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감독 이마이즈미 리키야 출연 타카하시 후미야, 나가노 메이, 쿠로카와 소야, 츠키시마 루이 개봉 2025.03.05. 원작을 잘 모르지만 사실 이런 장르의 경우 일본 한정이란 느낌도 있습니다.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남자 주인공과 활발한 여자 주인공, 중학교 시절 단짝처럼 지나면서 장난을 일삼았던 그들이 선생님과 교생으로 다시 재회한 섬마을 배경의 이야기입니다. 뭐 여러 순수한 첫사랑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작품이라 제겐 취향 저격의 설정이 수두룩했습니다. 여기에 방점은 바로 나가노 메이. 해맑은 웃음을 가진 그녀는 아오이 유우가 어두운 면도 가졌던 걸 감안하면 온전히 해맑은 매력을 가진 배우라 좋아합니다. 이젠 고등학생 역할도 탈피했고요. 장난을 친다면 보통 한국 영화의 경우 남자아이의 몫인데 이 작품은 어딘지 모르게 남성 판타지에 가까워서 내향형 주인공에게 끊임없이 장난치면서 지내는 여자아이의 이야기에서 비롯됩니다. 모두 순수하고 순진해 빠져서 그야말로 무공해 로맨스에 가까울 정도로 빌런 하나 없는 청정 영화인 셈이죠. 그렇기에 갈등도 거의 존재하지 않고 오해보다는 상대를 배려하고 망설이며 확신하지 못한 가운데 관계가 지속되는 광경을 보니 끊임없이 속이 터지는 저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머뭇거리는 것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것도 아닌 자신의 감정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 더욱 속 터...
울프맨 감독 리 워넬 출연 크리스토퍼 애봇, 줄리아 가너 개봉 2025.03.05. 블룸하우스와 리 워넬 감독의 고전 재해석은 리메이크로 진행되고 있는데 <인비저블맨> 이후 늑대 인간인 <울프맨>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늑대 인간은 꽤나 유명한 호러 캐릭터지만 뭔가 퍼텐셜이 터지지 않는 비운의 캐릭터처럼 보이는데 뱀파이어나 흡혈귀에 비해 비호감 비주얼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선호하지 않는 인상입니다. 대신 인간과 늑대의 경계선에 있기 때문에 정체성의 고민이 많이 드러나는 경향이 있었죠. 심오할 수 있는 존재의 사유지만 반대로 오락 영화로 완성하기에 힘든 설정의 캐릭터이기도 한 것 같네요. 이제껏 만들어진 늑대 인간이 주인공인 영화들이 다수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은 자신의 고향 집으로 돌아간 세 가족의 이야기가 전부입니다. 등장인물은 거의 다섯 명이 전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고립된 산속의 집과 알 수 없는 정체의 생명체가 전부인 셈이죠. 사실 정말 저예산으로 완성되었을 것 같은 이 작품은 구성과 설정이 상당히 흥미가 떨어집니다. 제목이 이미 스포일러나 다름없고 살짝 드러나는 이야기는 거의 예측 가능한 것들이라 놀라울 것도 없습니다. 기본적인 스토리 자체의 동력이 부족한 탓에 공포를 유발해야 할 것들이 제대로 효용을 만들어내지 못해 무섭다는 느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렇다면 뭔가 우여곡절을 넣어야 하는데 늑대 인간 소...
보더랜드 감독 일라이 로스 출연 케이트 블란쳇, 케빈 하트, 잭 블랙, 제이미 리 커티스, 아리나 그린블랫, 플로리안 문테아누 개봉 2025.03.05. 게임 원작 영화의 저주가 <보더랜드>에도 이어졌네요. 일라이 로스 감독의 취향이 확실해서 과연 이런 작품에도 어울릴지 궁금했는데 결과적으론 맞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찾아보니 2009년 발매된 게임이 원작이던데 게임의 완성도나 재미를 떠나 이런 설정의 영화들이 널리고 널린 탓에 너무 늦게 도착했거나 빠르게 영화화했다고 해도 뭔가 시대에 뒤처진 영화처럼 보였습니다. 유행 지난 히트곡이 지금도 좋을 때와 촌스러워 보일 때가 있듯이 <보더랜드>는 뭔가 뒷북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고나 할까요.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작품이지만 캐릭터의 조형부터 여러 영화를 짜깁기한 것처럼 느껴지는 설정까지 어느 하나 새로운 게 없습니다. 뭔가 키치한 매력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전략이 있었다는 흔적은 느낄 수 있는데 이건 마치 90년대 컬트 영화인 <탱크걸> 같은 느낌이 드는 블록버스터라는 괴리감도 있었고요. 화려한 비주얼과 낯익은 출연진과 더불어 시종일관 쏘고 뛴다는 점에서 킬링 타임용으로는 무난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케이트 블란쳇처럼 나 홀로 고군분투하는 영화 같기도 합니다. 그녀도 이미 쉰을 훌쩍 넘어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임을 감안하면 <토르:라그나로크>의 헬라가 훨...
플로우 감독 긴츠 질발로디스 출연 미등록 개봉 2025.03.19. 4년 전에 만났던 <어웨이>란 애니메이션도 시대적 배경이나 공간에 대한 뚜렷한 설명이 없었으며 또한 남겨진 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대사도 없었고요. 여러모로 비슷한 느낌의 작품이고 뭔가 환상적인 느낌도 주는 작품이라 마음에 들었던 기억에 남네요. 차기작으로 <플로우>로 돌아온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은 대홍수를 맞이하고 마치 노아의 방주에 탑승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냈습니다. 작화는 전작 대비 훨씬 좋아져서 이른바 눈뽕을 할 수 있는 장면들도 꽤나 많았네요. 우리에겐 <라이프오브파이> 같은 작품도 보아서 낯설지 않은 셈입니다. 소싯적으로 돌아가면 <라이프오브파이> 외에 장 자크 아노의 <불을찾아서>나 <베어> 같은 작품이 대사가 없거나 거의 없는 정도였지만 흥행과 비평에서 성공한 이력도 있습니다. 그런 어릴 적 기억 때문인지, 아니면 찰리 채플린의 무성 영화도 경험하면서 자라왔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 영화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사실 각 장면의 전개가 아주 드라마틱 하지는 않고 종종 위험과 안전을 넘나드는 소소한 경험들이 지나치지만 손에 땀을 쥘 정도는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분명 재난 영화인데 왠지 어드벤처 영화처럼 느껴지는 건 동물이 주인공인데다 왠지 죽음을 맞이하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 때문이기도 하겠네요. 인간의 흔적만이 남은 시간과 공간을 가늠할 수 없...
백수아파트 감독 이루다 출연 경수진, 고규필, 이지훈, 김주령, 최유정, 정희태, 박정학, 차우진, 배재영, 박현영 개봉 2025.02.26. 재건축을 앞둔 낡은 아파트. 심야에 잠을 깨우는 괴상한 소음의 정체를 찾아 나선 이 마을 최강 오지라퍼. 입주민들을 하나 둘 떠나는 상황에서 남은 세대들과의 협업을 통한 범인 검거에 나선 주인공의 이야기가 <백수아파트>입니다. 영화의 전개가 분위기가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개>와 무척 비슷하더군요. 다만 쫓고 쫓기는 자의 양자대결 구도였던 것과는 달리 순수하게 범인을 추리하고 잡기 위한 추격 스릴러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거의 캐릭터 무비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경수진 배우가 맡은 거울이란 캐릭터에 의존하는 바가 크네요. 백수 신세지만 불의와 부정을 참지 못하는 성격의 거울이 온갖 공공 민원과 싸워 나가는 이야기라 생활 주변의 소소한 사건들이 마냥 영화 같지만은 않습니다. 사람 성격에 따라 직접 나서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마을에 이런 캐릭터 하나 정도는 있기 마련이죠.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걸 약간의 미스터리 추적극 스타일에다 아파트라는 공간과 공동 주택이란 성격을 믹스해서 코미디 성격도 약간 보이고 있어요. 이런 다수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상황극과 같은 작품들이 주목받은 경우가 별로 없기에 영화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의...
첫 번째 키스 감독 츠카하라 아유코 출연 마츠 다카코, 마츠무라 호쿠토, 요시오카 리호, 모리 나나, 릴리 프랭키 개봉 2025.02.26. 영화 <첫번째키스>는 제게 일본과 거의 한 달 간격으로 개봉하는데 놀랐고 반가운 마츠 다카코 때문에 <4월이야기>를 상기시켜 즐겁습니다. 제겐 나카야마 미호 다음으로 첫사랑의 이미지를 가진 일본 배우이기도 해서요. 그런데 이 작품은 죽은 남편을 되살려 보기 위해 시간의 터널을 지나는 아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젠 식상하기까지 한 타임 슬립의 영화인데 생각보다 소소하고 디테일한 매력이 있네요. 아마도 무해한 배우들의 매력 때문이기도 하고 일본 영화 특유의 담백함이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 확실히 일본 로맨스들이 근래 주목받고 있다는 생각이네요. 거의 첫눈에 반해 결혼한 사이지만 결혼 15년 후 이혼을 결심할 만큼 소원해진 부부에게 닥친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삶이 바뀐 아내에게 생긴 시간 여행의 기회는 남편을 살리고자 하는 기회로 삼습니다. 워낙 비슷한 영화가 많기에 어떻게 변형하고 변주하느냐에 따라 영화가 달리 보이기도 하고 장르가 달라지기도 하니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네요. 초반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묘사는 템포도 좋고 축약해서 좋았는데 특별한 야심이 드러나는 영화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조금은 관성적인 전개도 있고 무덤덤하달까, 심드렁해지는 구간도 있었네요. 그런데 영화 속에서 44세 ...
에밀리아 페레즈 감독 자크 오디아르 출연 칼라 소피아 가스콘, 조 샐다나, 셀레나 고메즈 개봉 2025.03.12. <에밀리아페레즈>를 검색하다 보니 장르에 코미디라는 표기가 보입니다. 뮤지컬이기도 하지만 범죄가 아닌, 혹은 드라마도 아닌 코미디라고? 뭐 엔딩까지 보고 나면 그런 생각도 살짝 스쳐 지나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수긍하기도 어렵네요. 여성이 되고픈 갱단 보스의 최후의 선택은 가족마저 버리고 새로이 인생을 시작하는 것. 그 과정에서 조력자인 변호사를 고용하게 됩니다. 멕시코의 여러 사회 묘사가 등장하기에 마약과 살인, 유괴와 납치 등의 빈번한 범죄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니 멕시코는 실제와 상관없이 펄쩍 뛸 수밖에 없었겠죠. 멕시코인들조차 멕시코를 떠나는 상황이니. 새롭게 탄생한 에밀리아와 그를 도왔던 변호사 리타의 조우로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사실 두 인물은 생물학적 변신과 신분 상승의 변신이라는 각각의 신분 세탁 같은 과정을 거쳐서 재회하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부정이 모정으로 바뀌고 세상으로부터 가족을 사수하기 위한 여러 과정들이 나열됩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많은 뮤지컬 장면들은 볼거리는 거의 없으며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라기보단 마치 래퍼처럼 또박또박 상황을 설명하는 등의 요소도 쓰이더군요. 여기에 대부분의 대사가 스페인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뮤지컬 영화처럼 몰입이 쉽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본디 태생이 마...
콘클라베 감독 에드워드 버거 출연 랄프 파인즈, 스탠리 투치, 존 리스고, 이사벨라 로셀리니 개봉 2025.03.05.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더욱 궁금해지는 <콘클라베>는 베일에 싸여 있던 교황 죽음 이후의 선출 과정을 스릴러와 미스터리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거의 첫 장면에서 교황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등장하고 이에 따라 콘클라베를 주관하는 관장과 차기 교황 후보군의 추기경들이 벌이는 권력 투쟁의 이면을 그리는 작품인데요. 그냥 듣기만 해도 흥미로운 소재를 발군의 연기파 배우들이 합세하여 굉장한 에너지의 영화로 완성되었습니다. 무척이나 정적인 작품인데 보이지 않는 잽과 어퍼컷이 난무하는 정치와 권력의 최전선이 바로 교황청임을 보여주네요. 교황 죽음 이후 주요 추기경들의 현재 위치와 권력에 대한 속내를 차곡차곡 드러내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단장과 가까운 인물부터 강경파 내지 온건파와 각 인종과 국가 별로 존재하는 계파들의 갈등이 전면에 내세워집니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신구 세대와 온갖 구별로 이어진 무리들 간의 이견은 영화의 뜨거운 동력이기도 하죠. 여기에 중심을 잡는 인물로 바로 단장이자 추기경인 랄프 파인즈입니다. 엘리트 한 느낌과 교양이 있는 인물에 적합한 그의 연기 스타일이 정말 눈부셔서 함부로 불타오르지 않으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로 등장하네요. 여기에 존 리스고와 스탠리 투치 그리고 이사벨라 로셀리...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감독 조영명 출연 진영, 다현 개봉 2025.02.21. <그시절,우리가좋아했던소녀>의 리메이크는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특별한 그 무언가가 있다기보단 시대상을 반영한 매력과 풋풋한 첫사랑 등 캐릭터와 이야기를 주축으로 했던 작품이라 굳이 리메이크 하기보단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을 새롭게 만들어도 괜찮다는 생각이었거든요. 영화 속 배경은 2003년으로 잡았으며 동시기의 추억과 함께 학창 시절 누구나 경험했던 짝사랑의 기억을 소환하는 그런 영화로 완성되었으니 굳이 원작과의 비교를 통해 재단되는 걸 피하는 게 어떨까 싶었네요. 한국적으로 잘 바뀌긴 했지만 한국적이란 게 클리셰이기도 하네요. 앞선 대만 리메이크 한국 로맨스 영화들이 한국적 변형을 일부 성공하면서 나름의 평가를 받았는데 <그시절,우리가좋아했던소녀>의 경우 분명 한국적이나 너무 익숙한 스타일로 인해 자기만의 매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여느 웹드라마 혹은 TV의 청춘 드라마 범주에서 크게 어필할 자신만의 색깔이 드문데요. 이 방면에선 꽤나 잔뼈가 굵은 진영 배우의 경우 충실한 연기를 펼쳤고 다현 배우의 경우도 무난합니다. 다만 다현 배우의 경우 다채로운 표정을 선보였던 예능의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은 조금 경직되고 단조롭다는 느낌은 들긴 하더군요.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추억 소환의 매력이 있긴 한데 등장하는 음악들이 1년 정도 차이가 있는 것...
패딩턴: 페루에 가다! 감독 두갈 윌슨 출연 휴 보네빌, 에밀리 모티머, 벤 위쇼, 올리비아 콜맨, 안토니오 반데라스 개봉 2025.02.19. 찾아보니 <패딩턴>은 극장 개봉 당시엔 보지 않았었나 봐요. 2편 리뷰를 보니 소소한 만족감 정도의 작품이었는데 해외에서 이 작품에 꽤나 고평가를 내리는 데 대해 딱히 공감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번 3편은 굳이 페루인가 하는 의구심과 함께 감독이 바뀐 것까지 조금 우려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온전히 100% 가족 영화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성인들도 즐길 구석이 제법 있었는데 영화의 전개나 코믹한 상황 연출도 모두 아이들의 시선에 맞추지 않았나 싶어요. 아침 일찍 보려니 더빙을 선택한 것도 그리 좋지 못한 결과였고요. 물론 눈은 훨씬 편했지만. 사실 패딩턴이 페루를 향하는 기본 설정은 그리 흥미롭지 못합니다. 뭔가 가족 구성원을 인위적으로 배경을 옮겼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심을 탈출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등장한 배경 변경으로 보이는데요. 대신 이유는 엔딩에서 밝혀지긴 합니다. 다만 페루 관광청의 지원을 받은 것인지 오프닝은 그 자체로 홍보 영화 같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치솟았을 제작비는 상당 부분 CG 활용에 투입된 것처럼 보일 정도니 자연과 훌쩍 키운 스케일이 눈에 띄는 건 사실입니다. 이건 <인디아나존스>나 <정글크루즈> 같은 영화처럼 보이고픈 욕심이었을까요? 엉성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
히어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톰 행크스, 로빈 라이트, 폴 베타니, 켈리 라일리 개봉 2025.02.19. 로버트 저메키스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큰 결과를 낳기도 했는데 <히어>의 경우 시간과 공간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스타일은 마치 SNS와 숏폼에 어울리는 형식으로 찾아왔습니다. <포레스트검프>의 드림팀이 다시 뭉쳤다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하게 만들었는데 사실 보기 전까진 조금 시큰둥했었네요. 그리고 영화 보는 내내 집중을 하기 힘들기도 했습니다. 한 가족 혹은 한 부부의 일생을 보여준다기보다는 그 이상의 거대한 이야기를 아주 야심 차게 하는 터라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으니까요. 미니멀한 스타일로 너무 거창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달까요. <히어>는 파편적입니다.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가족을 보여주고 한 가족의 모습도 시대를 달리하면서 보여주는데 마치 숏폼 영상을 편집하듯 진행되는 편집과 한 공간에서 한 카메라 앵글로 진행된 파격 연출 역시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뭔가 이목을 끄려는 수단이기도 했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편집과 연출 의도는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기도 하고요. 사실 공간과 시간은 인간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내는 그릇과도 같은데 영화는 그런 공감을 "홈"이나 "하우스"가 아니라 "여기"라는 테마로 그리고 있습니다. 워낙 수시로 시대적 배경이 바뀌니 인테리어와 등장인물이 바뀌는 순간도 잦습니다. 한 프레...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감독 김혜영 출연 이레, 진서연, 정수빈, 이정하 개봉 2025.02.26. 이 작품은 성장 영화지만 흔히 보아온 동아리 무비의 정서도 있습니다. 스타일은 달라도 예술단을 배경으로 한 하이틴 무비 같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이 영화는 한순간에 어머니마저 잃고 삶의 터전도 일게 된 주인공 인영의 캐릭터 무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주변 인물들과의 조화까지 익히 보아왔던 익숙한 드라마와 감동, 성장 이야기까지 매끄럽게 진행되는 백익무해 영화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영화는 흔히 접하는 웹 드라마 같은 느낌도 들지만 기대 이상으로 훈훈하면서도 무리하지 않고 견고한 드라마입니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어요. 고2 학생으로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왔지만 오히려 철딱서니 없으며 씩씩한 소녀 캐릭터는 다소 새롭습니다. 환경을 이겨나가는 캐릭터는 종종 있었지만 쿨하면서도 시니컬한 성격에 영화에서 고구마 같은 장면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시종일관 흐뭇하게 볼 수 있네요. 이레 배우의 경우 다소 무거운 소재의 영화들에 출연한 이력이 있는데 이 작품은 밝은 에너지와 매력을 발산해서 마냥 반가웠네요. 안타깝게도 어린 시절의 김새론 배우를 떠올리게 만들었는데 그보단 훨씬 밝아서 뭔가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제2의 박은빈 배우처럼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의 팍팍함을 보기보단 희망을 이야기하고 미래를 기대하...
미키 17 감독 봉준호 출연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아키에,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개봉 2025.02.28. 스페이스 오페라와 지극히 현실적인 SF 영화 정도만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SF 장르는 유독 국내에선 척박한데 봉준호 감독이 <미키17>을 연출한다는 얘길 듣곤 얼른 원작 소설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신박한 설정과 깨알 같은 재미가 있었던 작품이었고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기게 만들어서 감독님의 연출은 과연 어떨지 기대가 남달랐어요. 더구나 10명이 더 늘어난 구성이니 뭔가 에피소드나 경우의 수가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하니 흥분되기도 했고요. 결과적으로 보면 대담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일반적인 스타일의 SF가 아닌 탓에 예술적 성취와 상업적 성공 사이에서 어떤 결과를 보일지 궁금하네요. 원작에서 제법 많은 것이 추가되었고 상당 부분 축약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주제와 하고픈 말을 부각하는데 주력하면서 장르적인 재미가 많이 줄었습니다. <설국열차>가 아무래도 정치와 SF라는 외양을 가지곤 있지만 장르 특유의 재미를 포기하지 않고 볼거리와 긴장감도 있었고 <옥자>조차 일반적인 장르의 토양에 전개되는 부분도 있었는데요. 이에 반해 <미키17>은 두 명의 주인공과 빌런 부부와 그 주변인들을 넘나드는 각종 묘사들이 희화화 이상으로 조롱 섞인 묘사가 끊임없이 등장하게 됩니다. 어느 장면에선 과장처럼 보이기도 하니...
컴플리트 언노운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티모시 샬라메, 에드워드 노튼, 엘르 패닝, 모니카 바바로, 보이드 홀브룩, 댄 포글러, 노버트 리오 버츠, 스쿳 맥네이리 개봉 2025.02.26. 무척 궁금했습니다. 밥 딜런이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일렉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는 전설의 장면을 영화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살짝 들떴어요. 포크와 컨트리 음악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재즈의 인기와 로큰롤의 시대가 도래한 61년부터 65년까지의 밥 빌런의 행보를 따라가는 작품입니다. 보통 이런 전기 영화를 보면 아티스트의 심리에 초점을 맞춰 종종 스타일이나 서사가 개별적으로 약진하는 경우가 많아서 상업성과 거리가 멀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컴플리트언노운>은 이리저리 기웃거리지 않고 직진하는 맛에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제게도 밥 딜런은 아주 먼 옛날의 아티스트라 잘 알려진 몇 곡을 제외하면 거의 문외한에 가까운데 영화 관람 전 OST를 미리 사서 들어보고 갔더니 역시나 착 달라붙는 포크 음악의 향연이 귀를 사로잡습니다. 밥 딜런의 곡들을 아는 관객이라면 더욱 즐길 거리가 많은 셈인데 비주얼적인 측면 외에도 노래 목소리마저 비슷한 티모시 샬라메의 캐스팅은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사실 개봉 전엔 싱크로율이 그리 높다곤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무려 60년 전의 인물을 연기하는 젊은 배우의 생동감은 비흡연자인 저도 담배 생각이...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감독 줄리어스 오나 출연 안소니 마키, 해리슨 포드, 대니 라미레즈, 쉬라 하스, 쇼사 로크모어, 칼 럼블리,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리브 타일러, 팀 블레이크 넬슨 개봉 2025.02.12. 아마도 전반적으로 평범한 작품으로 완성된 <캡틴아메리카:브레이브뉴월드> 리뷰는 단점 위주가 될 것 같습니다. 장점도 있지만 개성은 부족해서 준수함과 평범함 사이를 오가고 무난히 즐길 수는 있는데 단점을 나열하는 것이 훨씬 용이한 작품이네요. 리뷰와 별점의 갭이 있을 터이니 참고하시길. 이번 시리즈의 빌런은 지능형입니다. 이런 결정에는 로스 장군과의 연계성과 더불어 여러 작품들에서 느꼈을 관객들의 피로감도 생각하고 히어로 영화 중 상대적으로 현실성이 가장 높은 작품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합니다. 대신 여러 가지 볼거리를 포기하고 이야기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결과이기도 하네요. 어쩔 수 없이 액션은 소소하게 보이고 분량마저도 그리 만족스럽진 않았어요. 캡틴 아메리카로서는 땅에 발을 딛고 행하는 액션은 이젠 평범해 보이고 색다른 시도를 하려는 그런 의지도 느껴지지 않았는데요. 스티브 로저스 시절의 액션과 비교하면 비단 캐릭터만의 문제라기보단 액션에 특화된 연출을 보긴 힘들었습니다. 영화 속 전개를 봐도 캡틴 아메리카 스타일의 액션보단 팔콘 시절의 액션을 연장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정체성은 아직 팔콘 시...
9월 5일: 위험한 특종 감독 팀 펠바움 출연 피터 사스가드, 존 마가로, 벤 채플린, 레오니 베네쉬 개봉 2025.02.05. 할리우드가 가장 잘 만드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언론 소재 영화인 것 같습니다. 거의 실패한 경험이 드물 정도로 재미와 완성도 모두를 잡은 영화가 많은데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좋은 배우들과 더불어 당시의 여러 자료 화면들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국내 여건보단 훨씬 좋은 제작 환경도 한몫하고 있겠네요. <9월5일:위험한특종>은 1972년의 뮌헨 올림픽에서 발생한 인질 테러를 생중계한 ABC 방송국의 스포츠 중계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테러극 자체가 드라마틱 했지만 그를 생중계한 방송팀의 이야기는 더욱 놀랍더군요. 영화 속 카메라는 방송 센터를 떠나지 않고 한 공간에서만 진행됩니다. 거의 <더길티>와 유사한 설정으로 독일로 떠나온 중계팀이 독일 현지인들의 협조를 받아 방송하는 시스템인데 방송국을 축소한 간이 방송국으로 봐도 무방하겠네요. 50년이 지난 당시의 방송 시스템과 갓 도입된 위성과 생중계 등이 영화의 긴장감과 묘미를 더욱 살려주고 있는데요. 오로지 전화와 무전기 그리고 마이크를 통해 대사가 전달되고 촬영 화면을 추가하여 관객들이 상황과 정보를 전달받는 식인데 이게 편집의 묘미인지 대사로 액션을 하는 느낌마저 들게 하네요. 인질극 테러라는 단순한 사건을 묘사하지만 세계 대전의 흔적과 정치...
브루탈리스트 감독 브래디 코베 출연 애드리언 브로디, 펠리시티 존스, 가이 피어스 개봉 2025.02.12. 얼핏 생각해 보면 흔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었던 유대인의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사실 영화를 보고 나니 성공에 집착하는 대사나 장면이 거의 없더군요. 그저 탈출의 공간이 미국이었던 한 남자와 그를 따라오게 된 아내가 미국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작품입니다. 실존 인물이 아니라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야기를 가진 익숙한 스토리의 영화이기도 하고 강력한 사건을 바탕으로 관객을 현혹하는 그런 스타일의 영화도 아닙니다. 1947년부터 1960년 정도를 중심으로 1980년까지 이어지는 한 편의 대하드라마와 같달까요. 오히려 강력한 사회성을 띠는 <국제시장>이나 어두운 미국의 <포레스트검프> 신화의 이면이기도 하겠습니다. 모든 것이 이민지와 침략자의 손으로부터 세워진 나라나 다름없는 미국이 가장 발돋음했던 2차 세계대전 이후를 배경으로 하니 1947년부터 1960년까지의 주요 경제와 정치 이슈들을 끊임없이 환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여기에 건축가 출신의 유대인이 필라델피아로 흘러 들어와 겪는 이야기는 서사를 잘 정돈해서인지 이야기를 따라가기 용이하고 감정이입도 쉽게 되는 등 흔한 예술 영화의 장벽은 거의 없는 작품인 것은 큰 장점으로 보이네요. 길고 긴 영화지만 일단 누군가의 성장과 성공 스토리를 흥미를 끌기 마련이고 우리...
퇴마록 감독 김동철 출연 최한, 남도형, 정유정, 김연우 개봉 2025.02.21. 거의 30년 전에 읽었던 <퇴마록>의 내용을 기억하긴 어렵네요. 주요 캐릭터의 이름과 몇몇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단편적인 것만 기억나는데 애니메이션으로 접한 작품은 전혀 새롭다가도 익숙하게 다가왔습니다. 기대치는 거의 바닥이었는데 상당히 만족하면서 보았습니다. 현대적으로 각색해야 할 소소한 설정들과 요즘 세대에 어필할 만한 매력을 탑재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었을 것이고 자칫 변화와 변경은 골수팬들에게 뜨거운 먹잇감을 안겨주는 셈이라 조심스럽기도 한, 한마디로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결과적으로 애니라는 장르의 선택은 산업적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네요. 원작이 다양한 장르의 혼합인데다 동서양을 막론한 소재들이 혼재한 작품인데 한 번의 실사화가 실패로 돌아간 것은 반면교사가 되었습니다. 해동밀교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해서 한국적인 느낌을 바탕으로 깔고 네 명의 중심 캐릭터 중 셋을 전면에 내세웠던 "하늘이불타던날"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인물들이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사실 네 명의 캐릭터 디자인은 모두 게임이나 애니 등의 이미지에서 크게 차별화되지는 못해서 살짝 아쉬움을 남겼지만 기대보다 디테일하게 묘사되었고 특히나 박신부 캐릭터는 벌크업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현했으나 분량 또한 가장 많고 성우도 가장 안정적...
반지의 제왕: 로히림의 전쟁 감독 카미야마 켄지 출연 브라이언 콕스, 가이아 와이즈, 루크 파스콸리노, 미란다 오토 개봉 2025.01.25. <반지의제왕> 시리즈에 프리퀄을 애니로 만든다는 기획이 참신하다 여겨지면서도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습니다. <반지의제왕:두개의탑>의 배경이 되었던 헬름 협곡의 지명 유래를 되돌아보며 로한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작품이기도 한데요. 전체적인 스토리 얼개에선 원작과 연결되는 부분을 거의 나무랄 데 없이 엮어낸 것 같습니다. 상상력과 원작에 충실하려는 의도를 살려내면서도 몰라도 괜찮은 이야기를 알아두면 좋을 이야기로 잘 포장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아무래도 원작에 대한 애정이 높은 관객이라면 흥미로운 지점이 꽤나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야기의 연결성과 독립성을 제외하면 사실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일본에서 애니로 제작한 선택은 장단점이 명확한데 제겐 다소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고 무엇보다 전투 장면에서 애니 그 자체로는 실사 영화의 박진감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애니 캐릭터들이 가볍고 빠르게 움직이니 이른바 묵직한 매력이 사라져 버렸네요. 여기에 이야기를 살짝 들여다보면 매력 없는 빌런과 단순한 복수극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동기 설정들, 너무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전개하려는 의도까지 여러모로 판타지보단 동화 같다는 느낌도 들었네요. 대신 원작에 크게 기댄 헬름 ...
브로큰 감독 김진황 출연 하정우, 김남길, 유다인, 정만식, 임성재 개봉 2025.02.05. <야행>에서 <브로큰>으로 제목이 바뀐 이 작품은 <야행>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소설의 제목입니다. 동생의 살인사건과 함께 동거녀가 사라지고 그녀의 흔적을 쫓는 전직 조직원으로 하정우 배우가 출연하는데요. 영화의 전반적인 전개와 분위기는 <화차>와 유사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속내를 가진 여인을 쫓는 남자의 이야기인 셈인데 이게 꽤나 누아르 스타일 같기도 해서 묘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런데 이 영화 뭔가 많이 삐걱거립니다. 두 가지 갈래로 미스터리가 깔려 있는데 속시원히 해결된 건 하나뿐이니 편집에서 영화의 절반이 사라진 느낌도 드네요. 과연 동생을 죽인 범인이 동생의 동거녀인가? 그리고 그녀는 왜 자취를 감추었냐 하는 의문을 쫓는 것과 더불어 소설 속의 내용처럼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작가의 행보를 따르는 영화는 두 트랙으로 흘러가면서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다만 하나는 일직선으로 진행되면서 나아가진 못해도 굉장한 파괴력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하나씩 껍질을 벗겨가면서 거대한 패를 드러냈던 <화차>만큼의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엔딩에 이르러선 다소 허탈할 정도로 맥없이 흐트러지더군요. 뻔한 결말을 선택한 것 같아 뭔가 있을 거란 기대를 채우지 못하니 아쉬웠습니다. 대신 하정우 배우가 보여주는 캐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