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1202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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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서평 | 미야베 미유키 | 사회 속에서 자라나는 악인의 서사

『화차』를 통해 알게 된 미야베 미유키. 별명은 ‘미스터리의 여왕’이며 그녀의 작품은 ‘사회파 추리소설’이라 불린다. 대표작 『모방범』까지 읽고 나니 별명이 이해가 된다. 흡인력 넘치는 필력이 돋보였고, 시대 진단과 문제의식이 빛나는 작품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쭉쭉 나아가는 느낌이라면 미야베 미유키는 사건 주위를 뱅글뱅글 돌며 좁혀가는 느낌이랄까?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까지 물밑에 많은 서사와 관계가 얽혀 있다. 그녀는 천천히 고인 물을 빼내며 범죄자의 추한 실체를 드러낸다. 500쪽짜리 벽돌책 세 권인데도 진도가 쭉쭉 나간다. 무거워서 들고 다닐 수 없었고 병행 독서를 하느라 오래 걸렸을 뿐, 몰입도가 굉장했다. 5년에 걸쳐 소설을 연재하는 동안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붙들고 있었을 작가의 정서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시대가 낳은 새로운 유형의 악인들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가 말해주듯 범죄자는 한 명이 아니다. 범인이 밝혀지기 전에도 드러난 후에도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잔혹한 사건보다 섬뜩한 건 범죄자의 심리였고, 자신감 넘치는 지능범의 자만과 과감성에 소름이 끼쳤다. 범인들은 스스로를 연출자나 지식인으로 여긴다. '환자에게 병명을 알려주고 수술 동의를 구하는' 의사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놀라는 모습을 즐기려고 방송사나 피해자 가족에게 범행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런 괴물이 탄생한 배경에는 가정과 사회 모두...

2024.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