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키워드 78
2021.11.06참여 콘텐츠 1
12
영화 <너의 결혼식>: 그래, 사랑은 타이밍이지 (결말포함)

드디어 보게 됐다. 웰메이드 로맨스 영화로 회자되는 터라 늘 보고 싶었는데 막상 재생버튼을 누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너의 결혼식> 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듯, 결국 이 커플의 앞날이 갈릴 것임을 알고 있어서였을까. <너의 결혼식>의 키워드를 세가지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1) 아련한 첫사랑 2) 추억여행 3) 사랑은 타이밍. 그 중에서도 나는 마지막,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와닿았다. 실제로 감독님이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전하는 메시지 역시 "사랑은 타이밍"이다. 계속 엇갈리는 승희와 우연의 관계를 보면서 실제로도 저런 커플이 많겠구나, 싶어 씁쓸해졌다. 너의 결혼식 감독 이석근 출연 박보영, 김영광 개봉 2018. 08. 22. ** 이하 리뷰는 영화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박보영, 김영광 배우의 합이 너무 좋다. 잘 어울려 황우연(김영광 분)은 고3때 전학 온 환승희(박보영 분)에게 첫눈에 반해 다가간다. 승희 입장에서 우연은 공부도 안하고 대책없이 싸움만 하는 남자애라 초반엔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다신 싸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제로 지켜내면서 승희는 우연을 신뢰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깊은 관계를 맺는다. <너의 결혼식>은 현실적인 영화다.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첫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내지만, 거기서 머무르지 않는다. 현실적인 이유로 이사를 가고 헤어질 수밖에 없는 사연을 덧붙이며 장면을 전환시...

2021.11.06
2021.03.02참여 콘텐츠 1
5
영화 <연인> : 네가 사랑을 부인하니 더 사랑같았어

만약 영화를 향한 잣대가 오직 PC함 뿐이라면, <연인>은 0점에 가깝다. 반면 내 감상을 토대로 이 영화를 논하자면,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다.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의 그 저릿함을 구현할 수 있는 영화가 몇이나 될까. 연인 감독 장 자크 아노 출연 제인 마치, 양가휘 개봉 1992. 06. 20. / 2014. 02. 20. 재개봉 / 2016. 08. 24. 재개봉 소녀와 남자는 메콩 강을 건너던 배에서 만났다. 서른 두살의 중국인 남자는 부자였다. 가진 건 돈밖에 없을 정도로. 기사 딸린 고급 승용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배에 기대고 있는 백인 소녀를 본다. 차에서 내린다. 식은땀이 나는 듯 손수건을 꺼낸다. 숨을 한번 내쉰다. 소녀에게 다가간다. (* 영화는 계속 남자가 중국인임을 강조한다. 후반부 남자와 아버지와의 대화를 보면 광둥어를 쓰고 있다ㅡ적어도 만다린은 아니었다ㅡ 남자는 홍콩 출신이거나, 홍콩 근처 광저우 출신일지도 모르겠다) "Excuse me, mademoiselle. Do you smoke?" "No, thanks" 담배를 건네는 남자의 손이 떨린다. 남자는 소녀에게 계속 말을 건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원주민 배에 백인 아가씨가 혼자 탄 게 놀랍다는 둥, 여자인데 남자 모자를 쓴 게 마음에 든다는 둥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는다. 소녀는 그를 흘긋 쳐다볼 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

2021.01.31
2021.11.27참여 콘텐츠 1
3
블랙미러 사냥개 : 역대급 실망 에피소드

지금까지 본 블랙미러 에피소드 중 가장 불친절하다. 세계관 설명 없이 추격이 주를 이룬다. 다른 에피소드와 결이 다른 느낌. 결말 또한 허무하다. 감독이 그 허무함을 의도했다면 명중이겠지만 , 의도씩이나 할만큼 무게있는 허무함도 아닌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남은 것은 '살상무기 사냥개'로부터의 공포. 쫓기는 긴장감을 맛보고 싶다면 추천. 작품성을 원한다면 무조건 비추. 이렇게 계속 앞으로 넘기면서 본 블랙미러는 처음이다. 길게 쓸 가치도 없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내가 결국 돈을 많이 벌 수밖에 없는 이유 : 사업가 겸 예술가 솔직히 이런 글을 쓰는 게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니까. ... m.blog.naver.com * 함께 보면 좋은 작품 넷플릭스 추천 영드 <블랙미러 핫샷> 리뷰 : 가짜로 점철된, 알고보면 익숙한 삶 넷플릭스 영국드라마 <블랙미러>를 사랑한다. 볼 때마다 그 소재의 기발함,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 ... m.blog.naver.com 넷플릭스 영드 추천 블랙미러 <화이트 크리스마스> : 크리스마스라 더 음울한 이야기 한줄평 : 대화의 차단, 크리스마스라서 더 음울한 이야기 ** 줄거리 스포 있습니다 . 사진출처: 넷플릭스 *... m.blog.naver.com [왓챠플레이 영드] 이어즈&이어즈 리뷰/결말 : 우리가 자초한 '디스토피아' 코로나 19 가 한국에...

2020.04.06
2021.02.17참여 콘텐츠 1
5
영화 <첨밀밀> : 홍콩이기에 가능했던 이야기들

꿈을 그려낸 영화를 좋아한다. 꿈을 이룬 순간의 아름다움을 걷어내고, 꿈을 좇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를 좋아한다. 그 과정은 마냥 예쁘지 않다. 영원과 같은 지난한 시간을 견뎌야 꿈에 도착할 수 있다. 내게 <첨밀밀>은 꿈에 닿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다가왔다. 첨밀밀 감독 진가신 출연 여명, 장만옥 개봉 1997. 03. 01. 홍콩드림 : 목표의, 목표에 의한, 목표를 위한 삶 86년 3월 1일, 이요와 소군은 홍콩에 도착한다. 각각 광저우와 톈진에서, 나름의 꿈을 안고 왔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한 중국과 달리 홍콩은 오직 시장경제가 지배하는 곳이었다. "톈진엔 맥도날드가 없다"는 소군의 대사에서, 홍콩과 본토의 경제적 차이를 알 수 있다. 이들은 홍콩의 번영을, 그 번영을 내재화할 자신을 탐했다. 꿈과 사랑, 이 두가지 요소가 주축이 되어 <첨밀밀>의 전개를 끌고 간다. <첨밀밀>은 사랑에만 매달린다면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다. 본토에서 번영의 도시, 홍콩으로 건너왔던 이들의 목표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이요와 소군이 내린 선택들은 결국 이 목표와 깊이 관련돼있기 때문이다. 이요는 그야말로 목표의, 목표에 의한, 목표를 위한 삶을 살고 있다. 맥도날드 근무에 영어학원 알바를 겸하며 틈틈이 사업까지 벌인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체화한 사업가의 모습을 보인다. 불어나는 통장 잔고를 확인할 때 ...

2021.01.10
2021.03.11참여 콘텐츠 1
9
영화 <미드소마> 해석 : 천국인 줄 알고 도망친 곳이 지옥이었을 때

궁금했다. 왜 <미드소마>의 러닝타임은 2시간 27분이나 될까. 나라면 스웨덴 호르가 마을로 향하는 비행기 장면부터 시작해서 러닝타임을 줄였을텐데. 왜 떠나기 전의 사연이 구구절절 설명되어야 할까. 영화를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감독은 대비를 원했다는 것을. 시종일관 어둡고 우울한 미국의 장면과 한없이 밝고 목가적인 호르가 마을의 장면이 적나라하게 비교된다. 하지만 장면이 밝아지는 것과 달리, 이야기는 되레 악화된다. 목가적인 풍경 뒤 숨겨진 광기, 그걸 관객이 체험하도록 하려면 러닝타임이 길어야 했다. 미드소마 감독 아리 에스터 출연 윌 폴터, 플로렌스 퓨, 윌리엄 잭슨 하퍼, 잭 레이너 개봉 2019. 07. 11. / 2019. 10. 03. 재개봉 / 2020. 04. 22. 재개봉 사실 <미드소마>에서 시각적으로 무서운 장면은 많지 않다. 영화 중반부, 절벽에서 노인 두 명이 떨어지는 장면, 떨어진 후에도 숨이 끊어지지 않은 할아버지의 머리를 내려치는 장면이 가장 잔인할 것이다. 평소 고어물을 못 보는 나도 '이정도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시각적 충격이 큰 영화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나는 영화를 이틀에 걸춰 봤는데, 하도 풍경이 평안하고 아름다워서 번번이 잠이 들곤 했다. 한 편의 asmr 같았다는 점에서 보통의 공포영화와는 결을 달리한다. 앞서 언급했듯, <미드소마>는 목가적인 풍경 이면의 광기...

2021.03.11
2021.02.21참여 콘텐츠 1
11
영화 <올드보이> : 이토록 아름다운 잔혹함이라니

구조적으로 아름다운 영화다. 잔혹한 내용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겠지만, 견고한 형식미를 갖췄다. '복수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훌륭하게 제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올드보이 감독 박찬욱 출연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개봉 2003. 11. 21. / 2013. 11. 21. 재개봉 * 이하 리뷰엔 스포가 있습니다. <올드보이>는 특히 스포에 주의해야 하는 영화임을 미리 알립니다 * Previous image Next image 15년 동안 같은 군만두만 주구장창 먹게 된다 대수는 어느 날 갑자기 납치되어 골방에 갇힌다. 그가 왜 갇혔는지, 얼마 동안 가둬둘 작정인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그를 인질로 돈을 뜯어내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폭력을 가하는 것도 아니다. 머리도 깎아주고, 밥도 주고 필요한 것들을 다 제공해준다. 대체 왜 가둔 걸까. 그렇게 15년이 지나고 대수에게 최면을 거는 한 여성이 찾아온다. 체면에 걸리기 무섭게 그는 15년 만에 바깥세상으로 나가게 된다. 그렇게 한 일식집에서 미도를 만난다. 운명처럼. 복수란 무엇인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대수는 딜레마에 빠졌다. 자신을 가둔 우진을 죽이면 '왜'를 알 수 없게 된다. 이유를 아는 것과 당장의 복수,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다. 15년간 그를 괴롭힌 건 '왜'였다. 그래서 그는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당장의 복수를 보...

2021.02.19
2021.03.01참여 콘텐츠 1
8
영화 <용의자 X> : 논리와 사랑이 함께 빚어낸 '알리바이'라는 작품

논리와 사랑, 꽤 신기한 결합이다. 사랑은 비이성적, 비논리적이라고 평가되는 감정이니까. 보통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때 이성이 반쯤 마비된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말과 행동을 하게 된다. 논리와는 상반된 선택을 한다. 용의자X 감독 방은진 출연 류승범, 이요원, 조진웅 개봉 2012. 10. 18. <용의자 X>의 천재 수학자 석고는 달랐다. 화선을 향한 석고의 사랑은 그의 논리성과 뭉쳐 '작품'을 빚어냈다. 완벽한 알리바이. 아무도 풀 수 없는 문제. 그가 견지한 사랑은 논리를 훼손하지 않았으며, 되레 논리를 기반으로 화선에게 완벽한 알리바이를 선사했다. <용의자 X>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원작으로 한다.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가 2009년에 나왔으니, 한국편 <용의자 X>는 일본 영화의 리메이크가 된다. 일본 영화를 보지 못해 영화와의 비교는 어렵지만 <용의자 X>는 온전히 멜로로 소화된 영화였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잠복하는 형사들을 피해 대화마저 조심스럽게 계산해서 하던 장면 사건의 전개는 이렇다. 조카 윤아와 평화로운 삶을 살던 화선의 집에 전남편이 침입한다. 전남편은 폭력을 휘두르고 화선과 윤아는 그를 죽이게 된다. 옆집에서 소리를 듣고 찾아온 석고는 살인이 일어났음을 알고 있다. 평소 좋아하던 화선을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계획한다. Previous ...

2021.02.17
2021.02.18참여 콘텐츠 1
8
영화 <기억의 밤> : 신선한 재료를 서툴게 요리했다

집중하게 하는 힘이 대단한 영화였다. 중반부부터 '내레이션' 으로 인해 쳐지기 시작하지만, 초반부 긴장감은 그 어떤 영화도 견줄 수 없을 정도였다. 늦은 새벽 혼자 봤는데 말 그대로 덜덜 떨면서 봤다. * 이하 리뷰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기억의 밤 감독 장항준 출연 강하늘, 김무열 개봉 2017. 11. 29. 사라졌던 가족이 다시 돌아온다는 점, 김무열 배우가 출연하다는 점에서 영화 <침입자>와 교집합을 갖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결이 다른 영화다. <침입자>는 몇십년 만에 돌아온 여동생 유진의 목적을 파헤치는 전개를 택하는 반면, <기억의 밤>은 진석의 과거를 추적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중반부부터 오컬트 장르를 택하는 <침입자>와 달리 <기억의 밤>은 스릴러 장르에 비교적 충실한 점도 다르다. 장르가 주는 몰입감은 <기억의 밤> 이 훨씬 높았다. <기억의 밤>은 시놉시스에 나와있는 듯 '다시 돌아온 형'이 이상하다는 문제에서 시작한다. 형 유석의 뒤를 밟은 진석의 시선을 빌려, 유석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증명해낸다. 하지만 진석이 신경쇠약증으로 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관객을 혼란에 빠뜨린다. 전날밤, 진석이 목격한 것은 사실일까, 착각일까? 거짓말을 하는 것은 형일까, 동생일까? Previous image Next image 관객은 진석의 혼란을 그대로 따라간다. 그렇기에 진석이 전날밤 유석이 눈 앞에 떨어뜨린 샤프심을...

2021.02.13
2021.06.18참여 콘텐츠 1
7
영화 <프렌즈 위드 베네핏> : 알면서도 빨려드는 유쾌한 매력

간만에 본 영화다. 머리 식힐 영화가 필요할 땐 역시 로맨스 코미디가 제격이다. 진득한 멜로 , 잔뜩 집중해야 하는 스릴러 &SF와 달리 로코는 술술 넘어가는 매력이 있다. 진부한 점만 감수할 수 있다면 로코만큼 만만한 장르도 없다. 프렌즈 위드 베네핏 감독 윌 글럭 출연 밀라 쿠니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개봉 2011. 10. 27. <프렌즈 위드 베네핏>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청불영화다. 실제로 다양한 섹스신들이 등장하긴 한다. 하지만 섹슈얼한 느낌을 남기진 않는다. 영화 특유의 경쾌함이 섹슈얼로 치닫을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제거한다. "섹스신 보는데 웃음이 나온다"는 모 평론가의 평에 백 번 공감한다. 딜런과 제이미는 일을 통해 만난 사이다. 아트디렉터 딜런은 헤드헌터 제이미의 제안으로 뉴욕으로 오게 된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대화가 잘 통한다는 걸 발견하고 친구가 되기로 한다. 머지않아 "섹스는 테니스같아야 한다"는 나름의 원칙을 고수하며 감정을 나누지 않는 파트너가 되기로 한다. 영화의 결말은 정말 뻔하다. 섹스파트너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대개 그렇듯 '처음엔 친구였지만 이젠 네가 정말 좋아졌어.' 로 귀결된다. <홀리데이트>의 커플이 그랬듯, 서로에게 마음이 간다는 것을 애써 부인하며 쿨한 관계로 남으려 하지만 그게 안된다는 것을 발견한다. 진부한 소재임에도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매력적인 영화다. 우선 뉴...

2021.05.11
2021.03.02참여 콘텐츠 1
10
<17 어게인> : 다시 돌아가도, 당신을 선택할게 (잭 에프론 화보집)

아무런 기대가 없었다. <17 어게인>을 본 건, 오직 잭 에프론의 리즈시절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뜻밖에 감동 받아버렸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뭉클함이 있었다. 17 어게인 감독 버 스티어스 출연 잭 에프론, 레슬리 만, 토마스 레논, 매튜 페리, 타일러 스틸맨, 앨리슨 밀러, 스털링 나이트, 미셸 트라첸버그 개봉 2009. 04. 17. 10대 후반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또한 '시기'에 따라서도 답이 달라질 것이다. 스물 넷인 내 생각엔,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도 과거의 나와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오랜 시간 앉아있겠지. 딸 매기는 심지어 음악도 흘러나오지 않는 이어폰을 끼고 있는 중이다. <17 어게인> 속 마이크 오도넬(잭 에프론 역)은 30대 아저씨다. 임신한 여자친구와 열일곱에 결혼했고, 자신의 주특기이던 농구를 살리지 못했다. 그런 아쉬움이 마이크의 삶을 옭아맸고 습관적으로 가족들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내재된 후회는 가시가 되었고 가족들, 특히 아내 스칼렛의 마음을 할퀴었다. 결국 스칼렛은 마이크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딸과 아들도 마이크에게 마음이 크게 없다. 마이크의 옆에 남은 존재는 고등학생 때부터 친했던 네드 뿐이었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승진에도 실패하고, 모든...

2020.10.24
2021.04.28참여 콘텐츠 1
7
영화 <라라랜드> : 꿈을 매개로 만난 우리는, 꿈으로 인해 헤어졌다

5년만에 다시 만났다. 2016년 극장에서 만난 후로 보지 않았었다. 처음의 여운이 사라질까봐 두려웠던 걸까. 16년은 영화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을 때였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영화를 좋아한다는 걸 깨닫지 못했던 때였다. 영화를 100편 넘게 리뷰한 지금 보는 <라라랜드>는 다를 수밖에 없다. 어쩌면 달라질 나의 감상이 두려웠던 걸지도 모르겠다. 역시나였다. 16년엔 마냥 황홀하게 느껴졌던 <라라랜드>였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아쉬운 점도 곳곳에 보인다. 라라랜드 감독 데이미언 셔젤 출연 엠마 스톤, 라이언 고슬링 개봉 2016. 12. 07. / 2017. 12. 08. 재개봉 / 2020. 03. 25. 재개봉 / 2020. 12. 31. 재개봉 <라라랜드>는 상당히 보편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다. 꿈을 추구하지만, 꿈으로 인해 갈등하는 커플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과 교집합을 갖는다. 영화 속 미아, 세바스찬과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일수록 <라라랜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미아는 한 레스토랑에서 세바스찬을 만난다. 무아지경으로 <Mia & Sebastian's Theme> 을 연주하는 세바스찬에 매료된다. 세바스찬의 무례한 태도에 잠시 등을 돌리긴 했지만, 미아에게 세바스찬을 결국 그 연주로 각인되었을 것이다. 캐롤만 연주해야 하는 레스토랑에 고용되어서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재즈를 연주...

2021.04.28
2021.02.18참여 콘텐츠 1
7
하이틴 영화 추천 <클루리스> : 단순하고, 사랑스럽다

9월 14일부로 <클루리스>가 넷플릭스에서 내려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황급히 시청했다. 앞 부분보다가 하차했던 영화였는데. 늘 얘기하지만, 나는 '스테이크에선 스테이크 맛이, 라면에선 라면 맛이 나면 된다'고 믿는 사람이다. 영화의 서사, 작품성을 매우 중시하지만 하이틴 영화를 싫어하진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이틴은 애초에 작품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게 아니니까. 특유의 사랑스러움을 만끽하면 충분한 것 같다. 특히 나는 90년대에 만들어진 하이틴 영화를 좋아한다. 드라마는 너무 길고(ㅋㅋㅋ), 최근 만들어진 하이틴은 뭔가 어색하다. 반면 미국산 90년대 하이틴 영화들은 당시 풍요로운 미국의 모습을 잘 그려내는 것 같다. 판타지 영화 보는 느낌으로 잘 보고 있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셰어가 입은 옷 내 취향 그 자체...💓 <클루리스>는 90년대 룩북 같은 영화다. 실제로 초록창에 '클루리스'를 검색하면 '클루리스 패션'이 연관검색어로 뜬다. 셰어가 입었던 옷들이 돌고돌아 다시 유행하기도 한다. 원래 리뷰에서 주인공, 특히 여자주인공의 외모를 잘 언급하지 않는 편이다. 외모보단 연기력, 작품의 서사 자체에 집중하려 한다. 하지만 <클루리스>만큼은 그럴 수가 없다. 셰어 역을 맡은 알리샤 실버스톤의 사랑스러움을 빼놓을 수가 없다. 외모부터 목소리, 표정까지 어쩜 저렇게 사랑스럽지 싶다. 심지어 ...

2020.09.13
2021.11.25참여 콘텐츠 1
9
영화 <인타임> :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인생영화지

천천히, 느긋하게 살아본 적이 별로 없다. 걸음도 행동도 빠른 편이다. 살면서 여유로움을 느꼈던 시기라곤 수능 직후, 북경 교환학생 시기가 유일한 듯하다. 한정된 시간에 하루의 미션을 하나씩 해치우며 숨가쁘게 달리는 게 더 익숙한 삶이다. 내 실행력이 좋은 것도 미적거릴 시간이 없어서다. 1년 2년 뒤로 미루며 유유자적할 겨를이 없다. 그래서 일단 떠오른 아이디어를 전부 적어놓고,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현실로 이뤄가곤 했다. 나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태도지만 한편으론 느긋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부자들이 향유하는 여유로움이 부러웠다. 인 타임 감독 앤드류 니콜 출연 아만다 사이프리드, 저스틴 팀버레이크, 킬리언 머피 개봉 2011. 10. 27. <인 타임>은 시간의 많고적음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담아낸 영화다. 정확히는 상대적 시간의 차이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그려낸다. 부자들은 말 그대로 영원한 삶을 누리는 반면,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 뿐이다. 당연히 부자들은 걸음부터 여유롭고, 가난한 이들은 늘 뛰어다닌다. 그래서 그들은 행동만으로도 출신이 명확히 구분된다. 영화 속 빈민가에선 이렇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일상이다 스물다섯인 나는 부자를 꿈꾸지만 아직 부자가 되어본 적은 없다. 부자가 되기 위한 노력들을 하나씩 다져나가며 그들의 여유로움을 동경할 뿐이다. <돈으로 시간을 사는 부자가 되고 싶다>에서 썼듯...

2021.11.24
2021.06.29참여 콘텐츠 1
8
<안녕,헤이즐> : 첫눈에 반하고 아프게 보낸 인생영화

영화를 보며 직감했다. 아, 이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겠다. 각 장면을 관통하는 메시지들이 참 짙고 깊었다. 꾸며낼 수 없는 디테일들이 영화에 생생히 살아있었다. 경험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깊이였다. *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안녕,헤이즐 감독 조쉬 분 출연 쉐일린 우들리, 안셀 엘고트, 냇 울프, 윌렘 대포 개봉 2014. 08. 13. 삶과 죽음을 다룬 영화를 좋아한다.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는 인간이 삶을 정리하는 장면은 깊은 울림을 준다. 하지만 시한부를 소재로 했다고 무조건 수작이 되는 게 아니다. 투박하게 연출하면 오히려 값싼 감동을 쥐어짜는 신파가 되기 쉽다. 세심하게 조각해야 하는 소재다. <안녕,헤이즐>은 현실과 낭만을 유연하게 넘나든다. 청춘영화답게 열여덟 연인의 사랑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그려내면서도, 현실의 고통을 잊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가 옆에 있다고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다. 사랑이 죽어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죽을 사람은 죽고, 아픈 사람은 아프다. 그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런 현실만을 그려낸다면 영화가 아닐 것이다. <안녕,헤이즐>은 현실에 발 딛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서도 청춘의 로맨스와 낭만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따뜻하다. 시한부를 다룬 소재지만, 아프지만은 않다. 보는 이에게 은은한 미소를 자아내는 영화다. 아파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을 이해한다 : ...

2021.04.13
2021.02.17참여 콘텐츠 1
7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 기억보다 짙게 스며드는 사랑

왠지 손이 잘 가지 않았던 영화였다.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라니. 주인공들이 대체 얼마나 슬퍼할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한국의 고전멜로임에도 오랫동안 방치해뒀었다. 그러던 이틀 전 새벽, 슬픈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를 틀었다. 2시간 20분의 러닝타임에 한 번 놀랐고, 탄탄하게 쌓여진 구성에 두 번 놀랐다. 무엇보다 연기를 초월하는 진정성이 느껴져서 세 번 놀랐다. * 이하 리뷰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감독 이재한 출연 정우성, 손예진 개봉 2004. 11. 05. 영화가 최대한 슬프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보다 구체적으로, 기억을 잃는 영화가 슬프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 머리속의 지우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기억을 잃는 영화가 슬프려면, 주인공이 잃어버리는 기억이 최대한 아름다워야 한다. 주인공이 기억을 잃기 전의 내용이 탄탄하게 쌓여있어야 한다. 관객이 그들의 이야기에 매료되어야 한다. 사람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야 크게 다친다.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튼튼하고 아름답게 쌓여올려진 이야기에 갑작스런 균열이 생겨 이야기가 무너져야한다. 그래야 슬프다.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들은 대개 이 원칙에 충실하다. <위대한 개츠비>도 그랬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의 러닝타임이 2시간 20분이나 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행히 영화는 러닝타임을 낭비하지 않...

2021.02.02
2021.02.21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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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난 여름> : 청춘영화는 전개에 힘을 줄수록 무너지기 마련

종잡을 수 없는 삶을 살아내고 있다. 내년의 내가, 내후년의 내가 어디 있게 될지 전혀 알지 못한다. 학교라는 보호막을 떠난 후, 가능성으로 포장된 불확실성 속에 몸을 뉘이며 살고 있다. 불확실성은 주로 걱정과 불안, 피로를 동반했다. 때론 영화기운에, 때론 술기운에 가까스로 몸을 가눈다. 그래서 '뻔한 얘기'를 듣고 싶었다. 나의 삶이 예측불가능하기에, 예측가능한 이야기 속에서 쉬어가고 싶었다. 따지고보면 거기서 거기인 청춘영화를 보며 예측가능함이 주는 안정을 흡수하고 싶었다. 그네들의 삶이 너무 부러웠다. 나의 '하이틴'은 그리 낭만적이지도, 행복하지도 못했기에 영화를 통해 고등학생 시절을 다르게 살아보고 싶었다. 너를 만난 여름 감독 장적사 출연 진비우, 하람두 개봉 2019. 10. 16. 중화권 청춘영화가 대개 그렇듯, 남주는 공부를 잘하고 여주는 잘 못한다 영화 <너를 만난 여름> 역시 예측가능한 스토리에서 한시도 벗어나지 않는다.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한 평범한 여학생 겅겅이 물리 천재 남학생 위하이와 짝이 되고, 결국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기시감 가득한 이야기지만, 그 기시감 덕분에 사랑스럽고 편안하기도 하다. <너를 만난 여름>은 중국 청춘영화중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색감이 예뻤다. 함께 보낸 고등학교 3년의 시간을 큰 과장 없이 그려내서 좋았다. 여름을 배경으로 한 산뜻한 이미지 속에서 나도 그들의 친구가 될 수 있었...

2021.02.20
2021.02.23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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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청년경찰> : 오락영화의 본질적 한계

처음부터 끝까지 오락이다. 공식적인 장르는 액션이지만, 차라리 코미디에 가까워 보인다. 서사 대신 캐릭터의 매력에 의지한다. 강하늘, 박서준 두 배우의 케미가 부실한 개연성을 메운다. *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청년경찰 감독 김주환 출연 박서준, 강하늘 개봉 2017. 08. 09. 영화는 크게 세 파트로 나뉜다. 나름의 동기로 경찰대에 입학한 기준(박서준 분)과 희열(강하늘 분)이 친해지는 것, 외출 중 우연히 한 여성이 납치되는 것을 발견한 것, 산부인과에서 피해자들을 구출한 것. 그 중 첫번째 파트가 가장 매력있었다. 경찰대에서 훈련을 받는 소소한(?) 일상을 포착해 그려낸 장면이 좋았다. 액션장르를 표방하지만, <청년경찰>의 액션은 그리 대단치 않다. 애초에 태생이 누와르 아닌 대중적인 오락영화다. 아직 경찰이 아닌 경찰대생들의 액션은 분명 허술하다. 보는 이가 다 힘겨울 정도다. 영화를 실질적으로 견인하는 것은 캐릭터들의 유머다. 기준과 희열은 친해지는 과정부터, 수사하는 과정까지 소소한 유머를 뿜어낸다. 코미디 장르처럼 큰 웃음을 유발하진 않지만, '청년'들의 열정과 미숙함은 소소한 웃음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배우들의 매력이 대단한 영화였지만, 서사적으론 아쉬운 점이 많다. 여러모로 세심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조선족에 대한 일반화 : '혐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홍성수 교수의 <말이 칼이 될...

2021.02.23
2021.02.27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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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리뷰 : 한국영화의 최선, 과연 '천만영화'답다

한국 천만영화를 잘 챙겨보는 편이 아니었다. 특유의 클리셰와 상업성이 내 취향과 맞지 않아서였다. 유명한 <택시운전사> 를 이제야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택시운전사 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개봉 2017. 08. 02. <택시운전사>는 택시운전사와 독일기자의 '시선'에서 광주의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아픈 역사를 조금은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영화적 시선과 시도 모두 좋았다. 정치적으로 쏠릴 수 있는 영화였음에도 균형을 잘 지켜냈다. 필자는 실화가 된 사건 자체에 비중을 두기보단, 영화적 만듦새.완성도를 중심으로 리뷰하려 한다. 이하 스포있으니 주의하시길. 1.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광주민주화운동 1980년 5월, 광주는 완전히 고립됐다. 군인들은 타지역 사람들이 광주로 드나들지 못하게 했다. 언론을 통제했고 계엄군에 대한 그 어떠한 부정적 기사도 나가지 못하게 했다. 기자들은 '보도준칙'에 따라 광주라는 단어조차 언급할 수 없었다. 신군부의 압박 속에서 진실이 침몰하는 듯 했다. 그런 광주에게 구원자가 나타났다. 택시 운전사 김만섭씨와 힌츠페터 기자였다. 그들은 광주에서 일어난 모든 사태의 '증인'이 되어줬다. 만섭과 힌츠페터 기자의 시작은 이상동몽이었지만, 결국 그들의 마음은 하나로 모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민간인들이 군인들의 총에 맞아 푹푹 쓰러지고 있었으니까....

2020.09.27
2021.02.18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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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타카> : 당신의 존재 자체가 기적이었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수저론'은 이제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같은 나이라도 누군가는 금수저고, 누군가는 흙수저다. 하지만 이 영화에 비하면 약과다. 부모의 소득에 따라 자녀의 삶의 질이 결정되는 작금의 모습도 영화 <가타카>에 비하면 쉽게 뒤집을 수 있는 현상으로 보인다. 가타카 감독 앤드류 니콜 출연 에단 호크, 우마 서먼 개봉 1998. 05. 02. 당신의 꿈의 무게가 참으로 무겁다 <가타카>엔 압도적인 불균형이 존재한다. '자연잉태'된 아이와, '유전학자에 의해 인공수정된' 아이는 너무나 다르게 태어났다. 자연잉태된 아이는 각종 병에 걸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주인공 빈센트는 심지어 서른 살에 죽을 거라고 예측됐다. 반면 인공수정된 아이는, 부모의 가장 좋은 것들만 골라 태어났다. 빈센트의 동생 안톤은 어렸을 때부터 이미 형보다 키가 컸고, 신체능력도 뛰어났다. 심장에 문제가 있는 빈센트와 달리 안톤은 지치지 않고 먼거리를 수영할 수 있었다. 빈센트가 끊임없이 '겁쟁이 놀이'를 제안한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한번쯤은, 이겨보고 싶어서. <가타카>는 '토성 비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을 그려내며 'SF영화인척' 하지만, 사실 드라마 장르에 가깝다. 영화 전반에 걸쳐 화려하고 신비로운 장면보단, 빈센트와 제롬의 심리를 면밀히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열등하게' 태어난 빈센트는 아무리 노력해도 우주비행에 '부적격'하다....

2021.02.18
2021.02.17참여 콘텐츠 1
7
영화 <비포 선라이즈> : 스쳐가는 한 순간이라 더 아름다운 기억 (명대사)

<비포 선라이즈>를 좋아하는 이들은 아마 둘 중 하나에 해당될 것이다. 우연성을 좋아하거나, 영화의 시간과 관객의 시간이 비슷한 속도로 흘러가는 것을 좋아하거나. 물론 둘 다일 수도 있다. 나는 우연성을 좋아하는 반면, 영화와 '비슷한 시간'을 사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주된 이유는 평균 2시간의 러닝타임에 삶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특성에 있기 때문이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견인하는 것은 하루 동안 두 인물이 나눈 대화이다. 따라서 이들이 우연히 만났다는 사실에 매료되고, 이들의 대화에 매력을 느낄 수록 이 영화를 좋아할 확률도 높아진다. 고백하자면, 나는 셀린과 제시의 대화가 조금은 지루했다. 물론 두 커플(?)이 투닥거리는 걸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모든 장면들이 재밌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다 보는 데 꽤 오랜 기간이 걸렸다. 처음 볼 때 중도하차 했다가 몇 번에 걸쳐 봤단 얘기다. 비포 선라이즈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개봉 1996. 03. 30. / 2016. 04. 07. 재개봉 그럼에도 인상깊었던 장면들이 두세가지 있다. 먼저 '순간'과 '연속'이 녹아든 대화가 좋았다. "왜 사람들은 관계가 영원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맞아, 왜지? 바보 같아" 영화 후반부 제시가 먼저 관계는 영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의 말을 꺼낸다. 셀린도 이에 동의한다....

2021.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