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몇몇 일드를 매주 꼬박 챙겨 보는데 <꾸미는 사랑에는 이유가 있어>는 그중 하나다. 처음에는 제목이 왜 이래 싶어 관심 밖이었으나, 볼 게 너무 없어서 시작했다가 푹 빠졌다. 일드 특유의 아기자기한 볼거리에 눈이 즐겁고, 뚜렷한 악인이 없는 진행 구조라 감상이 편하다. 내용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 즉, 셰어하우스가 러브하우스가 되는 로맨스 드라마다. 인테리어 회사의 마케팅 담당이자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마시바 쿠루미가 오래 알고 지낸 푸드 스타일리스트 사오토메 코코의 권유로 셰어하우스에 입성하면서 시작한다. 쿠루미는 일과 사생활의 경계가 없다시피 정신없이 일에 매달리며 살아온 인물이다. 또 인플루언서답게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을 의식하고, 그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가꾸는데 여념이 없다. 달리 말하면 삶 자체가 회사와 남모를 타인으로 둘러싸여 자신만의 공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쿠루미는 바쁜 생활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 나름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고 여기는데, 그 이유에는 7년째 짝사랑 중인 회사 대표 하야마가 있다. 쿠루미는 하야마를 동경하는 마음으로 회사 일에 열정을 쏟아온 것이다. 그런데, 짝사랑하는 그와 묘한 시그널이 오갈 때쯤 하야마가 갑작스럽게 대표직을 내려놓고 떠나버린다. 좋아하는 마음은 제쳐두고라도 삶의 동력이 되어주었던 하야마가 사라지니 혼란스럽...
오늘은 애주가(=나) 취향 저격하는 일드 <오늘 밤은 코노지에서>를 간단하게 소개한다. <심야식당>에서 마스터가 운영하는 술집처럼 'ㄷ'자 형태의 바가 있는 술집에서 일상의 피로를 달래는 두 남녀의 이야기다. 남들 하는 대로 적당히 맞춰 살아가는 소심한 직장인 요시오카가 (아주) 늦게 도착한 대학 모임에서 만난 선배 케이코의 소개로 '코노지'라 불리는 술집들을 탐방하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담아낸다. 일단 매회 탐험하듯 방문하는 코노지 술집이 너무 좋다. 분위기는 소박하고, 안주는 먹음직스럽고, 맥주는 정말 시원해 보인다. 바에 나란히 않은 손님들 사이에 편안하게 오가는 대화도 정겹다.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 코로나 시대라 술집 안 풍경에 더 취한다. 좌석이 분리되어 있지 않아 혼자 가도 쓸쓸하지 않고 기분 좋게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밤은 코노지에서>를 본 절대적인 목적은 매번 다채롭게 등장하는 코노지 술집 구경. 예전에 부산에 살 때 가던 자주 술집도 생각이 나고...ㅠㅠ 요시오카가 대학시절 동경하던 선배 케이코는 코노지 술집의 매력을 더해준다.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고 배려해 주면서 못난 후배 요시오카가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뜰 수 있게 편안하게 이끌어준다. 캐릭터 성격 자체가 현실에 조급하게 매달리지 않고 차분히 자신의 길을 가는 스타일. 그러면서 적당히 즐길 줄도 안다. 현실에 케이코 같은 선배 없을까? 어쨌든 선...
일드추천 '이치케이의 까마귀' 요즘 재밌게 보는 일드다. 채널 W에서 방영한 후 왓챠, 웨이브에서 매주 수요일 공개된다. 기존 법정 드라마가 변호사나 검사를 주인공으로 사건 이면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쳤다면, <이치케이의 까마귀>는 판사를 중심인물로 내세운다. 제목의 이치케이는 일본어 숫자 1(이치)과 형사부(케이지부)의 줄임말이라고. 즉,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판사가 수사하는 이야기라 보면 된다. 판사하면 검사와 변호사보다 멀게 느껴지는데, 기존에 갖고 있는 차가운 엘리트 이미지를 지우고 인간미를 더했다. 일단 캐릭터들이 동글동글 모나지 않으면서 개성이 있다. 다케노우치 유타카가 연기한 이루마 미치오 판사는 법조계의 관행을 거스르는 인물이다. 선입견이나 편견에 얽매이지 않으며, 형식적인 것에도 연연하지 않는다. 덕분에 법정 안팎에서 튀는 행동을 곧잘 한다. 특히 툭하면 법정에서 직권을 발동하고 직접 현장을 검증하고 조사를 하느라 법조계 고위층의 눈밖에 났다. 원래는 변호사였다는 사연이 있긴 한데, 아직 초반이라 배경 정도로만 간단하게 언급됐다. 과거 의뢰인이 부당한 판결을 받아 변호사를 그만두려 했을 때, 당시 담당 판사이자 지금은 부장 판사인 코마자와 요시오가 직접 판결할 수 있는 판사를 권해서 지금의 일을 하고 있다. 법조계의 아웃사이더 같은 괴짜 자질이 다분하나 성격이 온화해서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쿠로키 하루가 맡은 사카마 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Mr.Frog the Serial Killer/連続殺人鬼カエル男) 나카야마 시치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8부작 드라마다. 한 도시를 충격에 빠뜨린 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심신 상실자에게는 죄를 물을 수 없는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현재 웨이브에 1~2화가 공개됐으며, 편당 23분이라 흐름이 간결하고 시청이 편하다. 살해 수법은 끔찍하지만 적나라한 묘사 대신 사건의 잔혹성을 부각하는 데 중심을 둔다. 이야기는 입주민이 얼마 없는 낡은 아파트의 복도 난간에 시트에 싸여 매달린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시트 안쪽에는 범인이 자필로 남긴 듯한 쪽지가 붙어 있다. "오늘 개구리를 잡았다. 이리저리 갖고 놀았지만 싫증이 났다. 좋은 생각이 났다. 도롱이벌레처럼 만들어보자." 시체가 발견된 현장도 섬뜩하지만, 자신의 행위를 거리낌 없이 말하는 범인의 반사회적인 성향이 소름 끼친다. 사건은 두 대조적인 형사가 담당한다. 사건을 꿰뚫는 시선에 연륜이 느껴지는 와타세 반장과, 말과 행동이 먼저 앞서는 신입 형사 고테가와. 드라마는 원작처럼 고테가와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수사를 전개한다. 그는 정의를 실현하려면 조직에서 출세해야 한다고 믿지만, 현장에서 대처나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아직 미숙하다. 와타세는 젊은 형사의 설익은 의욕을 간파했는지, 유독 그에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