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추천
32024.11.05
인플루언서 
연필꽂이하루일기
4,089칼럼니스트
참여 콘텐츠 233
2
좋은시추천 박노해 시 '가을 나그네' 시집추천 <너의 하늘을 보아> 가을시추천

박노해 시인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351쪽 '가을 나그네' 가을 나그네 박노해 지금쯤 물든 감 잎사귀 하나 둘 떨어지고 발간 등불 같은 감들이 허공에 환하겠다 지금쯤 가을볕에 남몰래 익어온 꽃씨들이 토옥 톡 터져 멀리멀리 굴러가겠다 지금쯤 장날 저녁이라 집들마다 밥상에 모여 골목길엔 생선 굽는 냄새가 흠흠하겠다 지금쯤 삭발머리 한 빈 들은 흰 서리를 쓴 채 허전하고 표표한 미소로 깊은숨을 쉬겠다 지금쯤 말갛게 핀 들국화도 소슬바람에 흔들리며 쌀쌀히 쌀쌀히 시린 향기 날리겠다 지금쯤 햇살 좋은 창가에 빈 의자 하나 먼 길 떠난 나를 그리며 기다리겠다 박노해 시인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351쪽 '가을 나그네' 박노해 시인의 좋은시 모음 <너의 하늘을 보아>_좋은시 구절&시집 추천, 위로책 아끼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건, '차라리 내가 겪는 편이 나아.'라고 말하고 싶을 때... blog.naver.com 『아끼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건, '차라리 내가 겪는 편이 나아.'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지요. 하지만 가슴에 담긴 생각을 쉽게 꺼내지 못하는 건. 그 조차도 꺼낼 수 없는 상황이었을 때이지요. 그럴 때는 그 사람에게 잠시 어깨를 내어주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하게 그 곁을 지켜주는 것도 괜찮다고 여깁니다. 예전에 직장 생활을 할 때, 누군가 힘겨워 하면 "자, 우리 하늘 보러 갑시다."라고 말하...

3일 전
6
좋은시추천 눈물 김현승 _ 사랑시 감동적인 시 feat 김준오 교수 <시론> 인문학도서추천

김준오 <시론> 168~169쪽 '심상의 기능' 中 내겐, 언제 샀는지. 어디서 왜 샀는지 모르는 책들이 적지 않다. 어느 순간의 쓸모 혹은 유혹에 이끌려 손에 쥐었겠지만, 그 후 그렇게 산 책이 손에서 다시 펴지는 일은 드물다. 아니 드물었다. 젊은 날에 손에 쥔 것 대부분이 그러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흐르다가 쌓인 시간이 한곳에 모여 세월이란 이름을 지녔을 때. 오래전 샀던 책들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마음속 어딘가에 잔뜩 웅크리고 있던 '그날의 감정'도 함께 일렁였다. 사람의 일이란 모르는 것이 잦아서, 종종 흥미롭구나 싶기도 하다. <신론> 김준오 지음_삼지원_초판 1쇄 1982년 2월 10일_제4판 38쇄 2018년 2월 12일 김준오 교수의 <시론>을 산 것은 2018년 2월 이후의 일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책을 살 때마다 포스트잇에 '샀을 때 감정'을 짧게 기록하는데. <시론>에는 그런 기록이 없다. 그러하니 다만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조금 더 시간을 복기해 보면 신춘문예 공모전에 작품이라고 할 수 없는 졸작 몇 편을 보내고, 낙방한 후로 기억한다. 조각난 마음, 떨어진 아픔 등을 기댈 곳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때 자주 가던 동네 서점에서 김준오 교수의 <시론>을 샀을 것이다. "본서는 저자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시론> 제4판(2002년 5월 10일 발행)을 현대 표준어 규정에 ...

2024.10.08
2
일기쓰기 서울, 나들이_좋은 벗과 함께 좋은시추천

일산에서 서울로 다시, 서울에서 일산으로 오고간다. 시월의 마지막 날을, 흥겹게 보낸 건. 고맙고 유의미하다. 알선생에게 고맙다. 서정홍 시인 시집 <감자가 맛있는 까닭>에 놓아둔 詩 '친구' 친구 서정홍 든든한 나무 같은 비 오는 날 우산 같은 편안한 운동복 같은 따뜻한 밥상 같은 흐르는 강물 같은 함께 집는 젓가락 같은 나를 바라보는 거울 같은 첫눈처럼 기다려지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서정홍 시인 시집 <감자가 맛있는 까닭>에 놓아둔 詩 '친구' 몇 개의 학교와 회사를 다니면서 사람들과 만났다. 그렇게 길거나 짧은 삶 가운데 마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벗'이라 부를 수 있는 '친구'는 다섯 손가락 혹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는, 그 '불과한 숫자'의 사람의 이름을 오래 갖고 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간혹, 넘치는 그 마음에 허리 굽혀 인사한다. "고마워."라고….

2024.10.31
2
짧고좋은시추천 김영랑 시인 시집추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가을시 짧은시

김영랑 시집 <모란이 피기까지는> 10쪽 詩 '끝 없는 강물이 흐르네' 끝 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내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도처오르는 아침날빛이 뻔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듯 눈엔듯 또 핏줄엔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있는곳 내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시집 <모란이 피기까지는> 10쪽 詩 '끝 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시집 <모란이 피기까지는> 20쪽 詩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 김영랑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같이 풀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마음 고요히 고운봄 길위에 오날하로 하늘을 우러르고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詩(시)의가슴을 살프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얕게 흐르는 실비단 하날을 바라보고싶다. 김영랑 시집 <모란이 피기까지는> 20쪽 詩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

2024.10.30
3
일기쓰기 _ 박성우 시인의 가을시 "가을, 상리천 노전암에 다녀오다" 좋은시추천

박성우 시인 시집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에 놓아둔 詩 '가을, 상리천 노전암에 다녀오다' 中 가을, 상리천 노전암에 다녀오다 박성우 용연마을에 일이 있어 갔다가 노전암으로 가는 골짜기 길에 들었다 바윗길을 내어 제 갈 길 가는 상리천, 세찬 여울물 소리로 귀를 씻는 나를 선바위처럼 오래 세워두고 흘러갔다 맨 처음 돌을 올린 이는 누구였을까 길가에 돌탑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돌탑 위에 돌 하나가 느는 것을 본다 여기는 사람이 모두 떠난 마음인가, 금이 가고 깨진 슬레이트 지붕 몇을 빽빽이 모인 대나무가 애써 가리고 있다 몸 가운데에 나무아미타불을 새긴 바윗돌을 일주문 앞길에 세워둔 노전암, 절 마당에 스며들어 약수 한모금 마신다 나는 왜 아름드리나무를 보면 안아드리고 싶은 마음이 이는 걸까 대웅전 아래 뜰 느티나무에 온기를 전한다 노전암을 뒤로하고 나오는 길, 텃밭에서 감을 따던 비구니 스님이 감 가지를 하나 꺾어 내어주신다 아니다, 덕 쌓으며 환하게 살라고 빨간 감 등불을 손에 들려 보낸다 박성우 시인 시집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에 놓아둔 詩 '가을, 상리천 노전암에 다녀오다' 인터뷰 의뢰가 들어와서, 갑자기 잡힌 일정이라서, 인터뷰이에 관해 자세히 조사하지 못하고, 길을 나섰다. 인터뷰이와 마주 앉아 보내는 시간 속에서 '기사 쓸 거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한정된 시간 안에 나는 묻고, 그는 답한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2024.10.04
2
좋은시추천 강우근 시인 감성시 '하루 종일 궁금한 양초' 시집추천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가을시

"당신이 읽는 책의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 __ 내게도 시인처럼, 그런 시절이 있었지. 하루 종일 궁금한 양초 강우근 하나의 불이 켜질 때 나의 영혼이 어디로 옮겨 가는지 궁금해 내가 희미해질 때 왜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얼굴은 전부 검게 물들어가는지 내가 사라질 때 또다른 빛을 보는 아이들의 표정은 얼마나 생생할까 어디선가 달리고 있을 아이들은 모래알처럼 빛이 날까, 초원의 풀처럼 자꾸만 솟아날까 용기가 없는 사람의 용기가 정말로 궁금해 잠들기 싫은 날에 나를 오래도록 켜놓은 사람의 다음 날이 힘을 내리고 밥을 푹푹 떠먹는 사람의 아침 인사가 궁금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이 하얀 연기는 내가 말하는 방식일까, 당신이 말하는 방식일까 사람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나를 자꾸만 피운다 나는 당신에게 몇분의 기억이 될 수 있을지 당신이 읽는 책의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 당신이 울면서 했던 기도가 이루어졌을 세계에서 당신이 지을 환한 미소가 강우근 시집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에 놓아둔 詩 '하루 종일 궁금한 양초' 『언젠가 당신은 '함께 본 영화에 관해 이야기' 하기를 좋아했다. 엔딩크레디트가 오르기 전까진 영화를 보는 우린 미동조차 하지 않았지만, 영화가 끝나면…. 당신의 궁금증은 나에게로 향하곤 했다. "그때 말이야, 만약 당신이 주인공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어."라고 영화가 끝나면 내게 묻곤 했다. ...

2024.10.02
5
인간이 버린 사랑 _ 이이체 시인의 좋은시추천 사랑시 이별시 감성시

이이체 시인 시집 <인간이 버린 사랑> 20~21쪽 '인간이 버린 사랑' 中 인간이 버린 사랑 이이체 내 그림자가 아픈 날, 신은 태어났다 두번째 입맞춤이었다 모든 눈썹으로 당신의 눈을 숨긴다 서로를 사랑한 적 없는 유골들을 불덩이 속에 던져버리는 해방감 이해될 수 없어서 나는 나를 버리지 못한다 추수가 끝난 허전한 밭에서 몽유병자들은 잠의 혁명을 곱씹었다 도시로부터 낙향해 온 중늙은이들이 말했다 빛을 잃을 줄 아는 밤, 우리는 이것이 그리웠단다 이렇게 내 거짓이 아름다우니까, 당신이여 봄날처럼 미치도록 만발하는 죄책감이 육체를 점령한다 여러 사람들을 차례대로 지우는 것으로 유서를 써 내려간 후, 마음을 잃은 상징들을 건축한다 사랑은 나와 당신의 마지막 구절을 영원히 되풀이하는 일이다 말을 위해 입술들은 늘 멀리 떨어져 있었다 공간을 벗어나 다시 공간으로, 나는 기도문처럼 전생들을 회고할 것ㅇ디ㅏ 흉터는 모두 한 편의 시 들판, 몸을 잘린 채 겨울을 기다리는 보리풀들이 느리게 춤추며 꿈을 꾼다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자신의 도시를 버리고 떠나온 패배자들 어둠이 짙어질수록 나와 당신은 침묵으로 끓는다 불장난이 시작되고, 밤은 또다시 빛이라는 강박을 가져야만 하리라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은 더 오래 기다릴 줄 알았다 그러나 우연에 실패하는 우상들이여, 사랑은 이 저물어가는 필연의 세계에 기록되지도 기억되지도 못할 것이다 흉터는 모두 한 편의...

2024.10.20
12
시쓰기 & 시쓰는 법 글ego와 함께 시집 출판 프로젝트 _ 나의 생각 글쓰기 feat 좋은시추천

글ego와 함께하는 "시집 출판 프로젝트" 참여하여 보세요. 전 세계 국가 중 인구 600만도 되지 않은 국가, 핀란드는 독서율 83.4%로 OECD 국가 가운데 독서율 1위라고 합니다. 독서 강국 핀란드는 책을 아끼고, 그만큼 지적 재산이 풍부한 나라라고 할 수 있죠. 출판과 독서 관련 기사를 찾다가, 문득 우리나라도 독서 강국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환경도 확산되고, 그러면 위축된 출판도 살아나고, 작은 서점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누구나 작가와 시인이 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글ego의 활동을 응원하게 됩니다. 글ego는 단지 글쓰기 강의만 하지 않고, 책 출판을 통해 작가의 영역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오늘은 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시집 출판 프로젝트"를 소개하려 합니다. 우선 좋은 시 몇 편 짧게 감상하여 보시죠. 박이도 시인의 詩 '민들레' 中 민들레는 누가 심었나 아무도 모르네 민들레는 누가 반겨주나 아무도 없네 박이도 시인 시집 <홀로 상수리나무를 바라볼 때>에 놓아둔 詩 '민들레' 中 언젠가 일기장에 "시 읽기 좋은 계절 / 가을입니다 그러고 보니 / '무엇이라도' 시가 될 수 있고 / '누구라도' 시인이 될 수 있는 가을 / '당신이라는 이름의 시' 하나...

2024.10.10
10
좋은시추천 박노해 시 너의 하늘을 보아 시집추천 가을시추천 감동적인 시

박노해 시인의 詩 '가을은 짧아서' 中 하루 남은 책상 달력, '30'이란 숫자 뒤에 세 칸이 비어 있다. 나는 책상달력을 다이어리처럼 사용하곤 하는데. 그렇게 마지막 달 끝 숫자 뒤에 남은 칸에 '때론 뭔가를 적어 놓기도' 한다. 이를테면 그달에 하지 못한 일에 관한 아쉬움이라든가. 혹은 기쁘거나 행복했던 순간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남겨 놓는다. 세 칸 정도 비어 있는 책상달력. 그 하나에 '이름값을 한다는 건'이라고 적어두었다. 그러다가 그 한 줄을 지우고, 그 아래 '자기 몫을 한다는 건'이라고 고쳐 썼다. 이제 1/4 조각 남은 시간. 가을과 초겨울이 그 시간 속에 들어 있겠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가을을 조금 더 누리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크다. "짧은 가을날의 / 긴 마음 하나"는 박노해 시인의 詩 「가을은 짧아서」 마지막 시구인데. 詩는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박노해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78~79쪽 詩 '가을은 짧아서' 中 가을은 짧아서 박노해 가을은 짧아서 할 일이 많아서 해는 줄어들고 별은 길어져서 인생의 가을은 시간이 귀해서 아 내게 시간이 더 있으면 너에게 더 짧은 편지를 썼을 텐데* 더 적게 말하고 더 깊이 만날 수 있을 텐데 더 적게 가지고 더 많이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가을은 짧아서 인생은 짧아서 귀한 건 시간이어서 짧은 가을 생을 길게 살기로 해서 물들어 가는 가을 나무들처럼 더 많이 비워내...

2024.10.01
7
안도현 시 '스며드는 것' 좋은시추천 어머니 시 짧은시 감동적인 시

안도현 시인 詩 '스며드는 것' 中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거렸으리라 버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안도현 시인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에 놓아둔 詩 '스며드는 것' 언젠가, 이런 글을 하나 써서 어딘가에 넣어 두었다. 글 속에 담긴 마음은 기억나지만, 글을 쓸 때의 심정은 잊은지 오래, 그렇게 오래된 기억을 다시 거슬러 꺼내 읽은 일기장 속 일기, 하나는 이렇다. 『그 봄과 여름 그리고 겨울이 서사敍事의 계절이라면, 이 가을은 아마도 서정敍情에 가까울 것이다. 서사가 마음 밖으로 걸어 나가는 생각이라면, 서정은 누군가 혹은 어딘가로부터 되돌아오는 어떤 마음인 까닭이다. 아픈 마음을 몸 어딘가에 넣어두고, '그렇지 않아, 괜찮아. 아니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한 까닭에도 이유가 있다. 그 연유로 함께했던 시간 모두가 '지난날'로 기억되는 것은, 어쩐지 조금 슬프다고 말했다. 우리가 나눈 서사의 일부는 언제 끝이 났을까, 마음속에 담아 놓고 꺼내지 못한 서정은 또 어디서 사라졌을까. 그렇게 꽤 오래도록 아파한 날이 적지 않다. ...

2024.09.12
7
이육사 시 '황혼' 좋은시추천 <육사 시집>에서 감동적인 시 가을시추천

<육사 시집> 9쪽 詩 '황혼' 황혼 이육사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 십이 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살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위 그 많은 수인(囚人)들에게도 의지가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탄 행상대에게나 아프리카 녹음 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 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 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 푸른 커튼을 걷게 하겠지 암암(暗暗)히 사라지긴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 <육사 시집> 9~10쪽 詩 '황혼' <육사 시집>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 있는 교보문고에서 <이육사 시인 탄생 120주년 기념 시화전 _ 절정 이육사>가 9월 29일까지 열린다. 시인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며, 이육사 시인이 그린 그림과 시로 전시회가 열리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시인의 시를 20편의 회화 작품으로 표현한 화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광화문 인근에서 생활하거나, 교보문고에 방문할 예정인 독자라면 꼭 전시회를 둘러...

2024.09.16
9
윤동주 시 서시序詩 <윤동주 전 시집> 시집추천 가을시 감동적인 시 좋은시추천

<윤동주 전 시집> 19쪽 詩 '서시' 서시序詩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 11. 20) <윤동주 전 시집> 19쪽 詩 '서시' <윤동주 전 시집> 19쪽 詩 '서시' 늦은 오후 에어컨을 틀어 놓았다가, 밤 10시 무렵 조금 놀란 마음으로 리모컨 버튼을 눌러 껐다. 창밖에는 굵은 비가 내리다가, 다시 가늘어지다가 또 폭우처럼 쏟아붓는다. 스마트폰 문자를 확인하다가 바깥 기온이 20℃임을 확인하고, 조금 놀랐다. "아이코…. 이런 날 에어컨을 틀어 놓고 있었다니." 하던 일을 멈추고, 가볍게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빗소리가 듣고 싶은 마음이었으니, 이어폰도 휴대폰도 모두 놓아두고 나왔다. 아마도 9월 2일 월요일 밤이 지금처럼 '아, 가을이 왔구나.' 싶었었지. 그러다가 다시 다음날부터 가을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호수공원 쪽으로 이어진 가로수 사이로 걷다가, 다시 반대편 도로를 따라 한 시간 정도 '밤산책'을 했다. 그러는 동안 뭐랄까?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듯했으니. 내일까지 비가 오고 나면, 여름이 자리를 비우고 다시 가을이 채우겠구나 싶어졌다. 집으로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한 일...

2024.09.21
6
시집추천 이원하 시인의 "풀밭에 서면 마치 내게 밑줄이 그어진 것 같죠" 여름시 좋은시구절

<내일 아침에는 정말 괜찮을 거예요> 이원하 시인의 詩 '풀밭에 서면 마치 내게 밑줄이 그어진 것 같죠' 풀밭에 서면 마치 내게 밑줄이 그어진 것 같죠 이원하 나는 밝은 곳에 갇혀 살면서도 바라는 것이 많아요 빛이 나를 뒤흔들었으면 좋겠어요 주머니에 갇혀 살면 과일이 되고 싶을 거고요 소원이 이루어진 다음날 아침에는 또다른 소원을 빌 것 같죠 아픔도 거뜬히 원해요 아픔이 그리운 날엔 베개 모서리로 내가 나를 긁죠 그런데요, 최근에 난생처음 뒷모습이란 걸 봤는데요 말문이 막힐 뻔했어요 그림자라면 발목이라도 잡고 끌고 다닐 텐데 뒷모습은 잡으려 할수록 쪼개지고 있었거든요 나는 내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비가 겨울엔 쉬어가는 것처럼 겨울이 오기 전에 내게도 어떠한 조치가 필요해요 같이 걸을 사람은 없지만 풀밭에 나가볼까요 풀밭은 꽃을 들고 서 있지 않아도 내게 밑줄을 그어주는 곳이니까요 <내일 아침에는 정말 괜찮을 거예요> 이원하 시인의 詩 '풀밭에 서면 마치 내게 밑줄이 그어진 것 같죠' 겨울과 봄 그 사이, 봄과 여름 그 틈, 여름과 가을의 간극에도, 그리고 가을과 겨울이란 틈새의 시간에도…. 나는 내게 작은 선물을 한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이 세상에는 없는 선물인데. 그건 바로 '용서와 망각'이다. 이것은 누구로부터 받을 수도 없고, 오직 내가 나에게만 줄 수 있는 선물이다. 나는 그 네 개의 계절 그 "사이와 틈, 간극, 틈새"...

2024.09.24
7
좋은시추천 조재도 시인 '비닐 한 장' 인생시 <약자를 부탁해> 시집추천 신간도서

조재도 시인 시집 <약자를 부탁해> 78쪽 詩 '비닐 한 장' 비닐 한 장 조재도 시장 골목 할머니 햇오니 서너 무더기 앞에 놓고 않았다. 좌판도 없다. 맨바닥이다. 칠십 평생 닳은 몸 오늘은 여기 배추포기로 앉았다. 오이 다섯 개에 삼천 원 덤으로 하나 더, 비닐봉지에 담으려 호믈짝 웃으신다. 얼굴 가득 물결치는 주름, 주름살이 할머니 하루 한때의 즐거움을 꽉 붙들어 맨다. 어째 이리 날바닥이냐 하니, 날바닥은유? 여기 이렇게 장판 깔았잖유? 하여 보니 투명한 비닐 신문지만 하게 찢어 깔았다. 사람이 먹는 걸 워치게 맨바닥에 놓는대유? 그러면서 할머니 손자 얼굴 쓰다듬듯 손으로 썩썩 구겨진 비닐 판판하게 편다. 한여름 무더위 찐득러기는 시장, 삼천 원 입장료 내고 할머니의 속 싶은 내전內殿에 들어갔다 나온다 조재도 시인 시집 <약자를 부탁해> 78쪽 詩 '비닐 한 장' <약자를 부탁해> 조재도 지음_작은숲_초판 1쇄 2024년 8월 12일 오랜 시간 비워 둔 자리에 '빛 한 줄기' 밝혀 놓은 밤 점등 조재도 외출할 때 집에 불을 켜놓고 나가세요 전기세 아낀다고 사람도 없는 집에 부을 왜 켜놓냐고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돌아올 때 어두운 밤 집에 불이라도 켜져 있으면 꽃등처럼 환한 집이 반가울 테니 조금은 덜 쓸쓸할 테니 조재도 시인 시집 <약자를 부탁해> 82쪽 詩 '점등등' 조재도 시인의 시집 <약자를 부탁해> 타이포그래픽 가방에,...

2024.09.06
6
인간이 버린 사랑 시집추천 이이체 시인의 시 '그을린 슬픔' 이별시 슬픈시 좋은시추천

이이체 시인 시집 <인간이 버린 사랑> 60~61쪽 詩 '그을린 슬픔' 中 그을린 슬픔 이이체 투명보다 투명을 보는 시선을 꿰뚫어 보기 쉽다 당신이라는 인칭, 내가 전부 살 수는 없는 시점들을 살면서 물기가 없는 벽은 이별을 살다 간 흔적이다 우리의 차가운 발자국들이 이토록 다정할 줄이야 여백에 손을 담가보면 이번 죽음이 얼마나 거짓될지, 가늠할 수 있다 외면할 수 없는 무언을 발음해야 한다 뜨거운 미음에 담긴 숟가락처럼 당신의 몸 안에 나의 일부가 흘러들어갈 때 수명을 다한 치아들을 골라 깨문다 죽은 짐승들이 머무는 묵음에는 혼이 있다 표정에 기생하고 있는 저 입술 같은 문장 당신을 만지려면 얼마나 많은 손이 나를 잃을까 고독을 다독이는 삶 얕은 기침을 시작하는 생애의 저녁, 수증기를 지우지 않는 먼 거리를 허락할 것이다 투명한 당신에게 뼈를 끼워주고 싶다 우리는 그리워할 수 없다 이이체 시인 시집 <인간이 버린 사랑> 60~61쪽 詩 '그을린 슬픔' 中 <인간이 버린 사랑> 이이체 지음_문학과지성사_초판 1쇄 2016년 3월 25일 문학과지성사에서 지난 2016년 3월 펴낸 시집. 이이체 시인의 <인간이 버린 사랑>을 곁에 놓아두고, 천천히 읽는다. 비가 억수로 온다거나 혹은 잠시 멈춘 빗줄기 사이로 해가 조금 반짝였을 때, 시집 속 詩를 하나씩 꺼내 읽었다. 장마가 길어지면, 그렇게 이 시절이 이어지면, 아마도 나는 시집과 같은...

2024.07.23
10
나태주 시인 시 책베스트셀러 '선물' 시집추천 <육필시화집> 가을시 좋은시추천

나태주 시인 <육필시화집> 86~87쪽 詩 '선물' 선물 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나태주 시인 <육필시화집> 86~87쪽 詩 '선물' 나태주 시인 캘리그래피 <육필시화집> 87쪽 詩 '선물' 누구나 버릇 한 가지 정도는 지니고 살아가죠. 아침에 일어나면서 저녁잠을 청하기까지, '우리는 어떤 습관'의 반복을 무의식적으로 행하면서 살죠. 그런 습관 가운데 '책 읽으면서 밑줄 긋는 건' 누가 뭐라고 해도 '좋은 버릇'이 아닐까 싶군요. 책을 읽을 때 밑줄 긋는 버릇이 있습니다. 아니, 있었지요. 좋은 문장과 마주하면 여권에 방문 국가 도장을 찍듯이, 책에 밑줄 그어서 '여긴 내가 감동받은 구역'임을 표시했는데요. 요즘엔 밑줄 대신 '점'을 찍습니다. 몇 년 전부터 시작한 '점찍기'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점 하나는 그 문장이 좋아서, 점 두 개는 문장을 품고 있는 단락이 조아서, 그리고 점 세 개는 좀처럼 마주하기 쉽지 않지만. 이유 없이 '무조건 좋다'라는 표시입니다. 그런데 시집에는 '점'을 찍기 참 곤란합니다. 좋은 단어나 시구가 참 많기 때문이죠. 그럴 땐 시집 제목 위에 점 하나 혹은 두 개를 찍어요. 때론 참 좋은 시를 마주하면, 점을...

2024.09.11
8
이해인 시 '마음에 대하여' 좋은시추천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관한 사랑시 감성시

이해인 시집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120~121쪽 詩 '마음에 대하여' 마음에 대하여 이해인 마음 찾기 1 숨어 있기 싫어서인가? 가끔은 내 마음도 집 밖으로 외출을 한다 그가 빨리 돌아오지 않아 내내 불편하고 잠이 오지 않았다 그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고 괴로웠다 2 내내 밖으로 서성이다 오랜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마음이여 고맙다 네가 가출한 동안은 단순한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울면서 기도해도 대답 없던 시간들 네가 돌아와 나의 삶은 다시 기쁨이 되었다 주인인 내가 너무 무관심해서 화가 났다구? 이젠 나도 잘할게 다시 만난 기념으로 아침엔 녹차 한잔 저녁엔 포도주 한잔 할까? 이해인 시집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120~121쪽 詩 '마음에 대하여' 이해인 시인의 詩 '마음에 대하여' 中 숨어 있기 싫어서인가? 가끔은 내 마음도 집 밖으로 외출을 한다 내내 밖으로 서성이다 오랜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마음이여 고맙다 이해인 시인의 詩 '마음에 대하여' 中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이해인 지음_열림원_초판 1쇄 2015년 2월 27일 『지독한 병마와 싸워야 하는 시인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파릇하게 피어오른 새싹을 보면서….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였을 것입니다. "내게 말없이 참을성을 가르쳐주는 꽃과 나무들, 수도원 식구들, 독자들, 친지들……. 모두들 다시 소중한 선물로 받아 안으며 나는 오...

2024.09.03
10
좋은시추천 정호승 시 '빈 그릇이 되기 위하여' 시집 <당신을 찾아서> 추천도서 인생시 감성시

정호승 시인 시집 <당신을 찾아서> 50쪽 詩 '빈 그릇이 되기 위하여' 中 빈 그릇이 되기 위하여 정호승 빈 그릇이 빈 그릇으로만 있으면 빈 그릇이 아니다 채우고 비웠다가 다시 채우고 비워야 빈 그릇이다 빈 그릇이 늘 빈 그릇으로만 있는 것은 겸손도 아름다움도 거룩함도 아니다 빈 그릇이 빈 그릇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채울 줄 알아야 한다 바람이든 구름이든 밥이든 먼저 채워야 한다 채워진 것을 남이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비워져 푸른 하늘을 바라보아야 한다 채울 줄 모르면 빈 그릇이 아니다 채울 줄 모르는 빈 그릇은 비울 줄도 모른다 당신이 내게 늘 빈 그릇이 되라고 하시는 것은 먼저 내 빈 그릇을 채워 남을 배고프지 않게 하라는 것이다 채워야 비울 수 있고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으므로 채운 것이 없으면 다시 빈 그릇이 될 수 없으므로 늘 빈 그릇으로만 있는 빈 그릇은 빈 그릇이 아니므로 나는 요즘 추운 골목 밖에 나가 내가 채워지기를 기다린다 정호승 시인 시집 <당신을 찾아서> 50쪽 詩 '빈 그릇이 되기 위하여' 中 정호승 시인의 詩 '빈 그릇이 되기 위하여' 中 채울 줄도 모르면 빈 그릇이 아니다 채울 줄 모르는 빈 그릇은 비울 줄도 모른다 정호승 시인의 詩 '빈 그릇이 되기 위하여' 中 <당신을 찾아서> 정호승 지음_창비_2020년 1월 10일 이승원 평론가는 시집 <당신을 찾아서> 해설에서 "이 세상의 한정된 삶에...

2024.08.26
15
윤동주 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새로운 길, 서시 _ 시집추천 좋은시추천 _ 시집베스트셀러

여러 출판사에서 펴낸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시인, 하나밖에 없는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일은 고맙고 반가운 일이라 여깁니다. 같은 시인, 같은 시집, 같은 제목을 품고 윤동주 시인의 시가 새겨지는 일은…. 단지 종이 위에 시가 놓이는 것을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인은 미처 다 살지 못한 푸른 청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우리는 맑은 눈빛을 한 시인의 모습을 그 시절에만 가두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비록 상상 속에서 머물겠지만, 윤동주 시인이 우리와 같은 시대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쉰다고 생각하면, 그래도 오늘 하루의 괴로움은 견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동주 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26쪽 詩 '새로운 길'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문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1938. 5. 10) <윤동주 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26쪽 詩 '새로운 길' 윤동주 시인이 '새로운 길'이라는 詩를 쓴 때는 1938년 5월 10일입니다. 그해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시간을 거슬러 그해 그날 일어난 일을 조금 살펴봤습니다. 그해 1월 4일에는 채만식의 장편 <탁류>가 <...

2024.08.14
6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_ 좋은시추천 인생시 사랑시 슬픈시 시집추천 필사하기 좋은 책

푸쉬킨 서정시집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126쪽 詩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지 마라, 성내지 마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옴을 믿어라.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오늘은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한 순간에 지나가는 것, 지나간 것은 도다시 그리워지는 것을. [1825] * 이 시는 미아일로프스코예에 이웃한 트리고르스코에 마을의 여지주 프라스 코비야 오시포바의 딸 예프프라크시야 불리프의 앨범에 적어넣어졌다. 푸쉬킨 서정시집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126쪽 詩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로 세르게예비치 푸쉬킨(1799~1837) 알렉산드로 세르게예비치 푸쉬킨(1799~1837) 은 러시아의 국민시인으로 불리며, 세월히 흘러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시인이다. 1799년 6월 6일 6백년 전통을 지닌 귀족 혈통으로 태어났고, 청소년 시절엔 리쎄이에서 공부했다. 그 즈음 자유주의를 갈망하기 시작했고, 야만적 농노제로 신음하던 러시아 민중의 삶에 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1817년 리쎼이를 졸업하고 외무부 서기로 일하던 때, 진보적 문학 모임과 혁명적 인사들과 교류하였다. 그 무렵부터 차르 체제의 러시아 현실을 풍자한 시를 발표하였고, 그것 때문에 1820년 남러시아로 유형 길에 오르기도 하였다. 그후 1833년 가을 페테...

2024.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