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시
4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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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시 '황혼' 좋은시추천 <육사 시집>에서 감동적인 시 가을시추천

<육사 시집> 9쪽 詩 '황혼' 황혼 이육사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 십이 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살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위 그 많은 수인(囚人)들에게도 의지가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탄 행상대에게나 아프리카 녹음 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 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 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 푸른 커튼을 걷게 하겠지 암암(暗暗)히 사라지긴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 <육사 시집> 9~10쪽 詩 '황혼' <육사 시집>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 있는 교보문고에서 <이육사 시인 탄생 120주년 기념 시화전 _ 절정 이육사>가 9월 29일까지 열린다. 시인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며, 이육사 시인이 그린 그림과 시로 전시회가 열리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시인의 시를 20편의 회화 작품으로 표현한 화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광화문 인근에서 생활하거나, 교보문고에 방문할 예정인 독자라면 꼭 전시회를 둘러...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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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 시 책베스트셀러 '선물' 시집추천 <육필시화집> 가을시 좋은시추천

나태주 시인 <육필시화집> 86~87쪽 詩 '선물' 선물 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나태주 시인 <육필시화집> 86~87쪽 詩 '선물' 나태주 시인 캘리그래피 <육필시화집> 87쪽 詩 '선물' 누구나 버릇 한 가지 정도는 지니고 살아가죠. 아침에 일어나면서 저녁잠을 청하기까지, '우리는 어떤 습관'의 반복을 무의식적으로 행하면서 살죠. 그런 습관 가운데 '책 읽으면서 밑줄 긋는 건' 누가 뭐라고 해도 '좋은 버릇'이 아닐까 싶군요. 책을 읽을 때 밑줄 긋는 버릇이 있습니다. 아니, 있었지요. 좋은 문장과 마주하면 여권에 방문 국가 도장을 찍듯이, 책에 밑줄 그어서 '여긴 내가 감동받은 구역'임을 표시했는데요. 요즘엔 밑줄 대신 '점'을 찍습니다. 몇 년 전부터 시작한 '점찍기'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점 하나는 그 문장이 좋아서, 점 두 개는 문장을 품고 있는 단락이 조아서, 그리고 점 세 개는 좀처럼 마주하기 쉽지 않지만. 이유 없이 '무조건 좋다'라는 표시입니다. 그런데 시집에는 '점'을 찍기 참 곤란합니다. 좋은 단어나 시구가 참 많기 때문이죠. 그럴 땐 시집 제목 위에 점 하나 혹은 두 개를 찍어요. 때론 참 좋은 시를 마주하면, 점을...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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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시 나해철 시인의 시 '9월' 짧고좋은시 이별시

나해철 시인의 詩 '9월' 中 9월 나해철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이라는 불란서 영화가 있었네 사람들 속에서 마주잡을 손 하나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깊은 밤 그때껏 울어도 목쉬지 않은 귀뚜라미 소리를 만났네 마음은 벌써 깊은 가을이라 사람이 아니어도 만나면 젖는데 문 열고 댓돌에 내려서니 귀뚜라미를 볼 수 없네 귓가에 울음 자욱하여 반갑던 풀여치도 보이지 않네. 나해철 시인의 시집 <아름다운 손>에 놓아둔 詩 '9월' © güzel, 출처 OGQ 쓸쓸한 그것 나해철 나뭇잎을 물들이다 떨어지게 하는 것 세월을 밀어 한 시대를 저물게 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로 밀려와 저만큼 조용히 있다 시집도 편지도 태워서 재가 되게 하는 것 살도 뼈도 누우면 흙이 되게 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로 밀려와 저만큼 조용히 있다. 나해철 시인의 시집 <아름다운 손>에 놓아둔 詩 '쓸쓸한 그것' <아름다운 손> 나해철_창비_초판 1쇄 1993년 3월 31일 창비에서 지난 1993년 3월 펴낸 나해철 시인의 시집. 시인의 네번 째 시집은 <아름다운 손>이라 하였는데. 시집 속엔 "아아 거기 푸른 물 결에 / 사람들이 모여 한다"로 시작하는 詩 '주문진'을 시작으로, "겨울 화단으로 / 늘 하나 둘 세며 오는 / 강마을의 가물거리는 불꽃이여."로 끝나는 詩 '화단에서'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고단한 이웃의 모습이 담겨 있다. 가을엔 왠지 모르게 더 자주...

20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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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 '가을서한' & 정호승 수선화에게 _ 시집추천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 가을시 좋은시모음

처음이라서 서툴지... 라고 말하기엔, 인생도 삶도 너무 깊어졌다. 그러니까 아마도 조금 더 신중하게 사는지도 모른다. 저녁 약속을 잡아 놓고 손길 발길이 '부지런'해졌다. 부지런한 손은 '마감 원고 하나'를 메일로 전송했고, 부지런한 발은 '대출 마감 도서'를 반납하고 돌아왔다. 오랜 시간 만난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코로나19 그 즈음으로 연락이 뜸해진 이도 적지 않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살아왔던 지난날보다, 가까운 이웃과 벗과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오늘 저녁엔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 중인 동생을 오랜만에 본다. 팬데믹 이전이니까, 그러니까 한 3년 만에 마주앉는 듯하다. 맛있는 저녁과 좋은 술을 천천히 나눠 먹고 마실 생각이다. 나태주 시집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 110~112쪽 詩 '가을 서한' 가을 서한 나태주 1 끝내 빈손 들고 돌아온 가을아, 종이 기러기 한 마리 안 날아오는 비인 가을아, 내 마음까지 모두 주어버리고 난 지금 나는 또 그대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까 몰라. 2 새로 국화 잎새 따다 수놓아 새로 창호지문 바르고 나면 방 안 구석구석까지 밀려 들어오는 저승의 햇살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만의 겨울 양식. 2 다시는 더 생각하지 않겠다, 다짐하고 내려오는 등성이에서 돌아보니 타닥타닥 영그는 가을 꽃씨 몇 옴큼 바람 속에 흩어지는 산 너머 기적 소리 4 가을은 가고 남은 건 바바리코트 자락에 날리는...

2024.05.14
9
안도현 시 '가을의 소원' _ 좋은시추천 <간절하게 참 철없이> 시집추천 인생시 필사노트

안도현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 93쪽 詩'오래된 발자국' 오래된 발자국 안도현 시골 서점 책꽂이에 아주 오랜 시간 꽂혀 있는 시집이 있다 출간된 지 몇해째 아무도 펼쳐보지 않은 시집이다 시인이 죽은 뒤에도 꼿꼿이 그 자리에 꽂혀 살아 있다 나는 그 시인의 고독한 애독자를 안다 본문은 펼쳐 읽지 못하고 제목만 뚫어지게 바라보던 날마다 시집 귀퉁이만 밟아보다가 돌아서던 그를 안다 햇볕의 발자국을 가진 사람을 안다 안도현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 93쪽 詩'오래된 발자국' 새벽에서 아침으로 시간이 걸어가던 '길목'에 나는, 잠시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아마도 4시 50분에서 5시 그 즈음, 안도현 시인의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를 왼손 위에 놓아두고, 오른손가락 엄지 그리고 검지로 시인의 詩를 한 편 또 한 편 더디게 읽을 즈음이었지요. 한 시간가량 시집 속을 산책했을까…. 왼쪽 창문 틈으로 햇살이 들어올 때, 읽고 있던 시집 속 '한 장면'을 사진에 담아 두었습니다. 그렇게 아침을 보내고, 외출 다녀오니…. 새벽과 아침에 읽던 시집이 그대로 가만히 책상 위에 누워 있더군요. 나는, 다시 시집을 반듯하게 놓아두었고…. 그때 다시 詩 '오래된 발자국'을 또 읽었습니다. 읽을 때마다, 어디선가 먹먹한 마음이 돌처럼 단단해는 시… '오래된 발자국'. 필사노트를 꺼내 안도현 시인의 詩를 옮겨 적습니다. 먹먹함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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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 라일락꽃 _ 시집추천 꽃시 좋은시추천 _ 가을시 사랑시

도종환 시집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56쪽 詩 '라일락꽃' 라일락꽃 도종환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빗방울 무게가 가누기 힘들어 출렁 허리가 휘는 꽃의 오후 꽃은 하루종일 비에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빗물에 연보라 여린 빛이 창백하게 흘러내릴 듯 순한 얼굴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도종환 시집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56쪽 詩 '라일락꽃' 도종환 시인의 열번 째 시집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인생이 스물네 시간이라면, 나의 시간은 지금, 몇 시 즈음일까? 연필꽂이하루일기 中 도종환 시집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45쪽 詩 '발자국' 발자국 도종환 발자국 아, 저 발자국 저렇게 푹푹 파이는 발자국을 남기며 나를 지나간 사람이 있었지 도종환 시집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45쪽 詩 '발자국' 툭, 하면 발길에 차이곤 한 세상 어딘가에도… 나를 밟고 지나간 사람, 사랑이 있었다고 한다. 연필꽂이하루일기 中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 예스24 부드러움과 강직함 속에 녹아드는 맑고 투명한 언어로 세상을 감싸안으며 전통적인 서정시의 진경을 펼쳐온 도종환 시인의 열번째 시집.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예와 다름없이 삶에 대한 성찰과 긍정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진솔한 시편들을 선보이고 있다.... www.yes24.com 도종환 시집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20...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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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모음 김명수 시인의 시집 <바다의 눈>에서 고른 이별시 사랑시 가을시 짧은시 시추천

© joshwithers, 출처 Unsplash 이별 김명수 바다였는지 큰 호수였는지 지억나지 않는다 삭풍의 도움받아 가는 배가 있었다 김명수 시집 <바다의 눈>에 놓아둔 詩 '이별' © OGQ VIDEO, 출처 OGQ 사랑 김명수 바다는 섬을 낳아 제 곁에 두고 파도와 바람에 맡겨 키우네 김명수 시집 <바다의 눈>에 놓아둔 詩 '사랑' 바다의 눈 - 예스24 단정한 리듬, 결곡하고 투명한 서정으로 독특한 시세계를 구축한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산업화의 물결에 떠밀려 소외된 도시 변두리 이웃들의 간난과 신산에 찬 삶을 노래하는 한편으로, 삶의 근원을 바라보고 인간과 자연의 본질적인 문제를 꿰뚫어보는 직관과 사색의 세... www.yes24.com 창비에서 펴낸 김명수 시인의 시집 <바다의 눈>.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면서 펴낸 해는 28년 전인, 1995년 10월입니다. 언젠가 시인의 시집을 인터넷 서점에 주문하면서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 자리에 여전히 놓인 시집은 새롭다. 다만 시간이 흘렀을 뿐이지, 결코 낡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한 때가 있었지요. 시집 속에서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 짧은 시 두 편을 옮겨 놓습니다. 사랑과 이별은 달의 앞뒤 면처럼 느껴지곤 하죠. 한쪽은 밝게 빛나면서 따스함을 지녔고, 다른 한쪽은 우리가 볼 수는 없지만 존재하는 것. 어둡고 극한의 추위가 있는 곳이지요. 그러고 보면 연인들이 달을 바라보면서 소...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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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시추천 정연철 시인의 '단풍 1' _ 사랑시 감성시 좋은시추천

정현철 시인의 시집 <송아리는 아리송>에 놓이 詩 '단풍 1' 中 단풍 1 정연철 빛깔이 고와 나도 모르게 다가갔어 멀쩡한 잎 거의 없고 조금은 마른 잎 썩은 잎 벌레 먹은 잎 잎에 묻은 먼지와 검은 점…… 한 잎 한 잎 모여 단풍을 만든 거구나 내 지나온 삶 얼룩투성이여도 고운 단풍 만들 수 있는 거구나 정현철 시인의 시집 <송아리는 아리송>에 놓이 詩 '단풍 1' 中 송아리는 아리송 - 예스24 “별수 있어? 그게 나인걸. 이렇게 사는 것도 뭐 괜찮아! 호락호락(好樂好樂), 세상 좋고 즐거워.”‘인생’이라는 바벨을 번쩍 들어 올리는열일곱 청소년들의 삶에 대한 유쾌한 시적 탐구『송아리는 아리송』은 불안정한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고군분투와 유쾌한 일... www.yes24.com 저문 가을, 지난 세월, 나뭇잎에서 낙엽으로 이름을 바꾸며 떨어진 잎사귀 가득한 거리. 도서관으로 가는 길 위에는 온통 가을 흔적이 쌓여 있고, 눈이 오거나 바람이 불면 가을도 어딘가로 실려 가겠구나 싶더군요. 따스함이 종종 생각나는 계절, 겨울. 이 계절이 한 해의 끝에서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을 품은 채. 새해 맞을 준비를 하는구나 싶더군요. 한 해의 끝도 그리고 시작도, 겨울인 까닭은 따스함을 잃지 말라는 자연의 조언 아닐까 싶더군요. 올해 가을이던 9월. 창비교육에서 펴낸 정연철 시인의 시집 <송아리는 아리송> 책 소개는 "별수 있어? 그게 나인...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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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 자화상 서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그리고 짧은시 가을시추천

윤동주 시인과 함께 가을 속을 함께 거닙니다. 어느 벤치에 앉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펴고 읽습니다. 자화상自畫像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1939.9) 윤동주 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21쪽 詩 '자화상' 시집 베스트셀러 윤동주 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책리뷰 _윤동주 시, 서시, 쉽게 쓰여진 시, 십자가 _ 좋은시모음추천, 선물하기 좋은 책, 20대책추천, 인생책추천 詩를 아끼는 독자는 물론이고, 전 연령대에서 윤동주 시인은 누구나 아끼고 사랑하는 작가입니다. 일제 강... blog.naver.com ▲ 초여름 가까이 놓아두고 읽은 윤동주 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늦가을에 다시, 펴고 읽습니다. 링크를 따라 들어가면 시집에 관한 좀 더 자세하고 긴 북리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서시序詩 "하늘과 바...

2023.11.03
10
도종환 시 추천 "접시꽃 당신" 슬픈시 _ 사랑시 가을시추천 시집추천

시집 <매일, 시 한 잔> 132~136쪽 도종환 시인의 시 '접시꽃 당신' 접시꽃 당신 도종환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는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2023.11.02
8
정희성 시인의 '여름은 가고' 인생시 좋은시추천 가을시 시집추천

© worldsbetweenlines, 출처 Unsplash 여름은 가고 정희성 가을은 허공이 깊어가는 계절 철 지난 바닷가에서 고개 숙인 채 모래를 차며 걷고 있는 저이도 잃어서는 안될 무얼 잃은 걸까 오래 지니고 있던 뜨거운 것들을 잃어버린 가슴 한구석이 텅 빈 듯 오오 지나온 일들을 생각느니 서쪽 허공을 헤아릴 수나 있겠는가 젖은 수평선이 그렁그렁 눈시울에 와 굽이칠 뿐 정희성 시집 <그리운 나무>에 놓아둔 詩 '여름은 가고' 그리운 나무 - 예스24 970년 등단 이후 40여년간 결곡한 시정신으로 오로지 “올바른 시의 경지를 추구하는 데 온 마음을 바쳐”(이숭원, 해설)온 정희성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 『그리운 나무』가 출간되었다.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언어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함께 시대... www.yes24.com © jennie_ra, 출처 Unsplash 가을 엽서 정희성 바람에 쓸리는 나뭇잎을 보며 오래도록 생각에 잠기네 빛 고운 이 낙엽 나라 가을은 얼마나 깊은가 아름다운 이 세상 보았으니 그대 향한 이 마음과 좋은 시 한편 쓰는 일 말고 무엇이 나에게 더 남아 있겠는가 정희성 시집 <그리운 나무>에 놓아둔 詩 '가을 엽서' 자정 가까운 무렵, 읽던 책 잠시 놓아두고 정희성 시인의 詩를 읽네. 10년 전 창비에서 펴낸 정희성 시인의 시집 <그리운 나무>에 놓아둔 詩 두 편을 꺼내 읽는 밤. 자정 가...

202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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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좋은시 모음 나희덕 시인의 '흔들리는 것들' 가을시추천 감성시

© mygallery, 출처 Unsplash 흔들리는 것들 나희덕 저 가볍게 나는 하루살이에게도 삶의 무게는 있어 마른 풀쑥 향기 속으로 툭 튀어오르는 메뚜기에게도 삶의 속도는 있어 코스모스 한 송이가 허리를 휘이청 하며 온몸으로 그 무게와 속도를 받아낸다 어느 해 가을인들 온통 흔들리는 것 천지 아니었으랴 바람에 불려가는 저 잎새 끝에도 온기는 남아 있어 생명의 물기 한점 흐르고 있어 나는 낡은 담벼락이 되어 그 눈물을 받아내고 있다 나희덕 시집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에 놓인 詩 '흔들리는 것들' 공원에서 책을 펴고 읽는데 까치 한 마리 날아왔다. 잠시 머물듯 걷다가, 이내 날아가 버리고 만다.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편지2 나희덕 세상이 나를 잊었는가 싶을 때 날아오는 제비 한 마리 있습니다 이젠 잊혀져도 그만이다 싶을 때 갑자기 날아오는 새는 내 마음 한 물결 일으켜놓고 갑니다 그러면 다시 세상 속에 살고 싶어져 모서리가 닳도록 읽고 또 읽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게 되지요 제비는 내 안에 깃을 접지 않고 이내 더 멀고 아득한 곳으로 날아가지만 새가 차고 날아간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그 여운 속에서 나는 듣습니다 당신에게도 쉽게 해 지는 날 없었다는 것을 그런 날 불렀을 노랫소리를 나희덕 시집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에 놓인 詩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편지2'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 예스24 예리한 감성과 애정...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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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추천 오은 시인 '달 봐' _ 가을시추천 감성시

© jsensarma, 출처 Unsplash 달 봐 오은 친구야, 하늘 좀 봐 꿈을 가지라는 말은 아니지? 그냥 올려다봐 기분이 좋아져 꿈꾸는 기분이야 미세 먼지를 뚫고 달이 빛나고 있었다 뿌예서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날들 그 와중에 빛나는 것이 있었다 친구가 불쑥 말했다 우리도 저런 사람이 되자 달 봐 잘 봐 내일도 달이 뜨겠지만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보는 달은 유일해 내일은 달 모양이 변할 테니까 조금 부풀어 오르거나 조금 움츠러들겠지 그래도 여전히 빛나겠지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한 우리의 숨을 잠시 멎게 한 달 봐 잘 봐 떠오를 거야 오은 시집 <마음의 일>에 놓아둔 詩 '달 봐' 좋은시추천 오은 시인의 시집 <마음의 일>_"은퇴는 없었다. 변신만 있었다." 인생책추천 문을 열고 나간 '마음이 돌아오지' 않을 때가 있다. 누군가를 만나러 갔거나 혹은 무언가를 찾으... blog.naver.com 지난해 여름 느리게 읽고 쓴 오은 시인의 시집 <마음의 일> 리뷰를 읽다가, 그러고 보니 내일은 추석. 그러니 오늘은 '달에 관한 詩'를 하나 찾아 '읽어보자'라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찾아 읽은 '달 봐'에는 "기분 좋은 감정이란 그런 것이구나."라고 느껴지는 시어가 여럿입니다. 아마도 친구와 대화하듯 풀어 가는 詩 때문이겠지요. 한가위 좋은 날, 평온하면서 즐거운 나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Previous image Next imag...

2023.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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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좋은시추천 나해철 시인의 '가을밤' 가을시추천

© wanderlustralia, 출처 Unsplash 가을밤 나해철 살아서 열린 귀로 가을밤을 들을 수 있어 기뻤습니다 먹고 사는 일보담 벌레 우는 소리가 더 가까워 고요히 엎드려 울 때 둥두렷이 달이 떠올랐습니다 몸을 구부린 채 저 산들은 또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시간들은 별이 되어 하늘에 내걸리고 맑아진 영혼의 한 조각을 데리고 내 울음이 낙타가 되어 서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해철 시집 <아름다운 손>에 놓아둔 詩 '가을밤' © bundo, 출처 Unsplash 9월 나해철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이라는 불란서 영화가 있었네 사람들 속에서 마주잡을 손 하나 만지지 못하고 돌아온 깊은 밤 그때껏 울어도 목쉬지 않은 귀뚜라미 소리를 만났네 마음은 벌써 깊은 가을이라 사람이 아니어도 만나면 젖는데 문 열고 댓돌에 내려서니 귀뚜라미를 볼 수 없네 귓가에 울음 자욱하여 반갑던 풀여치도 보이지 않네. 나해철 시집 <아름다운 손>에 놓아둔 詩 '9월' 나해철 시인의 시집 <아름다운 손>은 창비에서 지난 1993년 3월 펴낸 시집입니다. 고단한 이웃을 향한 담백한 시어로 위로를 전하던 시집. 30년 전 세상에 나왔고 지금은 절판되어 서점에서 볼 수는 없지만, 도서관에서는 만날 수 있으니 그래도 다행이라 여깁니다. 시집 소개 글을 찾아 읽다가 "자신의 서 있는 자리에 대한 고뇌가 스며든 작품들과 '한줌의 동해물'처럼 맑고 투명하며, 매우...

2023.09.22
좋은시추천 유안진 시인의 '갈색 가을, 샹송의 계절에' 가을시추천 감성시 인생시

© stfestournet, 출처 Unsplash 갈색 가을, 샹송의 계절에 유안진 세상도 갈색으로 마음 고쳐 먹는 가을 원경에서 근경으로 젖은 바람 불어온다 함께 걸어도 혼자가 되는 갈색 목소리가 외로움의 키가 몸보다 커서, 늘 목이 잠겼던, 목쉰 고독이 혼자 부르는, 플라타너스 잎잎을 갈색으로 적시다가, 발걸음도 발자국도 다갈색으로 적신다, 바람도 빗줄기도 목이 메이어, 다갈색 골목을 진갈색으로 따라와, 앞장도 서고 나란히도 걸으면서, 낙엽보다 낙엽답게 다저녁을 밝힌다, 불빛보다 서럽게 저 혼자서 흐느낀다, 밟히는 낙엽 소리 젖은 촉감까지 다갈색과 진갈색을 섞바꾸는 키 작은 여자의 죽어서도 외로워 잠긴 목이 안 풀린 에디뜨 삐아프의, 유안진 시집 <다보탑을 줍다>에 놓아둔 詩 '갈색 가을, 샹송의 계절에' 샹송의 여왕이자, 프랑스 국민가수라 불리는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 1915~1963)의 노래는 가을이란 계절과 잘 어우러집니다. 에디트 피아프의 아버지는 가난한 서커스 단원 출신이었고, 어머니는 피아프를 낳고 두 달 만에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불행의 시작이었을 지도 모르는 피아프의 출생, 고난의 시간은 일곱 살 무렵까지 이어집니다. 어린 나이에 백내장에 걸려 실명 위기에 놓였지만 다행히 회복됩니다. 가난하고 병약한 환경 때문인지 피아프의 키는 142cm였다고 합니다. 작은 체형과 맑은 목소리 때문에 사람들은 피아프를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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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추천 신경림 시인의 '가을비' _ 비에 관한 시 가을시추천

© mrayushshakya, 출처 Unsplash 가을비 신경림 젖은 나뭇잎 날아와 유리창에 달라붙는 간이역에는 찻시간이 돼도 손님이 없다 플라타너스로 가려진 낡은 목조 찻집 차 나르는 소녀의 머리칼에서는 풀냄새가 나겠지 오늘 집에 가면 헌 난로에 불을 당겨 먼저 따끈한 차 한잔을 마셔야지 빗물에 젖은 유행가 가락을 떠밀며 화물차 언덕을 돌아 뒤뚱거리며 들어설 제 붉고 푸른 깃발을 흔드는 늙은 역무원 굽은 등에 흩뿌리는 가을비 신경림 시집 <쓰러진 자의 꿈>에 놓아둔 詩 '가을비' © nosoylasonia, 출처 Unsplash 비에 대하여 신경림 땅속에 스몄다가 뿌리를 타고 올라가 너는 나무에 잎을 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때로는 땅갗을 뚫고 솟거나 산기슭을 굽돌아 샘이나 개울이 되어 사람을 모다 마을을 만들고 먼 데 사람까지를 불러 저자를 이루기도 하지만 그러다가 심술이 나면 무리지어 몰려다니며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으로 물고 할켜 나무들 줄줄 피 흘리고 상처나게 만들고 더러는 아예 뿌리째 뽑아 들판에 메다꽂는다 마을과 저자를 성난 발길질로 허물고 두려워 떠는 사람들을 거친 언덕에 내팽개친다 하룻밤새 마음이 가라앉아 다시 나무들 열매 맺고 사람들 새로 마을을 만들게 하는 너를 보고 사람들은 하지만 네가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한다 너를 좇아 만들고 허물고 다시 만들면서 너보다도 더 사나운 발길질과 주먹질로 할퀴고 간 역사까지...

2023.09.17
좋은시추천 이승희 시인의 물방울 _ 사랑시 가을시 추천

© arnold_nagy, 출처 Unsplash 물방울 이승희 물방울은 왜 모여지는 것이 아니라 맺혀지는 것일까? 맺힌다는 그 말 속 들어 있는 단단한 뼈 같은 마디들에 대하여 생각해보면, 하나의 맺힘이 있기까지 그 오랜 습기의 기억들은 어느 바람 속, 어느 쓸쓸한 저녁의 이름으로 돌아온 것일까. 얼마나 사무쳤기에 저리도 둥글어진 것이냐. 물방울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죄다. 그러므로 사랑은 물방울이 다른 물방울을 만나는 것처럼 그런 것이어야 한다. 이승희 시집 <저녁을 굶은달을 본 적이 있다>에 놓인 詩 '물방울' 이승희 시인의 詩 '물방울'을 바라보다가, '맺힘'이라는 단어가 '사무침'을 품고 있구나 싶었다. 아마도 '사무치도록 맺히다'라는 어떤 문장 하나를 떠올렸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이 모든 것은 시인 때문이다. 누군가를 탓하는 말의 뉘앙스, 하지만 시인을 향한 고마움 때문이란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 하여 나는, 모여지는 것과 맺혀지는 것. 물방울과 물방울 사이가 좁아지는 '틈새의 시간'을 떠올렸다. 시간…. 이승희 시인은 '1997년' <시와사람>에 작품을 발표하고, '199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맺힌 詩'를 모아 낸 첫 시집이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인데. 그때가 '2006년'이다. 작품 발표 두 해 지나 등단한 후 '7년'이란 세월이 흐른 ...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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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좋은시추천 권영상 시인의 '창가의 화분' _ 가을시추천 사랑시

"그러다가 다시 되돌려 놓았다. 꽃이 좋도록." 창가의 화분 권영상 창가에 놓인 화분에 꽃이 피었다. 내가 보기 좋도록 안쪽으로 돌려놓았다. 그러다가 다시 되돌려 놓았다. 꽃이 좋도록. 권영상 시집 <구방아, 목욕가자>에 놓아둔 詩 '창가의 화분' 처서를 지나면서 나뭇잎들이 조금 더 무거워졌다. 언젠가 지상으로 비행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낙엽이라는 이름의 비행기. LINGUA FUNDAMENTUM SANCTI SILENTⅡ "언어는 성스런 침묵에 기초한다." Maria-Cculm 사원 제단에 새겨진 글 괴테의 일기 中 막스 피카르트는 <침묵의 세계>에서 "어떤 의미에서 침묵은, 특히 명상의 침묵은 현재, 과거, 미래를 하나로 만든다. 예를 들면, 사랑은 이야기보다 오히려 침묵에 의해서 흔히 드러난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사실에 의해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말하자면, 어떻게 시간의 차원을 초월하여 고양되는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때때로 베풀어지는 예감과 통찰력의 은혜는 이러한 침묵의 초시간적인 성격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라고 적어 놓았다. 우리는 종종 도구로써 사용하는 말과 글을, 어떤 의미에서 지나치게 남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말의 공백이나 글의 여백에 익숙하지 않게 되고, 결국 인간은 침묵으로 형상화되는 고독에서 진저리 치며 괴로워하는 지도 모른다. 말을 아껴 글을 짓고, 글을 아껴 언...

202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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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시 추천 도종환 시인의 '늦가을' _ 인생시 짧은시 좋은시추천 감성시

© autumnmott, 출처 Unsplash 늦가을 도종환 가을엔 모두들 제 빛깔로 깊어갑니다 가을엔 모두들 제 빛깔로 아름답습니다 지금 푸른 나무들은 겨울 지나 봄 여름 사철 푸르고 가장 짙은 빛깔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선 나무들도 모두들 당당한 모습으로 산을 이루며 있습니다 목숨을 풀어 빛을 밝히는 억새풀 있어 들판도 비로소 가을입니다 피고 지고 피고 져도 또다시 태어나 살아야 할 이땅 이토록 아름다운 강산 차마 이대로 두고 갈 수 없어 갈라진 이대로 둔 채 낙엽 한 장의 모습으로 사라져 갈 순 없어 몸이 타는 늦가을입니다 도종환 시집 <당신은 누구십니까>에 놓인 詩 '늦가을' © steve_j, 출처 Unsplash 눈에 보이는 것마다 시가 되는 때가 있다 도종환 눈에 보이는 것마다 시가 되는 때가 있다 가슴으로 다가오는 것마다 노래가 되는 때가 있다 이 세상 많은 시인들도 그러하였을 것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머리칼을 흔드는 시를 만나는 때가 있다 뜨겁게 흐르는 것들이 서늘히 이마를 씻어 주는 시들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한 달씩 두 달씩 시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이 세상 많은 시인들도 그러할 것이다 부지런히 일하고 더 바쁘게 읽고 쓰곤 하였지만 시를 만나는 날이 멀어지는 때가 있다 조금은 풀죽은 모습으로 웃어넘기곤 하였지만 시를 버리고라도 더 중요한 것을 찾아 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지만 우리가 모르고 있는 ...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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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시 가을시 추천 양성우 시인의 가을비 _ 좋은시추천 비에 관한 시 사랑시 짧은시

© emcomeau, 출처 Unsplash 가을 비 양성우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을 혼자 걷는다. 이미 오래 전에 가슴에 묻은 슬픔들이 되살아난다. 아무래도 나는 내 자신을 이겨낼 수 없는 사람인가보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의 곳곳에 든 피멍들은 왜 지워지지 않는가? 어느 누구에게나 한이 쌓이면 병이 되고, 그것은 나 역시 예외가 되지 못한다. 더욱이 지나온 날 굽이굽이 아픔뿐인 나의 경우에는...... 궂은비 속에서, 한가닥 찬바람에 우수수 지는 나뭇잎들을 본다. 양성우 시집 <사라지는 것은 사람일 뿐이다>에 놓인 詩 '가을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시간이 넘어가면, 일기예보를 챙겨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금주에는 어느 날에 비가 오시는지, 얼마큼 오시는지 미리 헤아려보는 일이지요, 여름 내내 비가 왔어도, 하늘은 아직도 품은 슬픔이 많은지…. 가을장마라는 이름을 붙을 정도로 이 계절에도 적지 않은 비가 내립니다. 지난 해 9월 달력을 봐도, 비가 오신 날이 적지 않으니까요. 새벽부터 내리던 비는 그쳤고, 아침 하늘은 조금씩 맑아지고 있군요. 창비에서 지난 1999년 4월 펴낸 양성우 시인의 시집 <사라지는 것은 사람일 뿐이다>에 담긴 詩를 읽습니다. 황톳빛 남도의 정조로 시의 음보를 지켜온 시인은 자기성찰을 시집 속에 담아 놓았더군요. 아픈 시대는 시인의 시절에도 있었고, 지금 우리 시절에도 있...

2023.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