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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의 잡학다설(雜學多舌)
100편 이상
경험/노하우 공유
대중적인
콘서트/페스티벌-재즈
재즈-팻 메시니 그룹 공연
특정 작가 매니아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_허정원, 생각의 공간 말 안 듣는 청개구리 이야기는 작가가 있는 《이솝 우화》와 달리, 예부터 전해오는 민담이다. 이 이야기에는 시대를 막론하고 부모가 말 안 듣는 아이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다양한 버전이 있겠지만, 엄마 말에 반항하며 반대로만 행동하던 청개구리 어린이가 속병이 난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처음으로 엄마 말대로 엄마 무덤을 물가에 지어(엄마는 이번에도 반대로 할 줄 알고 한 유언이었건만) 비올 때마다 엄마 무덤이 떠내려갈까 봐 큰 소리로 운다는 슬픈 줄거리가 골자다. 엄마가 좀 더 건강하셨거나,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다른 방법을 찾아내셨다면 좋았을 텐데. 아빠는 어디에서 뭘 하고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혼자 남겨진 청개구리 어린이는 그 아픔을 딛고 잘 성장해서 훌륭한 어른이 되었다는 후담을 써보고 싶기도 하다. 어릴 때 '흥, 말 잘 들으라는 이야기구나. 알겠어요. 끝!' 이 정도의 느낌으로 읽었을 뿐, 청개구리가 왜 반항하고 반대로 행동했는지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지금은 좀 의아하다. 하지만 그 어떤 버전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하긴, 반항심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본성이니까. 반항에 이유 따윈 필요 없다. 부모의 입장에서야 대화가 통하지 않는 아이의 반항이 힘겹겠지만, 아이는 성장하는 동안 반항의 시기를 온...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_허정원, 생각의 공간 나른한 오후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그레고리 포터Gregory Porter의 「If Love Is Overrated」 같은 곡이 흘러나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최애 곡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아마도 선곡이 사장님의 취향이지 않을까 싶어서고, 취향이 녹아든 공간을 좋아해서다. 그레고리 포터는 재즈 보컬 중에서 상당히 세련된 톤이면서도 동시에 묵직한 보이스다. 게다가 이 곡의 가사는 매우 절절하다. 트렌디한 카페에서 대낮부터 틀기에는 망설여질 만한 곡이다. 시간이 일러 살짝 어색하기도 하다. (물론 나는 좋지만.) 어색할 수도 있음을 아랑곳하지 않는 취향이 녹아든 공간은 매력이 한 스푼 더해진다. 전혀 다른 경험도 있다. 언제부터인지 회사 화장실에 들어가면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이 흘러나온다. 무난하게 여러 클래식을 틀고 있다고 하기에는 이 곡의 빈도가 너무 잦다. 좋아하는 곡을 화장실에서 듣게 되면, 뭐랄까 카페와는 다른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집에서 같은 곡을 틀면 나도 모르게 화장실 이미지가 떠오른다. 난감하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는 리사 오노 Lisa Ono의 「Pretty World」 앨범이 반복되고 있다. 인적이 드물고 어둑한 공간에 퍼지는 그녀의 목소리가 처량하게 들린다. 이런 곳에서 노래를 부를 뮤지션이 아닌데. 예전에는 클래식...
디지털과 아날로그 _허정원, 생각의 공간 유튜브 채널 <과학하고 앉아 있네>를 애독하고 있다. 이 채널이 재미와 유익성에 비해 아직도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이 채널은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대중화에 큰 몫을 했고, 다른 과학 프로그램이나 관련 연사들이 싹트는 과정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즐겨 보는 콘텐츠는 '격동 500년'. 한 과학자의 일대기를 조망하는 내용이다. 이름의 유래, 성장 과정의 시시콜콜한 일화에서부터 과학적 발견과 이론에 대한 상세한 설명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내용을 시간의 구애 없이 풀어내고 있다. 아인슈타인Einstein 편은 일곱 시간이 넘는다. 녹화 도중에 몇 번이나 쉬었을지, 화장실은 잘 다녀왔을지 궁금할 정도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흘러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긴 시간이 훌쩍 지나 있고, 머릿속에는 어렴풋하게나마 한 사람의 삶이 새겨진다. 과연 이런 방식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도 괜찮을까 싶기도 하지만, 구독자 입장에서는 감사할 따름이다. 그 콘텐츠 덕분에 과학의 역사와 발견, 주요 이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는데, 닐스 보어Niels Bohr 편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아날로그'를 끊김 없이 이어지는 연속형의 개념으로, '디지털'을 0과 1로 상징되는 있음과 없음의 끊김형(수치형)의 개념으로 이해한다. 음성 ...
떠나는 디자이너에게 _허정원, 생각의 공간 직장인의 마음 속 지도 어딘가에는 '이직' 이라는 향을 머금은 바람이 부는 곳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곳을 자주 기웃거리다 보면 바람이 거세지고 심란해져서 건강에 안 좋을 수도 있지만, 가끔은 그곳에서 바람을 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신의 가치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떠밀리다 보니 어느새 그 바람 부는 언덕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전화위복의 계기일 수도 있으니 너무 낙담하지는 말자. 위기가 기회가 되는 일은 정말로 많이 일어나니까. 함께 일하는 구성원으로부터 예정에 없던 면담 요청을 받았다. 그 친구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역할, 팀 내에서의 관계를 떠올리며 갑작스런 면담의 이유를 추측해본다. 내가 알고 있는 또는 듣고 있는 사실만으로는 예상이 안 된다. '드릴 말씀이 있는데···' 정도의 메시지. 뚜렷하게 주제를 밝히지 않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바로 주제를 물어보기도 하지만, 조심스러워하는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지면 궁금함을 남겨둔 채 스케줄을 정한다. 메시지로는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이다. 이런 면담 요청은 주로 힘들어하는 상황이거나 퇴직을 결정한 순간에 이루어진다. 평소에도 생각을 나누고 싶은 주제가 있을 때 부담 없이 면담을 요청하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