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집 <밥값> 10쪽 詩 '봄비' 봄비 정호승 어느날 썩은 내 가슴을 조금 파보았다 흙이 조금 남아 있었다 그 흙에 꽃씨를 심었다 어느날 꽃씨를 심은 내 가슴이 너무 궁금해서 조금 파보려고 하다가 봄비가 와서 그만두었다 정호승 시집 <밥값> 10쪽 詩 '봄비' 정호승 시 <밥값> 시집추천 어머니시 좋은시추천 감동적인시 밥값 정호승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 blog.naver.com ▲ 링크를 따라 들어가면 정호승 시인의 시집 <밥값>에 관한 더 자세한 시집 소개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정호승 시집 <밥값> 20쪽 詩 '고비' 고비 정호승 고비 사막에 가지 않아도 늘 고비에 간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면서 오늘도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겼다 이번이 마지막 고비다 정호승 시집 <밥값> 20쪽 詩 '고비' 정호승 시인의 시집 <밥값> 『 인생이란 어쩌면 애초에 품었던 희망과 꿈 들을 하나하나 지워가고 비워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희망과 꿈이 단순히 도달 불가능해서가 아니다. 도달한다는 것 자체가 더 큰 틀에서 보면 의미없는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노력이 또다른 인위적인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라면, 그 자체가 이미 자연에서 멀어지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걸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인간다...
가을이 떠난 자리를 겨울이 채우면서 만들어진 풍경. 거리엔 두툼한 겨울옷을 입고, 어깨를 잔뜩 움추리고 걷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들의 하늘엔 사진처럼 붉은 노을이 펼쳐져 있었고요. 먼 후일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김소월 시인의 시집 <진달래꽃> 13쪽 詩 '먼 후일' 가는 길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김소월 시인의 시집 <진달래꽃> 164쪽 詩 '가는 길' 한국 시집 초간본 100주년 기념판 <진달래꽃> 김소월 지음_열린책들_초판 1쇄 2022년 3월 25일 김소월(1902~19314) 시인은 우리나라 현대문학 그 가운데 대표적인 근대시인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본명은 정식이고 소월은 시인의 호입니다. 시인은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 속에도,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시를 지었습니다. 우울하고 어두운 시대에도 민족 정서를 잃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겠지요. 아무리 어두워도 새날은 찾아오는 법. 제 아무리 슬퍼도 언젠가 눈물은 마르는 ...
필사하기 좋은책 류시화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인생의 신조 로버트 풀검 나는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함을 믿는다. 신화가 역사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꿈이 현실보다 더 강력하며 희망이 항상 어려움을 극복해 준다고 믿는다. 그리고 슬픔의 유일한 치료제는 웃음이며 사랑이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 걸 나는 믿는다. 이것이 내 인생의 여섯 가지 신조이다. 류시화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17쪽 詩 '내 인생의 신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_류시화_열림원_1판 1쇄 1998년 4월 10일_1판 20쇄 1999년 4월 25일 필사하기 좋은 책으로 종종 소개하는 시집이 있는데요. 류시화 시인의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도 그런 책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시인이자 명상가로서 삶을 살아가는 동안 '알고 있으면 마음 따스해지는 잠언 시'가 담긴 시집입니다. 류시화 시인은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고, 이문재 시인과 박덕규 시인 등과 함께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는데요. 1980년대 후반 창작 활동을 잠시 멈추고, 명상하는 삶과 구도자로서의 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읽고 있으면, 생의 가치와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합니다. 류시화 잠언시집 <지금...
이해인 시집 <희망은 깨어 있네> 31쪽 詩 '꿈 일기' 꿈 일기 이해인 쓰다 만 시를 머리맡에 두고 잠이 들었다 꿈에도 고운 말 찾으려고 산 숲 바다 시장터를 헤매고 다니다 답은 못 찾아도 답답하지 않았지 언제나 숨어 있길 좋아하는 마음속의 시들 내내 품기만 하고 밖으로 못 나온 채 세상을 떠난다 해도 고맙다고 행복하다고 연습 삼아 말하는데 자꾸만 눈물이 나네 이해인 시집 <희망은 깨어 있네> 31쪽 詩 '꿈 일기' 희망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부르고 키우고 깨우는 희망!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덮친 암이라는 파도를 타고 다녀온 '고통의 학교'에서 나는 새롭게 수련을 받고 나온 학생입니다. 세상을 좀 더 넓게 보는 여유, 힘든 중에도 남을 위로할 수 있는 여유,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유, 유머를 즐기는 여유, 천천히 생각할 줄 아는 여유, 사물을 건성으로 보지 않고 의미를 발견하는 여유, 책을 단어 하나하나 음미하며 읽는 여유를 이 학교에서 배웠습니다. (…) 아침에 잠이 깨어 옷을 입는 것은 희망을 입는 것이고, 살아서 신발을 신는 것은 희망을 신는 것임을 다시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전에는 그리 친숙하게 여겨지지 않던 희망이란 단어가 퍽 새롭게 다가오는 날들입니다. 희망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불러야만 오는 것임을, 내가 조금씩 키워가는 것임을, 바로 곁에 있어도 살짝 깨워야만 신나게 일어나 달려오는 것...
이종민 시인의 시와 김계호 작가의 사진 뒷면은 볼 수 없으니까 먼 곳일까요 이종민 시인의 詩 '우리를 말하면 멀어지는' 좋은시구절 늦은 밤, 그러니까 자정 무렵. 이종민 시인의 시집 속에 담긴 詩 하나하나를 조심스레 꺼내 읽는 늦은 밤. 좋은 시구절 하나에, 그만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말았습니다. 짧은 시에 그토록 깊은 시구가 놓여 있을 때,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곤 합니다. 뒷면은 볼 수 없으니까 먼 곳일까요 그것을 마음이라고 불러도 될까 싶으면 이종민 시인의 詩 '우리를 말하면 멀어지는' 좋은시구절 미셸 투르니에의 글에 에드아르 부바의 사진을 더해 만들어진 책. <뒷모습>에 놓여 있는 문장이 생각나더군요. 현대문학에서 펴낸 사진 에세이 속 문장은…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너그럽고 솔직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 내게 왔다가 돌아서서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것이 겉모습에 불과했었음을 얼마나 여러 번 깨달았던가. 뒤쪽이 진실이다.』 _ <뒷모습> 中 좋은 시구나 문장을 읽고 나면, 언제나 생각은 그리운 무언가를 향해 떠나갑니다. 떠나간다는 행위가 누군가에겐 이별일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여행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그렇게 마음 챙김의 시가 되어준, 이종민 시인의 시 '우리를 말하면 멀어지는'을 김계호 작가의 사진 작품 '흰 달'에 새겨 놓아 보았습니다. 이종민 시인의 詩 '우리를 말하면 멀어지는'에 김계호 작가의 사...
한강 시인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72~74쪽 詩 '효에게. 2002. 겨울' 효에게. 2002. 겨울 한강 바다가 나한테 오지 않았어. 겁먹은 얼굴로 아이가 말했다 밀려오길래, 먼 데서부터 밀려오길래 우리 몸을 지나 계속 차오르기만 할 줄 알았나 보다 바다가 너한테 오지 않았니 하지만 다시 밀려들기 시작할 땐 다시 끝없을 것처럼 느껴지겠지 내 다리를 끌어안고 뒤로 숨겠지 마치 내가 그 어떤 것, 바다로부터조차 널 지켜줄 수 있는 것처럼 기침이 깊어 먹은 것을 토해 내며 눈물을 흘리며 엄마, 엄마를 부르던 것처럼 마치 나에게 그걸 멈춰줄 힘이 있는 듯이 하지만 곧 너도 알게 되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억하는 일뿐이란 걸 저 번쩍이는 거대한 흐름과 시간과 成長, 집요하게 사라지고 새로 태오나는 것들 앞에 우리가 함께 있었다는 걸 색색의 알 같은 순간들을 함께 품었던 시절의 은밀함을 처음부터 모래로 지은 이 몸에 새겨두는 일뿐인 걸 괜찮아 아직 바다는 오지 않으니까 우리를 쓸어 가기 전까지 우린 이렇게 나란히 서 있을 테니까 흰 돌과 조개껍데기를 더 주울 테니까 파도에 젖은 신발을 말릴 테니까 까끌거리는 모래를 털며 때로는 주저앉아 더러운 손으로 눈을 훔치기도 하며 한강 시인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72~74쪽 詩 '효에게. 2002. 겨울' 페이스북 KBS 뉴스 '한강 시인의 시'를 낭독하는 이런뉴스 ...
권경인 시인의 詩 '원근법' 中 원근법 권경인 천천히 걸어도 빠르게 닿아버리는 목적지는 싫다 허기진 밤길 오래 걸어 행복도 열정도 제 몫의 것만 제 품속에 거두며 허공에 온몸을 담그고 서 있는 나무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깊은 물은 조용히 흐르는 법이다 이미 많은 걸 깨달아 단순해진 숲에 비 내리고 까맣게 바람 분다 새들은 길을 잃지 않는다 권경인 시집 <변명은 슬프다>에 놓아둔 詩 '원근법' 요즘 도시는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하나는 가을, 다른 하나는 겨울을 기다리는 표정의 두 얼굴. 사랑 권경인 비 냄새가 다 비를 몰고 오진 않는다 사람과 사람의 행간에서 먼 짐승들 울음소리 들릴 때 그는 웃는다 울고 싶을 때 모퉁이마다 넘치는 씨 없는 꽃들 숨을 곳이 없구나 배는 고픈데 텅 빈 곳에서 텅 빈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얼마나 막막한 것인가 권경인 시집 <변명은 슬프다>에 놓아둔 詩 '사랑' … 창비에서 펴낸 권경인 시인의 시집 속, 詩 서너 개를 꺼내 읽다가. 창비에서 지난 1998년 12월 펴낸 권경인 시인의 시집. <변명은 슬프다>에는 자연이 품은 나무와 돌, 바람과 꽃 혹은 구름 그리고 비 등에 관한 이야기가 종종 등장한다. 시인의 언어는 자연 그 자체의 유순함을 품어 세상을 향해 손짓을 하지만, 그 순간을 포착할 때까지 시인의 마음은 또 얼마나 많이 외로웠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시집 속 시를 읽었다. 자정 무렵이었고,...
요즘 풍경은, 지브리스튜디오 애니메션 컬러처럼 선명하고 눈부시기만 하다. 봄은 봄 숨은 숨 넋은 넋 나는 입술을 다문다 어디까지 스며드는 거야? 기다려 봐야지 한강 시인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12~13쪽 詩 '새벽에 들은 노래' 中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 그러니까 어제나 그제보단 멀고. 지난 달이나 지난해보단 가까운 그런 어느 날. 그게 가을 어느 날로 기억되는 그때 나는, 가방에 한강 시인의 시집 한 권과 노트, 그리고 만년필 한 자루만 들고 종일 걸었다. 가까운 곳으로부터 조금 멀리 떨어진 공간까지 몸을 움직이는 동안, 햇살에 반짝이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짧은 메모'를 노트에 적어 두었다. 그리고 한강 시인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에 들어 있는 시구 일부를 옮겨 놓기도 했다. 처음엔 몰랐는데. 그렇게 서너 시간 거리 산책을 하다 보니 "한강 시인과 함께한 산책길"이 되어버린 듯 싶었다. 그러면서 마음 한쪽에선, "우리나라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있는 그런 나라가 되었음"에 몹시 기쁘기도 했다.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마음이었다. 또렷하고 확실한 것만 요구되는 세상에서, 때론 희미하게 뭔가를 응시해도 괜찮다 싶은 시간. 지워진 단어를 들여다본다 희미하게 남은 선의 일부 ㄱ 또는 ㄴ이 구부러진 데 지워지기 전에 이미 비어 있던 사이들 그런 곳에 나는 들어가고 싶어진다 한강 시인 시집 <서랍에 저녁...
박노해 시인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351쪽 '가을 나그네' 가을 나그네 박노해 지금쯤 물든 감 잎사귀 하나 둘 떨어지고 발간 등불 같은 감들이 허공에 환하겠다 지금쯤 가을볕에 남몰래 익어온 꽃씨들이 토옥 톡 터져 멀리멀리 굴러가겠다 지금쯤 장날 저녁이라 집들마다 밥상에 모여 골목길엔 생선 굽는 냄새가 흠흠하겠다 지금쯤 삭발머리 한 빈 들은 흰 서리를 쓴 채 허전하고 표표한 미소로 깊은숨을 쉬겠다 지금쯤 말갛게 핀 들국화도 소슬바람에 흔들리며 쌀쌀히 쌀쌀히 시린 향기 날리겠다 지금쯤 햇살 좋은 창가에 빈 의자 하나 먼 길 떠난 나를 그리며 기다리겠다 박노해 시인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351쪽 '가을 나그네' <너의 하늘을 보아>_박노해_느린걸음_초판 1쇄 2022년 5월 13일 박노해 시인의 좋은시 모음 <너의 하늘을 보아>_좋은시 구절&시집 추천, 위로책 아끼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건, '차라리 내가 겪는 편이 나아.'라고 말하고 싶을 때... blog.naver.com 『아끼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건, '차라리 내가 겪는 편이 나아.'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지요. 하지만 가슴에 담긴 생각을 쉽게 꺼내지 못하는 건. 그 조차도 꺼낼 수 없는 상황이었을 때이지요. 그럴 때는 그 사람에게 잠시 어깨를 내어주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하게 그 곁을 지켜주는 것도 괜찮다고 여깁니다. 예전에 직장 생활을...
김준오 <시론> 168~169쪽 '심상의 기능' 中 내겐, 언제 샀는지. 어디서 왜 샀는지 모르는 책들이 적지 않다. 어느 순간의 쓸모 혹은 유혹에 이끌려 손에 쥐었겠지만, 그 후 그렇게 산 책이 손에서 다시 펴지는 일은 드물다. 아니 드물었다. 젊은 날에 손에 쥔 것 대부분이 그러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흐르다가 쌓인 시간이 한곳에 모여 세월이란 이름을 지녔을 때. 오래전 샀던 책들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마음속 어딘가에 잔뜩 웅크리고 있던 '그날의 감정'도 함께 일렁였다. 사람의 일이란 모르는 것이 잦아서, 종종 흥미롭구나 싶기도 하다. <신론> 김준오 지음_삼지원_초판 1쇄 1982년 2월 10일_제4판 38쇄 2018년 2월 12일 김준오 교수의 <시론>을 산 것은 2018년 2월 이후의 일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책을 살 때마다 포스트잇에 '샀을 때 감정'을 짧게 기록하는데. <시론>에는 그런 기록이 없다. 그러하니 다만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조금 더 시간을 복기해 보면 신춘문예 공모전에 작품이라고 할 수 없는 졸작 몇 편을 보내고, 낙방한 후로 기억한다. 조각난 마음, 떨어진 아픔 등을 기댈 곳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때 자주 가던 동네 서점에서 김준오 교수의 <시론>을 샀을 것이다. "본서는 저자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시론> 제4판(2002년 5월 10일 발행)을 현대 표준어 규정에 ...
일산에서 서울로 다시, 서울에서 일산으로 오고간다. 시월의 마지막 날을, 흥겹게 보낸 건. 고맙고 유의미하다. 알선생에게 고맙다. 서정홍 시인 시집 <감자가 맛있는 까닭>에 놓아둔 詩 '친구' 친구 서정홍 든든한 나무 같은 비 오는 날 우산 같은 편안한 운동복 같은 따뜻한 밥상 같은 흐르는 강물 같은 함께 집는 젓가락 같은 나를 바라보는 거울 같은 첫눈처럼 기다려지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서정홍 시인 시집 <감자가 맛있는 까닭>에 놓아둔 詩 '친구' 몇 개의 학교와 회사를 다니면서 사람들과 만났다. 그렇게 길거나 짧은 삶 가운데 마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벗'이라 부를 수 있는 '친구'는 다섯 손가락 혹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는, 그 '불과한 숫자'의 사람의 이름을 오래 갖고 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간혹, 넘치는 그 마음에 허리 굽혀 인사한다. "고마워."라고…. <일기쓰기> 인플루언서 키워드챌린지 결과 _ 2024.11.1.금.
김영랑 시집 <모란이 피기까지는> 10쪽 詩 '끝 없는 강물이 흐르네' 끝 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내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도처오르는 아침날빛이 뻔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듯 눈엔듯 또 핏줄엔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있는곳 내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시집 <모란이 피기까지는> 10쪽 詩 '끝 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시집 <모란이 피기까지는> 20쪽 詩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 김영랑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같이 풀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마음 고요히 고운봄 길위에 오날하로 하늘을 우러르고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詩(시)의가슴을 살프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얕게 흐르는 실비단 하날을 바라보고싶다. 김영랑 시집 <모란이 피기까지는> 20쪽 詩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 Previous image Next image <모란이 피기까지는> 인플루언서 키워드챌린지 결과 _ 2024.10.31.목.
박성우 시인 시집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에 놓아둔 詩 '가을, 상리천 노전암에 다녀오다' 中 가을, 상리천 노전암에 다녀오다 박성우 용연마을에 일이 있어 갔다가 노전암으로 가는 골짜기 길에 들었다 바윗길을 내어 제 갈 길 가는 상리천, 세찬 여울물 소리로 귀를 씻는 나를 선바위처럼 오래 세워두고 흘러갔다 맨 처음 돌을 올린 이는 누구였을까 길가에 돌탑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돌탑 위에 돌 하나가 느는 것을 본다 여기는 사람이 모두 떠난 마음인가, 금이 가고 깨진 슬레이트 지붕 몇을 빽빽이 모인 대나무가 애써 가리고 있다 몸 가운데에 나무아미타불을 새긴 바윗돌을 일주문 앞길에 세워둔 노전암, 절 마당에 스며들어 약수 한모금 마신다 나는 왜 아름드리나무를 보면 안아드리고 싶은 마음이 이는 걸까 대웅전 아래 뜰 느티나무에 온기를 전한다 노전암을 뒤로하고 나오는 길, 텃밭에서 감을 따던 비구니 스님이 감 가지를 하나 꺾어 내어주신다 아니다, 덕 쌓으며 환하게 살라고 빨간 감 등불을 손에 들려 보낸다 박성우 시인 시집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에 놓아둔 詩 '가을, 상리천 노전암에 다녀오다' 인터뷰 의뢰가 들어와서, 갑자기 잡힌 일정이라서, 인터뷰이에 관해 자세히 조사하지 못하고, 길을 나섰다. 인터뷰이와 마주 앉아 보내는 시간 속에서 '기사 쓸 거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한정된 시간 안에 나는 묻고, 그는 답한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당신이 읽는 책의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 __ 내게도 시인처럼, 그런 시절이 있었지. 하루 종일 궁금한 양초 강우근 하나의 불이 켜질 때 나의 영혼이 어디로 옮겨 가는지 궁금해 내가 희미해질 때 왜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얼굴은 전부 검게 물들어가는지 내가 사라질 때 또다른 빛을 보는 아이들의 표정은 얼마나 생생할까 어디선가 달리고 있을 아이들은 모래알처럼 빛이 날까, 초원의 풀처럼 자꾸만 솟아날까 용기가 없는 사람의 용기가 정말로 궁금해 잠들기 싫은 날에 나를 오래도록 켜놓은 사람의 다음 날이 힘을 내리고 밥을 푹푹 떠먹는 사람의 아침 인사가 궁금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이 하얀 연기는 내가 말하는 방식일까, 당신이 말하는 방식일까 사람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나를 자꾸만 피운다 나는 당신에게 몇분의 기억이 될 수 있을지 당신이 읽는 책의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 당신이 울면서 했던 기도가 이루어졌을 세계에서 당신이 지을 환한 미소가 강우근 시집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에 놓아둔 詩 '하루 종일 궁금한 양초' 『언젠가 당신은 '함께 본 영화에 관해 이야기' 하기를 좋아했다. 엔딩크레디트가 오르기 전까진 영화를 보는 우린 미동조차 하지 않았지만, 영화가 끝나면…. 당신의 궁금증은 나에게로 향하곤 했다. "그때 말이야, 만약 당신이 주인공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어."라고 영화가 끝나면 내게 묻곤 했다. ...
이이체 시인 시집 <인간이 버린 사랑> 20~21쪽 '인간이 버린 사랑' 中 인간이 버린 사랑 이이체 내 그림자가 아픈 날, 신은 태어났다 두번째 입맞춤이었다 모든 눈썹으로 당신의 눈을 숨긴다 서로를 사랑한 적 없는 유골들을 불덩이 속에 던져버리는 해방감 이해될 수 없어서 나는 나를 버리지 못한다 추수가 끝난 허전한 밭에서 몽유병자들은 잠의 혁명을 곱씹었다 도시로부터 낙향해 온 중늙은이들이 말했다 빛을 잃을 줄 아는 밤, 우리는 이것이 그리웠단다 이렇게 내 거짓이 아름다우니까, 당신이여 봄날처럼 미치도록 만발하는 죄책감이 육체를 점령한다 여러 사람들을 차례대로 지우는 것으로 유서를 써 내려간 후, 마음을 잃은 상징들을 건축한다 사랑은 나와 당신의 마지막 구절을 영원히 되풀이하는 일이다 말을 위해 입술들은 늘 멀리 떨어져 있었다 공간을 벗어나 다시 공간으로, 나는 기도문처럼 전생들을 회고할 것ㅇ디ㅏ 흉터는 모두 한 편의 시 들판, 몸을 잘린 채 겨울을 기다리는 보리풀들이 느리게 춤추며 꿈을 꾼다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자신의 도시를 버리고 떠나온 패배자들 어둠이 짙어질수록 나와 당신은 침묵으로 끓는다 불장난이 시작되고, 밤은 또다시 빛이라는 강박을 가져야만 하리라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은 더 오래 기다릴 줄 알았다 그러나 우연에 실패하는 우상들이여, 사랑은 이 저물어가는 필연의 세계에 기록되지도 기억되지도 못할 것이다 흉터는 모두 한 편의...
글ego와 함께하는 "시집 출판 프로젝트" 참여하여 보세요. 전 세계 국가 중 인구 600만도 되지 않은 국가, 핀란드는 독서율 83.4%로 OECD 국가 가운데 독서율 1위라고 합니다. 독서 강국 핀란드는 책을 아끼고, 그만큼 지적 재산이 풍부한 나라라고 할 수 있죠. 출판과 독서 관련 기사를 찾다가, 문득 우리나라도 독서 강국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환경도 확산되고, 그러면 위축된 출판도 살아나고, 작은 서점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누구나 작가와 시인이 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글ego의 활동을 응원하게 됩니다. 글ego는 단지 글쓰기 강의만 하지 않고, 책 출판을 통해 작가의 영역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오늘은 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시집 출판 프로젝트"를 소개하려 합니다. 우선 좋은 시 몇 편 짧게 감상하여 보시죠. 박이도 시인의 詩 '민들레' 中 민들레는 누가 심었나 아무도 모르네 민들레는 누가 반겨주나 아무도 없네 박이도 시인 시집 <홀로 상수리나무를 바라볼 때>에 놓아둔 詩 '민들레' 中 언젠가 일기장에 "시 읽기 좋은 계절 / 가을입니다 그러고 보니 / '무엇이라도' 시가 될 수 있고 / '누구라도' 시인이 될 수 있는 가을 / '당신이라는 이름의 시' 하나...
박노해 시인의 詩 '가을은 짧아서' 中 하루 남은 책상 달력, '30'이란 숫자 뒤에 세 칸이 비어 있다. 나는 책상달력을 다이어리처럼 사용하곤 하는데. 그렇게 마지막 달 끝 숫자 뒤에 남은 칸에 '때론 뭔가를 적어 놓기도' 한다. 이를테면 그달에 하지 못한 일에 관한 아쉬움이라든가. 혹은 기쁘거나 행복했던 순간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남겨 놓는다. 세 칸 정도 비어 있는 책상달력. 그 하나에 '이름값을 한다는 건'이라고 적어두었다. 그러다가 그 한 줄을 지우고, 그 아래 '자기 몫을 한다는 건'이라고 고쳐 썼다. 이제 1/4 조각 남은 시간. 가을과 초겨울이 그 시간 속에 들어 있겠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가을을 조금 더 누리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크다. "짧은 가을날의 / 긴 마음 하나"는 박노해 시인의 詩 「가을은 짧아서」 마지막 시구인데. 詩는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박노해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78~79쪽 詩 '가을은 짧아서' 中 가을은 짧아서 박노해 가을은 짧아서 할 일이 많아서 해는 줄어들고 별은 길어져서 인생의 가을은 시간이 귀해서 아 내게 시간이 더 있으면 너에게 더 짧은 편지를 썼을 텐데* 더 적게 말하고 더 깊이 만날 수 있을 텐데 더 적게 가지고 더 많이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가을은 짧아서 인생은 짧아서 귀한 건 시간이어서 짧은 가을 생을 길게 살기로 해서 물들어 가는 가을 나무들처럼 더 많이 비워내...
안도현 시인 詩 '스며드는 것' 中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거렸으리라 버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안도현 시인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에 놓아둔 詩 '스며드는 것' 언젠가, 이런 글을 하나 써서 어딘가에 넣어 두었다. 글 속에 담긴 마음은 기억나지만, 글을 쓸 때의 심정은 잊은지 오래, 그렇게 오래된 기억을 다시 거슬러 꺼내 읽은 일기장 속 일기, 하나는 이렇다. 『그 봄과 여름 그리고 겨울이 서사敍事의 계절이라면, 이 가을은 아마도 서정敍情에 가까울 것이다. 서사가 마음 밖으로 걸어 나가는 생각이라면, 서정은 누군가 혹은 어딘가로부터 되돌아오는 어떤 마음인 까닭이다. 아픈 마음을 몸 어딘가에 넣어두고, '그렇지 않아, 괜찮아. 아니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한 까닭에도 이유가 있다. 그 연유로 함께했던 시간 모두가 '지난날'로 기억되는 것은, 어쩐지 조금 슬프다고 말했다. 우리가 나눈 서사의 일부는 언제 끝이 났을까, 마음속에 담아 놓고 꺼내지 못한 서정은 또 어디서 사라졌을까. 그렇게 꽤 오래도록 아파한 날이 적지 않다. ...
<육사 시집> 9쪽 詩 '황혼' 황혼 이육사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 십이 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살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위 그 많은 수인(囚人)들에게도 의지가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탄 행상대에게나 아프리카 녹음 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 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 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 푸른 커튼을 걷게 하겠지 암암(暗暗)히 사라지긴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 <육사 시집> 9~10쪽 詩 '황혼' <육사 시집>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 있는 교보문고에서 <이육사 시인 탄생 120주년 기념 시화전 _ 절정 이육사>가 9월 29일까지 열린다. 시인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며, 이육사 시인이 그린 그림과 시로 전시회가 열리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시인의 시를 20편의 회화 작품으로 표현한 화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광화문 인근에서 생활하거나, 교보문고에 방문할 예정인 독자라면 꼭 전시회를 둘러...
<윤동주 전 시집> 19쪽 詩 '서시' 서시序詩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 11. 20) <윤동주 전 시집> 19쪽 詩 '서시' <윤동주 전 시집> 19쪽 詩 '서시' 늦은 오후 에어컨을 틀어 놓았다가, 밤 10시 무렵 조금 놀란 마음으로 리모컨 버튼을 눌러 껐다. 창밖에는 굵은 비가 내리다가, 다시 가늘어지다가 또 폭우처럼 쏟아붓는다. 스마트폰 문자를 확인하다가 바깥 기온이 20℃임을 확인하고, 조금 놀랐다. "아이코…. 이런 날 에어컨을 틀어 놓고 있었다니." 하던 일을 멈추고, 가볍게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빗소리가 듣고 싶은 마음이었으니, 이어폰도 휴대폰도 모두 놓아두고 나왔다. 아마도 9월 2일 월요일 밤이 지금처럼 '아, 가을이 왔구나.' 싶었었지. 그러다가 다시 다음날부터 가을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호수공원 쪽으로 이어진 가로수 사이로 걷다가, 다시 반대편 도로를 따라 한 시간 정도 '밤산책'을 했다. 그러는 동안 뭐랄까?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듯했으니. 내일까지 비가 오고 나면, 여름이 자리를 비우고 다시 가을이 채우겠구나 싶어졌다. 집으로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