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며 직감했다. 아, 이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겠다. 각 장면을 관통하는 메시지들이 참 짙고 깊었다. 꾸며낼 수 없는 디테일들이 영화에 생생히 살아있었다. 경험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깊이였다. *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안녕,헤이즐 감독 조쉬 분 출연 쉐일린 우들리, 안셀 엘고트, 냇 울프, 윌렘 대포 개봉 2014. 08. 13. 삶과 죽음을 다룬 영화를 좋아한다.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는 인간이 삶을 정리하는 장면은 깊은 울림을 준다. 하지만 시한부를 소재로 했다고 무조건 수작이 되는 게 아니다. 투박하게 연출하면 오히려 값싼 감동을 쥐어짜는 신파가 되기 쉽다. 세심하게 조각해야 하는 소재다. <안녕,헤이즐>은 현실과 낭만을 유연하게 넘나든다. 청춘영화답게 열여덟 연인의 사랑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그려내면서도, 현실의 고통을 잊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가 옆에 있다고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다. 사랑이 죽어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죽을 사람은 죽고, 아픈 사람은 아프다. 그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런 현실만을 그려낸다면 영화가 아닐 것이다. <안녕,헤이즐>은 현실에 발 딛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서도 청춘의 로맨스와 낭만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따뜻하다. 시한부를 다룬 소재지만, 아프지만은 않다. 보는 이에게 은은한 미소를 자아내는 영화다. 아파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을 이해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