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하림 기자] “3년 전만 해도 카페 사장님들은 자신의 경쟁 상대가 스타벅스라고 했어요. 근데 요즘은 말이 바뀌었어요. ‘노란 간판’이 적이라고요.”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고장수 이사장이 전한 말이다. 노란 간판이란 저가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을 뜻한다. 저가커피 3사의 간판이 모두 노란색인 데에서 나온 표현이다. 카페업계에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 특히 최근에는 저가커피 프랜차이즈들의 확장세가 눈에 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저가커피 3사의 매장 수는 2020년 2638개에서 2021년 3863개, 2022년 5305개로 늘었다. 2022년 1900여개이던 컴포즈커피의 매장수가 이달 2500개를 돌파한 것을 감안하면 현재는 더욱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 컴포즈 커피 제공] 가맹본부의 매출도 상승세를 그렸다. 메가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의 매출 합은 2020년 2220억원, 2021년 3159억원, 2022년 5119억원이다. 영업이익 합도 같은 기간 424억원, 752억원, 796억원으로 올라갔다. 2년 사이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2배 안팎으로 성장한 것이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주들이 내는 가입비, 인테리어비, 로열티 등으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신규 매장이 생길수록 돈을 많이 번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쓴맛을 봤다. 수익 효율성의 지표...
흔히 말하길,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적어도 내 경험에 비춰볼 땐 틀린 말이다. 위의 말이 갖는 의미가 꼭 성공을 전제한 것이 아니라면 장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어려운 고등수학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인문학, 또는 경영학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내가 인생 2라운드에 장삿길을 선택한 것은 그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성실하게, 상식을 지키면서 일하면 별 어려움이 없으리라는 생각이 있었다. 직장생활과 달리 개인사업을 하면 내가 일하는 만큼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사실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조직 내에는 - 특히 거대한 조직 안에는 - 성실히 일하는 사람과 놀고먹는 사람과 꾀부리는 사람이 혼재하기 마련이다. 때론 꾀부리는 사람이 티 안 내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과실을 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던 차에 명예퇴직 공고가 나오자 나는 30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에 별 망설임 없이 신청서를 냈다. 더 이상 남의 밑에서 지휘를 받으며 일하는데 대한 지겨움도 작용했다. 나름 준비도 해온 터였다. 퇴직 후 한 두 차례 재취업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마다하고 개인사업의 길을 선택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하지만 딴엔 어느 정도 준비를 했던 첫 번째 사업은 구상과 달리 수익성이 의외로 낮았다. 책...
종업원 다루기는 장사에서 제일 힘든 일 중 하나다. 결론부터 말해 종업원은 점주에게 상전이다. 그렇게 대하지 않으면 대개는 점주가 골탕을 먹게 돼 있다. 주방 이모든 홀서빙 알바생이든 조금만 섭섭하게 대하면 다음날부터 바로 근무 펑크를 낼 수도 있다. 주로 카운터를 지키는 점주와 주방 이모 한명, 홀서빙 알바 한 두 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생계형 점포에서는 어느 한 명이 결근을 하면 가게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 심한 경우 몇 날 며칠간 영업을 포기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이런 약점을 악용하는 직원도 더러 있다. 가게를 연지 몇달 안 된 어느 시점에서 홀서빙 알바생으로 인해 큰 고역을 치른 적이 있다. 홀서빙 알바 두 명을 쓰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결근을 자주 해 애를 먹이기 일쑤였다. 다른 한 알바생도 동료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하는 수 없이 문제의 그 알바생을 그만 나오도록 조치했다. 나머지 한 학생에 대한 배려도 작용한 결과였다.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그게 화를 자초했다. 며칠 뒤 홀로 남은 알바생이 느닷없이 시급 인상을 요구했다. 시급을 2000원 인상해달라는 것이었다. 장사 초보였던 나는 당황했다. 그 알바에게는 다른 직원들 모르게 매달 10만원의 보너스까지 별도로 지급하고 있던 터였다. 경험 많은 그 학생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데다 격주로 한 번씩 오픈과 마감을 통째로 맡기는데 따른 보상이었다. 요...
◇사장이 할 일 내 경험을 토대로 이 문제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가게 운영상 처리해야 하는 일중 가장 지저분하고 힘들고 어려운 일은 모두 사장 몫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영업의 시작과 끝도 사장이 책임지고 추스르는 게 좋다. 예를 들면 술취한 고객이 매장 안에서 구토를 했을 경우 오물을 치우는 일은 당연히 사장 몫이어야 한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홀서빙 종업원은 손님들이 먹고 마실 안주와 술을 나르고 테이블을 정리하는 것이 주임무다. 그런 종업원이 음식 나를 손으로 불결한 구토물을 다루는 것을 손님들이 본다면 어떤 느낌을 가질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마감 작업 중에 주류 냉장고에 다음날 판매할 각종 주류를 채워넣는 일이 있는데, 이 또한 사장이 직접 하는 게 좋다. 많은 호프집 사장들이 이 같은 일은 힘들고 귀찮다는 이유로 알바생들에게 시키지만 그 것은 현명한 방법이 못된다. 그 작업을 직접 해야만 사장이 창고에 있는 각종 주류의 재고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사장이 주류의 재고 파악을 잠시라도 소홀히 하면 술장사를 하는 과정에서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내가 호프집에서 취급한 술 종류는 브랜드 별로 20가지가 넘었다. 다른 호프집도 대개가 그렇다. [그래픽 = 연합뉴스] 오픈과 마감 작업 역시 사장의 몫이어야 한다. 많은 호프집 사장들은 그 일을 오픈조와 마감조 알바생에게 ...
◇종업원 채용 호프집을 운영하다 보면 수시로 종업원 모집 공고를 내게 된다. 특히 홀서빙 알바생들은 근무 기간 6개월을 넘기는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홀서빙 알바 모집은 주 대상이 학생인 만큼 방학 중에 수월하게 이뤄지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학기 초나 명절 직전, 휴가철 직전엔 사람 구하기가 힘든 편이다. 모집 공고는 홀서빙 알바의 경우 알바모집 전문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해당 사이트에 기업회원 가입을 한 뒤 필요시 수시로 무료공고를 이용하면 된다. 그러나 주방은 사정이 다르다. 주 대상이 비교적 나이 든 여성인 탓에 인터넷을 통한 모집공고는 효과적이지 못하다. 이들은 무가지에 유료 줄광고를 내야 가장 빨리, 가장 많이 반응을 보인다. [그래픽 = 연합뉴스] ◇인력운용 장사는 인건비 따먹기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투입되는 인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운영한 호프집은 약 40평에 테이블 13개 규모였다. 화장실이 매장 안에 자리한데다 4~6인용 테이블들과 의자가 모두 큰 편이어서 면적 대비 테이블 수가 적은 편이었다. 홀서빙 인원을 몇명으로 할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인은 테이블 수다. 이 정도 테이블 수를 가진 매장이라면 홀서빙 인원을 카운터 외 2명으로 하는 게 적정하다. 여기엔 전제가 따른다. 일 평균 1.5회전 이상이 유지된다는 게 그것이다. 그러나 내가 운영한...
앞서 언급했듯이 호프집의 비수기는 한겨울인 1~2월이다. 최고 성수기라 할 7~8월에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매출이 떨어지다 추석이 지나면서 혹독한 시기를 맞게 된다. 최악의 달은 단연 2월이다. 직원 월급, 월세, 세무사 기장료, 전기·가스 요금 등 월별로 고정돼 있거나 거의 변하지 않는 비용은 고스란히 한달치를 다 지불해야 하는 반면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날짜 수는 길어야 29일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혹한기라서 일 매출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때다. 자녀가 있는 주당들이라면 학자금 마련에 등골이 휘는 시기라서 지갑을 단단히 닫는 관계로 술 마시는 빈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달이기도 하다. 그뿐이 아니다. 2월은 대개 설 연휴를 끼고 있어 월 매출 실적이 최악이 될 수밖에 없다. 설 연휴를 전후해서는 추석 연휴 때 이상으로 매상이 끝간데 없이 추락하곤 한다. 그야말로 매출에 악영향을 끼칠 모든 요소를 골고루 갖춘 달이 2월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나는 가게를 연 뒤 처음 맞은 2월에 적자를 기록했다. 장사 시작 후 처음이었다. 글로벌 불황이 지구촌을 덮친 때라 어려움이 더 심했던 것 같다. 1년 기준으로 볼 때 호프집은 호황기가 짧은 반면 불황기는 길다. 그러므로 호프집을 창업할 때 프랜차이즈 본사 영업사원, 또는 점포 양도자의 말만 믿고 한여름에 덥석 점포 인수계약을 하는 일은 되도록 삼가...
내가 선택했던 전통적 호프집은 상대적으로 경기 변화에 더 민감하다. 다른 주종의 술집에 비해 불황을 더 탄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에 맥주는 2차 주종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탓이리라. 사람들은 지갑이 얇아질수록 술자리를 1차로 끝내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달리 흥청망청하는 분위기가 지배하는 연말엔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호프집도 반짝 호황을 누린다. 이 것만 보아도 호프집이 경기에 더 민감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호프집이 2차 술자리로 인식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 피크타임이다. 호프집의 피크 타임은 보통 밤 9~11시 정도다. 저녁 식사를 겸해 소주를 한잔씩 한 뒤 입가심을 위해 호프집을 찾는 손님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1차로 호프집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젊은 층이거나 여성 그룹이 그런 고객의 주를 이룬다. 이들은 소주 같은 독주를 기피하려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주당 부류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1차로 호프집을 찾는 사람들 중엔 맥주 마니아들도 더러 있다. 이들은 생맥주 맛의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사진 = 연합뉴스] 불황이 깊어질수록 호프집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현상이 있다. 호프집에 와서 소주를 찾는 손님이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호프집에서는 1만~2만원대의 간단한 안주 하나면 두 세 사람이 값싸게 소주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세 명이 고깃집에 가서 양껏 먹고 마시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