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선라이즈>를 좋아하는 이들은 아마 둘 중 하나에 해당될 것이다. 우연성을 좋아하거나, 영화의 시간과 관객의 시간이 비슷한 속도로 흘러가는 것을 좋아하거나. 물론 둘 다일 수도 있다. 나는 우연성을 좋아하는 반면, 영화와 '비슷한 시간'을 사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주된 이유는 평균 2시간의 러닝타임에 삶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특성에 있기 때문이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견인하는 것은 하루 동안 두 인물이 나눈 대화이다. 따라서 이들이 우연히 만났다는 사실에 매료되고, 이들의 대화에 매력을 느낄 수록 이 영화를 좋아할 확률도 높아진다. 고백하자면, 나는 셀린과 제시의 대화가 조금은 지루했다. 물론 두 커플(?)이 투닥거리는 걸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모든 장면들이 재밌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다 보는 데 꽤 오랜 기간이 걸렸다. 처음 볼 때 중도하차 했다가 몇 번에 걸쳐 봤단 얘기다. 비포 선라이즈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개봉 1996. 03. 30. / 2016. 04. 07. 재개봉 그럼에도 인상깊었던 장면들이 두세가지 있다. 먼저 '순간'과 '연속'이 녹아든 대화가 좋았다. "왜 사람들은 관계가 영원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맞아, 왜지? 바보 같아" 영화 후반부 제시가 먼저 관계는 영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의 말을 꺼낸다. 셀린도 이에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