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감독 김성제 출연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조현철, 김종수 개봉 2024.12.31. 하필 콜롬비아의 보고타인가? 하는 의문은 있습니다. 왜 수리남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으니 이상할 건 아니요. 대신 송중기 배우의 행보에도 의문은 있지만 일관성은 있습니다. <화란>과 <로기완>과 <보고타>로 이어지는 출연 작품은 만족도를 떠나 결이 비슷한 지점이 있으니까요. IMF로 인해 보고타로 떠난 가족들이 잠시 머물렀다 미국을 향하지 못한 채 눌러 앉아 버린 사람들이다 보니 이건 아메리칸드림 근처에 머물러 버린 남아메리칸 드림이 되었네요. 독특하게 70~80년대 아니라 IMF를 관통해 2000년대를 무대로 벌어지는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전투구입니다. 관람 전 우려가 있었지만 생각보다 멀쩡하고 몰입해서 봤습니다. 다만 <보고타>의 안타까운 운명은 <나르코스> 같은 작품을 거론하지 않아도 <수리남> 같은 작품이 먼저 공개되어 버린 후라 비교 당할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그렇게 극적이진 못하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른 비교 작품과는 달리 거의 누아르에 가깝게 그려져 있습니다. 기존 우두머리와 신흥 강자 그리고 현지 우두머리와 새로 들어온 새싹의 서사로 그려져 있는데 구도만 봐도 그리 새로울 게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대충 인물들의 성격과 위치만 봐도 전개 방향이 다소 예상이 된다는 점도 그렇고 의류 밀수를 행하...
하얼빈 감독 우민호 출연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릴리 프랭키, 이동욱 개봉 2024.12.24. <영웅>이 보여준 인간 안중근의 면모와 뮤지컬 장르로서의 매력은 따로 있었으니 <하얼빈>은 순수하게 첩보 스파이 영화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사실 하얼빈의 저격 사건 이전에 있었던 안중근 의사의 과거는 대체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이라 <하얼빈>은 상당 부분 예상과 상상력으로 채우고 고증을 따라 역사와 맞닿을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 흔적이 돋보이네요. 본격적으로 총성이 울리는 영화가 아니고 거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신경전과 심경 변화 등이 담긴, 그야말로 인간으로서, 독립군으로서의 고심과 갈등을 그려낸 드라마에 가깝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암살>이 보여줬던 상업적인 매력과 역사적인 부분의 결합이 좋은 결과물로 나온 사례인데 이 작품은 사실 <밀정>의 그것과 닮아 있습니다. <밀정>이 의심과 확신 사이의 긴장감이 꽤나 컸는데 그 과정에서 보여준 인간적인 갈등과 심리 드라마가 강한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하얼빈> 역시 안중근의 인류애적인 신념과 독립에의 욕망 사이에서 주위의 질타와 시기 그리고 믿음을 받으면서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로 그려져 있어서 인간 안중근 이상의 사회인과 국민 안중근의 면모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조금 건조하고 철학적인 측면도 있고요. 전투 장면이 없는 건 아...
무파사: 라이온 킹 감독 배리 젠킨스 출연 아론 피에르, 켈빈 해리슨 주니어, 존 카니, 세스 로건, 빌리 아이크너, 도날드 글로버, 매즈 미켈슨, 탠디 뉴튼, 블루 아이비 카터, 비욘세 개봉 2024.12.18. <라이온킹>이 실사화를 거쳐 스핀 오프와 프리퀄로 돌아온 <무파사:라이온킹>입니다. 사실 프리퀄이 기다려지진 않았는데 뭐 궁금하지 않았다는 게 맞는 얘기겠죠. 뛰어난 기술력에 비해 인간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던 실사 아닌 실사 버전의 대대적인 성공 이후 프리퀄까지 손을 뻗은 이유는 무파사와 스카라는 두 캐릭터의 과거는 새삼 궁금할 여지가 있었단 것이죠. 그들의 상황이 벌어진 이유와 반목이 생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작품인데 몰라도 상관없지만 은근히 아시아의 역사를 끌어온 것처럼 흥미로운 구석이 많았습니다. 새롭진 않아도 이렇게도 소화하고 있구나 싶은 그런 매력 말이죠. 영화 속 화자는 원숭이 라피키로 심바의 딸에게 무파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티몬과 품바가 추임새를 넣는 방식인데 그리 효과적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영화 전개를 번번이 가로막는 느낌이 들기도 한데 과거와 현재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기 때문이죠. 대신 영화는 무파사의 아주 어릴 적으로 돌아가 왕의 지위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을 로드 무비 스타일로 그려내는데 초원에 그쳤던 전작의 배경을 초반엔 물로, 후반엔 눈으로 그리면서 다변화를...
시빌 워: 분열의 시대 감독 알렉스 가랜드 출연 커스틴 던스트, 케일리 스패니, 와그너 모라, 스티븐 헨더슨, 제시 플레먼스, 닉 오퍼맨 개봉 2024.12.31. 주로 SF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냈었던 알렉스 가랜드의 <시빌워:분열의시대>는 이른바 낚시 영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혼돈의 국내 정치 상황과도 맞닿아 있는 설정은 미국 내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이고 제목부터 부제까지 모두 내전이라는 키워드에 맞춰진 작품이기 때문이죠. 무척 불친절하고 일반적인 서사 구조를 따르지 않는 내전 로드 무비인데 반대로 묵직한 한방을 날려주는 작품입니다. 전쟁 영화라고 보긴 어렵고 언론의 시선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보니 받아들이는 관객에 따라 관람 평가도 무척 다를 것으로 보이네요. 일단 디스토피아 배경이 마치 <28일후> 같으니 흥미롭네요. 내전은 이미 시작된 채로 영화는 시작되고 그 이유도 불분명합니다. 일부 서부 지역과 국가와의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을 인터뷰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기자들이 뉴욕에서 워싱턴까지 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인데요. 사실 여정 동안 다양한 에피소드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생존을 위한 상황들이 벌어지는가 싶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베테랑 여기자와 기자가 꿈인 사회 초년생 정도의 신입 기자라 할 카메라를 든 두 인물을 통해 분열과 내전을 바라보는 시선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담기게 되죠. 그 과정에서 인간...
더 크로우 감독 루퍼트 샌더스 출연 빌 스카스가드, 에프케이에이 트위그스 개봉 2024.12.11. <더크로우>의 원작 만화를 모르지만 94년 브랜든 리의 <크로우>는 다크 히어로에다 세기말적인 분위기 그리고 MTV적 감성을 지닌 영화였습니다. DC의 <슈퍼맨>과 <배트맨> 시리즈를 제외하면 마블조차 주목받지 못하던 시절에 메인 스튜디오에서 제작되어 성공을 거둔 뒤 부가 시장에서도 소소하게 속편이 공개되었던 작품이었고요. 저의 뇌리엔 브랜든 리의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던 지라 이번 <더크로우>는 적잖이 당황스러운 구석도 있었고 나름 차별화하려 했던 지점은 알겠지만 대체로 매력을 찾기 힘든 묘한 작품이었네요. 특히 크로우 시리즈가 맞나 싶은 그런 느낌? 생각보다 두 연인의 이야기와 러브스토리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본격적인 복수 행동이 등장하는 건 영화가 꽤 지나서입니다. 두 사람의 서사와 함께 사랑이 중요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아마도 제목을 제외하고 본다면 대체 내가 무슨 영화를 보고 있나 싶은 느낌도 들더군요. 94년 버전을 본 지가 꽤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짧게 보여주고 곧장 부활하는 과정을 거친 전작과 비교하면 구구절절 설명이 많은 편이네요. 왜 부활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관객을 납득시켜야 한다는 생각이었는지 세계관이 그리 궁금하지 않았음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합니다. 어쩔 수 ...
X를 담아, 당신에게 감독 테아 샤록 출연 올리비아 콜맨, 제시 버클리 개봉 2024.12.11. 1차 대전 이후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X를담아,당신에게>는 제목을 적절하게 지은 것 같습니다. 사실 검색하긴 까다로운 제목인데 영화를 보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제목이랄까요? 영국 영화이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올리비아 콜맨과 제시 버클리 그리고 티모시 스폴이 출연합니다. 당시 여성의 인권이란 워낙 바닥이어서 조선 시대를 보는 느낌마저 드는 여러 가지 가부장적인 풍경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런 가운데 억압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나 보수적인 종교 생활과 독신으로 살아가는 "이디스"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의 편지가 꾸준히 도착하게 됩니다. 이 욕설 편지의 주인공을 찾는 것이 영화의 큰 줄기이고 그와 반대되는 여성으로 입에 욕을 달고 사는 활기찬 여성 "로즈"가 이웃에 살면서 사건이 벌어지게 되죠. 극단에 선 두 여성의 상황은 사회가 바라는 여성상과 그 반대의 여성상이 부딪히면서 이를 바라보는 사회와 가정 그리고 경찰관이란 공무원의 시선까지 꽤나 씁쓸하게 다가오는 블랙 코미디로서의 기능이 큽니다. 특히나 연극 같은 세트나 인물 구성 그리고 특유의 영국 악센트가 뒤섞여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네요. 기본적으로 진범은 누구인가 하는 의문점을 따라가도 흥미롭습니다. 여기에 당시 사회상을 비판하는 의식이 뚜렷하고 여성 연대의 느낌을 주는 작...
1승 감독 신연식 출연 송강호, 박정민, 박명훈, 장윤주, 이민지 개봉 2024.12.04. 이건 선수와 감독 그리고 구단주와의 전쟁인 건가? 종목이 다른 한국판 <메이저리그>가 될 거라 섣불리 예측했는데 일부는 맞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전혀 다른 스타일의 얘기네요. 중위권 팀에서 에이스가 빠져나간 여자배구단이 매각설에 휘말리고 제벌 3세쯤 되는 인물이 덜컥 구단을 사서 1승을 하라고 제안을 합니다. 뭐 <메이저리그>와 거의 같은 설정이지만 당최 알 수 없는 속마음의 구단주는 이 영화의 핵심이 되어 버렸네요. 의욕이 거의 사라진 삼류 감독과 경기조차 뛰지 못했던 다수의 선수들이 그 1승을 향해 가는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의 전개를 따릅니다. 일단 배구하는 종목은 핸드볼만큼이나 귀한 시도라서 반가움이 있습니다. 스포츠 영화에 흔히 등장하지 않은 종목인 탓에 유명 선수 출신 감독과 카메오들이 즐비한 이 영화는 다른 스포츠 영화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보통 감독이 주연인 작품에서도 중심 선수가 있고 백그라운드와 더불어 서사를 부여하기 마련인데 개별 캐릭터에 성격은 주어졌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거의 최소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과거 이야기에서 끌어올린 승리의 기쁨은 신파로 귀결되지 않기 때문에 무척 심플하고 간결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감독인 송강호 배우는 몰라도 구단주부터 선수 하나까지 그냥 쿨함 그 자체네요. 배구라는 종목이 주는 박진감...
서브스턴스 감독 코랄리 파르쟈 출연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 데니스 퀘이드 개봉 2024.12.11. 몰랐지만 코랄리 파르쟈 감독의 <리벤지>를 봤던 기억이 났네요. 그 작품도 강렬해서 한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장르적으로 굉장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서브스턴스>에 비하면 순한 양이었습니다. 여성 감독이기에 이토록 신랄하고 강렬하게 밀어 부칠 수 있었나 싶기도 하네요. 아카데미 여배우에서 이젠 퇴물 취급을 받는 톱스타 역에 데미 무어를 선택한 것은 <레슬러>의 미키 루크만큼이나 대단한 캐스팅입니다. 그녀 역시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고 특히나 육체적 아름다움을 매력으로 삼은 배우이기도 했으니 말이죠. 그래서 그녀의 연기가 더욱 무시무시하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네, 크로넨버그도 울고 갈 타협 없이 극단으로 몰고 가는 카메라에 아연실색할 관객이 많을 겁니다. 또 다른 젊은 나를 잉태하는 구간의 표현력과 일주일 씩 살아가는 설정부터 엔딩의 굉장한 파티까지 뭔가 고심하고 주춤하는 순간이 단 한순간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가 불편한 것은 이제껏 스크린으로 묘사하기 꺼려진 것들의 총집합이면서 상상만 해도 싫은 순간들을 과감하게 카메라를 들이대기 때문이죠. 여기엔 극단적인 클로즈업이 꾸준히 등장하니 관객들에게 눈을 돌리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크로넨버그의 영화들이 기괴함을 담고 있었지만 선혈이 낭자한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는데 <서...
모아나 2 감독 데이비드 G. 데릭 주니어. 출연 아우이 크라발호, 드웨인 존슨 개봉 2024.11.27. 북미에선 2016년에 개봉했던 <모아나>의 8년 만의 속편입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 등 다양하게 PC 이슈가 대두되고 있는 디즈니 영화 세상에서 <모아나2> 같은 작품은 이슈 없이 비교적 근사하게 만들어진 작품이었죠.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었으니 <아바타2> 대비 빨랐고 <도리를찾아서>보다 한 해 늦은 개봉이기도 했습니다. 시대와 문명이 아니라 바다와 판타지적인 구성을 가진 데다 여성 캐릭터가 매력이 있었고 또한 마무이 캐릭터는 드웨인 존슨과 찰떡궁합을 보여주면서 인기를 끌었는데 사실 굉장한 애니가 많은 시절이라 국내에선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속편이야 만들려면 못 만들 이유가 없지만 전편이 그 나름대로 완결성을 띤 작품이었기에 이번 속편은 어떻게 이어갈까 싶었는데 사실 전편의 서사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 선조들의 뜻을 받들고 부족민 외의 인간의 존재를 찾아 나서는 이유가 그리 확 와닿지 않는다는 점이 뭔가 절박했던 전편의 이유와는 결이 달랐네요. 결국 떠나기 위한 구실 아닌 구실처럼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강한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 첫 여정이 주는 신선함과 불안감 등등의 요소가 있었다면 다시 떠나는 여정엔 긴장감이나 희망 같은 것이 부재하다는 인상이네요. 툭탁대던 마무이와 모아나의 ...
소방관 감독 곽경택 출연 주원, 곽도원, 유재명, 이유영, 김민재, 오대환, 이준혁, 장영남 개봉 2024.12.04. 결말이 예정된 실사 소재의 영화인데다 특수 직업이라 할 수 있는 소방관의 삶을 다룬 <소방관>입니다. 독이 든 성배와 같은 소재를 영화화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인데 더 이상 새롭기 어려운 화마와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풀어내고 숭고한 희생을 그리는 터라 진지하고도 사실적인 측면을 부각하려는 노력도 뒤따라야 하는 무척 어려운 작업일 겁니다. 더구나 기술적인 부분과 안전이 직결된 부분인데다 시대적 고증까지 겹쳐져서 지금 영화 시장에선 섣불리 시도하기 꺼려지는 많은 부분을 떠안고 있는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소방관 스토리가 선뜻 내키지 않는 것은 감동적일 순 있지만 보통 누군가의 죽음이 동반된다는 점입니다. <분노의역류>나 <온리더브레이브> 같은 작품이 영화적인 것과 실화 바탕의 이야기 그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들인데 <소방관>은 <온리더브레이브>에 더 가깝습니다. 여러 캐릭터의 가정사와 과거 등이 그려지고 인물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등 소방관이란 직업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비추면서 꽤나 공익적인 기능에선 상당 부분 많은 점수를 획득합니다. 무겁지 않게 2001년 시절의 소방관에 대한 처우와 함께 정말 옛날처럼 느껴지는 국민들의 의식 또한 상기시키더군요. 제법 많은...
대가족 감독 양우석 출연 김윤석, 이승기, 김성령, 강한나, 박수영, 김시우, 윤채나, 심희섭, 길해연, 이순재 개봉 2024.12.11. <과속스캔들>이나 <수상한그녀>처럼 가족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들이 큰 성공을 거뒀던 시절이 15년 전부터였네요. <대가족>의 예고편만 보면 <과속스캔들>의 변형처럼 보였습니다. 거기에 조금 변형을 가한 이 영화는 주인공의 한 축을 출가한 아들이 되고 대를 잇기 위한 꼬장꼬장한 아버지로 설정하면서 코미디가 조금 더 녹여든 영화로 예상했는데 이 작품은 <수상한그녀>에 더 가까운 작품이었네요. 드러난 설정보다 조금 더 확장하고 난장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 영화로 한국 영화 가족 코미디의 최전성기 시절을 소환하며 떠올리게 하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조금은 어깨를 풀고 온 양우석 감독이 어쩌면 지금은 올드하고 뻔해 보이기도 하는 <대가족> 같은 작품을 선택한 건 의외로 보이기까지 하네요. 초반은 인물 간의 구도와 설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코미디의 색이 짙고 정말 <과속스캔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 작품은 상황이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코미디 영화는 아니어서 오히려 후반부를 위한 빌드업이라 하겠네요. 영화의 코믹함은 주로 김윤석 배우가 맡아서 <완득이>나 <거북이달린다>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 코믹 연기를 선사하니 뭔가 반가움이랄까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묘하게 즐거웠네요. 여...
아들들 감독 구스타브 몰러 출연 시드 바벳 크누센, 세바스찬 불 사르닝, 다 살림 개봉 2024.12.04. <더길티>를 보고서 너무 좋아 단독 개봉을 진행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어느덧 5년이란 시간이 흘렀군요. 북유럽 영화들이 은근히 범죄 스릴러 영화들이 좋은 작품이 많아 리메이크 사례도 많았는데 구스타브 몰러 감독이 <더길티>에 이어 <아들들>이란 작품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사실 <더길티>가 장르 영화에 몸을 실었지만 도덕적인 딜레마에 빠진 인물의 이야기를 경찰이란 직업과 범죄 현장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인물을 그것도 한정된 공간 안으로 밀어 넣은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 이번 <아들들>은 자신의 아들을 죽은 살인자가 근무하는 교도소로 수감되면서 벌어지는 교도관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상황이 다를 뿐, <더길티>의 연장선상의 작품으로 봐도 무방하겠네요. 조금은 가벼운 범죄자들의 수감 생활을 관리하는 교도관 "에바"는 마치 엄마처럼 재소자들에게 아침 안부 인사를 건네는 인물이지만 이감되는 인물 중 자신의 아들 살인자를 보고선 결심하게 됩니다. 그가 수감 중인 중범죄 수감동으로 이동 요청하게 된 것이죠. 상당 부분 심리 스릴러처럼 진행되는 듯한 이 작품은 교도관과 재소자 신분으로 만난 철천지원수와의 관계를 마냥 스릴러로 놔두진 않습니다. 정말 찌질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소소한 것부터 괴롭히기 시작하는 "에바"의 행동은 점...
위키드 감독 존 추 출연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 조나단 베일리, 에단 슬레이터, 양자경, 제프 골드브럼 개봉 2024.11.20. 23년 전에 첫 뮤지컬로 탄생했다는 <위키드>는 이름 정도만 아는 뮤지컬 문외한인 저는 뮤지컬 영화도 그리 즐기지 않고 대부분 감상평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저 좋아하지 않는다에 머물지 않고 적극 싫어한다에 가까웠어요. 뮤지컬 넘버가 귀에 익숙한 <물랑루즈>와 <맘마미아!>가 인생 뮤지컬이고 <레미제라블>과 <오페라의유령>이 가장 싫어하는 작품들 속에 끼어 있습니다. 디즈니 애니처럼 자연스레 노래하는 장면이 녹아든 작품이라면 모를까, 초반부터 영화의 톤을 살짝 거스르는 노래가 등장하면 어김없이 몰입을 할 수 없는 병 같은 게 있었나 봐요. 특히나 뮤지컬이 원작인 뮤지컬 영화들은 더욱 그러하고요. 그래서 <인더하이츠>나 <웨스트사이드스토리>는 별로였고 <디어에반핸슨>은 괜찮았습니다. 취향도 참 요상하셔라... <위키드>는 보기 전부터 잘 되거라는 확신은 있었으나 제가 좋아할 거란 기대는 사실 없었어요. 예고편만 봐도 판타지 영화인데다 여성 서사이고 팬들의 반응을 봐도 일부 넘버들이 꽤나 잘 알려져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웡카>처럼 색감이 이쁜 작품이기도 해서 관심을 끌기엔 충분하다 싶었습니다. 초반은 정말 <퀸카로살아남는법> 같은 영화처럼 흔한 하이틴 무비의 기숙사 생활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인상으...
히든페이스 감독 김대우 출연 송승헌, 조여정, 박지현, 박지영, 박성근 개봉 2024.11.20. 욕망과 계급이라는 이야기를 김대우 감독이 아주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았지만 <음란서생>이나 <방자전> 그리고 <인간중독>까지 계급은 여러 가지 갈등과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히든페이스> 역시 이런 계급과 욕망의 상관관계를 도덕적인 딜레마와 함께 스릴러로서 매끈하게 만든 작품이었네요. 2011년 콜롬비아 영화를 리메이크한 <히든페이스>는 리메이크의 사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여지가 많았던 작품이었고 꽤나 흥미로운 구석도 많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꽤나 눈에 띄어서인지 미래에까지 꾸준히 회자되거나 기억될까 하는 의구심은 있네요. 영화는 거의 3명의 인물에다 한 명 정도 추가한, 4명의 인물이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작품입니다. 결혼을 앞둔 부유한 첼리스트와 자수성가한 지휘자의 삶에 뛰어든 위험한 선택이 욕망을 비틀고 쥐어짜면서 도덕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해서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네요. 영화 속에선 지켜보는 자가 역으로 사건을 장악한 자가 아니라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으로 묘사한 특이한 매력이 있는데 음과 양, 어둠과 빛의 양면성을 벽과 벽 사이의 인물로 대비시키며 두 상황 모두를 지켜보는 관객에게 도덕적인 우월 지위를 부여하는 느낌도 들었네요. 영화 초반은 다소 처지는 느낌이 강하고 시...
사흘 감독 현문섭 출연 박신양, 이민기, 이레 개봉 2024.11.14. <검은사제들>은 배경이 한국이란 것 외엔 온전히 서구식 오컬트 영화였고 <파묘>는 전후반을 나눠 한국과 서구식 스타일을 병합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흘>은 신부와 구마 의식이 등장하는데 여기에 한국의 전통적인 장례의식이 합쳐지는 작품처럼 보였습니다. 영화 속에서 장례를 1일차, 2일차, 3일차로 나눠 보여주는 등 상당 부분 장례식장과 시체안치소에서 영화가 진행되기도 하고요. 예고편만 봤을 땐 묘하게 동서양의 감각이 잘 혼합된 오컬트 영화가 되겠다 싶었는데 확실히 섞이긴 했지만 이상한 부분에서 결합되어 묘한 영화가 되어 버렸네요. 딸의 심장이식 수술을 맡은 흉부외과 전문의에게 다가온 딸의 죽음과 장례 절차에 따른 그의 심경 변화가 주된 이야기의 축을 이루고 있는데요. 다소 기괴한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무서운 부류의 호러 영화로 보긴 어렵습니다. 악마가 깃들며 숨져버린 딸을 보내지 못하는 아버지와 완전히 악마를 제거하려는 구마 사제 사이의 갈등과 그들의 과거들이 꾸준히 소환되는 방식의 전개인데 이게 너무 잦고 또 극의 전개를 해치는 결과는 보입니다. 딸과의 여러 차례 대화는 수시로 플래시백 형태로 등장하는데 때론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들이 등장하고 감정선을 망가뜨리더군요. 이성의 끈을 가지고 있으나 과거로 인해 고통받는 구마 사제 캐릭터는 카리스마나 당위성 같은 게...
글래디에이터 Ⅱ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폴 메스칼, 페드로 파스칼, 덴젤 워싱턴, 코니 닐슨, 조셉 퀸, 프레드 헤킨저 개봉 2024.11.13. 24년 만에 등장한 속편. 프리퀄이나 스핀 오프도 아닌 정식 시퀄인 <글래디에이터2>는 목숨을 다한 막시무스 이야기의 다음을 그대로 돌파합니다. 스토리 전개상 원래 주인공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한데 일단 억지 설정의 속편보다는 훨씬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으로 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제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나은데 반대로 전편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 아니냐 하면 그 역시 부인하긴 힘들기도 하네요. 그대로 마치 복제품 같았던 <스타워즈:깨어난포스> 정도는 아닙니다. 대규모 제작비로 인해 자주 만들어지지 못하는 메이저 스튜디오의 에픽 시대극을 오랜만에 만난다는 반가움도 있네요. 칼이 주인공인 듯 메스칼, 파스칼이란 두 배우를 기용하고 동생의 페르소나였고 <아메리칸갱스터>에선 러셀 크로우의 연기 파트너였던 덴젤 워싱턴을 소환한 리들리 스콧의 야심은 여러 곳에서 드러납니다. 사실 그가 직접 속편을 연출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전편에서 16년이 흐른 시간적 배경에 로마는 여전히 부패한 상황이 되고 곳곳에서 야심을 드러내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크게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착착 진행되는데 조금 심심하기도 하고 너무 전...
아노라 감독 션 베이커 출연 미키 매디슨, 마크 아이델슈테인, 유리 보리소프, 카렌 카라굴리안, 바체 토브마시얀 개봉 2024.11.06. 이제 보면 <플로리다프로젝트> 같은 작품이 별종이었던 셈이지만 끊임없이 여성이 주인공이고 사회의 아웃사이더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션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완전히 다른 영화처럼 보였습니다. 러시아 재벌 2세와 급격히 사랑에 빠진 스트리퍼 애니의 이야기가 거의 전반부를 채우는데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 같았지만, 신데렐라가 신데렐라일 수 있는 건 왕자가 정상적일 때나 가능한 일이니 기본적인 얼개는 흔한 막장드라마의 전개를 따르고 있어서 익숙한 듯 쉽고 빠져 보는 맛이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 속 애니는 마치 <플로리다프로젝트>의 무니 엄마의 어릴 적 모습처럼 보입니다. 영화 속에선 잠시 디즈니월드로 거론되면서 신혼여행지로 희망한다는 대사도 등장하고요. 어둠 속의 댄서지만 지쳐있거나 권태스런 일상보다 오히려 영업도 활발히 하는 그녀의 모습은 보통의 샐러리맨과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김종국이 보면 놀랄 러시아산 흥청이의 등장은 일견 순수해 보이는 사랑까지도 확대되면서 성공 확률이 거의 없는 속전속결 깜짝 결혼을 하게 되고 시부모가 될 사람들의 반대가 시작되면서 영화는 마치 새로운 막을 올리는 듯 보이네요. 전반부는 마치 <우리방금결혼했어요>와 같은 이야기에 후반부는 <아리조나유괴...
레드 원 감독 제이크 캐스단 출연 드웨인 존슨, 크리스 에반스, 루시 리우, J.K. 시몬스, 크리스토퍼 히뷰, 키에넌 시프카, 보니 헌트 개봉 2024.11.06. 얼마 전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 음반이 30주년을 맞았으며 이미 그녀가 연말 공연에 돌입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레드원> 같은 소재의 영화가 지금 개봉하는 것이 이상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레드원>은 그리 지루하진 않았지만 뭔가 의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네요. 영화는 온갖 순진한 척은 다 하는데 이 영화의 기획의도는 무척 영악하다는 생각이 들긴 때문이죠. 크게 보면 나쁜 아이에 대해 사적 제재를 하려는 반 산타클로스 진영의 배송 가로채기라 할 수 있겠는데 모르긴 몰라도 쿠팡에선 이 영화를 좋아할 것만 같습니다. 이건 순수하게 워너가 <쥬만지> 같은 작품을 원해서 만들어진 프로젝트처럼 보입니다. 제이크 캐스단 감독과 드웨인 존슨의 의기투합에 워너가 오케이 사인을 해준 건지도 모르고요. 게임을 동화나 판타지로 대체하여 사라진 산타를 구하고 아이들의 희망을 이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산타를 다른 현실의 인물로 바꿔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구성입니다. 견실한 요원과 허허실실 사기꾼 같은 인물의 합류로 티격태격 사건 해결을 위한 과정들이 그려지는데 사실 긴장감이나 액션에서 비롯된 박진감 같은 건 전혀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밍밍한 맛이 납니다. 그러나 판은 확실히 벌이는 것 같...
여러 영화음악가의 다큐멘터리가 공개되었는데 존 윌리엄스 다큐멘터리가 디즈니와 스필버그 그리고 루카스 필름의 든든한 지원 아래 공개되었습니다. 사실 다큐멘터리로 본다면 평이한 영화이고 별다른 야심이나 시도가 보이지 않는 평범한 작품이라 다소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는데 그냥 절정의 영화음악으로 두드려 패는 통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흔이 넘은 연세에도 아직 현역을 유지하고 있어서 지금 최신의 인터뷰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니 영화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자료가 될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아주 단순하게 전개되지만 중요 작품을 두루 훑으며 가서 아쉬움은 없었네요. 음악가의 집안에서 시작해 마치 엔니오 모리꼬네처럼 영화음악과 오케스트라 혹은 클래식의 반발 속에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는 그의 모습이 짠했습니다. 스필버그의 희망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가 <죠스>로 시작되어 조지 루카스에게 소개해 주면서 <스타워즈>로 번지며 두 감독이자 제작자의 합작품인 <인디아나존스>로 이어지는 과정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걸 스필버그와 루카스 본인이 여러 차례 등판해 당시를 회고하니 뭐 이런 진귀한 광경이 있나 싶네요. 영화는 꾸준하게 스필버그와의 작업 과정이 거의 시간 순서대로 그리고 있습니다. <E.T>와 <쉰들러리스트>, <쥬라기공원>, <라이언일병구하기>와 <뮌헨> 등의 작업과 더불어 <슈퍼맨>, <나홀로집에>나 <JFK>, <7...
아마존 활명수 감독 김창주 출연 류승룡, 진선규, 이고르 페드로소, 루안 브룸, J.B. 올리베이라, 염혜란, 고경표 개봉 2024.10.30. 개인적으론 <아마존활명수>에 대한 기대가 큰 편이었는데요. 본격 코미디 영화도 드문 편이고 콘셉트도 확실한 작품이라 비록 말장난처럼 시작된 프로젝트처럼 보이긴 해도 뭔가 되겠다 싶었네요. 배우들도 코미디 방면에선 든든하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영화가 떠오르는 이 작품은 <부시맨>으로 시작해서 <비지터>와 더불어 <반칙왕>과 <국가대표> 같은 작품까지 두루 생각나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어느 하나 제대로 성취해 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네요. 영화의 첫 장면을 보고선 이 영화의 코미디 톤을 알아버리고 말았으니 그 우려는 영화 끝까지 이어집니다. <부시맨>과 확실히 다른 점은 아마존 정글에서 온 세 명의 부족민이 웃음의 포인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들이 자연스레 유발하는 웃음이 아니라 그들을 보고 돌보면서 겪게 되는 한국 전 양궁 선수이자 만년 과장인 현 직장인의 리액션으로 웃음을 유발하기 때문에 웃음의 주체와 객체가 사뭇 다르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 웃음을 유발해야 할 아마존 양궁선수를 보면서 관객들이 웃게 되면 그에 따른 리액션을 보이는 류승룡, 진선규 배우의 연기에도 공감되고 감정이입하면서 리액션 연기가 더 폭발적으로 웃음이 커지게 되는데 관객과 주인공의 리액션의 괴리감이 코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