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 프랑수아즈 사강
2024.01.01콘텐츠 4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삶을 살았던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
작가의 소설을 읽다 보면 소설 속 주인공 중에 작가 자신이 투영된 인물들이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설득보다는 매혹을 원했던 프랑스 최고의 감성, 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로 불리우는 그녀의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Francoise Quoirez)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등장인물인 사강을 필명으로 삼았다. 그녀는 1935년 프랑스 카자르크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소르본 대학교를 중퇴하였다. 19세 때 발표한 장편소설 『슬픔이여 안녕』이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되어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 작품으로 1954년 프랑스 문학비평상을 받았다.

1954년, 소르본 대학에 입학하고 첫 시험에서 낙제한 후, 그 해 여름 바캉스를 즐기다가 요트사고가 나고, 회복을 위해 침대에 누워있으며 2개월만에 소설을 쓴다. 19세에 발표한 이 장편소설 『슬픔이여 안녕』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그녀는 1954년 프랑스 문학비평상을 받았다. 그 뒤 『어떤 미소』(1956), 『한 달 후, 일 년 후』(1957),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신기한 구름』, 『뜨거운 연애』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냉정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인간의 고독과 사랑의 본질을 그려낸 사강의 작품들은 자유로운 감성과 섬세한 심리묘사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 모리악은 사강을 두고 "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라고 펴했으며 "지나칠 정도로 재능을 타고난 소녀"라고 불렀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사강은 당시 '천재 소녀'로 불리우며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세계적인 명성과 부를 얻는 그는 3~4년동안 인세로 5~6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이 번 돈으로 경주용 고급 스포츠카 재규어를 사고, 표범 모피코트를 구매했으며, 뒤셀도르프에 별장을 샀다.

스피드광이었던 그녀는 1957년에 교통 사고를 당한다. 한때 신부가 임종 미사도 하고 '사강, 교통 사고로 즉사하다'라는 뉴스가 전 세계에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소생한 그녀는 3개월간의 병상 생활에서 죽음과 인생, 사랑에 대한 깊은 반성의 기회를 갖게 된다. 퇴원 후 20세 연상의 매력적인 편집자(M. Guy Schoeller)를 만나 첫눈에 반해 곧장 결혼한다. 그녀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애당초 거짓말하는 것에 쾌감을 느껴왔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어떤 인터뷰에서는 "모르는 것은 쓸 수가 없다. 느끼지 못하는 것도 쓸 수가 없다. 체험하지 않은 일은 쓸 수가 없다"고 말한 것을 보면 소설에 그녀의 인생의 경험이 녹아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1962년에는 패션 모델을 한 적이 있는 젊은 미국 조각가(Robert Westhoff)와 재혼하여 아들까지 낳았지만 곧 별거하고 이혼한다. 이후 그와 동거 생활을 시작하여 7년을 함께 살았다. 사강은 이 시기에 전직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스타일리스트였던 Peggy Roche와 성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고. 이렇게 그녀는 두 번의 결혼과 이혼, 도박, 자동차 경주, 약물중독 등으로 ‘사강 스캔들’이라는 말을 낳으며 자유분방한 생활로도 유명해졌다.

말년에 사강의 생활은 사막처럼 황폐해져간다. 신경 쇠약, 노이로제, 수면제 과용, 정신병원 입원, 나날이 술로 지새우는 생활이 거듭되면서 도박장 출입이 잦아졌다. 집을 담보로 잡히고 도박 밑천을 마련하는가 하면, 하룻밤새 몇억 원 상당의 인세를 날려버리곤 하다가 파산했다. 급기야 프랑스 도박장에는 5년간 출입 금지 선고를 받고 도버 해협을 건너 런던까지 도박 원정을 갔다. 결국 빚더미 속에 묻히게 된다. 도박이야말로 일종의 정신적인 정열이라 했던 사강은 그렇게 많은 돈을 잃고도 돈이란 본래 있던 장소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태연히 말했다. 그 모든 생활과 성격의 파탄은 그녀의 견딜 수 없는 고독이 빚어낸 부산물이라고 한다. 50대에는 마약 혐의로 법정에 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런 무절제한 생활의 대가는 비참했다. 어느 날인가는"이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지금 비디오 카세트를 하나 사고 싶지만 내겐 그 돈이 없다"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그런 폐인지경에서 사강을 구원한 것은 아들 도니였다. 그녀는 세상에서 아들만이 자기를 비판할 권리가 있는 오직 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재생을 결심하기도 했다. "나는 사람이 꿈꿀 수 있는 모든 것을 내 손에 거머쥐었다. 지난 날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 나는 인생을 즐겼다. 그렇게 오랫동안 인생을 즐겼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었다."

2004년 사강이 병환으로 별세하자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가장 훌륭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 중 한 사람을 잃었다”며 애도했다.

01.세월을 의식하는 중년 여성과 그녀와의 정신적 사랑을 갈망하는 20대 남성의 미묘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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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이별'을 테마로 한 열아홉 편의 단편

삶에 대한 환멸을 느낀 부유한 부르주아 계층을 주인공으로 삼고, 건조하고 시니컬한 사강 특유의 목소리로 주인공들의 섬세한 심리를 들려주는 사강의 문체가 도드라지는 단편들은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를 무대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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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에서 여주인공이 '조제'라는 이름을 따왔던 소설

소설의 제목인 '한 달 후, 일 년 후' 는 프랑스의 비극작가 라신의 희곡 「베레니스」 중 로마 황제 티투스와 유대 여왕 베레니스의 이별 장면에 나오는 대사다. 베아트리스가 연극 연습을 위하여 거울 앞에서 이 대사를 암송한다. 원작에서는 '서로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연인들의 애절한 심정을 표현하고 있지만, 사강은 반대로 이 구절을 통해 한 때는 상했지만 세월이 흐르면 변하고 잊혀지기 마련인 남녀간의 사랑과 젊음의 덧없음을 아련하게, 조금은 냉소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p197, 역자 후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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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당시 젊은 이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던 소설

나는 전혜린의 에세이에서 그녀가 독일에서 유학 중에 이 책을 읽었었고, 그 줄거리를 들려주었던 남자친구의 소개로 국내에서 번역 출간했다는 이야기로 「어떤 미소」 라는 제목을 기억하고 있었다. 전혜린 번역의 책은 아니지만 드디어 이번에 읽게 된 것.

작가에 대해 검색을 하다보면 첫번째 남편이 「어떤 미소」 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기도 하는데 ( 그럼 소설 속 뤽일까? ), 「어떤 미소」 가 1956년에 나왔고, 첫번째 결혼은 1957년에 했으니 시기상으로 가능성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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