베트남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 여정이었거든요. 하지만 한달살기가 끝난 후에는 다시 가고 싶은 도시가 되었죠. 왜였을까요?
작은 도시, 조용한 일상, 덤덤한 현지인들의 모습, 사진 찍는걸 좋아하는 젊은 세대, 그리고 무엇보다 일할 수 있는 그만의 멋진 카페. 그 여정의 일부를 꺼내볼게요.
카페에서 일하기
1. 빈티지 감성 Route cafe 66
한달살기를 하는 동안 취미랄게 있다면 카페 탐방을 하는거에요. 프랜차이식보다는 현지 문화가 느껴지거나, 카페에 스토리가 있는 곳을 찾아다녀요. 달랏은 코스 여행으로 많이 방문하는 도시여서인지 카페를 가면 대게 현지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요.
루트카페66은 빈티지한 인테리어도 인상적이지만 디저트도 맛있고 직원도 친절해요. 카페내에 있는 소품들을 구경하는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멋진 카페를 찾아다니긴 하지만 자주하진 않아요. 업무 집중이 흐트러지기도 하고, 너무 유명한 카페는 손님들이 많아 눈치가 보이니까요. 그리고 집중력을 요하는 업무보다는 단순작업이나 계획된 업무를 처리해요. 루트카페66 카페는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는 현지이들도 있어서 편하게 일을 했어요.
한달살기를 하는 동안 베트남 현지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것도 즐거움중의 하나였어요. 짧은 여행을 할때는 중앙시장에서 군것질거리를 먹을 수 있지만 좀 더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장소를 찾아 다녔는데요. 길거리 음식점에 앉아 기다리다보면 뭔가 희안하면서도 덤덤하게 대하는 그들 덕분에 불편하지 않았어요.
반짱느엉은 베트남식 전, 피자같은 음식이에요. 처음에 한 입을 먹고는 ‘이게 왜그렇게 맛있다는거지?’라고 했지만 3~4번 씹다보니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이 나요. 먹기도 편하고 하나로도 꽤 괜찮게 양이 차요. 처음 반짱느엉을 먹은 이후부터는 맛집을 찾아 다녔어요.
반짱느엉은 안에 재료를 어떻게 넣냐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요. 그리고 어떤 식당은 찍어먹을 수 있는 소스를 주기도 해요. 달랏 반짱느엉 맛집 2곳을 구경해보실래요?
달랏 한달살기를 하는 동안에는 좀 더 일에 집중했는데, 그래서인지 여행을 자주 다니진 못했어요. 아마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는? 그럼에도 달랏이 좋은 기억으로 남은 이유는 여행했던 순간들도 기억에 남고, 일상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시간을 보냈기때문이에요. 이 날은 일 열심히 하고 하루 휴가내는 기분으로 한 기차여행이었어요.
‘빠아아아아앙-’ 소리와 함께 기차가 출발해요. 아주 느린 속도로 달리는 기차 안에서 바깥 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어요. 수풀이 보이고, 지평선이 보이고, 아주 작은 마을을 지나가기도 하고. 달랏의 기차는 편도 혹은 왕복으로 끊을 수 있는데요. 왕복으로 표를 끊으면 정해진 시간안에 돌아와야하지만 저는 마지막 기차를 타고 돌아왔어요. 종착역 마을에서 좀 더 시간을 즐기고 싶었거든요.
짜이맛 역에 도착 후 현지인의 추천으로 수국 정원을 왔어요. 생각보다 큰 규모에 깜짝 놀라고 꽃이 싱싱해서 두번 놀랐어요. 중간 중간 포토스팟을 만들어놔서 심심하질 않아요. 혼자서 이리저리 구경하며 셀카도 찍었어요. 계획된 여행은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더 소중한 시간이 아니었나싶어요.
달랏에서 머물렀던 숙소의 업무 공간이에요. 생각보다 테이블이 작아서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한달동안 집에서 집중해서 일했어요. 한달살기를 할때면 일하는 환경을 잘 체크하는 편인데 와이파이가 자주 끊겼죠. 가끔 이렇게 생각지 못한 일이 생기곤 해요. 덕분에 더 많이 일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요(웃음).
달랏 한달살기 숙소가 좋은 추억으로 남은 이유는 호스트 어머니가 정말 잘해주셨기때문이에요. 이런저런 배려도 해주시고, 서로 말은 안통했지만 소소한 이야기도 나눴어요. 게다가 매일 아침 나오는 음식때문에 따로 식당을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됐어요. 쌀국수, 분짜, 반꾸온, 반미 등등 찐 현지 음식과 디저트도 매일 다르게 먹었어요. 만들어준 요거트와 두유가 아른거려요.
매일, 아니 하루에도 몇번이나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침대위에 누워 밖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비가 오는 모습, 새벽녘부터 밝아지는 모습, 깜깜해지기전에 불이 하나둘씩 켜지는 모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