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52024.09.16
인플루언서 
연필꽂이하루일기
4,034칼럼니스트
참여 콘텐츠 205
7
좋은시추천 조재도 시인 '비닐 한 장' 인생시 <약자를 부탁해> 시집추천 신간도서

조재도 시인 시집 <약자를 부탁해> 78쪽 詩 '비닐 한 장' 비닐 한 장 조재도 시장 골목 할머니 햇오니 서너 무더기 앞에 놓고 않았다. 좌판도 없다. 맨바닥이다. 칠십 평생 닳은 몸 오늘은 여기 배추포기로 앉았다. 오이 다섯 개에 삼천 원 덤으로 하나 더, 비닐봉지에 담으려 호믈짝 웃으신다. 얼굴 가득 물결치는 주름, 주름살이 할머니 하루 한때의 즐거움을 꽉 붙들어 맨다. 어째 이리 날바닥이냐 하니, 날바닥은유? 여기 이렇게 장판 깔았잖유? 하여 보니 투명한 비닐 신문지만 하게 찢어 깔았다. 사람이 먹는 걸 워치게 맨바닥에 놓는대유? 그러면서 할머니 손자 얼굴 쓰다듬듯 손으로 썩썩 구겨진 비닐 판판하게 편다. 한여름 무더위 찐득러기는 시장, 삼천 원 입장료 내고 할머니의 속 싶은 내전內殿에 들어갔다 나온다 조재도 시인 시집 <약자를 부탁해> 78쪽 詩 '비닐 한 장' <약자를 부탁해> 조재도 지음_작은숲_초판 1쇄 2024년 8월 12일 오랜 시간 비워 둔 자리에 '빛 한 줄기' 밝혀 놓은 밤 점등 조재도 외출할 때 집에 불을 켜놓고 나가세요 전기세 아낀다고 사람도 없는 집에 부을 왜 켜놓냐고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돌아올 때 어두운 밤 집에 불이라도 켜져 있으면 꽃등처럼 환한 집이 반가울 테니 조금은 덜 쓸쓸할 테니 조재도 시인 시집 <약자를 부탁해> 82쪽 詩 '점등등' 조재도 시인의 시집 <약자를 부탁해> 타이포그래픽 가방에,...

2024.09.06
8
이해인 시 '마음에 대하여' 좋은시추천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관한 사랑시 감성시

이해인 시집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120~121쪽 詩 '마음에 대하여' 마음에 대하여 이해인 마음 찾기 1 숨어 있기 싫어서인가? 가끔은 내 마음도 집 밖으로 외출을 한다 그가 빨리 돌아오지 않아 내내 불편하고 잠이 오지 않았다 그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고 괴로웠다 2 내내 밖으로 서성이다 오랜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마음이여 고맙다 네가 가출한 동안은 단순한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울면서 기도해도 대답 없던 시간들 네가 돌아와 나의 삶은 다시 기쁨이 되었다 주인인 내가 너무 무관심해서 화가 났다구? 이젠 나도 잘할게 다시 만난 기념으로 아침엔 녹차 한잔 저녁엔 포도주 한잔 할까? 이해인 시집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120~121쪽 詩 '마음에 대하여' 이해인 시인의 詩 '마음에 대하여' 中 숨어 있기 싫어서인가? 가끔은 내 마음도 집 밖으로 외출을 한다 내내 밖으로 서성이다 오랜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마음이여 고맙다 이해인 시인의 詩 '마음에 대하여' 中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이해인 지음_열림원_초판 1쇄 2015년 2월 27일 『지독한 병마와 싸워야 하는 시인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파릇하게 피어오른 새싹을 보면서….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였을 것입니다. "내게 말없이 참을성을 가르쳐주는 꽃과 나무들, 수도원 식구들, 독자들, 친지들……. 모두들 다시 소중한 선물로 받아 안으며 나는 오...

2024.09.03
6
좋은시추천 최영숙 시집추천 <골목 하나를 사이로> 봄관련시 인생시 감성시

시인에게 첫 시집이란 무엇일까? 아니 누구일까? 『최영숙의 「아침 산책」이란 시는 작지만 단단하다. 그리고 고요롭지만 생기로 넘친다. 왜냐하면, 그녀는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 겨울숲의 적막으로부터 모습 없는 한 생명의 '움짓거림'을 정밀하게 창조해냈기 때문이다. 시인이란 누구인가? 이 세상의 모습 없는 것들에 생명을 부여하는 사람 아닌가. 그녀의 시는 예민한 귀와 정밀한 눈을 갖고 있다.』 _시집 표지 글 최영숙 시인의 첫 시집 <골목 하나를 사이로> 표지에는 짧은 글로 시인과 시가 '어떠하다'라고 표현한 글이 한 단락 새겨져 있다. 그 글을 읽고 있으면, 최영숙 시인이 누구일까 궁금해지고. 시인의 시를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된다. 시인이 지닌 예민한 귀와 정밀한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언어를 직접 읽는다는 건, 어쩌면 행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인이란 누구인가? 이 세상의 모습 없는 것들에 생명을 부여하는 사람 아닌가."라는 글에 공감하며 읽은 시집 <골목 하나를 사이로>. <골목 하나를 사이로> 9쪽 詩 '아침 산책' 아침 산책 최영숙 바스락, 무슨 소리지?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 겨울 숲에는 누가 누가 사나 바스락, 무슨 소리지? 다람쥐가 먹을 겨울 양식이 소복이 쌓였다는 밤나무 밑 바스락, 정월도 지나 입춘 가까이 귀가 넓어지는 시간 온몸의 세포가 깊숙이 숨쉬는 시간 산책길 끝에는 무덤과 이웃하여...

2024.08.27
10
좋은시추천 정호승 시 '빈 그릇이 되기 위하여' 시집 <당신을 찾아서> 추천도서 인생시 감성시

정호승 시인 시집 <당신을 찾아서> 50쪽 詩 '빈 그릇이 되기 위하여' 中 빈 그릇이 되기 위하여 정호승 빈 그릇이 빈 그릇으로만 있으면 빈 그릇이 아니다 채우고 비웠다가 다시 채우고 비워야 빈 그릇이다 빈 그릇이 늘 빈 그릇으로만 있는 것은 겸손도 아름다움도 거룩함도 아니다 빈 그릇이 빈 그릇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채울 줄 알아야 한다 바람이든 구름이든 밥이든 먼저 채워야 한다 채워진 것을 남이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비워져 푸른 하늘을 바라보아야 한다 채울 줄 모르면 빈 그릇이 아니다 채울 줄 모르는 빈 그릇은 비울 줄도 모른다 당신이 내게 늘 빈 그릇이 되라고 하시는 것은 먼저 내 빈 그릇을 채워 남을 배고프지 않게 하라는 것이다 채워야 비울 수 있고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으므로 채운 것이 없으면 다시 빈 그릇이 될 수 없으므로 늘 빈 그릇으로만 있는 빈 그릇은 빈 그릇이 아니므로 나는 요즘 추운 골목 밖에 나가 내가 채워지기를 기다린다 정호승 시인 시집 <당신을 찾아서> 50쪽 詩 '빈 그릇이 되기 위하여' 中 정호승 시인의 詩 '빈 그릇이 되기 위하여' 中 채울 줄도 모르면 빈 그릇이 아니다 채울 줄 모르는 빈 그릇은 비울 줄도 모른다 정호승 시인의 詩 '빈 그릇이 되기 위하여' 中 <당신을 찾아서> 정호승 지음_창비_2020년 1월 10일 이승원 평론가는 시집 <당신을 찾아서> 해설에서 "이 세상의 한정된 삶에...

2024.08.26
6
좋은시추천 안도현 시 '섬' <그리운 여우> 시집추천 사랑시 감성시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섬 안도현 섬, 하면 가고 싶지만 섬에 가면 섬을 볼 수가 없다 지워지지 않으려고 바다를 꽉 붙잡고는 섬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수평선 밖으로 밀어내느라 안간힘 쓰는 것을 보지 못한다 세상한테 이기지 못하고 너는 섬으로 가고 싶겠지 한 며칠, 하면서 짐을 꾸려 떠나고 싶겠지 혼자서 훌쩍, 하면서 섬에 한번 가봐라, 그곳에 파도 소리가 섬을 지우려고 밤새 파랗게 달려드는 민박집 형광등 불빛 아래 혼자 한번 섬이 되어 앉아 있어봐라 삶이란 게 뭔가 삶이란 게 뭔가 너는 밤새도록 뜬눈 밝혀야 하리 안도현 시집 <그리운 여우>에 놓아둔 詩 '섬' © wrenmeinberg, 출처 Unsplash 사랑 안도현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안도현 시집 <그리운 여우>에 놓아둔 詩 '사랑' © chanphoto, 출처 Unsplash 삶 안도현 게는 이 세상이 질척질척해서 진흙 뻘에 산다 진흙 뻘이 늘 부드러워서 게는 등껍질이 딱딱하다 그게 붉은 투구처럼 보이는 것은 이 세상이 바로 싸움터이기 때문이다 뒤로 물러설 줄 모르고 게가 납작하게 엎드린 것은 살아 남고 싶다는 뜻이다 끝끝내 그래도 붙잡히면? 까짓것, 집게...

2024.08.19
15
윤동주 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새로운 길, 서시 _ 시집추천 좋은시추천 _ 시집베스트셀러

여러 출판사에서 펴낸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시인, 하나밖에 없는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일은 고맙고 반가운 일이라 여깁니다. 같은 시인, 같은 시집, 같은 제목을 품고 윤동주 시인의 시가 새겨지는 일은…. 단지 종이 위에 시가 놓이는 것을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인은 미처 다 살지 못한 푸른 청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우리는 맑은 눈빛을 한 시인의 모습을 그 시절에만 가두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비록 상상 속에서 머물겠지만, 윤동주 시인이 우리와 같은 시대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쉰다고 생각하면, 그래도 오늘 하루의 괴로움은 견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동주 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26쪽 詩 '새로운 길'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문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1938. 5. 10) <윤동주 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26쪽 詩 '새로운 길' 윤동주 시인이 '새로운 길'이라는 詩를 쓴 때는 1938년 5월 10일입니다. 그해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시간을 거슬러 그해 그날 일어난 일을 조금 살펴봤습니다. 그해 1월 4일에는 채만식의 장편 <탁류>가 <...

2024.08.14
6
좋은시추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짧은시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인생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詩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中 모두를 살아보는 것이다 지금 그 문제를 살아라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詩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中 언젠가 보름 정도 입원한 때가 있었습니다. 몸 어딘가를 수술한 후 삐걱대는 곳이 아물 때까지, 병원을 둥지 삼아야 했었지요. 병원이란 공간은 밤보다 낮이 부산스럽고, 낮보다 밤이 긴장감으로 가득하더군요. 그때 4인실 병원 창가 쪽에 누워 있으면서, 주로 했던 일은…'듣는 것' 뿐이었죠. 낮에는 담당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들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돌에 새기듯 반복하여 들려주었고. 밤에는 다른 분들의 평온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라디오를 들었습니다. 헤드셋을 통해 들려오는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청취자의 사연'이란 코너를 통해 듣고, 그러고나면 사연과 어울리는 '음악'이 뒤를 따라 흘러 나왔지요. 어느 날 밤, "지금 그 문제를 살아라"라고 라디오 DJ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詩를 읽어주더군요. "……… 지금 그 문제를 살아라" 라는, 릴케의 詩 한 시구를 기억하고 있다가 오늘 이곳에 옮겨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詩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음속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인내를 가져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두를 살아보는 것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아라 그러...

2024.08.09
8
정호승 시 좋은시추천 꽃시 사랑시 인생시 <당신을 찾아서> 시집추천 베스트셀러 도서 추천

정호승 시집 <당신을 찾아서> 41쪽 詩 '모란을 위하여' 모란을 위하여 정호승 아직 태어나지 않았는데 피어났구나 아직 피어나지 않았는데 아름답구나 아직 아름답지 않은데 향기롭구나 아직 향기롭지 않은데 먼 데서 나비떼가 날아와 꽃이 지는구나 아직 봄이 지나지 않았는데 온 천지에 기쁨의 슬픔이 찬란하구나 정호승 시집 <당신을 찾아서> 41쪽 詩 '모란을 위하여' 정호승 시집 <당신을 찾아서> 78쪽 詩 '꽃이 시드는 동안' 꽃이 시드는 동안 정호승 꽃이 시드는 동안 밥만 먹었어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꽃이 시드는 동안 돈만 벌었어요 번 돈을 가지고 은행으로 가서 그치지 않는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오늘의 사랑을 내일의 사랑으로 미루었어요 꽃이 시든 까닭을 문책하지는 마세요 이제 뼈만 남은 꽃이 곧 돌아가시겠지요 꽃이 돌아가시고 겨우내 내가 우는 동안 기다리지 않아도 당신만은 부디 봄이 되어주세요 정호승 시집 <당신을 찾아서> 78쪽 詩 '꽃이 시드는 동안' 정호승 시인의 시집 <당신을 찾아서> 시인의 말을 읽다가, 시인과 창비라는 출판사가 '시집 인연'을 맺고 이어온 시간의 길이를 상상했습니다. 정호승 시인이 창비에서 첫 시집을 낸 건, 이십대. 그렇게 시간은 흘러서 스무살 무렵 첫 시집을 낸 시인은 머리에 흰꽃을 얹고 살아가는 나이에 이르렀고, 창비도 성장을 하면서 지금의 모습로 자라났겠지요. '함께하는 일' 그런 일 가운데 '시와 출판...

2024.08.11
6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_ 좋은시추천 인생시 사랑시 슬픈시 시집추천 필사하기 좋은 책

푸쉬킨 서정시집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126쪽 詩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지 마라, 성내지 마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옴을 믿어라.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오늘은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한 순간에 지나가는 것, 지나간 것은 도다시 그리워지는 것을. [1825] * 이 시는 미아일로프스코예에 이웃한 트리고르스코에 마을의 여지주 프라스 코비야 오시포바의 딸 예프프라크시야 불리프의 앨범에 적어넣어졌다. 푸쉬킨 서정시집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126쪽 詩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로 세르게예비치 푸쉬킨(1799~1837) 알렉산드로 세르게예비치 푸쉬킨(1799~1837) 은 러시아의 국민시인으로 불리며, 세월히 흘러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시인이다. 1799년 6월 6일 6백년 전통을 지닌 귀족 혈통으로 태어났고, 청소년 시절엔 리쎄이에서 공부했다. 그 즈음 자유주의를 갈망하기 시작했고, 야만적 농노제로 신음하던 러시아 민중의 삶에 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1817년 리쎼이를 졸업하고 외무부 서기로 일하던 때, 진보적 문학 모임과 혁명적 인사들과 교류하였다. 그 무렵부터 차르 체제의 러시아 현실을 풍자한 시를 발표하였고, 그것 때문에 1820년 남러시아로 유형 길에 오르기도 하였다. 그후 1833년 가을 페테...

2024.08.10
11
청소년인문학도서추천 <피카소 시집> 북리뷰 _ 좋은시추천 인생시 시집추천도서

<피카소 시집> 파블로 피카소 지음_서승석 옮김_문학세계사_초판 1쇄 2009년 9월 3일 그림, 조각, 판화를 모두 버리고 전적으로 시에 몰입하고 있다. _파블로 피카소가 친구 사바르테스에게 보낸 글 中 <피카소 시집> 中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글을 썼다는 일은 알고 있었지만, 인생의 어느 한 시기를 통틀어 몰입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피카소는 1935년, 즉 54세의 나이에 다다르자 갑자기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림은 거의 그리지 않았고, 1년 동안 거의 매일 글을 썼다. 그가 쓴 것은 예술 평론도 아니고, 소설이나 자서전도 아닌 바로 시였다. 1935년부터 1936년까지는 거의 매일 시를 썼고, 마지막으로 글을 쓴 1959년까지는 몇 번 중단도 했지만 '피카소의 글쓰기'는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피카소가 시를 썼다는 것을 알지 못했는데. 1989년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처음 시집을 펴낸 후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피카소 시집> 31쪽 詩 '1935년 11월 8일' 1935년 11월 8일 파블로 피카소 거짓말도 말고 손을 들어 올리지도 말아야 하리 테이블이 일어서기 시작하여 너무 웃어 패배한 적에게 칼에 찔린 제 가슴을 보이는 엄숙하다기보다는 차라리 우스운 이 순간 말해야 할 것이 더 이상 없네 차가운 순무와 당근의 좋은 피가 섞인 그의 피로 싸구려 맥주를 놀랍도록 차갑게 식히네 양파의 너무나도 ...

2024.08.09
8
좋은시추천 유미희 시인의 '주파수' 재미있는 동시집 추천 <짝꿍이 다 봤대요> 사랑시 비에 관한 시 좋은시모음

주파수는 사랑을 실어 나른다. 라디오는 사랑의 둥지처럼 보인다. 주파수 유미희 - 감기 들겠다. 비 오는 날 엄마의 주파수는 우산 없이 학교에 간 나입니다. - 춥게 지내시지 않을까? 눈보라 치는 날 아빠의 주파수는 고향 집에 혼자 계신 할머니입니다. 유미희 시인 동시집 <짝꿍이 다 봤대요>에 놓아둔 詩 '주파수' © liane, 출처 Unsplash 선물 유미희 외숙모가 낳은 아기는 처음으로 외삼촌에게는 아빠라는 이름을 엄마에게는 고모라는 이름을 나에게는 누나라는 이름을 새로 주었다. 이 세상 어느 가게에서도 살 수 없는 것을 선물로 가져 왔다. 유미희 시인 동시집 <짝꿍이 다 봤대요>에 놓아둔 詩 '선물' © clemono, 출처 Unsplash 부드럽고 조용한 것이 유미희 빗방울이 두두두 툭툭 열무밭 참깨밭을 밟아 놓았다. 바람이 휘이이이 풋살구 풋복숭아의 볼을 쳤다. 햇살이 조록조록 논물 한 방울까지 마셔 버렸다. 부드럽고 조용한 것이 가끔 화를 낼 때 더 무섭다. 유미희 시인 동시집 <짝꿍이 다 봤대요>에 놓아둔 詩 '부드럽고 조용한 것이' <짝꿍이 다 봤대요> 유미희 지음_이광익 그림_사계절_초판 1쇄 2007년 11월 30일 사계절에서 지난 2007년 11월 펴낸 시집. 유미희 시인의 <짝꿍이 다 봤대요>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한 우수 문학으로 뽑힌 동시집이다. 작고 소소한 것들 안에 '동그랗게 웅크리고 있는' 무언가...

2024.08.08
8
좋은시추천 나태주 시인 시 8월 _ 시집추천 <너에게도 안녕이> 여름시 사랑시 감성시 짧은시

나태주 시인의 詩 '8월' 中 8월 나태주 태양으로부터 무차별 쏟아지는 열정의 포화, 프러포즈 이 뜨거움 없으면 어찌 여름이 여름일 수 있겠니? 나무나 곡식이며 풀들은 어찌 일 년을 견딜 것이며 사람 또한 그러하겠니? 피서 혹서다 그럴 여유도 없다 태양의 선물이 고마운 것이다. 나태주 시인 시집 <너에게도 안녕이>에 놓아둔 詩 '8월' 여름을 여름답게 하는 건, 태양도 그 무엇도 아닌…. 여름 그 자체라는 것. 그러하니 나를 나답게 하는 것 또한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스스로'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詩 한 편을 놓아두고, 이 여름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끼고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의 모습도 아닌, 바로 당신' 이었다는 것에, 새삼 고개 숙여 고마운 마음이 드는군요. 아끼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기 모습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더군요. 친구도, 후배도, 동료도 그리고 가까운 지인들 모두 그런 사람들입니다. 새삼 고맙구나 싶어지는 날, 여름은 그렇게 깊어갑니다. © y2kkim, 출처 Unsplash 앉아서 보는 바다 나태주 앉아서 바다를 볼까? 서서 바다를 볼까? 앉아서 보는 바다는 키가 작고 서서 보는 바다는 키가 크다 아니다 서서 보는 바다는 성난 바다이고 앉아서 보는 바다는 울고 있는 바다이다 바다야 바다야 울지 말아라 내가 옆에 있잖니 바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얌전해지기 시작하는 바다 파...

2024.08.06
16
초판본 시집추천 한용운 님의 침묵, 알 수 없어요 _ 인생시 좋은시추천

열린책들 <한국 시집 초간본 100주년 기념판>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 거의 백 년 전 펴낸 시집을 '현재라는 시간 위로 가져다 놓는 일'은, 쉽지 않다. 지금과 그때 사용하는 언어의 표기가 다르고, 그 당시 사람들의 마음이나 생각. 그러니까 시대적 정서 또한 다르기 때문에…. 오래전 시집을 현재로 가져오기에는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초간이나 초판본 그대로 가져온 시집을 읽다 보면,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그 당시에 사용한 표기 그대로 '詩'를 읽어도, 생각이나 감정의 오류 없이 그대로 '시가 내게로 스미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참으로 놀라운 경험은, 만해 한용운 시인의 시집 <님의 침묵>에서도 이루어진다. <님의 침묵> 11쪽 '님의 침묵' 中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한용운 시인의 詩 '님의 침묵' 中 <님의 침묵> 11~12쪽 '님의 침묵' 中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

2024.05.05
5
좋은시추천 최지인 시인 '숨' _ 시집추천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인생시 감성시 사랑시 겨울시

최지인 시인의 詩 '숨' 中 숨 최지인 나아진다는 게 뭘까 여러날 동안 여러달 동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지만 우리를 주저하게 하는 것들 면담이 끝났다 그만둘 날이 정해졌다 사무실 이곳저곳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무슨 일이야? 지진이 났대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우리 곁을 맴도는 바람 잠시 머문 햇살 이사를 앞둔 사람 네가 없는 여기 내가 떠난 건 네가 아이냐 아프지 말자 우리의 고뇌를 위해서 알 수 없는 마음은 그냥 두자 * 누군가 말했다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른다고 그런 자유는 없다 우리 시대 지식인들은 모두 인민에게 빚지고 있다 나는 무엇에 공모하고 있는가 이 구미 자본주의에 이 신자유주의에 바로잡을 기회는 있었다 분명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둔 것이다 꽁꽁 언 고기가 녹고 있다 * 아름다운 것은 아프고 아픈 것은 아름다워서 우리는 우리의 잘못을 해지도록 읽고 또 읽었다 이 밤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가만히 가만히 최지인 시집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에 놓아둔 詩 '숨' © mariaprl, 출처 Unsplash 겨울의 사랑 최지인 하늘 위 하얀 구름 비행기 아래 수평선 희미하고 눈부시다 높은 산을 매일 보고 사는 사람에겐 짜증 같은 것도 사소해질 것 같다 눈이 녹지 않은 산 끄트머리 넌 두통과 근육통에 시달리고 약을 두알 더 삼켰지만 네가 아플 때 난 어떻게 해야 하지...

2024.08.03
5
좋은시추천 이창훈 시인 시집 베스트셀러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 짧은시 감성시 _ 필사하기 좋은책 사랑시 필사노트

필사하기 좋은 책. 이창훈 시인 시집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 추천 조르바* 이창훈 매일 새로 뜨는 태양 나는 날마다 태어난다 날마다 태어나 만난 것은 당신이 아닌 오늘 바로 지금 금지를 넘어서려는 사람은 지금을 사랑하다 살 뿐 나는 다른 날을 만난 적이 없다 *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쓴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 이창훈 시인 시집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 110쪽 詩 '조르바' 필사노트를 꺼내고, 詩를 옮긴다. 만년필과 종이가 만나, 빈 공간에 새로운 무언가 새겨진다. 詩를 옮기다 보면, 時를 옮겨 놓는 듯할 때가 있다. 시나 좋은 문장을 옮기는 동안 시간은 허망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옮겨지는 종이 위에 함께 새겨지는 것이라 여긴다. 마음의 분란이나, 깊은 생각 뒤에 찾아오는 상념이나,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마음이 들뜰 때면…. 필사노트를 꺼내 문장을 옮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평온이 찾아온다. 필사하기 좋은 책으로 이창훈 시인의 시집을 소개한다.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를 필사하다 보면, 詩가 내게 고요하게 물드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훈 시인의 詩 '조르바' 中 금지를 넘어서려는 사람은 지금을 사랑하다 살 뿐 나는 다른 날을 만난 적이 없다 이창훈 시인의 詩 '조르바' 中 동국대학교에서 문화예술대학원 교수로 일하는 조서희 문학평론가는 이창훈...

2024.08.01
11
김준현 시인의 좋은시추천 사랑시 감동적인 시 <세상이 연해질 때까지 비가 왔으면 좋겠어> 시집추천

김준현 시집 <세상이 연해질 때까지 비가 왔으면 좋겠어> 16쪽 詩 '내 생각' 내 생각 김준현 편지 봉투 속에 아무것도 쓰지 않은 종이를 넣었다 안녕도 없고 잘 지내도 없는 편지 한 장 받는 사람의 생각은 얼마나 넓어질까? 그 생각 속에서 밤새 눈이 쌓인 듯 새하얀 너의 생각 속에 조심조심 발자국을 남기고 싶다 김준현 시집 <세상이 연해질 때까지 비가 왔으면 좋겠어> 16쪽 詩 '내 생각' "빗방울처럼 투명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어 비닐우산을 쓰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그 예민한 피부가 떠오를 때가 있다. 비가 오는 날, 빗방울처럼 투명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어 비닐우산을 쓰고 싶을 때가 있다. 읽었던 책을 읽고 또 읽으며 행복했던 때가 있다. 빗 소리가 끊임없이 세상을 건드리는 그때 그 느낌이다. 그 느낌을 사랑한다.』 _ 시집 116~117쪽 '시인의 말' 中 김준현 시인의 시집 <세상이 연해질 때까지 비가 왔으면 좋겠어> 116~117쪽에 놓아둔 '시인의 말'은 읽을 때마다, 나의 생활과 닮은 구석이 있어서 더 친한 '느낌'이다. 그러니까 집에 있는 여러 개 우산 가운데 아끼는 건 비닐우산과 비슷한 투명우산이란 것. 읽었던 책을 또 읽으며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등이다. 무엇보다 "영혼과 이어폰의 관계에 대해 서술하시오."와 같은 주제를 놓아두고, 가까운 벗과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한다. 그러나 그 벗은 지금 먼 거리에...

2024.07.26
6
인간이 버린 사랑 시집추천 이이체 시인의 시 '그을린 슬픔' 이별시 슬픈시 좋은시추천

이이체 시인 시집 <인간이 버린 사랑> 60~61쪽 詩 '그을린 슬픔' 中 그을린 슬픔 이이체 투명보다 투명을 보는 시선을 꿰뚫어 보기 쉽다 당신이라는 인칭, 내가 전부 살 수는 없는 시점들을 살면서 물기가 없는 벽은 이별을 살다 간 흔적이다 우리의 차가운 발자국들이 이토록 다정할 줄이야 여백에 손을 담가보면 이번 죽음이 얼마나 거짓될지, 가늠할 수 있다 외면할 수 없는 무언을 발음해야 한다 뜨거운 미음에 담긴 숟가락처럼 당신의 몸 안에 나의 일부가 흘러들어갈 때 수명을 다한 치아들을 골라 깨문다 죽은 짐승들이 머무는 묵음에는 혼이 있다 표정에 기생하고 있는 저 입술 같은 문장 당신을 만지려면 얼마나 많은 손이 나를 잃을까 고독을 다독이는 삶 얕은 기침을 시작하는 생애의 저녁, 수증기를 지우지 않는 먼 거리를 허락할 것이다 투명한 당신에게 뼈를 끼워주고 싶다 우리는 그리워할 수 없다 이이체 시인 시집 <인간이 버린 사랑> 60~61쪽 詩 '그을린 슬픔' 中 <인간이 버린 사랑> 이이체 지음_문학과지성사_초판 1쇄 2016년 3월 25일 문학과지성사에서 지난 2016년 3월 펴낸 시집. 이이체 시인의 <인간이 버린 사랑>을 곁에 놓아두고, 천천히 읽는다. 비가 억수로 온다거나 혹은 잠시 멈춘 빗줄기 사이로 해가 조금 반짝였을 때, 시집 속 詩를 하나씩 꺼내 읽었다. 장마가 길어지면, 그렇게 이 시절이 이어지면, 아마도 나는 시집과 같은...

2024.07.23
5
좋은시추천 김미희 시인 '소주병'과 안도현 시인 '퇴근길' <마디마디 팔딱이는 비트를> 시집 추천

© javiestebaan, 출처 Unsplash 안도현 시인은 시를 좋아하고, 시를 쓰고 싶은 독자에게 "많이 쓰기 전에, 많이 생각하기 전에, 제발 많이 읽어라. 시를 쓰는 사람에게는 시집이 악기다. 한 줄을 쓰기 전에 백 줄을 읽어라."라고 말한다. 날이 갈수록 책과 멀어지는 세상, 그런 세계에서 우리가 시집 한 권, 시 한 편을 읽기 어려운 건. 누구에게나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지만, 되돌아보면 무언가 간절하고 또 부족한 마음탓이라 여긴다. 물론 글 한 줄, 시 한 편 읽기에도 빠듯한 세상살이 때문이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조금 더 책과 가까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 가까운 지인과 두어 달 만에 소주 잔을 나누었는데. 그때 안도현 시인의 '퇴근길'이란 시를 지인에게 들려줬다. 그는 두 줄 시구 속에 쓸쓸함과 위로가 모두 담겨 있다고 했는데. 그 詩는 이렇다. 퇴근길 안도현 삼겹살에 소주 한잔 없다면 아, 이것마저 없다면 안도현 시집 <그리운 여우>에 놓아둔 詩 '퇴근길' 소주 한 잔, 바라보는 시선이 이처럼 다르구나 싶은___ 소주병 김미희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아버지는 스트라이크를 좋아했다 열심히 볼링 핀을 사 모았다 아버지가 사 온 볼링 핀은 모두 '그린'이었다 맑음을 사랑하셔서 선택한 색깔일까? 볼링 핀들은 스트라이크로 쓰러져 있다 볼링 핀이 늘어 갈수록 스트라이크가 늘어 갈수록 아버지의 방은 외...

2024.07.16
4
이재무 시인 시 '말과 권력' 좋은시추천 감동적인 시 <저녁 6시> 시집추천 feat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20240708 월 _ 오후2시 무렵 『"출판의 자유"가 정부의 부패나 폭정을 방지해 주는 안전장치들 중의 하나라는 것을 반드시 증명할 필요가 있었던 그런 때는 지났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이제 우리는 입법부나 행정부가 국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않고서, 도리어 특정한 의견들을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국민이 어떤 교리들이나 주장들을 들을 수 있는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이 문제의 그러한 측면은 이전의 저술가들에 의해 아주 자주 성공적으로 다루어졌기 때문에, 여기에서 특별히 더할 것이 없다. 오늘날에도 출판에 관한 영국의 법이 튜더 왕조 시대만큼 억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반란이나 폭동에 대한 우려로 인해 각료들과 법관들이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져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어려웠던 시기를 제외한다면, 이 법을 실제로 적용해서 정치적 논쟁을 차단할 위험성은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헌법을 가진 국가들에서는 그 정부가 국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정부이든 그렇지 않은 정부이든, 그 자신이 국민을 완전히 억압하는 기관이 되려고 작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의사 표현을 종종 통제하려고 시도한다고 해서, 그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는 국민과 전적으로 하나이고, 국민의 목소리라고 생각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강제력을 행사할 생각을 결코 하지 않는다고 전제할 수...

2024.07.09
6
좋은시추천 엄원태 시인의 '장마' _ 비에 관한 시 좋은시모음 감동적인 시 <물방울 무덤> 시집추천

엄원태 시인의 詩 '장마' 中 장마 엄원태 다시 또 종일 비 내린다 하늘은 내내 잿빛이다 구름은 윤곽마저 드러나지 않는다 어젠 잠시 개더니 저녁에 또다시 구름들 컴컴하게 서쪽 하늘에서 몰려왔다 노을의 붉음으로 구름은 제법 장엄한 표정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마음도 제풀에 컴컴해져서는 엄살이나 궁상을 떨지나 않았던지……. 정작 비 내리면 마음도 잿빛으로 다 젖을 게다 그 어떤 지극함이란 형태가 없다는 것을, 윤곽이 없다는 것을, 정체마저 없다는 것을…… 며칠 계속되던 비와 습기에 뼛속까지 젖어본 뒤에야, 문득 올려다본 하늘 그 무심한 잿빛에서 보았던 것 엄원태 시집 <물방울 무덤>에 놓아둔 詩 '장마' 엄원태 시인의 詩 '장마' 中 _ 비에 관한 시 © alexlvrs, 출처 Unsplash 어떤 중심 엄원태 1 저 모과나무는 문득 늙어버린 자신을 보았던 게다 가슴께에 텅 빈 공동이 생겨난 것을 어느날 거기 말채나무 씨앗이 날아들었을 때 몸이 허해져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 어떤 곡진함 하나로 그것을 풀어 키우게 된 것 2 내게도 이를테면 중심이 하나 생겼다 내가 풀어 키운 꿈이라 해도 좋고 뒤늦은 사랑이라 해도 좋다 내 몸이 네 몸이 아닌 지경, 그 지경이란 몸만이 알 수 있는 거다 마음이라고 하기엔 너무 흔해빠진 거니까 다만 너를 떠나지 않고 온전히 내게로 되돌려 주는 것, 그건 이미 네가 아니다 그걸 어떤 중심이라 말하지 않는...

2024.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