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님의 <너의 하늘을 보아>를 기본으로 주중에 다른 시인의 시들도 정기적으로 가져 오려고 합니다. 오늘 선택한 시는 박인환 님의 <목마와 숙녀>입니다. 이 작품은 제가 중학교 때 좋아하던 시입니다. 어떤 점에서 끌렸는지 모르겠지만, 카세트 레코더에 공테이프를 꽂고 혼자서 '시 낭송'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신기하지요. 지금 읽어 보아도 시인의 의도를 잘 모르겠어요. 문학에 흠뻑 빠진 문학청년이 겉멋이 가득해서 쓴 시 같기도 합니다. 자유분방한 분위기에 무엇을 상징하는 것 같지도 않고, 허무감과 절망감이 언뜻 묻어납니다. 첫 행부터 '한 잔의 술을 마시고'입니다. 게다가 '숙녀'는 '버지니아 울프'를 말하는 것 같은데, 이 여류 작가의 삶도 행복하지 않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목마를 타고 떠난, 주인을 버리고, 상심한 별, 부숴진다, 죽고, 버릴 때와 같은 표현들도 많이 보입니다. 모든 떠나가는 것들에 대한 상심일까요. 사랑은 보이지 않고, 작별해야 하며, 숙녀였던 목마도 늙은 여류작가가 되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며 무언가를 붙잡으려 하는 노력이 보입니다.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비참하게 생애를 마무리한 버지니아 울프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하며, 술잔을 듭니다. 하지만, 술병은 쓰러지고 내 좌절과 절망은 극복되지 못합니다. 이렇게 어둡고 슬픈 분위기의 시를 사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