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 <육필시화집> 86~87쪽 詩 '선물' 선물 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나태주 시인 <육필시화집> 86~87쪽 詩 '선물' 나태주 시인 캘리그래피 <육필시화집> 87쪽 詩 '선물' 누구나 버릇 한 가지 정도는 지니고 살아가죠. 아침에 일어나면서 저녁잠을 청하기까지, '우리는 어떤 습관'의 반복을 무의식적으로 행하면서 살죠. 그런 습관 가운데 '책 읽으면서 밑줄 긋는 건' 누가 뭐라고 해도 '좋은 버릇'이 아닐까 싶군요. 책을 읽을 때 밑줄 긋는 버릇이 있습니다. 아니, 있었지요. 좋은 문장과 마주하면 여권에 방문 국가 도장을 찍듯이, 책에 밑줄 그어서 '여긴 내가 감동받은 구역'임을 표시했는데요. 요즘엔 밑줄 대신 '점'을 찍습니다. 몇 년 전부터 시작한 '점찍기'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점 하나는 그 문장이 좋아서, 점 두 개는 문장을 품고 있는 단락이 조아서, 그리고 점 세 개는 좀처럼 마주하기 쉽지 않지만. 이유 없이 '무조건 좋다'라는 표시입니다. 그런데 시집에는 '점'을 찍기 참 곤란합니다. 좋은 단어나 시구가 참 많기 때문이죠. 그럴 땐 시집 제목 위에 점 하나 혹은 두 개를 찍어요. 때론 참 좋은 시를 마주하면, 점을...
문화매거진 <PEOPLE 365> VOL6 90~95쪽 '나태주 시인' 인터뷰 中 나태주 시인 인터뷰를 떠올리며 풀꽃 1 예찬 시를 좋아하고 가까이하는 사람은 곱다. 그 마음 씀씀이나 행동과 언어에 지나침이 없다고 여긴다. 선한 사람들 대부분이 시를 쓰는 건 아니겠지만, 시를 쓰는 사람들 대부분이 선한 까닭도 그런 연유에서 비롯한다. 詩는 말씀 '言'에 절 '寺'가 합쳐 이루어진 단어인데. 풀이하면 고요한 '산사의 언어'라고 누군가 말한 기억이 난다. 우리 삶이 버거울 때,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무덤」에 놓인 시구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를 꺼내 곱씹으면서 다시 팍팍한 삶을 내딛고 나아간다. 시를 좋아하게 되면, 가까이 놓아두고, 자주 살펴 읽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시인이 된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시인은 운명적으로 태어나는 것이겠지만, 때론 긴 인생이라 시간 위에서 어느 날 만들어지기도 한다. 파블로 네루다처럼, 혹은 99세의 나이에 첫 시집을 펴낸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처럼…. 서너 해 전 '우리 시대의 지성'이란 잡지 코너 인터뷰로 충남 공주시 풀꽃문학관을 찾아 나태주 시인님을 만났다. 시인의 공간으로 향하는 담벼락엔 시인의 시 「풀꽃·1」이 새겨져 있다. 문화매거진 <PEOPLE 365> VOL6 90~95쪽 '나태주 시인' 인터뷰 中 풀꽃·1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詩 '8월' 中 8월 나태주 태양으로부터 무차별 쏟아지는 열정의 포화, 프러포즈 이 뜨거움 없으면 어찌 여름이 여름일 수 있겠니? 나무나 곡식이며 풀들은 어찌 일 년을 견딜 것이며 사람 또한 그러하겠니? 피서 혹서다 그럴 여유도 없다 태양의 선물이 고마운 것이다. 나태주 시인 시집 <너에게도 안녕이>에 놓아둔 詩 '8월' 여름을 여름답게 하는 건, 태양도 그 무엇도 아닌…. 여름 그 자체라는 것. 그러하니 나를 나답게 하는 것 또한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스스로'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詩 한 편을 놓아두고, 이 여름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끼고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의 모습도 아닌, 바로 당신' 이었다는 것에, 새삼 고개 숙여 고마운 마음이 드는군요. 아끼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기 모습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더군요. 친구도, 후배도, 동료도 그리고 가까운 지인들 모두 그런 사람들입니다. 새삼 고맙구나 싶어지는 날, 여름은 그렇게 깊어갑니다. © y2kkim, 출처 Unsplash 앉아서 보는 바다 나태주 앉아서 바다를 볼까? 서서 바다를 볼까? 앉아서 보는 바다는 키가 작고 서서 보는 바다는 키가 크다 아니다 서서 보는 바다는 성난 바다이고 앉아서 보는 바다는 울고 있는 바다이다 바다야 바다야 울지 말아라 내가 옆에 있잖니 바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얌전해지기 시작하는 바다 파...
나태주 시집 <모두가 네 탓> 46쪽 詩 '11월' 11월 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나태주 시집 <모두가 네 탓> 46쪽 詩 '11월' © thesollers, 출처 Unsplash 개양귀비 나태주 생각은 언제나 빠르고 각성은 언제나 느려 그렇게 하루나 이틀 가슴에 핏물이 고여 흔들리는 마음 자주 너에게 들키고 너에게로 향하는 눈빛 자주 사람들한테도 들킨다. 나태주 시집 <모두가 네 탓> 84쪽 詩 '개양귀비' 나태주 시집 <모두가 네 탓> 110쪽 詩 '그리움·3' 그리움·3 나태주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나태주 시집 <모두가 네 탓> 110쪽 詩 '그리움·3' 나태주시인 & 이종석 배우 <모두가 네 탓> 시집추천 역대 베스트셀러 도서추천 '풀꽃 시로 이어진 인연' 북리뷰 _ 친구 연인 책 선물하기 좋은 책추천 『우연한 기회에 인연이 닿아 이종석 씨와 두 차례 만난 일이 있다. 서울에서 한 차례, 공주에서 한 차례. ... blog.naver.com ▲ 나태주 시인과 이종석 배우가 함께 펴낸 시집. <모...
나태주 시인과 이종석 배우가 함께 한 시집 <모두가 네 탓> 『우연한 기회에 인연이 닿아 이종석 씨와 두 차례 만난 일이 있다. 서울에서 한 차례, 공주에서 한 차례. 첫인상이 매우 유순하고 속이 깊고 주변 사람을 많이 배려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공주에 왔을 때는 주로 공주풀꽃문학관과 공주성당과 '루치아의 뜰'이라는 찻집과 이광복 화백의 집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정말로 이종석 씨는 함께 있는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었다.(중략) 인기 있는 연예인이라 해도 그도 사람이니 살아오면서 왜 어려운 일, 힘든 일이 없었을까.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나의 시를 읽고 위로를 받았다니 놀랍고 고마운 일이다. 공주를 다녀간 뒤로 그는 자기의 화보집에 나의 시를 넣어 책을 내보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자고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이 또한 재미있고 유익한 일이 아니겠는가!』 _ 시집 13~14쪽 '나태주 시인의 말' 中 그리움 나태주 더는 참을 수 없다 이제는 먹을 갈아야지. <모두가 네 탓> 22쪽 詩 '그리움' 『그리고 그 어느 날이 지나고 다시 한 번 시집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굉장한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너무 많은 감정들을 눈물을 통해 쏟아낸 무뎌진 느낌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마치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이틀 정도 땀 쏙 빼며 앓고 난 뒤, 겨우내 잔병치레 없이 든든하게 보낼 수 있을 것만 같...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74쪽 詩 '풀꽃·1' 풀꽃·1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74쪽 詩 '풀꽃·1' 2003년 지은 詩, 다섯 줄 짧은 시구가 온 국민의 마음을 따스하게 보듬을 줄…. 나태주 시인은 알고 있었을까? 나는, 시인의 詩 '풀꽃·1'을 읽을 때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마주하는 방법에 관해 생각한다.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여기면서….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72쪽 詩 '행복' 행복 나태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72쪽 詩 '행복'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22쪽 詩 '사는 법' 사는 법 나태주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따 그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22쪽 詩 '사는 법'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나태주 - 교보문고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만인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서정시의 진수블랙핑크(BLACKPINK)의 지수와 세계적인 보컬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의 RM, 송혜교와 박보검 등은 물론 전국민의 애송시인 [풀꽃]이 수록되어있는 나태주 시집 […… product.kyobobook.co.kr...
처음이라서 서툴지... 라고 말하기엔, 인생도 삶도 너무 깊어졌다. 그러니까 아마도 조금 더 신중하게 사는지도 모른다. 저녁 약속을 잡아 놓고 손길 발길이 '부지런'해졌다. 부지런한 손은 '마감 원고 하나'를 메일로 전송했고, 부지런한 발은 '대출 마감 도서'를 반납하고 돌아왔다. 오랜 시간 만난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코로나19 그 즈음으로 연락이 뜸해진 이도 적지 않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살아왔던 지난날보다, 가까운 이웃과 벗과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오늘 저녁엔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 중인 동생을 오랜만에 본다. 팬데믹 이전이니까, 그러니까 한 3년 만에 마주앉는 듯하다. 맛있는 저녁과 좋은 술을 천천히 나눠 먹고 마실 생각이다. 나태주 시집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 110~112쪽 詩 '가을 서한' 가을 서한 나태주 1 끝내 빈손 들고 돌아온 가을아, 종이 기러기 한 마리 안 날아오는 비인 가을아, 내 마음까지 모두 주어버리고 난 지금 나는 또 그대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까 몰라. 2 새로 국화 잎새 따다 수놓아 새로 창호지문 바르고 나면 방 안 구석구석까지 밀려 들어오는 저승의 햇살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만의 겨울 양식. 2 다시는 더 생각하지 않겠다, 다짐하고 내려오는 등성이에서 돌아보니 타닥타닥 영그는 가을 꽃씨 몇 옴큼 바람 속에 흩어지는 산 너머 기적 소리 4 가을은 가고 남은 건 바바리코트 자락에 날리는...
나태주 시인의 시집들 속엔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의 나태주 시인의 시집들 속엔,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 그리고 사계절을 닮은 우리의 인생이 담겨 있지. 연필꽂이하루일기 中 나태주 시화집 <너도 그렇다> 50쪽 詩 '풀꽃'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화집 <너도 그렇다> 50쪽 詩 '풀꽃'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은 이젠, 많은 사람이 즐겨 읊조리는 시이기도 하죠. 시 한 편을 완송할 수 있다는 것도 모두 시인의 시 '풀꽃' 덕분입니다. 살아가는 동안 시 한 편 가슴에 새겨 놓았다가, 마음이 쓸쓸해지면 입 밖으로 꺼내 속삭이듯 말할 수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종일 뜨거웠던 "22대 국회의원 선거"도 이젠, 내일이면 제자리를 찾아가겠지요. 소중한 한 표를 자신에게 투표해달라던 사람들의 얼굴이, 그 민낯이 내일 어떻게 변할까요? 다음 23대 투표일까지 다시 뻔뻔해질지. 아니면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의 뜻을 읽었을지…. 알 수 없는 게 사람의 마음이니. 우리는 또 그렇게 지켜볼 뿐이지요. 늦은 오후 나태주 시인의 시집들 몇 권을 책상에 놓아두었다가, 시인이 추천하는 시를 엮은 시집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를 꺼내 읽었습니다. "서툰 것이 인생, 부디 당신,. 외로워하지 마세요."라고 시집은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마음속으로 두런두런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
나태주 시선집 <풀꽃> 나태주 지음_도서출판 지혜_발행 2014년 9월 15일_초판 3쇄 발행 2015년 11월 30일 나태주 시인의 책 가운데 세로 판형으로 가장 길지 않을까 싶은 시집. <나태주 시선집 풀꽃>은 도서출판 지혜에서 지난 2014년 초판을 발행한 책입니다. 나태주 시인은 1964년 초등학교 교사로 처음 부임하여,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으로 43년간 교직 생활을 했습니다. 교직에서 몸담고 있던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1973년 첫 시집 <대숲 아래서> 출간 이후 현재까지 시와 산문집 수많은 책을 출판하고 있습니다. 연필꽂이하루일기에도 나태주 시인의 시와 시집 등을 자주 소개하고 있는데요. 첫 시집은 <대숲 아래서>는 아래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읽을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청년 나태주 시인의 첫 시집 <대숲 아래서>_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시(詩)를 향한 그 마음' 있어라 페이스북에 '20대 시절 사진 올리기'가 유행이다. 누구에게나 전성기는 있기 마련인데. 누군가는... blog.naver.com 풀꽃 | 나태주 - 교보문고 풀꽃 | J.H CLASSIC 70권. 나태주 대표 시선집. 25년간 가장 사랑받은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인은 이 시집 〈풀꽃〉이 '풀꽃' 시의 성…… product.ky...
시집을 쌓아 놓은 곳에서 다시, 꺼내 놓은 시집들_나태주 시인의 詩 사는 법 나태주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나태주 육필화 시화집> 26~27쪽에 놓아둔 詩 '사는 법' 자괴감 들면은… 안 느끼려고 해. 왜냐면,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연필꽂이하루일기 「H의 이야기」 中 언젠가 당신은, 내게 툭____하고 어떤 말 한 조각을 떼어서 들려주었다. 그 짧은 말속에서, 당신이 품고 사는 생의 고단함이나, 해결되지 않은 숙제나, 풀리지 않은 실타래와 같은 것들을 조금 읽을 수 있었다. 듣기는 읽기와 달리, 때론 해석이 필요하지 않을 때가 있다. 말과 뜻, 그리고 감정을 드러내는 어떤 소리가 품은 뉘앙스 때문인데. 당신이 내게 들려준 '짧은 이야기'는 듣기에 따라서는 '자괴감을 이겨내는 방법'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감정들과 함께 살아가는 당신만의 태도'처럼 들렸다. 방법과 태도는 뜻도 결도 다르다. 나는, 당신의 생각은 '언어가 품고 있던 것', 그 이상의 단단함을 지니고 있는데. 그건 말 끝에 이어 놓은 '작은 웃음' 소리 때문이란걸.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느꼈다. 마치 무대 위에서 노래를 막 끝낸 가수, 그 뒤에 여운을 남기며 흐르는 짧은 선율, 그것처럼. 어쩌면 당신의 웃음은 그런 선율을 닮아있을 때가 종종 있다. 평일 금요일 오후 두 시의 병원 ...
나태주 시집 <대숲 아래서> 79쪽 詩 '초저녁의 시' 초저녁의 시 나태주 어실어실 어둠에 묻히는 길을 따라 가긴 가야 한다. 귀또리 소리 아파 쓰러진 풀밭을 밟고 새록새록 살아나는 초저녁 별을 헤이며. 그대 드리운 쌍꺼풀 눈두덩의 그늘 속으로, 아직도 고오운 옷고름의 채색구름 속으로, 어실어실 어둠에 묻혀 쓰러지는 길을 따라 날마다 날마다 가지만 결국은 다 못 가기 마련인 그대에게로 어실어실 어둠에 묻혀 가긴 가야 한다. 어실어실 어둠에 스며 끝내 그대에게만 가기는 가야 한다. 나태주 시집 <대숲 아래서> 79쪽 詩 '초저녁의 시' 아름다운 청년 나태주 시인의 첫 시집 <대숲 아래서>_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시(詩)를 향한 그 마음' 있어라 페이스북에 '20대 시절 사진 올리기'가 유행이다. 누구에게나 전성기는 있기 마련인데. 누군가는... blog.naver.com ▲ 나태주 시인의 첫 시집 <대숲 아래서> 표지를 보면, 오래 멈춰있게 된다. 뭐랄까. 시간을 거슬러 선한 얼굴로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시인의 까만 눈동자를 보면, 주름 아래 가려 지금은 다 지워지고 없는 듯하지만 '시집 속 詩는 청춘의 그 시절 그 감정과 마음, 그대로'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선한 눈빛을 한 청년 나태주 시인과 만날 수 있다. 간혹 인생이라는 길 위에 놓여 있는 '시간의 길이'를 가늠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나의 것과 당신의 그것이 같을 ...
나태주 시집 <대숲 아래서> 28~29쪽 詩 '가을 가을 서한·B 나태주 1 당신도 쉽사리 건져주지 못할 슬픔이라면 해질녘 바닷가에 나와 서 있겠습니다. 금방 등돌리며 이별하는 햇볕들을 만나기 위하여. 그 햇볕과 두 번째의 이별을 갖기 위하여. 2 눈 한 번 감았다 뜰 때마다 한 겹씩 옷을 벗고 나서는 구름. 멀리 웃고만 계신 당신 옆모습이랄까? 손 안 닿을 만큼 멀리 빛나는 슬픔의 높이. 3 아무의 뜨락에도 들어서 보지 못하고 아무의 들판에서 쉬지도 못하고 기웃기웃 여기 다다랐습니다. 고개 들어 우러르면 하늘, 당신의 이마. 4 호오, 유리창 위에 입김 모으고 그 사람 이름 썼다 이내 지우는 황홀하고도 슬픈 어리석음이여, 혹시 누구 알 이 있을까 몰라……. 나태주 시집 <대숲 아래서> 28~29쪽 詩 '가을 풀꽃시인 나태주의 첫시집에는 청춘의 시와 세월이 담겨 있습니다. '어느새'라는 단어에는 '시간의 흐름'이 담겨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청춘의 시절'은 있기 마련이고, 또 누구나 그 시절을 지나친 후 '오늘의 시절'에 다다라 있겠구나 싶은 날입니다. 책상 옆쪽에 쌓아놓은 시집들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나태주 시인의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꺼내 읽습니다. 시인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1973년 예문관이라는 출판사에서 생애 첫 시집을 펴냅니다. 그 시절 쌀 열 가마 값인 16만 원을 들여 펴낸 <대숲 아래서>는...
나태주 시집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 134~135쪽 中 하늘은 지붕 위로 폴 베를렌 하늘은 지붕 위에서 너무도 푸르고 조용하구나 종려나무는 지붕 위에서 잎사귀 일렁이고 좋은 하늘 가운데서 부드럽게 울리고 새는 나무 위에서 구슬피 울고 아, 삶은 바로 저기에, 단순하고 평온하게 있는 거구나 이 평화로운 웅성거림은 저기 저 마을에서 들려오는 것 뭘 했니, 오, 너 말이야, 바로 여기서 계속 울고만 있는 말해봐, 뭘 했니, 너, 바로 여기 있는, 네 젋음을 가지고 뭘 했니? 나태주 시집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 134~135쪽 폴 베른렌의 詩 '하늘은 지붕 위로' 폴 베를렌(1844~1896)은 시집 <사투르누스의 시'로 1866년 데뷔한 프랑스 시인입니다. 그가 살던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백 년도 훨씬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가 지은 시는 지금 바로 내 눈앞에서 놓여 있습니다. 프랑스 시에서 가장 위대한 '팽 드 시에클'을 대표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라고 합니다. 세기말이라는 뜻의 '팽 드 시에클'이란 말, 그가 살던 그리고 내가 살던 이 세상 어딘가를 이어주는 시간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에 잠시 멈추어 본 시간. 오늘 새벽 한적한 호수공원에서 일입니다. 자정을 조금 넘긴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까지 글을 쓰고, 그렇게 쓴 글을 보내기 전…. 인적 드문 호수공원으로 달려가 봤습니다. 그곳에는 푸르고 조용한 나무들...
짧고 좋은 시를 쓰는 나태주 시인의 시집들은 필사하기 좋은 책이죠. 시인은, 힘든 사람을 위로 할 의무가 있죠.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예요. 나태주 시인은 60대 초반에 크게 병을 앓습니다.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았고, 병을 앓는 시간 동안 남은 시간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때 그렇게 아프던 시절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나태주 시인의 시와 산문은 복잡하고 무거운 이야기가 적습니다. "인생과 사랑, 행복"이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힘의 뿌리라고 말하곤 하죠. 늦은 밤, 이제 계절은 여름의 문을 활짝 열고 들어선 듯합니다. 밤에는 창문을 조금 열어 놓고 잠을 청하기 시작했으니까요. 늦은 밤, 시인의 시집들을 놓아두고 시 몇 편을 다시 옮겨 놓습니다. <나태주 연필화 시집>130~131쪽에 놓아둔 詩 '풀꽃·1' 풀꽃·1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연필화 시집>130~131쪽에 놓아둔 詩 '풀꽃·1' 나태주 시화집 <너도 그렇다> 50~53쪽에 놓아둔 詩 '행복' 행복 나태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나태주 시화집 <너도 그렇다> 50~53쪽에 놓아둔 詩 '행복' <나태주 육필 시화집> 26~27쪽에 놓아둔 詩 '사는 법' 사는 법 나태주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36~37쪽에 놓인 詩 '채송화' 채송화 나태주 난쟁이 꽃 땅바닥에 엎드려 피는 꽃 그래도 해님을 좋아해 해가 뜨면 방글방글 웃는 꽃 바람 불어 키가 큰 꽃들 해바라기 코스모스 넘어져도 이리 넘어져서 더는 넘어질 수 없는 꽃 땅바닥에 넘어졌느냐 땅을 짚고 다시 일어나거라! 사람한테도 조용히 타일러 알려주는 꽃.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36~37쪽에 놓인 詩 '채송화'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_나태주 지음_열림원_초판 1쇄 2022년 6월 7일 열림원에서 지난해 6월 펴낸 나태주 시인의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는 176편의 신작시가 담긴 책입니다. 시인의 말에 써놓은 글처럼 가벼운 소설집이나 산문집만큼 볼륨이 큰 시집이죠. 여느 시집의 두 배 분량인 288쪽에 달하지만, 나태주 시인의 시는 언제나 물과 공기를 들이마시듯 편합니다. 하지만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에는 시인이 펴낸 시집들과 조금 다른 정서가 담겨 있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사막 같은 인생길 앞에서 막막하던 날들이 길었는데 이제는 적막한 마음뿐입니다."라고 시집을 펴낸 소회를 밝힙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이란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요. 앞으로만 나아가고, 결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나날이 삶의 뒤쪽에 쌓이기만 합니다. 시인도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생각이 깊었나 봅니다. "뒤돌아보아도 돌아갈 수 없는 길. 하지만 굳이 되돌아가고...
김두엽 나태주 시화집 <지금처럼 그렇게> 4~5쪽 中 나이 들어 늙어서 비롯 아이가 될 수 있었던 사람 김두엽 나태주 시화집 <지금처럼 그렇게> 4~5쪽 中 좋은 글과 그림이 만나 '하나'로 어우러지는 길은 두 갈래가 있습니다. 하나는 글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그림을 본 후 글을 쓰는 방식입니다. 두 가지 길 모두 '글과 그림이 만나 다른 또 하나의 세계'를 이룰 수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북로그컴퍼니에서 펴낸 시화집 <지금처럼 그렇게>는 두 번째 길을 걸어가면서 만들어진 시집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고, 또 그만큼 독자들이 좋아하는 풀꽃의 나태주 시인이 아흔네 살의 12년 차 화가 김두엽의 그림을 보고 시를 쓴 시화집입니다. 그림 속에 담겨 있는 영감을 고운 시로 지은 것인데요. 북로그컴퍼니에서 지난해 9월 펴낸 시화집 <지금처럼 그렇게>를 손에 쥐고, 펴고, 읽는 동안 "94세와 77세"라는 나이는 사라집니다. 숫자가 사라진 그 자리에 고운 빛깔로 그림 그리는 소녀 김두엽과 늘 푸른 청춘의 시를 짓는 소년 나태주 두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지금처럼 그렇게> 뒤표지 내 그림이 시가 될 수 있다니, 이제 나는 시를 알아요. 김두엽 할머니 그림에 실어 보내는 나태주 시인의 아름다운 시 어느 땐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의 길이를 가늠할 수 없지만, 그녀 혹은 그가 살아낸 시절의 깊이를 들여다볼 때가 있습니다....
시집은 '필사하기 좋은 책' 가운데 하나. 짧은 글 긴 생각을 새겨놓는 시간. 필사노트 필사하는 마음이란? 무언가를 새기는 시간 국어사전에서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붓을 든 사람'을 일컬어 '필사筆師'라고 하지요. 책에서 좋은 문장이나 글을 옮겨 놓는 것을 말할 때는 '필사筆寫'라고 합니다. 우리말은 같지만 한자로 표기할 땐 조금 다르지요. 하지만 '필사하는 마음'은 똑같지 않을까 싶네요. 문득 필사하는 마음이란 어떤 상태일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린이날이 낀 연휴 내내 비가 오시더니, 지금은 멈췄군요. 창문 밖에서 찾아드는 바람결이 꼭 초가을처럼 느껴집니다. 책과 필사노트를 꺼내놓고, 만년필에 잉크를 채웠습니다. 그러고는 시집을 펴고 눈에 띄는 詩 한 편을 옮겨 놓습니다.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순백의 종이 위에 필사를 하면 '마치 조각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 글자 또 한 글자 새겨나가면서 마음의 분란도 조금씩 사라집니다. 나태주 시집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 160쪽 헤르만 헤세의 詩 '책' 책 헤르만 헤세 이 세상 어떤 책도 그대에게 행복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살며시 그대를 일깨워 스스로에게 돌아가게 해준다 책에는 그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있다 해와 달과 별, 그대가 찾고 있는 별까지 그대가 책에서 오래도록 찾고 헤매던 지혜는 지금 모든 책장에서 반짝이고 있다 이제 그 자체는 그대의 것이다. 나태주 ...
<꽃을 보듯 너를 본다>_나태주 지음_지혜_초판 1쇄 2015년 6월 20일 나태주 시인의 詩는 '공기처럼' 참, 널리 펼쳐 있다고 여길 때가 있습니다. 시인이 시집 출판을 여러 곳에서 다양하게 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시인의 詩를 SNS에 올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간혹 SNS를 한글 자판으로 잘못 입력할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 '눈'이라고 타이핑 된 '한 글자'를 보면서, SNS란 어찌보면 사람들의 눈이겠구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좋은 계절이 나날이 이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나태주 시인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서 詩 몇 편을 옮겨 놓습니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44쪽에 놓인 詩 '별' 별 나태주 너무 일찍 왔거나 너무 늦게 왔거나 둘 중에 하나다 너무 빨리 떠났거나 너무 오래 남았거나 또 그 둘 중 하나다 누군가 서둘러 떠나간 뒤 오래 남아 빛나는 반짝임이다 손이 시려 손조차 맞잡아 줄 수가 없는 애달픔 너무 멀다 너무 짧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다 오래오래 살면서 부디 나 잊지 말아다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44쪽에 놓인 詩 '별' <꽃을 보듯 너를 본다> 46쪽에 놓인 詩 '꽃·1' 꽃·1 나태주 다시 한 번만 사랑하고 다시 한 번만 죄를 짓고 다시 한 번만 용서를 받자 그래서 봄이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46쪽에 놓인 詩 '꽃·1' <꽃을 보듯 너를 본다> 49쪽에 놓인 詩 '꽃·3' 꽃...
나태주 시선집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 20쪽에 놓인 정호승 시인의 詩 '수선화에게'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나태주 시선집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 20쪽에 놓인 정호승 시인의 詩 '수선화에게' 화요일, 오늘 아침 좋은시는 나태주 시인의 시선집에서 골랐습니다. 시선詩選이란 '시를 뽑아 모은 책'을 말하는데요. 신선의 기풍이 있는 천재적인 시인을 뜻하기도 하지만, 한자어가 조금 다릅니다. 이때 사용하는 표기는 시선詩仙이라고 쓰죠. 이른 새벽 '화요일 아침 좋은시로 무엇을 올릴까?' 생각하다가…. 며칠 전 신간도서로 소개한 시선집. 북로그컴퍼니에서 4월 펴낸 나태주 시인의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에서 골라 보았습니다. 나태주 시인이 고른 좋은 시 모음집에는 국내외 시인들의 명작이 담겨 있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_나태주 지음_마치봄블리 그림_북로그컴퍼니_초판 1쇄 ...
나태주 시인과 마치봄블리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진 시선집 서툰 것이 인생, 부디 당신, 외로워하지 마세요. 나태주 시인의 말 中 좋은 책을 만드는 것은 출판사의 규모가 아니라, 출판인들의 마음에서 비롯한다고 여길 때가 있습니다. 하나의 책이 세상에 나오려면 작가와 편집자,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칩니다. 책에 수록될 글맛을 제대로 살렸는지 살피는 일은 편집의 몫이고요. 종이라는 세계에 집을 짓듯 활자와 그림을 잘 보듬어 자리 잡는 건, 디자이너의 영역입니다. 그렇게 편집 디자인된 책은 인쇄 과정을 거치고, 물류라는 둥지에 머물렀다가 마케터의 손에 들려 서점으로 향하지요. 책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이렇게 많은 이의 정성이 담기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책 한 권을 손에 쥐면 마음 다해 읽는 편입니다. 물론 책은 작가의 지적재산물이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여럿이 함께 했을 때, 그 가치가 빛나곤 합니다. <헤세의 인생공부>를 읽으면서 알게 된 출판사. 북로그컴퍼니에서 펴낸 신간도서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는 나태주 시인과 김보민 작가의 그림이 잘 어우러지는 시선집입니다.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 24쪽 中 언덕에 누워 김영랑 언덕에 누워 바다를 보면 빛나는 잔물결 헤일 수 없지만 눈만 감으면 떠오르는 얼굴 뵈올 적마다 꼭 한 분이구려.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 24쪽에 놓인 김영랑 시인의 詩'언덕에 누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