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저녁을넣어두었다
18202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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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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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시인의 마음에 닿아보려 읽기 시작한 한강의 첫 시집

마음을 들여다보려면 시집이 좋지 한강 시집은 전부터 읽고 싶었다. 한강의 소설이 조금 불편하게 읽힐 때도, 시는 한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으로 나온 책은 웬만하면 읽고 싶어진다. 사람이 겉모양에 자꾸 빠지면 안 되는데. 문학과지성사 시집은 언제나 나를 홀린다. 안에 뭐가 들었을까 열어보게 만들고 마는 겉모양이다. 그리고, 대개 시집의 제목은 꼭 그 내용을 궁금하게 만든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무엇을, 언제, 왜 넣어 두었을까. 언제 꺼내서 어떻게 쓸까. 저녁이 뜻하는 건 무얼까. 편안함? 쉼?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면, 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될까. 그런 것들. 우리만 호들갑을 떠는 거였어 한강의 시를 읽으며, 이 시인은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이 과연 있었을까, 생각했다. 노벨문학상을 꿈꾸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영웅이나 우상이 되고 싶었을 것 같진 않다. 세상을 보고, 내면을 보고, 겉으로 드러난 세상의 속살을 들여다 보고, 사람들의 마음 속을 보고, 또 자기 속에 담긴 것들과 그 안에 더 깊숙이 숨겨진 것들을 보고, 그걸 쓰는 사람. 그게 시인이고. 작가다. 한강은 적어도 그런 사람 같다. 노벨상 인터뷰를 찾아 들어보며, 그 차분함에 반한다. 노벨문학상을 받고, 아들하고 차 마시며 조용히 축하하겠다는 사람. 나는 작가란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늘 생각한다. 살아가는 아픔과 살아남은 자의 슬픔...

2024.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