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소감
3202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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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혼비 『다정소감』 내 작은 품이 우리의 넓은 품이 된다면

내가 지향하는 삶의 가치에는 무엇이 있을까? 배움, 꾸준함, 예의, 소박함, 성의, 다양성, 다정…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는데 다정함은 아마 그중에서도 넓은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래서 제목을 본 순간 손이 저절로 이 책을 향했다. 꾸밈없이 여백이 많은 샛노란 표지도 좋았고, 웃는 듯 아닌 듯 연한 미소를 머금고 갸웃하는 눈과 입이 귀여웠다. 양장 뒤표지에 까만 명조체로 써진 글도 멋졌다. 무엇보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재미나게 읽은 터라 김혼비라는 작가명이 반가웠다. 살짝 얼려둔 마음들이 녹는 순간에 대하여 김혼비 작가는 주제 없는 글을 쓸 때마다 힘든 순간에 누군가의 다정함으로 털고 일어섰던 일들이 떠올랐다고 한다. 다정한 패턴이 마음의 악력을 만들어 주었다면서. 무너진 몸과 마음을 뜻하지 않은 누군가의 다정함이 일으킨 경험은 나에게도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이 책에서 그녀는 마음 씀씀이가 부족했던 날들을 고백한다. 좋아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일, 존재를 제한하는 단어를 써왔던 일, 맞춤법으로 사람을 판단했던 일까지. 나 역시 활자에 예민해서 며칠 전에도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어느 공무원의 메일 속 맞춤법을 보고 자질을 운운했다. 맞춤법은 맞춤법일 뿐, 사람이 틀린 것은 아닌데. 다른 일화에서는 주변의 다정함에 서서히 물들어가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축구 동호회에서 만난 언니들의 “내 나이(50대) 되면 ...

2023.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