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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마케터 ·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 · 브런치 작가 요나 ❤️ 사랑하는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요나의 책방. 일본문학 번역은 저작권 문제 없는 근대문학 위주로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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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르는 꽃 로카 고엔 일본의 신예 호러 작가 로카 고엔의 연작 단편집, <죽음에 이르는 꽃>. 호러, 이야미스적인 요소도 있고, 싫어하지 않는 장르다. 출간 즉시 아마존 재팬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다고 하니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서미터 평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이 지옥에 탈출구는 없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건 꽤나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관계성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곳엔 사랑도 증오도 공존한다. <죽음에 이르는 꽃>은 누군가의 악한 마음을 양분 삼아 활짝 피어난 어두운 산타클로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니콜라이(니코)'라는 아름다운 남성이 '바바' 가문을 시험하고 또 시험한다. 그다지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는 이 일가는 서로를 끈적하게 미워한다. 어느새 잔뜩 일그러져 버린 가족을 천사인지도 악마인지도 모를 존재가 마구 뒤흔든다. 누군가는 니코에게 축복을 받으며 다른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다. 신기하게도 이 모든 일화에, 인간 존재에 대한 존엄이라거나 도덕이라거나 상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감히 일반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예상할 수 없는 형태로 어쩌면 신이란 이렇듯 추상적이며 즉흥적인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대체 바바 가문은 왜 이 남자에게 속절없이 홀려 버리고 말았는가? 수수께끼의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종착지는...? 한 일족이 끝내 미쳐 버리는 과정을 묘사하고, ...
제로의 늦여름 이와이 슌지 영화 감독 이와이 슌지의 첫 아트 미스터리 소설 <제로의 늦여름>. 다양한 색채의 아름다운 청춘, 로맨스 영화를 만들어 냈던 그가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을 쓰다니 놀랍기 그지없었다. 사실화를 소재로 마치 도시전설 같은 수수께끼에 적절한 로맨스 요소를 섞어 스릴 넘치면서도 어쩐지 청량한 느낌의 작품이 탄생했다. 찾아보니 표지 역시 사실화를 사용해 디자인했다고…… 정말 놀랐다. 보는 이를 매혹하는 그림 '나유타'라는 가명을 쓰며 절대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사실화 화가가 있다. 주로 인물화를 그리며 결과물은 흡사 사진을 방불케 한다. 현실을 그대로 복제하는 사진 기술이 발달한 요즘, 사실화가 가지는 예술적 가치는 여러모로 퇴색되고 있지만 나유타의 그림은 무언가 다르다. 그런 그에게 언젠가부터 사신이라는 별명이 뒤따른다. 나유타가 그린 인물은 무조건 죽는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이야기는 한때 재능 넘치는 화가를 꿈꿨던 카논이 나유타의 그림에 매혹되고 그를 취재하기 위해 여기저기 발품을 팔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흐름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하기도 하며 딱히 새로울 것도 없지만, 나유타에 대한 알쏭달쏭한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이 두꺼운 분량의 페이지는 순식간에 휙휙 넘어가 버리고 만다. 영상화를 염두에 둔 것인지 아니면 저자의 개성이 그저 고스란히 담긴 것인지 문장 속에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은 색채가 듬뿍 ...
토끼들의 섬 엘비라 나바로 스페인 문학은 <돈키호테> 이래로 별로 접해 본 적이 없는 듯하다. 내게는 조금 낯선 문화권이다. 그래서 그런지 <토끼들의 섬>은 내게 연신 독특한 느낌을 자아냈다. '환상과 악몽을 오가는 매혹적인 세계'라는 말처럼, 금방이라도 현실에서 벗어날 듯하면서도 마지막 한 발걸음은 문 너머로 옮기지 않는 기묘하고도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환상과 악몽을 오가는 매혹적인 세계 표제작 <토끼들의 섬>에선 내가 전혀 상상치 못했던 전개가 펼쳐졌다. 섬을 망가트리는 흰 새 무리를 쫓아내기 위해 풀어 둔 토끼 몇 마리가 어떤 재앙을 몰고 올지 누가 알았겠는가. 조금은 잔인하고, 출구 없는 미로처럼 느껴지는 절망적인 세계가 괴기스럽게 펼쳐진다. 이어 한쪽 귀와 발에 이상을 느끼고 그것을 숨기려는 여자, 집착이 심한 애인과 헤어지고자 하는 여자, 공중에 떠있는 할머니와 표지판 하나 보이지 않는 거리를 걷는 이야기, 마약과 정신병, 알 수 없는 소음에 시달리는 주인공, 페이스북에 얽힌 한 부부의 스토리와 가짜 결혼식, 점술과 메시지에 얽힌 이야기 등 초현실적인 세계를 바탕으로 쓰인 이 얽히고설킨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 나가며 독자는 무수한 환상을 맛본다. 태풍의 눈처럼 잔잔한 듯하면서도 금세 휘몰아치고 마는 엘비라 나바로의 세계관은 기묘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가 어딘가 비틀린 이 이야기들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
가면의 고백 미시마 유키오 <가면의 고백>은 미시마 유키오의 첫 장편 소설로 전후 문학 중 최고의 작품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금각사>와 마찬가지로 한 청년의 자기기만 가득한 고뇌의 독백이 가감없이 흐르고, 나르시시즘과 자기혐오가 혼재한 독특한 분위기가 무척 개성적이다. 혹자는 자전적인 소설이라고들 하는데 사실상 모호한 정보라 참고만 하기로 한다. 그것은 이미 연기가 아니었다. 쇼와 초기 시대를 배경으로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에 깊게 시달리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떻게든 여성을 사랑해 보려고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순간에 주요한 깨달음을 얻어 체념해 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란……? 귀도 레니의 <성 세바스티아누스>를 보고 흥분하는 취향을 가진 주인공은 결국 육체파 동급생을 보고 저항할 수 없는 망상에 빠지고 만다. 전쟁이라는 비일상적인 상황과 이성을 사랑해야 한다는 자기최면 그리고 이성을 사랑할 수 없어 초조한 마음이 한 데 얽혀 세워진 불균형한 기둥은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가져 온다. 그리하여 '가면'이다. 남들과는 다른 성향을 가진 남성이, 어떻게든 '일반적'이라고 하는 가면을 쓴 채 정중하게 욕망에서의 해방을 꿈꾼다. 성적 욕망은 분명 그릇된 것이 아니거늘 어떻게든 숨기고 자신도 속여야 하는 세태가 안타깝다. 그 억압이 더욱 다양한 페티시즘을 이끌어냈다는 사실 또한 너무나도 모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답답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