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머리속의지우개
13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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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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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 기억보다 짙게 스며드는 사랑

왠지 손이 잘 가지 않았던 영화였다.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라니. 주인공들이 대체 얼마나 슬퍼할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한국의 고전멜로임에도 오랫동안 방치해뒀었다. 그러던 이틀 전 새벽, 슬픈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를 틀었다. 2시간 20분의 러닝타임에 한 번 놀랐고, 탄탄하게 쌓여진 구성에 두 번 놀랐다. 무엇보다 연기를 초월하는 진정성이 느껴져서 세 번 놀랐다. * 이하 리뷰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감독 이재한 출연 정우성, 손예진 개봉 2004. 11. 05. 영화가 최대한 슬프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보다 구체적으로, 기억을 잃는 영화가 슬프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 머리속의 지우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기억을 잃는 영화가 슬프려면, 주인공이 잃어버리는 기억이 최대한 아름다워야 한다. 주인공이 기억을 잃기 전의 내용이 탄탄하게 쌓여있어야 한다. 관객이 그들의 이야기에 매료되어야 한다. 사람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야 크게 다친다.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튼튼하고 아름답게 쌓여올려진 이야기에 갑작스런 균열이 생겨 이야기가 무너져야한다. 그래야 슬프다.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들은 대개 이 원칙에 충실하다. <위대한 개츠비>도 그랬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의 러닝타임이 2시간 20분이나 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행히 영화는 러닝타임을 낭비하지 않...

2021.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