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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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참여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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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소설] 개브리얼 제빈 『섬에 있는 서점』 - 서점이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 할 수도 없어!

때로는 적절한 시기가 되기 전까진 책이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 법! 2025년을 맞아 알라딘에서 기획한 '21세기 최고의 책' 리스트에서 『섬에 있는 서점』을 발견했다. 이 책을 추천한 사람은 번역가 노지양 한 분이었지만 수많은 책들 가운데 유독 이 책이 눈에 띄었다. 2017년에 출간된 이 책을 나는 왜 보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아일랜드 서점, 연매출 대략 35만 달러, 매출의 대부분은 휴가철 피서객이 몰리는 여름 몇 달에 집중. 매장은 17평. 주인 외에 정규 직원 없음. 어린이 책이 매우 적음. 온라인 활동은 걸음마 수준. 주민을 위한 행사 등 거의 없음. 문학을 주로 취급해서 우리에게 유리한 편이지만 피크리의 취향이 아주 독특함. 안주인 니콜이 없는 상태에서 그의 판매 수완은 신통치 않음. 피크리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아일랜드 서점은 섬 안의 유일한 책방임.' _15쪽 나이틀리 출판사의 영업사원 어밀리아 로먼은 겨울 신간 목록을 들고 앨리스 섬에 있는, 유일한 책방 '아일랜드 서점'을 찾는다. 얼마 전에 죽은 전임자가 남긴 메모를 보며 영업이 녹록지 않겠다 싶었는데, 서점 주인은 자신과 취향이 맞았던 전임자의 죽음을 아쉬워하며 싫어하는 책들의 목록만 잔뜩 늘어놓는다. 심지어 예의까지 없다. 유일하게 단편집은 사족을 못 쓰는 편이라고 해서 어밀리아는 나이틀리 출판사의 유일한 단편집인 『늦게 핀 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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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정끝별 『시쓰기 딱 좋은 날』 - 1월의 매일을 이렇게 명명하노라!

1월의 매일을 이렇게 명명하노라! 난다에서 기획한 '시의적절' 시리즈는 일 년 동안 열두 명의 시인이 릴레이로 써나가는 이야기로, 매일 한 편씩 매달 한 권의 책이 나온다.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시리즈가 이어지는데, 2025년의 시작은 정끝별 시인이 맡았다. 끝과 시작이라니. 너무나도 시적이지 않은가. 그 유명한 쉼보르스카의 시가 떠오르기도 하고. 정끝별 시인의 이름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늘 궁금했다. 요즘 필명을 사용하는 작가들이 많은데, 너무나도 문학적인 이 이름은 혹시 필명일까. 이 궁금증은 이 한 권의 책으로 해소되었다. "어릴 땐 튀는 이름이 못내 못마땅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서야 아버지가 주신 '끝별'의 의미를 완성할 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시였구나! 하는 자각이었죠. 누구에게나 다르게 지각되는 '끝'이라는 시공간적 지점과, 수억 광년 전에 폭발해 이미 사라진 존재인데 멀리 높게 빛남으로써 어둠 속 지도가 되기도 하는 '별' 같은 존재가 바로 시가 아닐까요." _24~25쪽 시인은 1월의 하루하루마다 이름을 붙여준다. 1월 1일은 첫 일기를 쓰는 날, 1월 2일은 기꺼이 가까워지는 날, 1월 3일은 혼술 하는 날, 1월 15일은 설향딸기를 먹는 날, 1월 23일은 뜨거운 뱅쇼를 마시는 날, 1월 30일은 칼칼한 방어탕을 먹는 날, 1월 31일은 백색 늑대가 침묵하는 날. 오래전 한 시인이 이름을 불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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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이유리 『비눗방울 퐁』 - 웰컴 투 이유리 월드, 이 세계만의 이별법이 있어!

웰컴 투 이유리 월드, 이 세계만의 이별법이 있어!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빨간 열매」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유리 작가와는 첫 만남이어서 그 어떤 것도 기대하거나 예상하지 못하고 『비눗방울 퐁』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는 총 8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는데 첫 번째로 실린 「크로노스」를 읽고 작가의 기발함에 무릎을 쳤다. 한 편 한 편 나아갈수록 그 기발함들로 작가만의 스타일을 완성하고 세계를 구축했다. 현실 속에서 저마다의 어려움(특히 이별)을 겪고 있는 인물들은, 약간의 판타지가 가미된 테크놀로지로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한다. 여기서 '약간의 판타지'라고 한 이유는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혹은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수 있거나 혹은 한 번쯤 상상해 봤을 법한 기술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이유리 월드'라고 부르고 싶다. 이 책에는 '이유리 월드'의 이별법이 담겨있는데,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하는 그들의 시도가 웃프다. 「크로노스」 고미와 양미는 엄마가 초로기 치매 판정을 받자 '크로노싱'을 통해 치매 판정을 받기 이전의 엄마 모습을 메타버스 안에 재현해 둔다. VR 장비를 착용하면 언제든지 엄마를 만날 수 있는데, 고미는 이 '크로노싱'에 다소 부정적이다. 아무리 생생하게 재현해 놓았다고 해서 메타버스 속 엄마 아바타가 실제 엄마와 같을 수가 있을까? 그런데 고미에게 청혼한 송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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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김훈 『허송세월』 - 삶은 무겁고 죽음은 가볍다!

삶은 무겁고 죽음은 가볍다! 해마다 그해에 읽을 첫 책은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다. 그해의 독서생활뿐 아니라 새해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느냐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2025년 내가 선택한 첫 책은 김훈의 『허송세월』이다. 반어적 의미가 담겨있다. 지나간 시간의 햇볕은 돌이킬 수 없고 내일의 햇볕은 당길 수 없으니 지금의 햇볕을 쪼일 수밖에 없는데, 햇볕에는 지나감도 없고 다가옴도 없어서 햇볕은 늘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 온다. 햇볕은 신생하는 현재의 빛이고 지금 이 자리의 볕이다.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_43쪽 허송세월하는 저녁에 노을을 들여다보면 나는 시간의 질감을 내 살아 있는 육신의 관능으로 느낄 수 있고, 한 개의 미립자처럼 또는 한 줄기 파장처럼 시간의 흐름 위에 떠서 흘러가는 내 생명을 느낄 수 있다. _48쪽 『허송세월』에는 작가 김훈이 치열하고 바쁘게 보냈던 '허송세월'이 담겨 있다. 노년을 맞이한 작가는 '늘그막의 세월'을 일산 호수공원 벤치에 앉아서 햇볕을 쪼이면서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을 돌이켜보며 지금은 '허송세월'로 바쁘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부고로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호수공원의 소소한 풍경에서부터 사람, 삶, 죽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유독 나이듦과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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