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눌프, 삶으로부터의 세 이야기. 1994년 6월에 읽었으니 30년이 넘었다. 이 정도면 다시 읽기가 아니라 새로 읽기나 마찬가지다. 경건한 마음으로 책을 다시 들었다. 역시 생각나는 게 별로 없다. 초봄 첫 번째 이야기는 초봄이다. 몇 주 동안 병원에서 지내야 했던 크눌프가 나왔을 때는 2월이었고 날씨가 고약했다. 잠시 머물 곳을 찾아야 했던 크눌프는 레히슈테텐에 살고 있는 무두장이 에밀 로트푸스를 찾아 간다. 사람들은 크눌프를 따뜻하게 맞아준다. 자세히 써 있지는 않지만 그가 예의바르고 배려하는 마음을 지녔고 욕심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겪은 일도 많고 깊이 생각한 것도 많고, 그러면서도 간섭과 고집은 없고. 물 흐르듯 살면서 바로 지금을 사는 사람. 로트푸스 부인의 유혹에 크눌프는 흔들리지 않고, 어린 하녀 베르벨레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춤을 추러 가게 된다. 두 사람은 고향이 같아 쉽게 마음을 열고 가까워진다. 독일 여행 갔을 때 나도 첫눈에 반했던, 슈바르츠발트. 깊은 아름다움으로 온통 둘러싸인 곳이다. 춤과 노래와 비와 산책, 베르벨레는 이제 크눌프에 반했지만 크눌프는 여기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순간 속에 있는 영원을 사는 사람이고, 작은 것에서 큰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다. 욕심도 집착도 미련도 없고, 물처럼 바람처럼 자유롭다. 가진 것은 없지만 가지려는 마음이 없으니 다 가진 것과 마찬가지다. 크눌프에 대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