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추천
402024.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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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백-너의 등을 바라볼 때면

룩백 감독 오시야마 키요타카 출연 카와이 유미, 요시다 미즈키 개봉 2024.09.05. 사실 원작 단편 <룩백>을 보면서 단출한 이야기에 크게 감흥이 없었습니다. <체인소맨>에 관심도 크게 떨어지고 이젠 남은 건 <스파이패밀리>와 <괴수8호> 정도만이 남아서 시류를 따라가는 만화 감상과도 서서히 멀어지는 느낌인데요. <룩백>은 영화가 만화보다 좋았거나 나쁘거나 하는 느낌이 아니라 원작을 보았을 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고 색다른 감정을 느꼈습니다. 단편 만화 1권짜리를 장편 극영화로 옮긴다는 것은 무척 쉽지 않은 일일 텐데 60분 남짓 한 시간 동안 원작을 최대한 옮기려는 시도와 의지가 돋보인 작품이 아니었나 하네요. 영화 속 두 소녀는 모든 것이 정반대인, 인싸와 아싸에 만화를 연재하면서도 주로 글과 그림 혹은 배경으로 나뉜 역할 등 아이들입니다. 그러나 서로는 서로를 부러워하는 묘한 관계를 가지면서 동시에 상대방으로부터 자존감을 갖게 되는 협력자의 관계이기도 합니다. 처음엔 선택의 문제처럼 보였던 영화는 선택이 달라졌어도 큰 그림의 미래는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영화의 제목처럼 서로의 등을 바라보는 관계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과거의 후회를 뜻하기도 하지만 많은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제목이기도 했네요. 그걸 만화를 볼 땐 못 느꼈었습니다. 사실 등이라는 의미는 내가 따라가고픈 누군가의 앞선 발걸음 내지 목표를...

2024.09.06
새벽의모든-누구나 남모를 지병 하나는 가지고 살잖아

새벽의 모든 감독 미야케 쇼 출연 마츠무라 호쿠토, 카미시라이시 모네, 미츠이시 켄, 시부카와 키요히코 개봉 2024.09.18. <너의눈을들여다보면>의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 <새벽의모든>은 원작이 있는 작품이더군요. PMS라는 월경전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성과 공황장애를 가진 남성의 직장 내 이야기를 다룬 작품 <새벽의모든>은 그냥 치유의 영화였네요. 직장 생활을 끝낸 지 몇 년 지났지만 이 작품을 보면서 다양한 감정에 휩싸이기도 했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봤으면 하는 그런 작품이었네요. 일본 영화는 일상적이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 작품이 보여준 직장 내 일상생활과 거기서 느끼는 한 개인의 삶의 단면들이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네요. 월경전증후군이나 공황 장애 모두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몸과 감정의 악화로 인해 고통받는다는 점에서 유사한데 이런 것들이 직장이나 사회생활과 결부되면서 개인이 느낄 고독과 고립감들이 영화 속에서 담담하지만 꽤나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가진 질병은 달라도 누구나 남에게 드러내지 못하는 끈질긴 지병 하나쯤은 있을 텐데 그런 상황에 빠진 두 인물이 그야말로 동병상련의 흔한 해피 엔딩을 그린 작품도 아니었습니다. 뭐 사랑에 빠지는 일도 더더욱 없었고요. 흔한 주택가에 위치한 작은 회사에서 그들이 직장인으로서 느낄 다양한 상황들이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크나큰 갈등 요소와 ...

2024.09.05
52헤르츠고래들-너만이 들을 수 있는 나의 울음소리

52헤르츠 고래들 감독 나루시마 이즈루 출연 스기사키 하나, 시손 쥰, 쿠와나 토리, 오노 카린, 미야자와 히오, 카네코 다이치 개봉 2024.09.04. 예전에 <행복목욕탕> 때문에 스기사키 하나 배우와의 식사 자리에 꼽사리 낀 적이 있었는데 자그마한 체구에 영화와 거의 동일한 느낌이 들었네요. 그리고 이번 영화 <52헤르츠고래들>을 보고 나니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는데 영화 속 캐릭터와 찰떡같이 맞는 캐스팅처럼 보였습니다. 뭔가 상처받은 영혼, 작은 새 같은 느낌인데 영화 속에선 꾸준히 비유되는 고래의 이미지와도 겹치는 등 어둡고도 희망적인 이야기를 길어 올리는 인물로서 아주 적절했습니다. 무엇보다 주변의 캐릭터 연기가 살짝 아쉬운 가운데 중심을 잡아주는 터라 더욱 의지가 되었네요. 다른 고래들은 들은 수 없는 52헤르츠 음파를 가진 고래의 슬픈 운명을 비유하듯 만들어진 이 작품은 원작 소설이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억압받으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연대를 보여주고 또한 사회로 편입되지 못하는 한 인물까지 더해 여러 관계에서 상처받은 영혼들의 유대감을 스케치하듯 보여주는데요.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한 전개는 여전하지만 소설이 그런 것이겠지만 생각보다 한국적인 설정이 툭 튀어나와서 깜짝 놀랐네요. 사실 일본 영화에서 그런 설정과 캐릭터를 만나긴 힘들었거든요. 대신 이런 영화에서 긴장감이 부족한 건 사실인데 갈등 요소로 톡톡한 역할을 합...

2024.09.03
스윙걸즈-썸머 스윙을 타고, 연주를 멈추면 안 돼!

스윙걸즈 감독 야구치 시노부 출연 우에노 주리, 히라오카 유타, 칸지야 시호리, 모토카리야 유이카, 토시마 유카리, 타케나카 나오토, 세키네 카나, 미즈타 후미코, 시라이시 미호, 니시다 나오미 개봉 2006.03.23. 요즘 장마라 해 대신 비로 여름을 느끼는 것이 아쉬운 참에 불현듯 떠올라 보게 된 <스윙걸즈>입니다. 갑자기 <워터보이즈>와 <스윙걸즈>가 땡겨서 온라인 중고 DVD를 뒤져서 굳이 구매까지 한 것은 국내엔 판권 만료인지 정식으로 볼 수 있는 플랫폼이 없더라고요. 일본 문화가 개봉되면서 상당히 각광받던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작품들은 일정한 공식이 있긴 하지만 평균 이상으로 활기와 웃음을 주면서 현실의 근심을 잊게 하는 판타지적인 구성이 좋습니다. 이런 스타일은 90년대 일본 영화와는 조금 결이 달라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본의 학원물, 특히 동아리 배경 영화의 좋은 모델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물론 그 원류 역시 상당 부분 만화에서 시작되었겠지만. 거의 20년이 다 되어 가는 영화와 완전히 새로웠습니다. 좋았던 기억만 남아 있었는데 보면서 포복절도하고 우에노 주리가 너무 귀여워서 미칠 것 같았어요. 당시 16세 정도였던 것 같은데 능청스러운 사랑스러움이 싱그러운 여름과 찰떡입니다. 음악 영화이고 재즈와 스윙을 다루지만 아주 전문적인 수준의 퀄리티를 자랑할 정도는 아니데 귀에 익숙한 재즈 넘버와 빅 밴드의 매력을 악기...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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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흥행 순위 TOP 100(202406.ver)

2년 전 버전을 2024년 6월 23일 기준으로 업데이트 해서 올려 봅니다. 시리즈 기록을 세우고 <스즈메의문단속>을 제치고 역대 15위에 오른 <명탐정코난:100달러의펜타그램>은 <벼랑위의포뇨>를 넘어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가능성이 있어 보이네요. <극장판하이큐!!쓰레기장의결전>이 여러 쟁쟁한 영화들을 36위로 밀어내고 역대 35위에 랭크되었습니다. 외화로선 <탑건:매버릭> 이후 <슈퍼마리오브라더스>가 18위까지 올랐습니다. 일본 내 차트도 그렇지만 국내의 일본 영화 역대 흥행 차트 변화도 상당합니다. 적어도 팬데믹 이후 일본 애니의 세계 극장가 영향력은 더욱 커진 건 분명하네요.

2024.06.27
청춘18X2 너에게로이어지는길-감성과 올드함의 모호한 경계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 출연 허광한, 키요하라 카야, 장효전, 미치에다 슌스케, 쿠로키 하루, 마츠시게 유타카, 구로키 히토미 개봉 2024.05.22. 원작이 일본이 아닌 중국 소설인 것 같던데 이 작품은 확실히 일본 로맨스의 정서와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까지 집필했는데 원작은 일본의 열차 여행기라는 점에 방점을 찍고 마케팅을 하는 것 같았네요. 그런데 영화는 로드 무비의 형식을 빌리곤 있지만 색이 옅은 편입니다. 그건 영화의 시작이 로드 무비라기보단 회상과 추억에 힘을 주고 중반부를 지나 로드 무비에 주력하는 인상을 주기 때문인데요. 여러모로 시대상 묘사가 어지럽게 펼쳐져 있어서 제 나름대로 정리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그것도 나름의 즐거움이라 할 수도 있겠네요. 찾아보니 원작이 2014년인데 제목의 18은 열여덟 살의 주인공과 18년이 흐른 후의 주인공 시점을 내세운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간적 배경을 따진다면 영화 속에 묘사되고 있진 않아도 아마 2014년이 현재 시점이고 18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1996년이 됩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낡은 극장은 90년대 한국과 닮아 있고 대만의 <러브레터> 개봉 시기를 찾아오니 딱 96년이더군요. 다만 극장 주위를 스쳐 지나가는 계륜미 주연의 <남색대문>(2002년)은 이보다 한참 지난 후에 개봉하니 일본 감독의 세심함이 조금...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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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집-이건 일본의 <숨바꼭질> 같은 영화였을까

이상한 집 저자 우케쓰 출판 리드비 발매 2022.10.27. 일본에 들른 김에 영화 한 편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시간표를 보는데 <스타워즈에피소드1>이 상영되더군요. 맞아요. 5월 4일이었거든요. <청춘18*2>로 상영 중이길래 고민하다 곧 개봉하니 포기하고 언제 보게 될지 모를 <이상한집>을 선택했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대대적인 흥행에 성공했고 아직도 상영 중으로 주말에 들렀더니 거의 매진이더라고요. 이젠 일본 티켓 가격이 2천엔 수준이던데 한국과의 격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네요. 일본어를 모르는 저로선 도전이었지만 개봉 전에 스포일러 수준까지 찾아보면서 사전 정보를 조금 찾아보고 극장을 찾았습니다. 일본의 이상한 도면을 가진 집 괴담이 있다고 하는데 그걸 유튜브로 영상을 만들고 이후 책까지 출판하면서 영화화 과정으로 옮겨진 <이상한집>입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집 안 도면의 공간을 시작으로 그 비밀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 유튜버와 축설계사 그리고 한 여성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작품입니다. 순수하게 집에 얽힌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보긴 힘들어서 도면과 이사할 집에 관한 도시괴담을 흥미의 동력으로 삼았다 하겠습니다. 실제로 집이란 공간이 주는 굉장한 공포는 다소 적은 편입니다. 그보단 시대와 가족이라는 테마가 더욱 어울린다고 하겠네요. 사실 공포라기보단 미스터리에 가깝고 비밀의 실체들이 모두 인물의 대사로 설명되고 처리된다는 점은 영화가...

2024.05.07
악은존재하지않는다-인간은 자연적이고 자연 또한 인간적이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출연 오미카 히토시, 니시카와 료, 코사카 류지, 시부타니 아야카 개봉 2024.03.27.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악은존재하지않는다>는 강력한 서사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아니더군요. 사건이 발단되어 갈등이 주가 되는 작품이라기보단 현재의 상태를 비추고 그 상태를 비집고 들어오는 무언가 때문에 균열이 생길까 전전긍긍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이 엔딩을 장식하는 묘한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영화의 카메라는 너무도 정적으로 움직이고 대사가 많지 않으면서도 여러 가지 은유와 함축이 들어찬 화면들은 여러 가지 궁금증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저 일본 영화 특유의 단출한 연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네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찾아온 도시 사람들, 그러니까 흔한 인간들의 자화상과 같은 도시의 글램핑 개발자들이 시골 마을로 찾아와 설명회를 열게 됩니다. 갈등이랄 것까지도 없을 정도로 국내의 흔한 한국 독립 영화처럼 보이기도 하는 일반적인 모습들은 영화 초반 무심하게 비추던 여러 가지 마을 사람들의 일상들은 이후 많은 것을 내포하는 의미가 담겨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하는 힘이 있네요. 물론 거의 영화 막바지까지 숨기고 있는 감독의 속내는 거의 한방에 관객들에게 어퍼컷을 날리는데 무척이나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이게 정말...응? 인간과 자연이란 걸 모두 담은 집약적...

2024.03.14
극장판스파이패밀리코드:화이트-더욱 달콤하고 짜릿하게

극장판 스파이 패밀리 코드 : 화이트 감독 카타기리 타카시 출연 에구치 타쿠야, 타네자키 아츠미, 하야미 사오리, 마츠다 켄이치로 개봉 2024.03.20. 원래 원작 만화를 볼 때부터 빠져 들었고 애니메이션의 경우엔 강력한 성우의 매력과 개그 코드가 훨씬 강화되는 느낌이라 애정이 커졌습니다. 몇몇 만화를 꾸준히 사서 읽고 있지만 이 작품이 가장 만족스러운 만화임은 분명하네요. 대신 스토리가 전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장수할 만화이기도 하지만 이야기 자체엔 그리 몰입할 수 있는 여지는 적어서 캐릭터의 개인기로 버티는 애니처럼 보인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런 작품의 정식 극장판이 개봉하는데 원작 만화에 없는 온전히 새로운 에피소드로 완성되어 관객을 찾아오니 팬 입장에선 지나칠 이유가 사라진 셈이네요. 거의 영화의 절반까지는 극장판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전개도 더디고 볼거리도 적은, 그냥 흔한 TV 애니의 한 에피소드처럼 소소하게 흘러갑니다. 오히려 조금은 늘려서 완성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종종 캐릭터들의 걸음걸이를 지나치게 느리고 오랫동안 비추는 장면이 종종 등장할 정도니 중편 정도의 이야기를 장편으로 늘린 건가 싶기도 하네요. 깔끔한 작화이긴 하지만 극장판이라고 특별히 나아진 점을 느끼진 못했는데 그럼에도 후반부의 아냐의 머릿속을 색다른 그림체로 그려낸 장면들은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네요. 그리고 아무래도 극...

2024.03.13
귀멸의칼날:인연의 기적,그리고 합동강화훈련으로-뻔한 설 차림상에 색다른 반찬을 찾아서

귀멸의 칼날: 인연의 기적, 그리고 합동 강화 훈련으로 감독 소토자키 하루오 출연 하나에 나츠키, 키토 아카리, 하나자와 카나, 카와니시 켄고 개봉 2024.02.14. 극장판 개봉 이후 이미 공개된 TV판의 편집판 개봉을 조금 반대하는 입장이었네요. 4DX 같은 새로운 포맷으로의 새단장이 있다면 모를까, 굳이 극장 개봉용으로 재포장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 말이죠. 몇 편의 작품이 그렇게 공개된 이후 이젠 새로운 에피소드가 등장할 때면 종영된 전편의 에피소드와 새로이 공개될 에피소드를 묶어 극장용으로 개봉하고 있네요. 비단 일본만이 아니라 현재 북미의 <The Chosen> 시리즈가 그런 길을 걷고 있으며 또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비록 정식 극장판의 성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어지간한 신규 애니보다 훨씬 강력한 팬덤을 보여주면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네요. 연휴 때 아카데미 기획전을 통해 먼저 공개되는 영화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이 작품을 보았습니다. 최종 국면에 이르기 전까지 빌드업을 하고 있는 인상이지만 매번 화려한 작화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 구성, 그리고 음악까지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보여주면서 이번에 공개될 합동강화훈련의 초기 에피소드도 공개되었습니다. 뭐 원작이 완결된 마당에 내용이 전혀 문제가 아닌 작품이 되었고 엔딩을 과연 원작 그대로를 따르는냐 하는 정도와 후반부 몰아치는 대결전의 장면이 어떻게 구현되었을까 하는...

2024.02.11
소녀는졸업하지않는다-교실에 남아있는 소녀들의 미련들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 감독 나카가와 슌 출연 카와이 유미, 오노 리나, 코미야마 리나, 나카이 토모, 쿠보즈카 아이루, 사토 히미, 우사 타쿠마, 후지와라 키세츠 개봉 2024.01.24. 졸업을 다룬 영화가 딱히 생각나지 않네요. 그런데 이 작품은 실제 졸업식을 중심으로 졸업을 앞둔 네 명의 소녀를 다룬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단순 배경만이 아니라 졸업이 가진 의미가 각각의 소녀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그린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저 역시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고교 졸업식을 잠시나마 떠올려 봤는데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아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작품은 그 당시 품었을 졸업에 대한 여러 가지 소회를 소녀의 다양한 감성으로 풀어내서 큰 공감을 주는 작품이네요. 오히려 요즘보다는 예전 감성이 더욱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졸업을 앞둔 네 명의 소녀들은 각기 졸업까지 풀어야 할 숙제처럼 고민을 안고 있는데요. 여러 가지 스포성 정보라 일일이 열거하긴 어렵지만 충분히 학교생활을 마치면서 가질 수 있는 것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큰 그림을 알 수 있는 이야기도 있고 이후에 훈훈해지는 이야기도 있으며 무엇보다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감동적인 스토리도 있습니다. 여고생들의 생활을 아주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들이 가질만한 고민들을 생생하게 시나리오에 담아내어서 때론 다큐처럼 느껴질 정...

2024.01.17
지옥의화원-난 왜 이 영화를 이제서야 본 걸까

지옥의 화원 감독 세키 카즈아키 출연 나가노 메이, 히로세 아리스, 나나오, 카와에이 리나, 오오시마 미유키, 카츠무라 마사노부, 마츠오 사토루, 마루야마 토모미, 엔도 켄이치, 코이케 에이코 개봉 2022.12.15. 당연히 원작 만화가 있겠거니 했는데 없네요? 저는 이 영화를 왜 이제서야 본 걸까요. 한때 최애 배우였던 나가노 메이의 작품인데 개봉이 1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보게 될 줄이야. 만약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 언제냐 물으신다면 방금 본 <지옥의화원>이라 말할 것 같습니다. 오래간만에 가슴 두근거리며 보면서 순식간에 영화를 보게 되었고 줄어드는 러닝타임이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그래요, 영화라면 한 번쯤 이렇게 미쳐 날뛰는 작품도 정말 좋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발상, 끝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 클리셰를 격파하는 또 다른 클리셰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시키는 영화네요. 오피스 레이디의 약자인 OL의 세계를 마치 조폭들의 세계로 비유하고 학원 폭력 만화의 정서를 그대로 이식한 <지옥의화원>은 정말 새로운 세계입니다. 직장 여성들의 서열이 주먹으로 이뤄지고 직장과 직장 간의 구역 싸움이 있다는 설정까지는 뭐 그렇다 쳐도 그들은 하나같이 일은 열심히 하는 여성들로 그려져 있는, 근본적으로 선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직장 남성들은 그저 배경으로만 기능하고 회사라는 존재는 일하는 공간으로만 등장하는 등 OL ...

2023.12.21
괴물-두려움이 곧 괴물의 먹이

괴물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안도 사쿠라, 나가야마 에이타,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 타카하타 미츠키, 카쿠타 아키히로, 나카무라 시도, 다나카 유코 개봉 2023.11.29. 우리는 흔히 괴물이란 단어를 좋은 의미로 쓰기도 하고 나쁜 의미로 쓰기도 하지만 성인이 된 후엔 괴물은 그저 대단한 사람을 칭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반대로 아이들에게 괴물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이상한 존재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을 보고 나면 처음엔 역시 일본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편견과 고집, 그리고 일본 특유의 회피랄까 그런 것들이 머리를 스치면서 마치 감독이 현재 일본 사회를 진단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사회의 민낯을 소년들과 학교 그리고 부모와 학생을 내밀어 드러내려는 의도로 읽었습니다. 이런 소재는 현재 한국 내부의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죠. 그런데 이건 순수하게 표면적인 이야기일 뿐이더군요. 한 소년의 행동과 말에서 싱글맘은 점점 더 학교와 선생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데 거의 세 개의 챕터처럼 보이는 영화는 엄마와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시간을 오가면서 보여줍니다. 사회 속에 속한 각 인물 나름대로의 이유가 시선이 카메라에 담겨 관객들이 동일한 마음으로 보게 되는 구조인데 각 인물의 이야기가 등장할 때마다 묘하게 바뀌는 상황은 상업적으로도 상당히 굳건한 이야기에다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구성이...

2023.11.23
금의나라물의나라-어쩜 이리도 사랑스러운지

금의 나라 물의 나라 감독 와타나베 코토노 출연 하마베 미나미, 카쿠 켄토 개봉 2023.11.15. 처음 원작 만화의 존재를 알았을 때부터 가진 선입견은 뭔가 먼 나라 이웃나라 같은 느낌의 제목에 익숙하지 않은 그림체도 한몫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 무려 단행본 한 권짜리 작품이었습니다. 큰 인기가 없었는지, 반대로 뒤늦게 인기를 끈 것인지 만화를 구하는데 엄청 애먹었네요. 막상 개봉 즈음엔 원작 만화 증정 이벤트도 있으니 살짝 허탈한 마음도 있습니다. 단권 짜리 만화의 극장판 애니가 만들어질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이 작품은 정말 원작 이상의 감동을 주더군요. 원작도 그랬지만 이상한 경계 위에 있는 이 작품의 모호함은 모든 것이 매력이었습니다. 당연히 일급 애니라 하기엔 부족한 부분은 있습니다. 그러나 동화처럼 들려줄 수 있는 로맨스 이야기에 현대 사회와 바로 빗대어도 손색없을 정치와 국가 이야기는 바로 우화처럼 보이는 작품이에요. 익숙하지 않은 그림체와 캐릭터는 금세 사랑스러움을 잔뜩 머금은 캐릭터 애니로 변모해서 얼떨결에 부부가 되어야 하는 적대국의 두 사람이 만나 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길쭉이와 통통이의 만남은 마치 한국과 일본, 지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 같은 앙숙 관계를 설정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아주 착한 메시지의 영화이기도 합니다. 극의 긴장감을 주는 정치적인 음모와 설정들이 등장하...

2023.11.16
플루토-현재와 미래 모두를 아우르는 과거의 유산

90년대에 <해피>, <야와라> 등의 스포츠물부터 <마스터키튼>, <몬스터> 같은 작품에 푹 빠지면서 그의 열혈한 팬이었는데 <플루토> 또한 좋아하는 작품이었는데 넷플릭스에서 8부작 애니로 만들어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원피스> 실사화는 단 1도 기대가 되지 않았던 저지만 이 작품의 애니는 반대였네요. <플루토>는 혹시라도 <크리에이터>에 실망하신 분이라면 추천드릴 수 있습니다. 비주얼보다 주제의 깊이를 생각하면 훨씬 다채롭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죠. 데즈카 오사무의 원작을 현대적인 감각과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려낸 우라사와 나오키의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빌드업 혹은 떡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쌍제이 감독 이전에 우라사와 나오키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은데 문제는 잘 회수하느냐, 독자가 납득할 수 있는가의 문제겠죠. 너무 벌려 놓는 탓에 수습이 안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원작이 있는 <플루토>의 경우엔 원작에 많은 변형을 가하면서 콤팩트하게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다수의 슈퍼 로봇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여러 빌런의 존재를 아주 조금씩 보여주고 끝끝내 궁금증을 폭발하게 만드는 힘은 역시나 시간과 사건을 어떤 순서대로 배치하고 보여줄지 능수능란하게 조합하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알려진 바대로 로봇들 간의 전투가 생생하게 그려진 스타일의 작품이 아닙니다. 각 로봇들의 내면, 인간과 로봇의 공존에 대한 정...

2023.11.03
키리에의노래-상처 입은 영혼들의 희망찬가

키리에의 노래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아이나 디 엔드, 마츠무라 호쿠토, 히로세 스즈 개봉 2023.11.01.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본 현지와 거의 동타임 개봉하는 이와이 슌지의 <키리에의노래>입니다. 10대 혹은 청년과 음악을 종종 믹스하여 영화를 내놓기도 했던 그의 이력을 생각하면 꽤나 익숙한 작품처럼 보입니다. 다만 이 작품은 노래와 가수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노래 그 자체와 가사에도 집중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뮤지컬 장르에 가깝다고 하겠네요. 11년 전인 2011년과 2023년을 오가는 방식으로 키리에로 불리는 가수의 과거를 따라가면서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네요. 오프닝도 그렇고 감독님이 전작이 연상되는 장면이 꽤 있기도 합니다. 말을 잃고 오로지 노래를 할 수 있는 소녀에게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몇몇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그 비밀이 조금씩 풀리는 스타일인데요. 어쩌면 조금 놀라긴 했는데 이 작품이 동시기에 <너와나>와 함께 극장에 걸리는 것도 운명인가 싶기도 했네요. 상당히 비슷한 정서와 기운을 가진 채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감추지도 않는, 남겨진 자의 슬픔과 희망이 뒤섞인 작품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 작품은 노래 기반이라 그럼에도 희망적이란 생각이 드는데 비해 <너와나>의 경우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하죠. 주연을 맡은 아이나 디 엔드라는 뮤지션은...

2023.10.27
그대들은어떻게살것인가-영원한 아이로 남아주셨으면 바람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산토키 소마, 스다 마사키, 시바사키 코우, 아이묭, 기무라 요시노, 기무라 타쿠야 개봉 2023.10.25. 지브리의 내리막길엔 미야자키 하야오의 제대로 된 후계자가 없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감독 역시 예전 같진 않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하울의움직이는성> 이후 <벼랑위의포뇨>와 <바람이분다>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들은 다소 가볍게 느껴지거나 무겁게 느껴지는 느낌이 강했던 게 저의 느낌인데 메시지와 함께 영화적인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했던 엔터테인먼트 요소들이 상당히 희석되거나 배제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직접 연출하진 않았어도 <코쿠리코언덕에서>와 <마루밑아리에티>도 다소의 단점들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그대들은어떻게살것인가>는 모든 관객들이 즐길만한 요소가 예전의 작품과 비교해도 상당히 풍부한 편입니다. 어쨌거나 기본적인 설정과 세부적인 캐릭터 디자인 등 전성기의 <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을 연상시키는 것들이 다수인데 아쉬운 건 정적이기 때문에 동적인 즐거움과 긴장감으로 이어지는 오락성은 거의 배제되어 있네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지브리의 캐릭터와 배경들은 그 자체로 눈을 정화시켜주는 매력이 있고 신카이 마코토 월드와는 또 다른 자신만의 인장을 다시 소환하고 있고요. 하지만 영화는 진행 중이고 스토리는 따라갈 수 있지만 왜 이렇게나 이어지는 이야기들의 진...

2023.10.25
블루자이언트-가슴을 파고드는, 때론 가슴을 두드리는

블루 자이언트 감독 타치카와 유즈루 출연 야마다 유키, 마미야 쇼타로, 오카야마 아마네 개봉 2023.10.18. 원작 만화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가장 기다려온 극장판 <블루자이언트>입니다. 흔한 소년 모험물에 질려버렸고 나이 드니 보컬이 없는 음악이 좋아지고 있어서 더욱 기대했던 작품이네요. 현재 1,2부를 끝내고 3부가 진행 중인 원작에서 1부 격인 도쿄에서 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스토리 라인 자체가 크게 새롭지 않고 특별한 것도 없지만 음악이 없는 만화를 보면서도 들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세밀한 묘사가 일품이었는데 결국 상상을 실제로 완성한 영화 속 음악과 디테일이 상당히 훌륭한 작품이었네요. 그리고 원작을 심플하게 잘 압축하기도 했고요. <스즈메의문단속>이나 <슬램덩크>를 관람한 관객들에겐 일반적인 일본 애니의 작화 퀄리티는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두 작품은 일본 애니로 치면 초거대 블록버스터인 셈이고 상대적으로 일반적인 애니는 일본 내에서도 TOP 10 진입도 어렵습니다. 그나마 이 작품처럼 원작 만화가 있다면 나은 편인데 상대적으로 캐릭터 묘사는 아쉬운 부분도 보입니다만, 도시의 묘사와 함께 연주하는 장면의 캐릭터들은 CG를 활용해서인지 때론 자연스럽다가 종종 튀기는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음악이 워낙 압도적인 탓에 가려질 수 있지만 이 작품은 단순할 수 있는 연주 장면 연출을 정말 잘 했더군...

2023.10.10
사나:저주의아이-이건 레트로가 아닌 그저 구식

사나: 저주의 아이 감독 시미즈 다카시 출연 미등록 개봉 2023.10.04.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주온>의 망령을 다시 소환한 가운데 이 작품은 무려 30년 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토시오와 그의 가족 이야기의 기원을 다루고 있는 셈인데 과연 이 작품의 기획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할 만큼, <주온>의 기운을 되살리려는 것인지 아이돌 홍보 영화인지 헷갈릴 정도로 의도가 불분명하네요. <주온> 극장판이 개봉한지 20년이 지났으니 나름의 의미도 있겠지만 기획 의도 자체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네요. 잘 떠올려 보면 <링>의 나카타 히데오 감독과는 달리 <주온> 외에 딱히 떠오르는 작품이 없는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이력을 생각하면 이 작품 역시 큰 기대를 하긴 어려웠네요. 그럼에도 연휴 동안 영화를 끊어서인지 뭔가 봐야겠다는 심정으로 대낮 극장을 찾았는데 카세트테이프를 매개로 해서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레트로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구식이었습니다. 정말 형편없는 제작비로 빠르고도 저렴하게 완성해야 할 영화였던 것인지 허접하진 않았지만 보통의 드라마보다 못한 등장인물, 한정적인 공간,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까지 총체적인 난국이었네요. 쓸데없이 긴 장면 연출도 다수 보이고 가상의 그룹이라 여겼던 영화 속 아이돌의 정체는 실존 아이돌이었음을 알고 충격을 받았네요. 영화기 때문에 춤도 노래도 어색하다고 느꼈는데 ...

2023.10.05
여름을향한터널,이별의출구-지금 만나러 갑니다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 감독 타구치 토모히사 출연 스즈카 오지, 이토요 마리에 개봉 2023.09.14. 요 몇 년 간 보아온 10대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 애니들은 대게 로맨스 그 자체보다는 그 시기에 겪는 고민들이 많이 녹아 있습니다. 로맨스는 곁가지거나 로맨스에서 그들의 고민과 고통이 포함된 이야기가 많은 편인데 <여름을향한터널,이별의출구> 역시 비슷한 소재의 분위기의 작품이네요. 거의 2인극에 가까운 드라마인데 두 주인공 모두에겐 어두운 과거의 기억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쉽게 섞이지 못하는 인물들이고 우연찮은 기회에 서로 친해지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공간과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작품으로 일종의 판타지 구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라시마 터널이라는 공간은 소원을 들어준다는 설정에 더해 현실과 시간차가 생기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터널이 마치 우주처럼 몇 초만 머물러도 현실은 몇 시간이 흐른다는 개념인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상당히 중요한 걸 포기해야 한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다만 로맨스물이긴 해도 이런 설정을 로맨스 그 자체에 사용하지 않고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식으로 소비되는데 그를 통해 상대방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더군요. 작화는 종종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크게 무리 없이 즐길 수 있고 여름의 시골을 배경으로 해서 청량도 더했습니다. 아주 진한 사랑이라기보단 풋풋함을 무기로 해서 ...

2023.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