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의 첫 만남 아마도 고교시절이거나 대학 신입생 때쯤 되었을 거다. 카프카의 변신을 친구 집에서 만났다. 어딜 가나 책이 꽂혀 있으면 꼼꼼히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에겐 부엌 구경이 집구경인지 모르겠으나, 내겐 책구경이 집구경이다. 어느 출판사, 누구의 번역인지도 기억나지 않고, 책장에 진열된 책을 훑어보다 집어들고 그 자리에서 변신을 내처 읽었다. 충격적이었다. 뭐야 이거, 어느날 갑자기 벌레가 된 얘기를 왜케 진지하게 해. 비정상인데 자연스럽고, 비현실적인데 사실적이었다. 놀라웠다. 이후로 카프카는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었다. 늘 새롭고 생소한 기억력 오랜만에 변신을 다시 읽어보자, 생각했다. 독서기록을 뒤져보니, 변신만 놓고 보면 이번이 벌써 네 번째 독서다. 헐. 언제 그렇게 읽었지. 1992년에 문고판으로 카프카 중단편을 읽었더랬다. 변신만 읽고 카프카를 더 접해보고 싶어서 읽었나보다. 이게 전혀 기억이 안 난다. 변신 말고도 여러 단편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카프카의 작품세계를 처음 접하는 것만 같다. 보르헤스, 마르케스 등을 열심히 읽던 시절이라 그런가, 어려운 작가라는 느낌도 안 남아있다. 어쩌면 이렇게 완전히 생소할 수가 있지. 머나먼 카프카 카프카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는지 모르겠다. 카프카의 소설이 기대보다 내게 잘 맞지 않는다는 걸 인정할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책을 계속 읽고는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