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영화를 향한 잣대가 오직 PC함 뿐이라면, <연인>은 0점에 가깝다. 반면 내 감상을 토대로 이 영화를 논하자면,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다.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의 그 저릿함을 구현할 수 있는 영화가 몇이나 될까. 연인 감독 장 자크 아노 출연 제인 마치, 양가휘 개봉 1992. 06. 20. / 2014. 02. 20. 재개봉 / 2016. 08. 24. 재개봉 소녀와 남자는 메콩 강을 건너던 배에서 만났다. 서른 두살의 중국인 남자는 부자였다. 가진 건 돈밖에 없을 정도로. 기사 딸린 고급 승용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배에 기대고 있는 백인 소녀를 본다. 차에서 내린다. 식은땀이 나는 듯 손수건을 꺼낸다. 숨을 한번 내쉰다. 소녀에게 다가간다. (* 영화는 계속 남자가 중국인임을 강조한다. 후반부 남자와 아버지와의 대화를 보면 광둥어를 쓰고 있다ㅡ적어도 만다린은 아니었다ㅡ 남자는 홍콩 출신이거나, 홍콩 근처 광저우 출신일지도 모르겠다) "Excuse me, mademoiselle. Do you smoke?" "No, thanks" 담배를 건네는 남자의 손이 떨린다. 남자는 소녀에게 계속 말을 건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원주민 배에 백인 아가씨가 혼자 탄 게 놀랍다는 둥, 여자인데 남자 모자를 쓴 게 마음에 든다는 둥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는다. 소녀는 그를 흘긋 쳐다볼 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