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3202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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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추천 페르낭 레제 에디션 랭보 시선집 <일뤼미나시옹> 북리뷰 랭보 탄생 170주년 기념 시집추천 사랑시 인생시

페르낭 레제 에디션 <일뤼미나시옹> 아르튀르 랭보 지음_페르낭 레제 그림_신욱근 옮김_문에출판사_초판 1쇄 2023년 12월 8일 출발 아르튀르 랭보 충분히 보았다. 비전은 어느 하늘에나 존재했다. 충분히 가졌다. 여러 도시의 소문은 저녁에도, 햇살에도 그리고 언제나. 충분히 알았다. 삶이 멈춘 순간들. -- 오 소문과 비전이여! 새로운 애정과 새로운 소리에 휩싸여 출발! <일뤼미나시옹> 31쪽 랭보 詩 '출발' 새벽 아르튀르 랭보 나는 여름의 새벽을 껴안았다. 궁전 높은 곳에는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물은 죽은 듯했다. 어둠의 진영은 숲속 길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걸었다. 생기와 온기가 깃든 숨결 깨우며, 그러자 보석들이 쳐다보았고, 날개들이 소리 없이 일어났다. 첫 번째 시도는 선선하고 희미한 빛이 벌써 가득한 오솔길에서 내게 자기 이름을 말하는 꽃 한 송이였다. 나는 전나무 숲 너머에 머리를 풀어 헤친 금발의 폭포에게 미소 지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꼭대기에서 나는 여신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베일을 하나씩, 하나씩 들추었다. 가로수길에서는 양팔을 마구 흔들었다. 들판을 가로지르며, 수탉에게 여신이 왔다고 고해바쳤다. 대도시에서 여신은 종탑과 돔 지붕 사이로 달아났고, 나는 대리석의 강둑을 거지마냥 달리며 여신을 쫓았다. 도로 저 위, 월계수 숲 근처에서, 나는 겹겹이 쌓인 베일로 그녀를 감싸 안았고, 그 거대한 육체...

202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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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시 눈 내리는 호수공원 정지용 향수 _ 좋은시추천 겨울시

일산 호수공원 내에 설치된 정지용 시인의 시비 _ 호수 정지용 시인(1903~1950)은 힘겨운 시대를 두 번이나 견뎌야 했던 인물입니다. 휘문고보에서 선생님을 이화여전에서 교수로 활동했지만, 시인은 6·25 때 납북된 것이 월북으로 오인되어 긴 세월 동안 세상에 나올 수 없었습니다. 정지용이란 이름은 물론이고, 시인이 지은 아름다운 시도 그런 오인된 시절을 견뎌야 했었지요. 다행스럽게도 거짓말은 진실을 이기지 못하는 법. 시인의 시는 이제 세상 속에서 늦게나마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줍니다. 호수공원에 가면 정지용 시인의 시비와 「호수」 시 앞에서 잠시 머물다 옵니다. 어제는 눈 오는 호수공원에서 시인의 시비 앞에서 한참 서 있었습니다. 오늘은 시인의 시 「향수」를 옮겨 놓습니다.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라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傳說)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

2025.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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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시인 시집베스트셀러 추천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좋은시추천 감동적인시

"각각의 슬픔은, 저마다 이름을 새겨 안고 사라진다" 라고 생각하며 읽은 이병률 시인의 시집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아무도 모르게 이병률 당신 방에 앉아 침대 옆에 놓인 시집을 읽습니다 당신이 비운 집 한쪽에 놔둔 식물에 물을 주라 하였기에 아무도 모르게 누워도 봅니다 냉장고에 들어 있는 술 한 병 꺼내 마셔도 좋다 하였기에 술만 마실 수 없어 달걀 두 개를 삶습니다 아, 희미한 삶의 냄새 이 삶은 달걀을 어디에 칠까요 무엇에 부딪쳐 삶을 깨뜨릴까요 이병률 시집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20쪽 詩 '아무도 모르게'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이병률 지음_문학동네_초판 1쇄 2020년 9월 1일_1판 2쇄 2020년 9월 18일 방향의 감각 이병률 어느 서점 책장 안쪽에서 마주친 오래된 마른 걸레 까만 먼지를 몸에 감고 마르다못해 뒤틀려 뒹굴고 있는 그것은 누가 하다가 그만둔 일일까 일을 하다가 이제는 더이상 일을 하지 않으려고 다짐을 하고 행주로 책상 사이를 닦다가 주인에게 다가가 다부지게 꺼냈던 말이 그만두겠어요 그만두지 않으면 당장 죽을 것 같아서요 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싶게도 걸레는 숨이 빠진 상태로 뭉쳐져 그곳에 쓰러져 있다 돌아올게요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이라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의 위치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다시 책으로 엄중히 가려놓았다 내가 잘 떠나는지 지켜봐주...

2025.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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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 슬픔이 기쁨에게 좋은시추천 시집추천 인생시 ft 콤롬비아 엘파라이소 리치

이른 아침 가벼운 명상을 끝내고, 시집을 골랐다. 정호승 시집『슬픔이 기쁨에게』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정의와 인종 사랑과 기다림의 삶의 철학이 깊은 슬픔의 늪에서부터 우러나와 친근한 대화의 언어로 공감의 폭을 넓히고 있다. 정호승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뒤표지 '김우종(문학평론가)' 글 새벽 명상을 마치고, 처음 한 일은 시집을 고르는 것이었다. 생각을 비워낸 그릇처럼 명상하는 동안에는 비어 있던 곳. 가슴이란 공간에 무언가 툭… 하고 떨어졌으니. 나는 그것이 무언지 몰라서 한동안 당황하였다. 어떤 감정은 밑도 끝도 없이 쓱… 하고 다가와서, 흔들어 놓고 '떠난다'라는 말도 없이 사라지곤 한다. 정호승 시집추천 <슬픔이 기쁨에게> 14쪽 표제시 '슬픔이 기쁨에게'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내가 어둠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번도 평등하게 웃어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장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위 떠는 사람들을 슬픔에게 다녀와서 ...

20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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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 좋은시추천 '하늘이 맑아 2' 시집추천 <너에게도 안녕이> 베스트셀러 인생시 짧은시 _ 지하철에서 일기쓰기

<너에게도 안녕이> 나태주 지음_창비교육_초판 1쇄 2020년 2월 27일 하늘이 맑아 2 나태주 멀리 아주 멀리 나를 알아주는 한 사람 더구나 더 멀리 낯선 나라 말까지 다른 나라 사람들 나를 알아주고 나를 느껴 주고 나를 숨 쉬어 주니 이 얼마나 감사 감격 좋은 일인가 그 기쁨 그 힘으로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하늘 바다에 그넷줄 내어 밀듯이 나를 멀리 띄워 보낸다 구름아 나를 보아라 새들아 니들도 나를 좀 보아라. 나태주 시인 시집 <너에게도 안녕이>에 놓아둔 詩 '하늘이 맑아 2' 예전에 나태주 시인님의 에세이에서 옮겨 놓은 시의 주인공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물론 시 속 주인공인 화자인 나태주 님이겠지만, 시에서 이야기하는 주인공은 어느 외국인입니다. 그 사람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를 우연하게 만난 후, 한글과 시에 사로잡혀 우리 말과 글을 배운 후 이 땅에 유학을 옵니다. 그러고는 어떤 인연의 끈이 작용하여, 나태주 시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 후 얼마의 세월이 흘러 나태주 시인은 외국인의 나라로 가서 시인의 시를 읽어주고, 작은 행사를 가질 수 있었다는 글로 기억납니다. 시와 음악은 굳이 해석이나 해설 없이도 감정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나 봅니다. 중학교 때 비틀스에 빠져서, 온종일 테이프가 늘어져라 들었던 기억 속엔…. 노랫말을 해석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어떤 정서가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늦은 저녁 원...

202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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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장자 한강 책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시집추천 좋은시추천 인생시 _ 막스 피카르트 침묵의 세계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14~15쪽 '심장이라는 선물' 中 심장이라는 선물 한강 지워진 단어를 들여다본다 희미하게 남은 선의 일부 ㄱ 또는 ㄴ이 구부러진 데 지워지기 전에 이미 비어 있던 사이들 그런 곳에 나는 들어가고 싶어진다 어깨를 안으로 말고 허리를 접고 무릎을 구부리고 힘껏 발목을 오므려서 희미해지려는 마음은 그러나 무엇도 희미하게 만들지 않고 덜 지워진 칼은 길제 내 입술을 가르고 더 캄캄한 데를 찾아 동그랗게 뒷걸음치는 나의 혀는 한강 작가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14~15쪽 '심장이라는 선물' 中 하룻밤 사이에 바뀐 세계를 가만히… 아니,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만 현기증이 일고 말았다. 까마득한 것, 저 먼 어딘가로부터 태어나서 성장한 것들의 그림자는 검고 어둑했으니. 나는 다만 '언어와 침묵' 그 사이 틈에서 잠시 쉬어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시인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꺼내 두 손 가만히 시집을 편다. 「심장이라는 선물」이란 詩 첫 시구는 "지워진 단어를 들여다본다"로 시작(詩作)한다. 눈으로 한 번, 입으로 한 번, 그리고 마음 속으로 한 번 시인의 詩를 읽는다. 언어와 침묵의 무게와 힘을 다시 떠올린다. 『침묵은 말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지만, 말은 침묵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말에게 침묵이라는 배경이 없다면, 말은 아무...

2025.01.15
11
나태주 시 11월 시집추천 <나태주 연필화 시집> 겨울시 사랑시 좋은시모음

언제라도 좋은 날, 시 읽기 좋은 날. 바람에게 묻는다 나태주 바람에게 묻는다 지금 그곳에는 여전히 꽃이 피었던가 달이 떴던가 바람에게 듣는다 내 그리운 사람 못 잊을 사람 아직도 나를 기다려 그곳에서 서성이고 있던가 내게 불러줬던 노래 아직도 혼자 부르며 울고 있던가. <나태주 연필화 시집> 138쪽 詩 '바람에게 묻는다' 나태주 시인이 연필로 그린 그림과 시가 함께 들어 있는 <나태주 연필화 시집> 중국 현대 문학을 이끈 주요 인물 가운데 아이칭(艾靑 1910~1996) 시인이 있습니다. 화가이기도 한 그는 1933년 일본과 전투 중에 포로로 붙잡히고 맙니다. 어둡고 비좁은 감옥 안의 생활은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만이 있을 뿐이었는데요. 그때 그는 시를 쓰면서 혹독한 시절을 견뎠다고 합니다. 시를 쓰게 된 필명이 바로 '아이칭(艾靑)'입니다. 안도현 시인의 시작법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60쪽에서 아이칭은 '시 쓰는 방법'에 관해 이렇게 말합니다. 문제는 당신이 무엇을 쓰는가에 있지 않고, 당신이 어떻게 쓸 것이며, 어떻게 이 세계를 볼 것이며, 어떠한 각도에서 세계를 볼 것이며, 당신이 어떠한 태도로 이 세계를 포용할 것인가에 있다.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60쪽 中 나태주 연필화 시집 | 나태주 - 교보문고 나태주 연필화 시집 | 나태주 시인이 사랑한 시와 그림, 그리고 당신 모든 마음이 한데 엮인, 등단...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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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추천 김정환 시인의 시 '육교를 건너며' 이별시 감동적인 시 인생시

육교를 바라보면, 잠시 먼 곳에 놓아둔 생각 하나를 끌어당기는 듯하다. 육교를 바라보면서, 김정환 시인의 시를 떠올린다. 견딘다는 것은 오로지 마음 떨리는 일. 끝이 있음으로 해서 완섬됨이 있음으로 해서 오늘, 세상의 이 고통은 모두 아름답다 김정환 시인의 詩 '육교를 건너며' 中 지하보도가 있고, 횡단보도가 있는 곳. 그곳에 길고 커다란 육교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어느 것이 먼저 설치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아마도…. 육교가 제일 먼저 자리를 차지했고, 그 뒤로 지하철이 생기면서 지하보도가 연결되었겠지요.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도 힘에 부친다는 사연들이 또 모여서, 횡단보다 하나 둘 생겨났는지도 모릅니다. 일산 정발산역 삼거리 풍경입니다. 롯데백화점과 일산광장 그리고 아람누리도서관 등이 서로 다른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곳입니다. 그곳엔 커다란 육교와 지하보다, 횡단보도가 함께 놓여 있는데요. 간혹 그곳을 지날 때면 꼭 육교를 올려다보곤 합니다. 육교는 공간을 이어주는 곳이며, 이쪽과 저쪽의 시간을 잇는 곳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간혹 육교 위에 올라 해 질 무렵 노을을 바라보면 왜 그리 아름다운지…. 육교는 그런 공감을 제게 건네는 공간입니다. 지울 수 없는 노래 | 김정환 - 교보문고 지울 수 없는 노래 | product.kyobobook.co.kr 육교를 건너며 김정환 육교를 건너며 나는 이렇게 사는 세상의 끝이 있음...

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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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추천 정호승 시 '눈사람' 겨울시 인생시 _첫눈 오는 날 날 마주한 따스한 풍경 하나

새해 첫 눈이 내렸고, 누군가 첫눈을 모아 눈사람 하나를 만들었다. 눈사람 정호승 눈 내리는 새해 아침에 새처럼 소리치며 아이들이 눈을 뭉쳐 서로 눈싸움을 하더니 그 중 한 아이가 연탄재를 꿀려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얘, 눈사람은 연탄재로 만드는 게 아니야 하얀 눈을 뭉쳐서 만드는 거야 나는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어미까치처럼 점잖게 소나무에 앉아 훈계하고 아이가 만든 눈사람을 바라보았다 눈사람은 가슴에 연탄재를 품고 어느새 운주사 석불 같은 부처님이 되어 있었다 눈싸움을 마치고 다른 아이들이 만든 눈사람도 다들 부처님이 되어 빙긋이 웃고 있었다 펄펄 내리는 눈송이들이 눈사람 부초님 앞에 신나게 재롱을 떨다가 마른 풀잎 위에도 강아지가 뛰어간 발자국 위에도 고요히 내리고 있었다 정호승 시집 <이 짧은 시간 동안>에 놓아둔 詩 '눈사람' 이 짧은 시간 동안 | 정호승 - 교보문고 이 짧은 시간 동안 |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정호승 시인의 여덟번째 시집.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해온 착하고 맑은 시심을 간직하면서도, 낮은 곳에 임한 사람들의 구체적인 실상을 따뜻하게 …… product.kyobobook.co.kr 창비에서 지난 2004년 5월 펴낸 정호승 시인의 시집. <이 짧은 시간 동안>은 시인의 여덟 번째 책입니다. 시집에 담긴 첫 시는 '시인'이며, 마지막에 놓여 있는 시는 '무릎'입니다. 정호승 시인...

2025.01.07
10
좋은시추천 박노해 시 '진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시집추천 베스트셀러도서

박노해 시인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234쪽 詩 '진실' 진실 박노해 큰 사람이 되고자 까치발 서지 않았지 키 큰 나무숲을 걷다 보니 내 키가 커졌지 행복을 찾아서 길을 걷지 않았지 옳은 길을 걷다 보니 행복이 깃들었지 사랑을 구하려고 두리번거리지 않았지 사랑으로 살다 보니 사랑이 찾아왔지 좋은 시를 쓰려고 고뇌하지 않았지 시대를 고뇌하다 보니 시가 올라왔지 가슴 뛰는 삶을 찾아 헤매지 않았지 가슴 아픈 이들과 함께하니 가슴이 떨려왔지 박노해 시인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234쪽 詩 '진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 교보문고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긴 침묵의 시간을 지나 12년 만에 펼쳐낸 얼굴 없는 시인 박노해의 시집박노해 시인의 12년만의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박노해 시인이 10여 년의 긴 침묵의 시간을 깨고 …… product.kyobobook.co.kr 박노해 시인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박노해 시인 詩 '주의자와 위주자' 中 모든 주의는 너무도 간단하게 인간성을 모독한다 박노해 시인 詩 '주의자와 위주자' 中 박노해 시인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347쪽 詩 '주의자와 위주자' 주의자와 위주자 박노해 모든 주의는 너무도 간단하게 인간성을 모독한다 아무리 좋은 주의라도 주의는 삶을 하녀 취급한다 그 어떤 주의도 삶의 주인공...

2024.12.22
짧고좋은글귀 박노해 시인의 걷는 독서에 있는 짧고좋은시

박노해 시인의 걷는 독서 페이스북 이미지 캡처 제대로 심판하지 않으면 '악의 용기'는 대물림된다 잘못하면 벌 받는다는 '두려움의 전율'이 흐르게 해야 한다 If not judged properly, the 'courage of evil' will be transmitted. The 'thrill of fear' of being punished for doing wrong must be made to flow. 박노해 시인의 걷는 독서에 놓여 있는 글 中 오늘날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democracy' 즉 민주주의 어원을 살펴보면 국민이라는 뜻의 'demos'와 권력을 의미하는 'kratos'가 합쳐진 말입니다. 단어 그대로 풀이하자면 '국민의 권력' 또는 '민중의 지배'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오늘날 인류가 만들어 놓은 여러 제도 가운데 민주주의가 가장 완벽한 제도라기보다는, 인류가 수많은 착오를 통해 이루어낸 제도 가운데 하나라는 점입니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이면서,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B.C 427~B.C 347경)은 이상적인 국가와 정의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정치'와 '권력'의 속성에 관해 이렇게 말합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는 그의 아포리즘은, 아주 오래전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명심해야 할 격언입니다...

202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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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추천 노벨문학상 수상자 파블로 네루다 _ 질문을 품고 생각을 표현하는 시쓰기 글ego 시창작 프로젝트 _ 좋은시추천 나의 생각 글쓰기

단 하루 사이에 바뀐 새로운 세계에서 '시인을 꿈꾼다'라는 것은 어떤 가치를 담고 있을까요? 생의 질문을 품고 언어로 표현하는 삶이란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는 한림원 수상식장에서 여덟 살 어린 시절을 회상합니다. 그러고는 그 시절 비 오는 날의 풍경을 소환하면서, 스무 명 남짓 아이들과 함께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던, 그 순간의 질감에 관해 이렇게 말을 이어갑니다. 『(…) 어렸을 때부터 저는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이러한 질문은 수천년 동안 문학이 던져온 질문이며,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는 언어,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일인칭 시점으로 상상하는 언어,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언어가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지니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여러 번 소감문을 읽다가, 필사 노트를 꺼내 한림원이란 공간을 가득 채운 작가의 언어를 옮겨 적었습니다. 한강 작가의 언어를 한 글자 한 글자씩 되새기면서 '삶과 문학 그리고 언어가 지닌 온도와 무게감'에 관해 생각했...

2025.01.02
6
좋은시추천 이성부 시인 '술집에서' _ 시집추천 <백제행> 마음 비우기 감동적인 시 _ 필사노트 일기쓰

밥과 술, 그 맛은 사람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장소 _ 쏘시지요 일산백석점 술집에서 이성부 아름다운 말씀 한 마디 다시 찾을 길 없고 더운 가슴들 모였으나 저를 보여주지 않는다. 밀리고 밀려나서 남아버린 얼굴들이 저마다 드글드글 들끓기는 하지만 귀익은 소리에 생각들 스스로 쥐어뜯기도 하지만 불 당겨 불을 당겨 저를 사루기도 하지만 끝내 문 열고 나서기를 어려워한다. 마음에 안들어도 들어선 문턱 하나가 이처럼 사람들을 얽어 붙잡고 더 쫓겨갈 다른 집을 멀리 감춘다. 그저 주저앉아 슬픔만 섬기면서 오도가도 못한 채 고개들 처박을 따름이다. (1976) 이성부 시집 <백제행(百濟行)에 놓아둔 詩 '술집에서' 창비에서 지난 1997년 7월 펴낸 시집 <백제행(百濟行>을 만나는 방법은 아마도, 두 가지. 하나는 시집을 보관하고 있는 도서관 문학 코너, 다른 하나는 전자책이 아닐까 싶네요. 시집을 출판한지 27년이 지났으니, 찾는 이 없어 어느 외로운 구석에 웅크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성부 시인의 시집은 여전히 '우리 가까운 곳' 어딘가에서 자신을 읽어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필사 노트 한 쪽에 새겨 놓아둔 이성부 시인의 詩 하나를 꺼내 다시 읽습니다. 벗과 함께 저녁을 먹고, 겨울의 시작을 함께하면서 따뜻한 술 한 잔을 나누었습니다. 11월 첫 술자리는, 주말 저녁에 시작하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반가운 이와 느리...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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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추천 이영광 시인의 '첫눈' 겨울시 감성시 <나무는 간다> 시집추천 눈 오는 날 눈 관련 시

밤새도록 눈은 내리고 쌓였을 것이니, 텅 빈 광장에서 홀로 온몸으로 눈을 맞이한 자전거, 하나 있었으니. 첫눈 이영광 사랑이 사람이 되듯이 사람으로 힘없이 내려앉고 말듯이 질척이는 골목에 털썩털썩 몸 부리는 눈발들 음푹, 안아줄 발자국도 덮어줄 발자국도 나서지 않는 새벽 골목이 젖은 살을 열린다 엔다 사람이 사랑이 되듯이 사랑으로 다시 한발짝 올라서듯이 몸 쌓는 눈발들 골목의 키가 자란다 바닥에, 바닥에 가슴이 생긴다 이영광 시인 시집 <나무는 간다>에 놓아둔 詩 '첫눈' 십일월에 첫눈이 내린 건, 지금으로부터 117년 전의 일이라고 한다. 뉴스에선 11월에 첫눈이 내린 것을 두고 117년 만에 찾아온 일이라고 한다. 새벽 내내 눈이 내렸고, 오후 내내 눈은 내리고…. 나는 117년 전의 사람들 표정을 떠올려본다. 늦가을 같던 풍경이 하루아침에 겨울로 표정을 바꾸고, 그때도 지금의 나처럼 누군가는 '11월 첫눈'을 보면서 가슴 설레고 있었으리라. 나무는 간다 | 이영광 - 교보문고 나무는 간다 | 모순덩어리의 사회를 질타하며, 결연한 시정신을 보여준다!2011년 미당문학상을 수상하며 시단의 주목을 받아온 이영광 시인의 시집 『나무는 간다』. 무고한 죽음을 낳는 참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모순 덩어…… product.kyobobook.co.kr <나무는 간다> 이영광 지음_창비_초판 1쇄 2013년 8월 30일 창비에서 지난 2013년 8...

20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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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좋은시추천 김용택 시집 <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 사랑시 겨울시 독후감 쓰기

김용택 시인이 고른 인생시 100편 열일곱 살이라고 해서 인생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나이 예순이라고 해서 인생을 다 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김용택 시집 <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 책머리 글 中 김용택 시인이 직접 고른 인생시 100편을 모아 놓은 시집. <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라고 조금 긴 제목을 가진 시집을 펴고 읽는 밤. 자정 무렵 라디오에선 크리스마스 노래가 흘러나오고, 그러고 보니 이제 며칠 지나면 성탄절입니다. 한해살이가 참 빠르구나 싶어지는 날. "당신의 인생은 지금 어느 시간을 지나고 있나요?"라고 묻는 시집을 펴고, 결 고운 시를 골라 옮겨봅니다. 내일 미첼 마크 내일은 누군가에게 건네 보라. 네가 여태껏 본 적이 없는 미소를. 내일은 다른 사람을 생각하라. 네가 연민을 느끼고 있던 사람을. 내일은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 보라. 너의 하루를 밝게 빛나게 할 사람에게 무조건 친절한 인사말을 건네 보라. 너의 감정을 드러내라 <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 54쪽 詩 '내일' 두 주 정도 남아 있는 달력 속 숫자를 세어보면서, 문득 '아무 조건 없이 그 누군가에게 따스한 마음을 나누어 준 때가 언제였던가?'라고 생각해 봤습니다. 올해는 서너 번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더군요. 작은 것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건네는 순간, 행복은 받는 사람에게도...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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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 원두 원커피랩(ONE COFFEE LAB) _ 감사일기쓰기 커피 관련 좋은시추천 어느 오후 단상 필사노트

좋은시추천 고영민 시인의 詩 '원두' 中 생각 하나_____ 다시 찾은 일상에 관해 생각하는 어느 오후. 지난밤에 일어난 일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 속에 잠시 놓아둡니다. 마음의 분란이나 생각의 번잡스러움이 한꺼번에 어딘가에 정착된 기분이라고 할까요? 지난 밤은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정오를 지나쳐가는 일요일 어느 한때, 햇살은 따스하고.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결도 창백한 독기가 조금 사라진 듯, 합니다. 평온함이란 '이런 것이었구나' 싶어지는 날. 스페셜티커피를 마시며 고영민 시인의 詩 '원두'를 필사노트에 옮겨봅니다. 원두 고영민 원두를 넣고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린다 기다려 커피 한 잔을 받아와 창가에 앉았다 꽃나무들이 물을 부어 꽃을 내린다 한 철 허공에 필터를 받쳐놓고 꽃차를 우려낸다 몇 차례 뜨거운 비가 꽃가지 사이를 왔다 갔나 올봄 당신은 저 나무에게서 몇 잔의 뜨겁고 진한 꽃차를 얻어 마셨나 어제는 먼지 이는 꽃나무 밑으로 외국인 노동자 몇명이 흰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지나갔다 걸으면서 자꾸 자꾸 자꾸 입맞춤을 하던 달콤한 연인이 지나갔다 유치원생들이 줄지어 지나갔다 전동휠체어를 탄 뇌성마비 여자가 얼굴을 묘하게 일그러뜨리며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중년의 여자가 큰 개를 끌며, 끌려가며 지나갔다 고영민 시집 <사슴공원에서> 속 詩 '원두' 커피와 시는 바쁜 일상에 '쉼표'처럼 작용합니다. 여백과 공백이나, 고독과 외...

202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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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 '이게 나라다' 좋은시추천 _ 윤석열 탄핵안 가결한 날 _ 국민이 쓴 역사책추천 <촛불혁명> 선물하기좋은책 북리뷰

국민이 지키고, 이끌고, 결국 미래로 나아가는 나라. "이게 나라다!" 『그날 또 그날, 그 겨울과 밤과 봄의 그날들. "이게 나라냐" 울분과 부끄러움으로 촛불을 들고 "나라도 나가야지" 눈발을 뚫고 광장에 모여든 사람들. 슬픔과 분노로 타오르던 불의 사랑, 불의 혁명, 우리가 손에 든 것은 촛불이었지만 우리 가슴에 든 것은 혁명이었다. (……) 그 추웠던 겨울 주말마다 촛불광장으로 나와 나라를 살려내고 인간의 위엄을 빛내주신 그대의 언 발등에 입맞춤을 보낸다. 힘겨운 나날 소속에서도 곧고 선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그대 젖은 어깨 위에 늘 무지개 뜨기를. 2017년 10월 박노해』 _ <촛불혁명> 18~25쪽 서(序) 글 中 2024년 12월 14일 토 "윤석열 탄핵안 가결" 국회 통과 대한민국의 역사는 일부 특권층과 계급과 혹은 몇몇의 권력자들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나라임을, "우리 국민이 주권의 실체이며 중심축"임을 보여준 날. 2024년 12월 14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윤석열 탄핵안 가결"이란 말이 울려 퍼지는 지금 이 순간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합니다. 『(…) 2024년 12월 3일 22시 30분, 대한민국 헌법이 유린당했습니다. 민주주의의 심장이 멈추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께서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셨습니다. 국회 앞으로 한달음에 뛰쳐나와 맨몸으로 계엄군 차량을 막아섰습니다. 국회를 봉쇄한 경찰에 항의하며 ...

202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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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 <사랑만이 남는다> 시집추천 베스트셀러도서 ft 나태주 시 풀꽃 겨울시 _ 필사하기 좋은책 노트 짧고좋은시추천

나태주 시집 <사랑만이 남는다> 4쪽 '시인의 말' 中 『누군가, 나보다 나이 젊은 사람이 인생에 대해서 묻는다면 첫째도 사랑이고 둘째도 사랑이고 셋째도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사랑하지 못해서 우울하고, 사랑하지 못해서 슬프고, 사랑하지 못해서 불안하고, 끝내 사랑하지 못해서 불행했던 거라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영국의 전설적인 문인 셰익스피어는 그의 소네트에서 인간이 영원히 사는 길은 '자식'과 '사랑'과 '사랑의 시'라고 말했다고 그럽니다.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시로 쓰며 그 시와 함께 사랑하는 마음은 영원히 사는 목숨이고, 더구나 시의 대상이 된 사람은 죽지 않은 사람으로 숨 쉬게 됩니다.』 _ 책 4쪽 '시인의 말 _ 사랑만이 답입니다' 中 겨울 차창 나태주 너의 생각 가슴에 안으면 겨울도 봄이다 웃고 있는 너를 생각하면 겨울에도 꽃이 핀다 어쩌면 좋으냐 이러한 거짓말 이러한 거짓말이 아직도 나에게 유효하고 좋기만 한 것 지금은 이른 아침 청주 가는 길 차창 가에 자욱한 겨울 안개 안개 뒤에 옷 벗은 겨울나무들 왜 오늘따라 겨울 안개와 겨울나무가 저토록 정답고 가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냐. 나태주 시인 <사랑만이 남는다> 78~79쪽 詩 '겨울 차창' "사랑은 우리 가슴에 늘 준비된 마음입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짧고 단순하며 이해하기 쉽고' 그래서 울림이 크게 다가오곤 하죠. 특히 나태주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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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추천 정호승 시 '결빙' '봄길' 겨울시 2024년 서울의 봄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들을 위해 <밥값> 시집추천

공기는 차고, 햇살은 밝고, 커피 잔 속 향은 뜨겁던 어제 오후. 정호승 시인과 만나지는 못했지만, 시인과 전화 통화를 두 번 했다. 2005년 5월 어느 무렵으로 기억한다. 회사가 서울 등촌동에 사옥을 새로 지었고, 도로를 향해 있는 외벽에 '무언가를 걸어 회사를 홍보하자'는 의견이 회의 때 나왔다. 누군가는 회사가 펴낸 그림책을 홍보하자고 말했고, 또 누군가는 '고맙습니다. 여러분 덕분입니다.'라는 짧은 글로 인사를 대신하자고 했다. CEO가 "편집팀 생각은?"이라고 물었고, 나는 "정호승 시인님의 詩를 외벽에 걸면 어떨까요?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의견을 내자마자 CEO는 "그래요, 그렇게 합시다."라며 긴 회의에 마침표를 찍었다. 소년 정호승 온몸에 함박눈을 뒤집어쓴 하얀 첨성대 첨성대 꼭대기에 홀로 서서 밤새도록 별을 바라보다가 눈사람이 된 나 정호승 시인 시집 <밥값> 100쪽 詩 '소년' 회의가 끝나고, 나는 서너 곳에 전화를 걸어 "정호승 시인님의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라고 묻고 다녔다. 누군가는 "개인 정보라 알려 드릴 수가 없어요."라고 답했고, 또 다른 이는 "시인협회로 문의하여 보시면 어떨까요?"라고 친절하게 안내했다. 개인 정보라서 알려줄 수 없다는 이의 말은 '일리가 있다'라고 생각했고, 시인협회로 문의하라는 말엔 고마웠다. 어찌어찌 다른 곳에서 시인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그렇...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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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추천 조말선 시인 '눈덩이' 겨울시 <내일 아침에는 정말 괜찮을 거예요> 시집추천

미디어창비 시선집 <내일 아침에는 정말 괜찮을 거예요> 41쪽 조말선 시인의 시 '눈덩이' 시작은 나였어 나를 묻히고 나는 굴러간다 조말선 시인의 詩 '눈덩이' 中 조말선 시인의 詩 '눈덩이' "나를 묻히고 나는 굴러간다"라는 시구 속에서 무수히 많은 감정이 또르르 굴러떨어지는 듯싶어서…. 그래서일까? 포토샵 단축키를 잘못 눌렀더니 '사진 컬러가 반전' 되었다. 때론 이렇게 흰 것이 흑으로, 흑이 백으로 뒤바뀐 이미지를 보고 있으면…. 결과치를 알고 있지만, 두 눈으로 확인해야만 선명해지는 '그 무엇' 앞에서 새삼 조금 놀라곤 한다. 시작과 끝에 놓인 시구가 뭐랄까? 좋아서 자꾸 되새겨 읽게 되는 시. 조말선 시인의 눈덩이 전문을 옮겨 본다. 미디어창비 시선집 <내일 아침에는 정말 괜찮을 거예요> 42쪽 조말선 시인의 시 '눈덩이' 눈덩이 조말선 시작은 나였어 나를 묻히고 나는 굴러간다 나는 아니야,라고 외치는 나를 묻히며 굴러간다 너도 그랬잖아,라고 외치는 나만 묻히며 굴러간다 옷 갈아입을 시간을 줘,라고 외치는 나를 묻히며 굴러간다 나는 나에게 묻힌다 내 무덤을 내가 만든다 나도 같이 가,라고 외치는 너에게 힘껏 눈덩이를 던진다 나는 제대로 박살난다 나에 대해서 가속도만 붙는다 나는 밤새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나는 이튿날 눈 녹 듯 사라진다 미디어창비 시선집 <내일 아침에는 정말 괜찮을 거예요> 42쪽 조말선 시인의 시 '눈덩이' ...

2024.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