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 감독 구스타브 몰러 출연 시드 바벳 크누센, 세바스찬 불 사르닝, 다 살림 개봉 2024.12.04. <더길티>를 보고서 너무 좋아 단독 개봉을 진행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어느덧 5년이란 시간이 흘렀군요. 북유럽 영화들이 은근히 범죄 스릴러 영화들이 좋은 작품이 많아 리메이크 사례도 많았는데 구스타브 몰러 감독이 <더길티>에 이어 <아들들>이란 작품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사실 <더길티>가 장르 영화에 몸을 실었지만 도덕적인 딜레마에 빠진 인물의 이야기를 경찰이란 직업과 범죄 현장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인물을 그것도 한정된 공간 안으로 밀어 넣은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 이번 <아들들>은 자신의 아들을 죽은 살인자가 근무하는 교도소로 수감되면서 벌어지는 교도관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상황이 다를 뿐, <더길티>의 연장선상의 작품으로 봐도 무방하겠네요. 조금은 가벼운 범죄자들의 수감 생활을 관리하는 교도관 "에바"는 마치 엄마처럼 재소자들에게 아침 안부 인사를 건네는 인물이지만 이감되는 인물 중 자신의 아들 살인자를 보고선 결심하게 됩니다. 그가 수감 중인 중범죄 수감동으로 이동 요청하게 된 것이죠. 상당 부분 심리 스릴러처럼 진행되는 듯한 이 작품은 교도관과 재소자 신분으로 만난 철천지원수와의 관계를 마냥 스릴러로 놔두진 않습니다. 정말 찌질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소소한 것부터 괴롭히기 시작하는 "에바"의 행동은 점...
위키드 감독 존 추 출연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 조나단 베일리, 에단 슬레이터, 양자경, 제프 골드브럼 개봉 2024.11.20. 23년 전에 첫 뮤지컬로 탄생했다는 <위키드>는 이름 정도만 아는 뮤지컬 문외한인 저는 뮤지컬 영화도 그리 즐기지 않고 대부분 감상평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저 좋아하지 않는다에 머물지 않고 적극 싫어한다에 가까웠어요. 뮤지컬 넘버가 귀에 익숙한 <물랑루즈>와 <맘마미아!>가 인생 뮤지컬이고 <레미제라블>과 <오페라의유령>이 가장 싫어하는 작품들 속에 끼어 있습니다. 디즈니 애니처럼 자연스레 노래하는 장면이 녹아든 작품이라면 모를까, 초반부터 영화의 톤을 살짝 거스르는 노래가 등장하면 어김없이 몰입을 할 수 없는 병 같은 게 있었나 봐요. 특히나 뮤지컬이 원작인 뮤지컬 영화들은 더욱 그러하고요. 그래서 <인더하이츠>나 <웨스트사이드스토리>는 별로였고 <디어에반핸슨>은 괜찮았습니다. 취향도 참 요상하셔라... <위키드>는 보기 전부터 잘 되거라는 확신은 있었으나 제가 좋아할 거란 기대는 사실 없었어요. 예고편만 봐도 판타지 영화인데다 여성 서사이고 팬들의 반응을 봐도 일부 넘버들이 꽤나 잘 알려져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웡카>처럼 색감이 이쁜 작품이기도 해서 관심을 끌기엔 충분하다 싶었습니다. 초반은 정말 <퀸카로살아남는법> 같은 영화처럼 흔한 하이틴 무비의 기숙사 생활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인상으...
히든페이스 감독 김대우 출연 송승헌, 조여정, 박지현, 박지영, 박성근 개봉 2024.11.20. 욕망과 계급이라는 이야기를 김대우 감독이 아주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았지만 <음란서생>이나 <방자전> 그리고 <인간중독>까지 계급은 여러 가지 갈등과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히든페이스> 역시 이런 계급과 욕망의 상관관계를 도덕적인 딜레마와 함께 스릴러로서 매끈하게 만든 작품이었네요. 2011년 콜롬비아 영화를 리메이크한 <히든페이스>는 리메이크의 사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여지가 많았던 작품이었고 꽤나 흥미로운 구석도 많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꽤나 눈에 띄어서인지 미래에까지 꾸준히 회자되거나 기억될까 하는 의구심은 있네요. 영화는 거의 3명의 인물에다 한 명 정도 추가한, 4명의 인물이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작품입니다. 결혼을 앞둔 부유한 첼리스트와 자수성가한 지휘자의 삶에 뛰어든 위험한 선택이 욕망을 비틀고 쥐어짜면서 도덕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해서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네요. 영화 속에선 지켜보는 자가 역으로 사건을 장악한 자가 아니라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으로 묘사한 특이한 매력이 있는데 음과 양, 어둠과 빛의 양면성을 벽과 벽 사이의 인물로 대비시키며 두 상황 모두를 지켜보는 관객에게 도덕적인 우월 지위를 부여하는 느낌도 들었네요. 영화 초반은 다소 처지는 느낌이 강하고 시...
사흘 감독 현문섭 출연 박신양, 이민기, 이레 개봉 2024.11.14. <검은사제들>은 배경이 한국이란 것 외엔 온전히 서구식 오컬트 영화였고 <파묘>는 전후반을 나눠 한국과 서구식 스타일을 병합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흘>은 신부와 구마 의식이 등장하는데 여기에 한국의 전통적인 장례의식이 합쳐지는 작품처럼 보였습니다. 영화 속에서 장례를 1일차, 2일차, 3일차로 나눠 보여주는 등 상당 부분 장례식장과 시체안치소에서 영화가 진행되기도 하고요. 예고편만 봤을 땐 묘하게 동서양의 감각이 잘 혼합된 오컬트 영화가 되겠다 싶었는데 확실히 섞이긴 했지만 이상한 부분에서 결합되어 묘한 영화가 되어 버렸네요. 딸의 심장이식 수술을 맡은 흉부외과 전문의에게 다가온 딸의 죽음과 장례 절차에 따른 그의 심경 변화가 주된 이야기의 축을 이루고 있는데요. 다소 기괴한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무서운 부류의 호러 영화로 보긴 어렵습니다. 악마가 깃들며 숨져버린 딸을 보내지 못하는 아버지와 완전히 악마를 제거하려는 구마 사제 사이의 갈등과 그들의 과거들이 꾸준히 소환되는 방식의 전개인데 이게 너무 잦고 또 극의 전개를 해치는 결과는 보입니다. 딸과의 여러 차례 대화는 수시로 플래시백 형태로 등장하는데 때론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들이 등장하고 감정선을 망가뜨리더군요. 이성의 끈을 가지고 있으나 과거로 인해 고통받는 구마 사제 캐릭터는 카리스마나 당위성 같은 게...
글래디에이터 Ⅱ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폴 메스칼, 페드로 파스칼, 덴젤 워싱턴, 코니 닐슨, 조셉 퀸, 프레드 헤킨저 개봉 2024.11.13. 24년 만에 등장한 속편. 프리퀄이나 스핀 오프도 아닌 정식 시퀄인 <글래디에이터2>는 목숨을 다한 막시무스 이야기의 다음을 그대로 돌파합니다. 스토리 전개상 원래 주인공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한데 일단 억지 설정의 속편보다는 훨씬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으로 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제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나은데 반대로 전편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 아니냐 하면 그 역시 부인하긴 힘들기도 하네요. 그대로 마치 복제품 같았던 <스타워즈:깨어난포스> 정도는 아닙니다. 대규모 제작비로 인해 자주 만들어지지 못하는 메이저 스튜디오의 에픽 시대극을 오랜만에 만난다는 반가움도 있네요. 칼이 주인공인 듯 메스칼, 파스칼이란 두 배우를 기용하고 동생의 페르소나였고 <아메리칸갱스터>에선 러셀 크로우의 연기 파트너였던 덴젤 워싱턴을 소환한 리들리 스콧의 야심은 여러 곳에서 드러납니다. 사실 그가 직접 속편을 연출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전편에서 16년이 흐른 시간적 배경에 로마는 여전히 부패한 상황이 되고 곳곳에서 야심을 드러내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크게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착착 진행되는데 조금 심심하기도 하고 너무 전...
아노라 감독 션 베이커 출연 미키 매디슨, 마크 아이델슈테인, 유리 보리소프, 카렌 카라굴리안, 바체 토브마시얀 개봉 2024.11.06. 이제 보면 <플로리다프로젝트> 같은 작품이 별종이었던 셈이지만 끊임없이 여성이 주인공이고 사회의 아웃사이더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션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완전히 다른 영화처럼 보였습니다. 러시아 재벌 2세와 급격히 사랑에 빠진 스트리퍼 애니의 이야기가 거의 전반부를 채우는데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 같았지만, 신데렐라가 신데렐라일 수 있는 건 왕자가 정상적일 때나 가능한 일이니 기본적인 얼개는 흔한 막장드라마의 전개를 따르고 있어서 익숙한 듯 쉽고 빠져 보는 맛이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 속 애니는 마치 <플로리다프로젝트>의 무니 엄마의 어릴 적 모습처럼 보입니다. 영화 속에선 잠시 디즈니월드로 거론되면서 신혼여행지로 희망한다는 대사도 등장하고요. 어둠 속의 댄서지만 지쳐있거나 권태스런 일상보다 오히려 영업도 활발히 하는 그녀의 모습은 보통의 샐러리맨과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김종국이 보면 놀랄 러시아산 흥청이의 등장은 일견 순수해 보이는 사랑까지도 확대되면서 성공 확률이 거의 없는 속전속결 깜짝 결혼을 하게 되고 시부모가 될 사람들의 반대가 시작되면서 영화는 마치 새로운 막을 올리는 듯 보이네요. 전반부는 마치 <우리방금결혼했어요>와 같은 이야기에 후반부는 <아리조나유괴...
레드 원 감독 제이크 캐스단 출연 드웨인 존슨, 크리스 에반스, 루시 리우, J.K. 시몬스, 크리스토퍼 히뷰, 키에넌 시프카, 보니 헌트 개봉 2024.11.06. 얼마 전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 음반이 30주년을 맞았으며 이미 그녀가 연말 공연에 돌입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레드원> 같은 소재의 영화가 지금 개봉하는 것이 이상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레드원>은 그리 지루하진 않았지만 뭔가 의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네요. 영화는 온갖 순진한 척은 다 하는데 이 영화의 기획의도는 무척 영악하다는 생각이 들긴 때문이죠. 크게 보면 나쁜 아이에 대해 사적 제재를 하려는 반 산타클로스 진영의 배송 가로채기라 할 수 있겠는데 모르긴 몰라도 쿠팡에선 이 영화를 좋아할 것만 같습니다. 이건 순수하게 워너가 <쥬만지> 같은 작품을 원해서 만들어진 프로젝트처럼 보입니다. 제이크 캐스단 감독과 드웨인 존슨의 의기투합에 워너가 오케이 사인을 해준 건지도 모르고요. 게임을 동화나 판타지로 대체하여 사라진 산타를 구하고 아이들의 희망을 이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산타를 다른 현실의 인물로 바꿔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구성입니다. 견실한 요원과 허허실실 사기꾼 같은 인물의 합류로 티격태격 사건 해결을 위한 과정들이 그려지는데 사실 긴장감이나 액션에서 비롯된 박진감 같은 건 전혀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밍밍한 맛이 납니다. 그러나 판은 확실히 벌이는 것 같...
여러 영화음악가의 다큐멘터리가 공개되었는데 존 윌리엄스 다큐멘터리가 디즈니와 스필버그 그리고 루카스 필름의 든든한 지원 아래 공개되었습니다. 사실 다큐멘터리로 본다면 평이한 영화이고 별다른 야심이나 시도가 보이지 않는 평범한 작품이라 다소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는데 그냥 절정의 영화음악으로 두드려 패는 통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흔이 넘은 연세에도 아직 현역을 유지하고 있어서 지금 최신의 인터뷰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니 영화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자료가 될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아주 단순하게 전개되지만 중요 작품을 두루 훑으며 가서 아쉬움은 없었네요. 음악가의 집안에서 시작해 마치 엔니오 모리꼬네처럼 영화음악과 오케스트라 혹은 클래식의 반발 속에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는 그의 모습이 짠했습니다. 스필버그의 희망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가 <죠스>로 시작되어 조지 루카스에게 소개해 주면서 <스타워즈>로 번지며 두 감독이자 제작자의 합작품인 <인디아나존스>로 이어지는 과정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걸 스필버그와 루카스 본인이 여러 차례 등판해 당시를 회고하니 뭐 이런 진귀한 광경이 있나 싶네요. 영화는 꾸준하게 스필버그와의 작업 과정이 거의 시간 순서대로 그리고 있습니다. <E.T>와 <쉰들러리스트>, <쥬라기공원>, <라이언일병구하기>와 <뮌헨> 등의 작업과 더불어 <슈퍼맨>, <나홀로집에>나 <JFK>, <7...
아마존 활명수 감독 김창주 출연 류승룡, 진선규, 이고르 페드로소, 루안 브룸, J.B. 올리베이라, 염혜란, 고경표 개봉 2024.10.30. 개인적으론 <아마존활명수>에 대한 기대가 큰 편이었는데요. 본격 코미디 영화도 드문 편이고 콘셉트도 확실한 작품이라 비록 말장난처럼 시작된 프로젝트처럼 보이긴 해도 뭔가 되겠다 싶었네요. 배우들도 코미디 방면에선 든든하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영화가 떠오르는 이 작품은 <부시맨>으로 시작해서 <비지터>와 더불어 <반칙왕>과 <국가대표> 같은 작품까지 두루 생각나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어느 하나 제대로 성취해 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네요. 영화의 첫 장면을 보고선 이 영화의 코미디 톤을 알아버리고 말았으니 그 우려는 영화 끝까지 이어집니다. <부시맨>과 확실히 다른 점은 아마존 정글에서 온 세 명의 부족민이 웃음의 포인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들이 자연스레 유발하는 웃음이 아니라 그들을 보고 돌보면서 겪게 되는 한국 전 양궁 선수이자 만년 과장인 현 직장인의 리액션으로 웃음을 유발하기 때문에 웃음의 주체와 객체가 사뭇 다르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 웃음을 유발해야 할 아마존 양궁선수를 보면서 관객들이 웃게 되면 그에 따른 리액션을 보이는 류승룡, 진선규 배우의 연기에도 공감되고 감정이입하면서 리액션 연기가 더 폭발적으로 웃음이 커지게 되는데 관객과 주인공의 리액션의 괴리감이 코믹...
청설 감독 조선호 출연 홍경, 노윤서, 김민주 개봉 2024.11.06. 아우라가 큰 작품은 리메이크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죠. 대만 영화 <청설>은 <말할수없는비밀>의 광풍에 이은 작품이었는데 극장에선 냉대를 받은 거나 마찬가지였고 이후 입소문이 난 케이스의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제목이 푸른 눈인 줄 알았어요. 10년도 훌쩍 지난 작품이라 본편이 거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아서 이번 국내 리메이크 작품은 새로운 마음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자매의 언니 동생 역할이 바뀌고 부모님들의 주변 상황들이 변경된 수준이었고 대부분은 원작에 충실한 리메이크라 할 수 있었는데 요게 국내 정서에 잘 담기도록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더군요. 일단 26세 동갑내기 주인공이란 점은 사회생활 입문이 필요하며 청각장애인이 주인공인 작품임을 감안하면 영화 속에 두 사람의 로맨스 외에 추가로 담긴 것들이 제법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하겠습니다. 장애인 차별 소재를 무겁지 않게 잘 그렸고 꿈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여러 캐릭터들을 통해 개별적으로 그린 점 등 원작보다 우수한 점도 있었습니다. 원작을 모르시는 분이라면 온전히 로맨스에 치중하지 않아서 전반부와 후반부의 이야기가 분위기도 완전히 다르니 당황하실 수도 있겠지만 달달함 뒤의 쌉쌀함도 함께 건네는 작품이라 좋았습니다. 당연히 수어를 통한 자막이 주를 이루니 영화의 여백을 상당 부분 음악이 채우고 있습...
이미지 준비중 돈 무브 감독 애덤 쉰들러, 브라이언 네토 출연 핀 위트록, 모레이 트레드웰, 켈시 애스빌 개봉 2024.10.25. 샘 레이미라는 이름이 올라있는 <돈무브>는 공포라기보단 생존 스릴러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 <맨인더다크>의 원제인 "Don't Breath"의 파생 작품 같은 느낌도 드는데 눈이 보이지 않는 빌런이란 독특한 설정을 확장하여 주인공에서 말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다는 최악의 상황을 던져주고 생존해야 하는 영화죠. 보통 살인마에게 쫓기는 영화들에선 여성 캐릭터들이 산악 활동을 즐기는 등의 액티브한 설정을 통해 여러 가지 상황을 연출하려 한다면 반대로 아들을 잃은 슬픔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엄마의 모습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어쨌거나 보통의 상황을 비틀고 전환하려는 초반 설정이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약물 주입을 통해 점차 몸의 감각이 사라진다는 설정이 신박한데 비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합니다. 외딴 숲이나 마찬가지인 배경이 주인공을 고립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반대로 어떤 특별한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약점도 있으니 초반이나 기획에 비해 전개 아이디어의 빈약이 드러나는 지점이네요. 대신 상황에 끼어드는 인물들이 있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등의 신선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알아차릴까 말까 하는 긴장감이 살아있는 장면도 있긴 하지만 기술적으로 뛰어나진 못해서 연출력이 다소 아쉽다는...
롱레그스 감독 오즈 퍼킨스 출연 마이카 먼로, 니콜라스 케이지, 알리시아 위트, 블레어 언더우드 개봉 2024.10.30. 영화의 배경은 빌 클린턴 대통령 시대이니 90년대 중반처럼 보입니다. 거의 30년에 걸친 일가족 살인사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FBI의 여성 요원이 사건의 실마리를 빠르게 풀어가는 전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포 영화라곤 하지만 사실상 <양들의침묵>과 유사한 초기 설정과 더불어 후반부 대면 장면도 그렇고 30년간 지속된 사건이기 때문에 60~70년대의 시대 공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종교와 사탄, 악마가 배경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오컬트 공포이긴 해도 기본적으론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의 구성이라 하겠네요. 그래서 관객들은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나뉠 것으로 보입니다. 생각보다 정보량이 많지 않고 알쏭달쏭 한 말들로 관객을 현혹시킨다고 생각할 관객들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영화 전체를 보면 그렇게 돌고 돌아 할 만한 이야기였나 싶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양들의침묵>의 초반 설정에 <조디악>과 같은 시대의 공기를 담아 <엔젤하트>와 같은 영화로 완성했다고 설명할 것 같네요. 실질적으로 악령이나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대사로 설명된 사탄과 관련한 내용들로 공포 영화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예전엔 <양들의침묵>을 공포 영화로 치부하지 않았던 이력을 생각하면 이 작품도 공...
베놈: 라스트 댄스 감독 켈리 마르셀 출연 톰 하디, 치웨텔 에지오포, 주노 템플, 리스 이판, 페기 루, 알라나 우바치, 스테판 그레이엄 개봉 2024.10.23. 소니가 가진 스파이더맨이라는 꽃놀이패를 확장하려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고 베놈만 남았었는데 이렇게 마무리를 하는 걸까요. 작별 인사를 하듯 라스트 댄스라는 부제가 붙은 영화의 엔딩을 보면 사뭇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 하나 근사한 구석은 없는데 이상하리만치 흥행 성적은 좋았던 시리즈의 마침표는 히어로 영화의 뒤안길에 개봉하는 터라 자칫 전편들과는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3편은 시리즈 중 가장 아쉽고도 답답한 작품이었네요. 에디와 베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인상을 주고 무엇보다 불필요한 설정과 서사가 너무 많았습니다. 첫 번째 불만은 빌런인데 존재감도 없고 뜬금없으며 그저 게임의 메인 캐릭터 하나를 그대로 가져온 듯 몰개성입니다. 그래도 현실 세계 정중앙에 선 베놈이란 캐릭터에게 차원이 다른 빌런의 등장은 상당 부분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밸런스가 맞지 않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배경을 산과 사막을 주 무대로 하고 네바다의 51구역까지 끌어오는 등 불필요한 곁가지들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게 됩니다. 더구나 에디와 베놈의 여정이 전혀 흥미롭지 못하다는 인상도 강하고 빌런의 추격에도 긴장감이 없어 보이니 굳이 라스베...
스마일 2 감독 파커 핀 출연 나오미 스콧, 루카스 게이지, 카일 갈너, 로즈마리 드윗 개봉 2024.10.16. 저는 이번에 <스마일>을 보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개봉 시기엔 놓쳤다가 속편 개봉을 계기로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온전히 악령의 존재로도 표현하지 않고 현재를 배경으로 한, 조금은 독특한 위치에 있는 호러 영화인 탓에 전편이 일정 이상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엔 강력한 표현 수위는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제작하기엔 아슬아슬한 수준이었고요. 뒤이어 본 속편의 존재를 알기 때문에 1편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는데 반대로 2편은 엄청나게 시큰둥해버린 아쉬움이 있었네요. 오히려 속편 개봉 임박하여 1편을 본다면 훨씬 재밌게 볼 여지가 많습니다. 비단 끝이 끝이 아니란 걸 알기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1편의 원동력이 주인공의 고통을 고스란히 관객도 이어받아 "왜"와 "어떻게"에 주안점을 두고 원인을 파헤쳐 가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이번 속편은 1편과 바로 이어지는 구성을 취한 것은 무척 손쉬운 결정이었을 텐데 다만 방향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마치 저주에 빠지듯 죽음에 다가서는 일주일을 보내야 하는 인물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새로운 조건의 디테일을 추가한다면 속편이 전편의 화제성 이상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대보다 안이한 선택을 했더군요. 전편의 구성이 그래도 ...
폭설 감독 윤수익 출연 한해인, 한소희 개봉 2024.10.23. 어쩌면 너무 늦게 도착한 영화가 아닌가 싶은 <폭설>은 마치 대세가 되어버린 한국 독립 영화의 퀴어 바람에 뒤늦게 뛰어든 작품처럼 보입니다. 제작과 개봉이 늦어진 사이 톱스타가 되어버린 한소희 배우의 입지까지 생각하면 개봉 지연으로 인한 득과 실이 나뉘는 작품이 되기도 했네요. 두 여고생의 이야기로 시작된 이야기는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오는 작품으로 독특한 것은 연기자를 꿈꾸는 여고생과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오른 여고생의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여기에 배경은 강릉이면서 바다가 주요 모티브를 제공하는 영화로 완성되었네요. 조금은 세련된 <윤희에게> 같은 작품의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이 작품에도 묘한 기대와 같은 것이 있었는데 가급적 예고편은 거른 채 만났습니다. 강릉의 한 예고에서 전학생으로 만나 아웃사이더인 두 사람의 초보 연기자와 스타 배우와의 삶이 대비되면서 두 사람은 각각 지향점이 다르고 이미 이룬 자와 이루고 싶은 자의 이야기로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관계를 다룹니다. 다소 전형적이지만 뻔하지 않게 다루고 있으며 과거를 빠르게 스케치하고 현재를 비추면서 두 사람의 위치 변화와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입장 변화를 따라가고 있네요. 일반적인 전개의 라이트 한 퀴어 영화지만 두 사람의 입장에 따른 감정 변화가 섬세한 편이라 이야기를 따라가고 공감하는데 크게 어렵진 않았...
전,란 감독 김상만 출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전배수, 조한철, 전진오, 강길우 개봉 2024.10.11. 솔직히 이젠 이 정도의 사극을 극장에서 만나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완성도가 만족스러워서도 아니라 큰 제작비가 투입되는 사극이나 시대극에 큰 제작비를 투입하려는 것이 큰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죠. 박찬욱 감독이 제작에 나선 <전,란>은 캐스팅부터 기술적인 완성도까지 크게 흠이 없을 정도로 근래 보기 드문 사극 액션 영화입니다. 임진왜란과 선조 시대 전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 영화의 초반에 설명되는 정여립 관련 이야기는 <구르믈벗어난달처럼>을 참고하시면 연결되는 영화처럼 보실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전,란>은 순수하게 시대에 함몰된 계급 싸움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네요. 기술적으론 좋았지만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과 더불어 노비와 양반 혹은 왕과 백성 등의 대비가 너무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는 장면 연출과 편집이 너무 도식적으로 그려질 정도로 직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액션신이 유려했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힘을 주거나 새롭진 않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준수하다는 정도로 평가해야 할 것 같아요. 도포 자락을 휘날려야 했을 강동원 배우의 검술은 앞선 사극 출연작들 대비 눈에 띄지 않다는 아쉬움도 있었네요. 사실 액션의 대부분이 박력감이 부족하달까, 에너지가 많이 달리는 느낌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캐릭터와 ...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감독 김민수 출연 정우, 김대명, 박병은, 조현철, 정해균, 유태오, 백수장, 임화영 개봉 2024.10.17. 생각보다 가볍고 소소하게 시작하는 오프닝을 보고 있자면 조금은 진지한 버전의 <투캅스>인가 싶었고 돈을 두고 벌이는 코믹 범죄극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비리 경철이나 마찬가지인 두 사람이 어떤 사건에 휘말릴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가운데 영화의 특장점이 무엇일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술을 받아야 하는 딸을 가진 형사와 도박빚이 있는 후배 형사라는 설정은 썩 끌리지 않는 한수처럼 보였네요. 더구나 초반 인간적인 면모를 선보이는 탓에 배우들의 전작 캐릭터와 오버랩 되는 순간도 살짝 있었고요. 실질적으로 상황이 꼬여만 가는 스타일의 범죄 소동극이 될 거란 예상도 빗나가서 이 영화는 진득한 누아르였습니다. 분명 갈수록 태산이란 말이 어울리는 전개에 쉽게 봤던 일이 점점 커지기도 하면서 두 형사를 압박해 오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게 그려져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는 스타일은 또 아니라서 시동을 걸었다가 다시 꺼지는 걸 반복하는 등 좀처럼 긴장감의 불꽃이 타오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캐릭터의 과거를 설명하는 과정이 수시로 플래시백으로 등장하면서 전개를 가로막는 인상을 크게 줍니다. 반면에 영화는 이렇게나 진지하고 무겁게 끝까지 갈 건가 싶을 정도로 ...
이미지 준비중 울프스 감독 존 왓츠 출연 미등록 개봉 2024.09.27. 두 프로페셔널의 재회. <오션스일레븐> 시리즈에선 일인자와 이인자 역할을 함께 했던 브래드 피트와 조지 클루니가 한없이 직업 정신 투철한 해결사로 만나 자존심의 날을 세우는 <울프스>입니다. <스파이더맨>을 연출한 존 왓츠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도 쓴 작품인데 사실 근래 이런 스타일의 극장용 상업 영화를 찾긴 쉽지 않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90년대 스타일 혹은 2000년 초반의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오션스일레븐> 시리즈 외에 <조지클루니의표적> 같기도 하고 <미스터앤미세스스미스> 같은 작품이기도 한, 오묘한 작품입니다. 조지 클루니의 <어느멋진날>의 범죄 스릴러 버전 같기도 하네요? 호텔에서 벌어진 우연한 살인 사건에 불려온 뒤처리 해결사 두 사람. 자존심이라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인데 함께 작업하는 건 참을 수 없을 지경인데다 업계 평판을 생각하면 절대 함께 할 수 없는 조합의 두 명이 어쩔 수 없이 한 가지 사건에 휘말리는 영화입니다. 그냥 구도만 보면 남녀 배우가 사건에 휘말려 쫓고 쫓기는 가운데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의 액션 로맨스와 같은데 중견 배우를 쓰고 범죄 스릴러에다 둘 다 프로페셔널하게 설정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처음부터 볼거리엔 그리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볼거리는 그냥 두 배우의 허우대이고 순수하게 입놀림에 의존...
메이드 감독 스콧 데일 출연 메간 폭스, 미켈레 모로네 개봉 2024.09.27. 블룸하우스 <메간>의 성인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메이드>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메간>보다 훨씬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뭐라고 할까요. 훨씬 디테일하고 개인적, 사회적인 문제까지 다양하게 펼치고 있네요. 여기에 메이드 캐릭터로 메간 폭스가 연기한다니... 일단 무의식에 이끌려 보면서도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소득이 많았던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본다면 분명 여러 영화가 떠오를 텐데 그게 오히려 반갑더군요. 근 미래, 아내의 심장 수술로 인해 로봇 메이드를 구매한 가족에게 하필(?) 보는 눈이 있는 딸의 선택으로 집으로 오게 된 그녀의 행동은? <메간>을 떠올리면서 시작된 영화는 점차 <요람을흔드는손>으로 이어지고 결국 <터미네이터>까지 연상되는 굉장한 영화였습니다. 이 작품을 웰메이드 수준까지 칭할 순 없겠지만 그냥 그저 그런 B급 무비에서 탈피하여 관객의 관심을 끌기 위한 캐스팅과 기획의 승리부터 기대 이상으로 주제의식도 꽤나 준수합니다. 주인의 행복을 위해 프로그래밍된 로봇 메이드가 서서히 변할 수 있는 계기도 잘 설명하고 있으며 그런 그녀의 목적이 점차 변질되는 과정이 스릴러 영화로서도 긴장감이 큽니다. 이건 거의 <요람을흔드는손>과 같은 전개인데 다만 집에 아내가 부재하다는 점이죠. 오히려 이게 에로틱한 설정에 방점을 찍습니다. <메간>이 다소 ...
구룡성채: 무법지대 감독 정 바오루이 출연 홍금보, 고천락, 임봉, 유준겸, 오윤룡, 호자동, 장문걸, 곽부성 개봉 2024.10.16. 홍콩 영화로선 역대 흥행 2위에 오른 <구룡성채:무법지대>는 왜 그토록 홍콩 관객들이 열광했는지 알 것만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비단 이 작품의 완성도나 상업적인 매력이 가득한 작품이라곤 할 수 없는데 홍콩 관객들이 느낄 복합적인 감정을 소환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저는 아주 기억 속에 사라졌던 구룡성채의 존재를 이번에 다시금 소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여러 배우들과 액션 그 자체라기보단 구룡성채라는 공간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니 이토록 매력적인 공간으로 구현된 이 영화의 매력은 확실히 남다르네요. 영화의 스토리는 그다지 특별하진 않고 무협 영화나 갱스터 무비에서 보아온 듯한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익숙한 이야기를 오랜만에 만나니까 반가움이 크더군요. 여기에다 아직은 홍콩 영화의 마지막 보루로 활약 중인 고천락, 홍금보, 곽부성 등의 배우가 참여하고 있으니 뭔가 홍콩 영화의 마지막 히든카드 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액션 스타일은 무협과 MMA를 섞은 묘한 복합장르 스타일로 꾸며져 있는데 보통 이런 현실성이 부족할 수도 있고 지나치게 박력과 사실성에 입각하여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경우엔 살짝만 중력을 고려해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