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영화음악가의 다큐멘터리가 공개되었는데 존 윌리엄스 다큐멘터리가 디즈니와 스필버그 그리고 루카스 필름의 든든한 지원 아래 공개되었습니다. 사실 다큐멘터리로 본다면 평이한 영화이고 별다른 야심이나 시도가 보이지 않는 평범한 작품이라 다소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는데 그냥 절정의 영화음악으로 두드려 패는 통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흔이 넘은 연세에도 아직 현역을 유지하고 있어서 지금 최신의 인터뷰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니 영화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자료가 될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아주 단순하게 전개되지만 중요 작품을 두루 훑으며 가서 아쉬움은 없었네요. 음악가의 집안에서 시작해 마치 엔니오 모리꼬네처럼 영화음악과 오케스트라 혹은 클래식의 반발 속에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는 그의 모습이 짠했습니다. 스필버그의 희망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가 <죠스>로 시작되어 조지 루카스에게 소개해 주면서 <스타워즈>로 번지며 두 감독이자 제작자의 합작품인 <인디아나존스>로 이어지는 과정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걸 스필버그와 루카스 본인이 여러 차례 등판해 당시를 회고하니 뭐 이런 진귀한 광경이 있나 싶네요. 영화는 꾸준하게 스필버그와의 작업 과정이 거의 시간 순서대로 그리고 있습니다. <E.T>와 <쉰들러리스트>, <쥬라기공원>, <라이언일병구하기>와 <뮌헨> 등의 작업과 더불어 <슈퍼맨>, <나홀로집에>나 <JFK>, <7...
이미지 준비중 돈 무브 감독 애덤 쉰들러, 브라이언 네토 출연 핀 위트록, 모레이 트레드웰, 켈시 애스빌 개봉 2024.10.25. 샘 레이미라는 이름이 올라있는 <돈무브>는 공포라기보단 생존 스릴러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 <맨인더다크>의 원제인 "Don't Breath"의 파생 작품 같은 느낌도 드는데 눈이 보이지 않는 빌런이란 독특한 설정을 확장하여 주인공에서 말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다는 최악의 상황을 던져주고 생존해야 하는 영화죠. 보통 살인마에게 쫓기는 영화들에선 여성 캐릭터들이 산악 활동을 즐기는 등의 액티브한 설정을 통해 여러 가지 상황을 연출하려 한다면 반대로 아들을 잃은 슬픔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엄마의 모습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어쨌거나 보통의 상황을 비틀고 전환하려는 초반 설정이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약물 주입을 통해 점차 몸의 감각이 사라진다는 설정이 신박한데 비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합니다. 외딴 숲이나 마찬가지인 배경이 주인공을 고립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반대로 어떤 특별한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약점도 있으니 초반이나 기획에 비해 전개 아이디어의 빈약이 드러나는 지점이네요. 대신 상황에 끼어드는 인물들이 있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등의 신선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알아차릴까 말까 하는 긴장감이 살아있는 장면도 있긴 하지만 기술적으로 뛰어나진 못해서 연출력이 다소 아쉽다는...
전,란 감독 김상만 출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전배수, 조한철, 전진오, 강길우 개봉 2024.10.11. 솔직히 이젠 이 정도의 사극을 극장에서 만나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완성도가 만족스러워서도 아니라 큰 제작비가 투입되는 사극이나 시대극에 큰 제작비를 투입하려는 것이 큰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죠. 박찬욱 감독이 제작에 나선 <전,란>은 캐스팅부터 기술적인 완성도까지 크게 흠이 없을 정도로 근래 보기 드문 사극 액션 영화입니다. 임진왜란과 선조 시대 전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 영화의 초반에 설명되는 정여립 관련 이야기는 <구르믈벗어난달처럼>을 참고하시면 연결되는 영화처럼 보실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전,란>은 순수하게 시대에 함몰된 계급 싸움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네요. 기술적으론 좋았지만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과 더불어 노비와 양반 혹은 왕과 백성 등의 대비가 너무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는 장면 연출과 편집이 너무 도식적으로 그려질 정도로 직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액션신이 유려했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힘을 주거나 새롭진 않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준수하다는 정도로 평가해야 할 것 같아요. 도포 자락을 휘날려야 했을 강동원 배우의 검술은 앞선 사극 출연작들 대비 눈에 띄지 않다는 아쉬움도 있었네요. 사실 액션의 대부분이 박력감이 부족하달까, 에너지가 많이 달리는 느낌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캐릭터와 ...
무도실무관 감독 김주환 출연 김우빈, 김성균 개봉 2024.09.13. 이젠 누군가를 때려잡는 영화들이 새삼스럽지도 않으며 특별한 자기만의 강점이 있어야 살아남는 장르가 되었는데 <무도실무관>은 그런 직종 중에서 아주 한정적으로 구체화하여 궁금증을 만드는 영화입니다. <D.P>가 환기한 것처럼 전자발찌와 보호감찰관 정도만 알려졌던 이 방면에서 무도실무관이란 것은 대체로 새롭게 다가와서 일단 이 작품의 기획 자체가 상당히 훌륭하다고 하겠네요. 뻔한 장르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내는 것이 바로 제작과 기획의 영역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무거울 수 있는 소재에 김우빈이란 배우의 기용으로 가볍고 밝은 기운을 불어 넣은 것 역시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사실 영화가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무도실무관이란 새로운 공무직의 존재를 부각시킨 것 외에 범죄 장르에서 특별한 매력은 없었습니다. 다만 정공법에 가깝게 그려서인지 스토리와 액션 모두 평균 이상의 합격점을 줄 수 있다는 준수한 매력에 가깝겠네요. 근래 영화들이 모두 특정 매력을 어필하는 시대인데 반해 뭔가 고전적인 범죄 영화에 가까우면서 배우들의 연기로 MZ 관객에게도 어필한다는 인상입니다. 이 작품은 <베테랑>이나 <범죄도시>보다는 <와일드카드> 같은 정통 형사 무비에 가깝게 느껴진 것도 그런 부분입니다. 특히나 이 작품은 버디 무비에 가깝게 캐릭터가 세팅되어 있으니까요. 물론 <D....
더 유니온 감독 줄리언 파리노 출연 마크 월버그, 할리 베리, J.K. 시몬스 개봉 2024.08.16. 종종 묻고 싶어집니다. 비밀 단체와 첩보가 아니면 액션 영화 만들기 힘든 겁니까? 아니면 첩보 스릴러는 만들어야겠는데 CIA나 MI6는 너무 식상해서 다시 활용하긴 무섭나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인 <더유니온>은 남녀 성 역할을 조금 달리하면서 완성한 코믹 액션 로맨스 스릴러 등등의 다양한 장르를 섞어둔 작품입니다. 마크 월버그나 할리 베리 모두 액션이나 스릴러에서도 어느 정도 잔뼈가 굵은 배우들이기에 조합이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네요. 초반의 분위기를 보니 이거 아재들을 위한 90년대 스타일의 영화겠구나 싶었어요. 뭐 예상이 빗나가진 않았습니다. 평범한 남자가 옛사랑에 이끌려 첩보 집단의 임무를 맡게 된다는 설정은 특별하진 않아도 그리 많지도 않습니다. 우발적이라면 모를까 직접 의뢰를 하고 맡을지 말지 선택하는 것 역시 주인공의 몫이니까요. 여기엔 옛사랑인 여성이 그 임무의 적임자로 의뢰한 주최라는 것이고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과거가 소환되어 티격태격하는 재미를 노리기도 했네요. 어쨌거나 비슷한 영화들과의 차이점은 묘하게 유사한 부분들을 비껴가는 것이긴 합니다. 다만 이게 아주 재밌게 포장되었다면 좋으련만, 요즘 관객이나 과거부터의 관객들이 보더라도 너무 허허실실 한 진행이더군요. 두 배우의 조합은 나쁘지 않았는데 미션 수행 과...
이미지 준비중 비버리 힐스 캅: 액셀 F 감독 마크 몰로이 출연 에디 머피, 조셉 고든 레빗, 테일러 페이지, 케빈 베이컨, 저지 레인홀드, 존 애쉬튼, 폴 레이저, 브론슨 핀초트 개봉 2024.07.03. 1년이 등장한지 40년 만에 제작된 4편입니다. 국내에선 유독 인기가 없었던 시리즈인 <비버리힐스캅>을 얼마 전에 봤던 기억을 소환하면 80년대 대표적인 형사 시리즈물인 <다이하드>나 <리쎌웨폰>과 비교해도 볼거리는 확실히 떨어지는 작품인데요. 대신 흑인이 주인공이라는 점과 가장 백인의 성지와 같은 비버리힐스를 배경으로 그곳에 침투한 떠버리 흑인 경찰이라는 점은 시대적으로 흑인 관객들에겐 상당한 환영을 받지 않았을까 싶네요. 80년대를 돌아보면 에디 머피의 티켓 파워가 가장 강력했던 시기이기도 한데 이 작품은 그 시작과도 같습니다. 더구나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의 대표 히트 영화이기도 한데 <탑건:매버릭>의 대성공 이후 자신감을 얻어 소환된 작품 같기도 하네요. 여전히 볼거리는 부족하고 우리가 흔히 보는 버디 무비의 흑인 주인공이 가진 캐릭터성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지만 이 작품이 그런 영화들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터라 캐릭터성도 가장 강력합니다. 말발 하나로 적진을 뛰어드는 담대함과 근성을 가진 액셀 폴리는 전혀 늙지 않은 듯한 인상의 에디 머피가 세월의 흔적을 지워 버리면서 영화의 몰입감을 더욱 높여주네요. 종종 30~40...
아틀라스 감독 브래드 페이튼 출연 제니퍼 로페즈, 시무 리우, 스털링 K. 브라운 개봉 2024.05.24. 더 이상 새로운 SF를 만나기란 어려워진 영화판에서 <아틀라스>와 같은 작품은 넷플릭스의 안일한 선택일지 모릅니다. 가뜩이나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장르인데 근래 관객들은 다소 외면하는 장르이기도 해서 이 시기 공개가 맞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네요. 워너에서 사이즈가 주 매력을 이루는 영화들을 만들어 온 브래드 페이튼 감독이 연출한 <아틀라스>는 익숙한 모든 SF의 클리셰라 할 만한 것들을 끌어모아 만든 잡탕밥과도 같은데 이게 또 아는 맛의 총합처럼 구미를 당기기도 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이게 은근 맛있었습니다. 개성 없는 SF가 난무하는 작금의 시장에서 적어도 미덕이 확실한 작품이었으니까요. 왜 굳이 제니퍼 로페즈일까 생각했지만 그 이유를 찾지 못했고 이건 아마도 여성 전사 이미지를 의식한 캐스팅 내지 제니퍼 로페즈의 참여처럼 보입니다. 시고니 위버와 같은 스타일까진 아니어도 로봇 AI에 탑승하고 전투를 벌이는 모습은 <에이리언2>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생각 이상으로 근미래 지구의 묘사가 현실과 맞닿아 있게 그리고 있어서 흥미롭고 무엇보다 이 작품은 <트랜스포머> 같은 작품이 담지 못한 기체 탑승 로봇과 밀리터리 덕후들이 좋아할 만한 전투 장면들이 꽤나 재밌습니다. 마치 <아바타> 후반부의 장면처럼 말이죠. 그러니까 브...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감독 바오 뉴엔 출연 미등록 개봉 2024.01.29. 종종 과거 세대의 가수들이나 아이돌이 예능에 나와 한때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한 아티스트가 그날 회식을 쏜다는 걸 얘기하는 광경을 보곤 합니다. 그걸 나름의 좋은 추억이라 여기는 모습들을 보면 일견 이해되는 모습도 있었네요. 아티스트 한 팀이 최소 4명 이상 되는 경우가 많고 음악 프로그램이 하루 종일 리허설과 녹화를 거듭하며 챌린지 찍기에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걸 생각하면 예전의 그런 모습을 기대하긴 어려운 게 현실일 겁니다. 종종 가요대상 수상곡을 참여 가수들이 모두 돌아가며 부르는 진귀한 광경조차 이젠 커버 곡 정도로 무대를 꾸미는 게 최선인 세상이 되었어요. 아프리카 자선 앨범 성격을 띤 "We Are The World"의 녹음을 모이게 된 미국 최고의 아티스트를 섭외하고 단 하룻밤 만에 일사천리로 녹음해야 했던 과정을 담은 35년 전의 이벤트를 제대로 처음 접하는 마음은 그야말로 눈물도 고이면서 가슴 벅찬 진귀한 체험이었습니다. 이미 고인이 된 다수의 아티스트들도 보이고 젊었을 때 최전성기를 누린 유명 아티스트들의 소소한 자존심 싸움까지 흔히 접하지 못할 화면이 남아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네요. 이런 유사한 프로젝트가 전후에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특히나 미국 가수들이 모인 배경은 드라마틱 했네요. 퀸시 존스와 라이오넬 리치 그리고 마이클...
Rebel Moon(레벨 문): 파트2 스카기버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소피아 부텔라, 디몬 하운수, 에드 스크레인, 미치엘 휘즈먼, 배두나, 안소니 홉킨스 개봉 2024.04.19. 더 이상 은하계의 정복자와 저항군의 이야기 따윈 궁금하지 않은 영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잭 스나이더의 <레벨문파트2>를 맞이하게 되었네요. 사실 다른 분들의 리뷰가 올라오지 않았다면 공개일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던 터라 그냥 지나칠 뻔했습니다. 금주 시사가 거의 없어 리뷰 쓸 일도 없을까 걱정했는데 어쨌거나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에 파트2 역시 조심스레 찾아보게 되었네요. 그런데 이번 파트2는 전편보다 더 최악이네요. 단순히 지루함을 넘어선 다소 심각한 부분들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써커펀치>는 스타일이라도 확실했건만. 사실 전편을 보고 나서 예상되는 수순을 한치의 흔들림 없이 따라가는 이야기는 그냥 양반일 정도로 영화의 대사들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나치게 비장하게 내뱉어서 헛웃음이 나오는 대사도 그렇고 소름 돋을 정도로 개성이 없어서 누군가의 습작 시나리오처럼 들렸네요. 모두가 무게를 잡고 있는데 두 세력 간의 전투는 정말 군대를 경험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일렬로 늘어선 빌런 군인들의 모습은 그냥 "나 죽여주십쇼" 하는 쇼를 벌이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뭐 물론 여기에 러닝 타임 채우기용 슬로 모션은 방점을 찍어야 할 장면과 평범...
황야 감독 허명행 출연 마동석, 이희준, 이준영, 노정의, 안지혜 개봉 2024.01.26. 지진 디스토피아 3부작이라 해도 될 만큼 지진으로 인한 전후를 영상으로 만든 세계관은 장르도 다르고 스타일도 달라서 무척 잘 기획된 사례라 하겠습니다. 물론 각기 완성도도 다르지만 적어도 기획 그 자체만 보면 큰 그림을 잘 그린 듯하네요. 물론 지진 직전의 모처 모텔을 배경으로 한 <몸값>은 시리즈로 구성되어 범죄 액션 스일이었으며 지진 전후의 투쟁기 <콘크리트유토피아>는 인간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황야>는 순수한 액션에 가깝습니다. 세 작품이 온전히 하나의 기획으로 출발되지는 않았지만 결국 하나의 세계관을 가진 흥미로운 구성임은 부인할 수 없네요. 아쉽게도 <황야>는 디스토피아적인 디테일들이 부족합니다. 지진 이후 생존자들의 삶은 그저 스케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콘크리트유토피아>가 없었다면 영화는 더욱 빈곤해졌을 가능성이 높네요. 지진 약 3년 이후를 다루었기 때문에 <콘크리트유토피아>의 상황에서 많은 변화가 있다는 점이 특색이며 공간적인 배경만을 공유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 여길 수도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익숙한 공간이라 좋았고 이런 프로덕션 재활용은 충분히 환영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되네요. 대신 빌런에 대한 디테일들이 아주 아쉽습니다. 기본적인 것부터 조금 큰 부분까지 말이죠. 이희준 배우가 맡은 양기수 박사의 백그라운드 설정...
Rebel Moon(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소피아 부텔라, 디몬 하운수, 에드 스크레인, 미치엘 휘즈먼, 배두나, 레이 피셔, 찰리 허냄, 안소니 홉킨스, 스태즈 네어, 프라 피 개봉 2023.12.22. 사실 볼 생각이 없었던 <레벨문>은 지루한 성탄 시즌을 견디기 위해 선택된 영화였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잭 스나이더가 DC로 편입된 이후부터는 그리 제 취향과 맞지 않았는데 딱 그의 청불 3부작은 나름대로 좋아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새벽의저주>부터 <300>과 <왓치맨>까지였네요. 그가 <가디언의전설>부터 청불 영화에서 멀어져 가면서 작별을 고한 것도 같네요. 일단 캐스팅 자체도 나쁘지 않았고 초반 설정과 장면이 꽤나 좋아서 끝까지 보게 되었네요. 그런데 <레벨문> 역시 <아쿠아맨2>와 같은 단점이 고스란히 보였습니다. 조합이라도 잘 하면 창의적인 영화가 될 수 있는데 결국 그렇고 그런 SF 스페이스 사가로 남을 것 같은 불안감이 듭니다. 뭐 오우삼 감독의 영화에서 슬로우와 비둘기가 등장하는 건 당연시 여기는 부분이지만 그건 시그니처임과 동시에 중요한 장면임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와 마찬가지로 잭 스나이더의 슬로우 장면은 그리 맥락이 없습니다. 감독판이 존재한다면 농담처럼 슬로우 장면은 더 많을 거란 우스갯소리도 할 수 있겠어요. 그렇게 힘주지 않아도 될 장면들에 잔뜩 힘이 들어가고 액션은 생각보...
결국 국내에선 개봉하지 못했고 심지어 네이버엔 이 영화 DB도 등록되어 있지 않은 불운의 영화 <더이퀄라이저3>입니다. 2015년 1월에 <존윅>보다 한주 늦게 개봉한 이 작품은 <존윅>보다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말았는데요. 사실 두 작품 모두 국내에선 실패나 다름없는 성적이었지만 회생에 성공한 <존윅>과 달리 <더이퀄라이저2>부터는 극장에서 만날 수 없었습니다. 화려한 기교보단 믿음직스럽고 카리스마 넘치며 묵직한 파워로 한방에 제압하는, 존윅의 방식과는 사뭇 다른 매력을 가진 캐릭터였죠. 덴젤 워싱턴 아닌 다른 배우를 떠올리기 쉽지 않기도 했습니다. 전직 특수 요원이니 따지고 보면 <테이큰>에 가깝다고도 하겠지만 항상 지키고 싶은 것이 있는 남자의 복수극에 가까운 테마를 가졌고 자신보다 타인을 위한 명분으로 적을 소탕하는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존윅>과 <테이큰>보다는 조금 다른 부분이죠. 사실 시리즈 3편에 들어서면 예전 한국 나이로 일흔이 된 덴젤 워싱턴의 은퇴식처럼 보이기에 오프닝 장면부터 짠한 설정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이런 세계에 발을 디디고 수행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짐작케 하는 흔들리는 눈빛이 보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스토리도 마음에 들더군요. 이젠 자연인으로 돌아가려는 듯한 그에겐 이제 지키고픈 것들이 생겨나고 또다시 움직이게 되는데 사실 이게 앞선 시리즈보다 조금 더 더딥니다. 좋게 말...
독전 2 감독 백종열 출연 조진웅, 차승원, 한효주, 오승훈, 김동영, 이주영 개봉 2023.11.17. <독전>이 사랑받은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본 적이 있네요. 저는 그리 좋게 본 작품은 아니었기 때문에 500만을 동원한 이유에 대해 곱씹어 보았던 거죠. 일단 영화 속 인물들의 캐릭터성이 좋았다고 생각되고 일부 장면에서 정체가 탄로 날까 봐 가슴 졸이게 만드는 긴장감이 있었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열린 결말과 더불어 어느 하나 특정되지 않았던 모호함이라 생각했습니다. 1편의 동일선상에서 시작하는 영화의 색깔은 1편과는 온전히 다른 느낌이었고 마치 다른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네요. 정서가 완전히 다르다고나 할까요. 처음부터 결과를 알고 보는 영화의 맛은 그리 깊지 못한 법이기도 하니까요. 1편의 마무리에 등장했던 두 발의 총성 바로 그 이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번 2편은 마치 관객들을 위한 선물인 양 이선생과 그를 둘러싼 이전투구 이면을 설명해 주는 역할을 하는 속편입니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전편의 매력 중 하나가 모호함이라 생각했는데 풀리지 않았던 의문을 모두 해소하고자 등장한 속편은 너무 싱겁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충 예상은 했지만 그리 충격적이지도 않고 끼워 맞춘 인상도 살짝 드는, 굳이 몰랐어도 될 이야기들로 치장되어 오히려 전편이 가진 캐릭터들의 매력마저 해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건 가장 치명적...
90년대에 <해피>, <야와라> 등의 스포츠물부터 <마스터키튼>, <몬스터> 같은 작품에 푹 빠지면서 그의 열혈한 팬이었는데 <플루토> 또한 좋아하는 작품이었는데 넷플릭스에서 8부작 애니로 만들어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원피스> 실사화는 단 1도 기대가 되지 않았던 저지만 이 작품의 애니는 반대였네요. <플루토>는 혹시라도 <크리에이터>에 실망하신 분이라면 추천드릴 수 있습니다. 비주얼보다 주제의 깊이를 생각하면 훨씬 다채롭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죠. 데즈카 오사무의 원작을 현대적인 감각과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려낸 우라사와 나오키의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빌드업 혹은 떡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쌍제이 감독 이전에 우라사와 나오키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은데 문제는 잘 회수하느냐, 독자가 납득할 수 있는가의 문제겠죠. 너무 벌려 놓는 탓에 수습이 안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원작이 있는 <플루토>의 경우엔 원작에 많은 변형을 가하면서 콤팩트하게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다수의 슈퍼 로봇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여러 빌런의 존재를 아주 조금씩 보여주고 끝끝내 궁금증을 폭발하게 만드는 힘은 역시나 시간과 사건을 어떤 순서대로 배치하고 보여줄지 능수능란하게 조합하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알려진 바대로 로봇들 간의 전투가 생생하게 그려진 스타일의 작품이 아닙니다. 각 로봇들의 내면, 인간과 로봇의 공존에 대한 정...
발레리나 감독 이충현 출연 전종서, 김지훈, 박유림 개봉 2023.10.06. 이충현 감독과 전종서 배우는 마치 폴 W.S.앤더슨과 밀라 요보비치처럼 가는 걸까요. <콜>과 <발레리나> 그리고 티빙에서 공개되었던 <몸값>은 연출은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액션 히로인이 될 여지가 많은 캐릭터를 줄줄이 연기 중인 전종서 배우는 강력한 캐릭터성까지 겸비하고 있어 조금만 더 힘을 실어준다면 충분히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다만 <발레리나>는 너무도 익숙한 설정과 이야기에 개성마저 부족한 액션이 거의 전부라 할 수 있어서 뭔가 이충현 감독이 넷플릭스에서 워밍업을 해본 듯한 인상을 주더군요. 우연한 동창과의 만남은 <레옹>의 초반과 다를 바 없고 과거로 인해 강력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은 크게 의지 없이 삶을 살아갑니다. 이 영화의 주동력은 과연 무엇인고 하니 추격이냐 아니면 복수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었는데 복수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 작품 역시 관객에게 속 시원한 쾌감을 줄 목적에 가까웠다고 하겠는데 한국이지만 동남아 스타일의 세트와 조명 그리고 로케이션까지 이태원을 끌어온 인상은 들지만 뭔가 이질적인 느낌을 감출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전종서라는 배우가 워낙 존재감이 큰 게 사실이라 다행인 건지 따지고 보면 크게 매력은 없는 주인공이 달라 보이는 지점도 확실히 있었네요. 전종서 배우가 수행한 액션들은 그...
하트 오브 스톤 감독 톰 하퍼 출연 갤 가돗, 제이미 도넌, 알리아 바트, 마치아스 슈와바이어퍼 개봉 2023.08.11. 넷플릭스의 <하트오브스톤>은 종종 만들어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여성 버전의 스파이 액션 영화입니다. 아마도 여성 액션배우로서의 입지를 생각하면 안젤리나 졸리와 밀라 요보비치 이후 가장 뚜렷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갤 가돗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어쩌면 갤 가돗의 출연이 아니면 제작되기도 힘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미션임파서블>의 톰 크루즈를 연상시키는 여러 장치들을 보면 그렇게 생각되더군요. 더 이상 새롭긴 힘든 장르에서 여성 스파이 액션은 어떻게 구현될지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습니다. 넷플릭스의 방향성에 항상 쓴소리를 하는 입장이기도 했고요. 여전히 다양한 국가를 돌면서 풍광을 훑으며 과시적인 느낌이 강한 카메라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이 작품은 착실한 편이더군요. <그레이맨>은 한껏 몸집을 불렸다고 자랑하는 작품 같았지만 초반 "하트"라는 존재의 설명을 위한 것들을 제외하면 후반부는 생각보다 소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하트"를 활용해서 더 밀어붙이길 원한 관객도 있을 것 같은데 기술이 곧 위험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미션임파서블:데드레코닝1>과 다소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게 아쉬움이네요. 다소 늦게 공개된 타이밍은 다소 뻔한 소재마저 더욱 비교 당하는 운명입니다....
왬! 감독 크리스 스미스 출연 조지 마이클, 앤드루 리즐리 개봉 2023. 07. 05. 어릴 적 가장 먼저 접한 팝 가수 중 하나인 <왬!>의 다큐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어 보게 되었습니다. 조지 마이클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기도 하고 그들의 초기 시절에 대한 궁금증도 있어 흥미롭게 보았네요. 그런데 보수적인 영국 사회를 뒤흔들 만큼 젊은 음악팬들을 열광케 하고 80년대 아이돌의 원조와 같은 모습은 현재 K-POP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사실 그들이 그렇게나 아이돌 그룹으로 폄하 당하면서 큰 아픔을 겪고 있었던 것을 전혀 알지 못했었네요. 그저 음악이나 좋아했지 그들의 이면이나 속 사정을 찾아볼 생각은 제겐 없었나 봅니다. 사실 영화가 그리 뛰어날 만큼 야심이 있거나 획기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엔니오:더마에스트로>처럼 그들의 생존 인터뷰가 꽤나 많은 분량으로 내레이션으로 깔리니 적어도 결성부터 해체까지의 상세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좋았네요. 10대 시절 아웃사이더와 같았던 두 친구가 어떻게 데뷔하게 되었고 동반자 같았던 서로의 능력이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서, 조지 마이클의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결합하고 또한 음악의 목표가 뚜렷해지면서 결별하는 수순을 밟아가는 과정은 당사자가 아니어도 이해되는 부분이 많았네요. 80년대가 주된 배경이라 그들 활동 대부분의 영상들이 제대로 남아 있고 개...
익스트랙션 2 감독 샘 하그레이브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개봉 2023. 06. 16. 아무래도 OTT 공개를 겨냥한 영화들이 쉽게 정이 가질 않네요. 일단 공개된다는 발표가 항상 있지만 기대된다는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특히나 규모가 큰 영화들에 먼저 손이 가다보니 보면 천편일률적인 단점이 먼저 보입니다. <익스트랙션>의 경우 미덕이 확실하다는 생각인데 이미 3년 전의 영화다 보니 그에 이은 속편도 유행이 지난 것처럼 느껴지네요. 80~90년대의 액션 영화를 보고 자란 입장이다 보니 이렇게 직진으로만 뻗어가면서 액션이 그저 기능적인 점수를 뽐내려는 인상을 주는 영화에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일 수 있겠습니다. 원작이 있으니 다시 돌아오는 것 쯤이야 그리 흠도 아니고 오히려 환영할 수 있는데 이런 스토리라면 크리스 헴스워스가 아니라 척 노리스가 와도 무방한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놀라울 정도로 90년대 머물러 있는 빌런과 발암 캐릭터, 그마저도 흥미를 급격히 떨어 뜨리는 후반부의 설정과 구도는 그나마 쌓아올린 기술 점수를 모두 까먹게 만드는 현실이었습니다. 초반 교도소 탈출 장면은 종종 액션의 연출이 신선하기도 했는데 야외 격투씬은 액션과 리액션의 흠이 꽤나 커 보였고 주변 엑스트라들의 움직임 역시 엉성해 보인다는 단점도 보였습니다. 다양한 기술력과 스턴트, 그리고 카메라 워크까지 동원한 갖가지 현란한 액션은 물량공세의 결과물로 눈요기...
길복순 감독 변성현 출연 전도연, 설경구, 김시아 개봉 미개봉 사실 이런 소재와 설정의 영화가 제법 있었기에 새로울 게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국내에선 <회사원> 같은 영화가 있었고 한창 <존윅4>가 개봉을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킬러 집단의 기업화와 이를 벗어나려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그리 새롭지는 않으니까요. <길복순>은 대신 주인공을 10대 때부터 킬러의 세계에 입문한 여성으로 그렸고 엄마가 되었으며 생업과 더불어 자녀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의 복합적인 인물로 배치했습니다. 우연찮게도 <일타스캔들>의 다크 버전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젠 10대 딸을 가진 엄마로 출연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네요. 이 작품은 과연 어디에 방점을 찍을까 하고 기대했습니다. 액션 그 자체인가 혹은 세계관인가 아니면 킬러와 엄마로서의 삶의 아이러니한 모습인가 하는 것이었죠.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일리시한 액션이긴 하지만 전문 액션배우가 아닌 두 명의 주연 배우의 모습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적어도 액션에선 말이죠. 무게감이 제법 아쉽고 스피드나 새로운 시그니처 액션 장면을 펼쳐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편집과 연출을 통해 요즘 트렌드에 근접할 정도로 공을 들인 건 사실입니다만 이 영화의 매력을 커버하기엔 아쉬움이 남네요. 오히려 오프닝 황정민 배우의 존재감이 액션보다 더 각인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세계관 역시 <회사원>과 거의 유사한 느낌이라...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감독 김태준 출연 천우희, 임시완, 김희원 개봉 미개봉 소설에서 영화로, 그리고 국내에서 리메이크된 <스마트폰을떨어뜨렸을뿐인데>는 아쉽지만 넷플릭스 공개를 선택했습니다. 제가 원작이든 일본 버전을 보진 않았지만 그냥 봐도 일본 버전보다 잘 만들어졌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적어도 국내 스 타일로 잘 이식했다고 느껴졌네요. 다만 이 작품은 소재의 폭발성 때문에 어떻게 장르적으로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대결 구도가 아닌 다분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적인 구성이 처음부터 끝까지 가는 전개라 고구마 한가득 느껴지는 관객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속 시원한 스타일의 스릴러는 아니란 얘기죠. 오프닝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인공의 삶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다양한 스마트폰 화면 구성과 영상이 최소 10~20분 구성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정보 이상을 쏟아냅니다. 영화의 소재와 스타일을 명확히 보여주는 작품임을 선포한다고나 할까요. 관객은 범인을 알고 있으며 주인공만 모르는, 이른바 서스펜스를 만드는 작품인데 이게 점층적인 전개이기도 해서 범인의 치밀한 계획과 행각에 나 자신에 대입하며 조심해야겠다는 각성을 하다가도 바라보는 입장에서 주인공의 행동이 답답하고 안타깝기도 한마음이 차례로 스쳐가게 됩니다. 그러니까 심증적으로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상황에 감정이입하다가 종종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주인공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