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잡을 수 없는 삶을 살아내고 있다. 내년의 내가, 내후년의 내가 어디 있게 될지 전혀 알지 못한다. 학교라는 보호막을 떠난 후, 가능성으로 포장된 불확실성 속에 몸을 뉘이며 살고 있다. 불확실성은 주로 걱정과 불안, 피로를 동반했다. 때론 영화기운에, 때론 술기운에 가까스로 몸을 가눈다. 그래서 '뻔한 얘기'를 듣고 싶었다. 나의 삶이 예측불가능하기에, 예측가능한 이야기 속에서 쉬어가고 싶었다. 따지고보면 거기서 거기인 청춘영화를 보며 예측가능함이 주는 안정을 흡수하고 싶었다. 그네들의 삶이 너무 부러웠다. 나의 '하이틴'은 그리 낭만적이지도, 행복하지도 못했기에 영화를 통해 고등학생 시절을 다르게 살아보고 싶었다. 너를 만난 여름 감독 장적사 출연 진비우, 하람두 개봉 2019. 10. 16. 중화권 청춘영화가 대개 그렇듯, 남주는 공부를 잘하고 여주는 잘 못한다 영화 <너를 만난 여름> 역시 예측가능한 스토리에서 한시도 벗어나지 않는다.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한 평범한 여학생 겅겅이 물리 천재 남학생 위하이와 짝이 되고, 결국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기시감 가득한 이야기지만, 그 기시감 덕분에 사랑스럽고 편안하기도 하다. <너를 만난 여름>은 중국 청춘영화중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색감이 예뻤다. 함께 보낸 고등학교 3년의 시간을 큰 과장 없이 그려내서 좋았다. 여름을 배경으로 한 산뜻한 이미지 속에서 나도 그들의 친구가 될 수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