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환자들에게서 나와 내 가족을 본다. 진료실을 찾아온 60대 남성은 고혈압으로 혈압약을 처방받기 위해 온 환자였다. 외로울 때마다 술을 찾는다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아버지는 퇴직 후 홀로 시골로 내려가는 길을 택하셨다. 8년 동안 아버지는 귀농 생활을 성실히 이어가셨다. 여름철이면 텃밭에서 수확한 싱싱한 채소들을 보내주기도 했고, 가을이면 마당 감나무에서 딴 대봉을 한 상자씩 서울로 올려보내기도 했다. 문제는 겨울이었다. 마땅히 할 일 없이 보내야 하는 농촌의 겨울은 아버지에게 견디기 힘든 고독을 안겨 주었다. 그해 겨울이 끝나가던 어느 날, 아버지는 쓰러지셨다. 그제야 나는 아버지의 술 문제가 겨울이면 반복되고 있었고, 최근 3개월간은 밥 대신 술만 드시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웃 하나 없는 적막한 곳에서 홀로 지내셨던 아버지. 아버지가 그동안 보내주셨던 수확물은 아버지의 고독의 산물이었다. 자발적으로 택한 귀향은 고독한 삶이 되었고, 그 고독은 술로 이어졌다. 알코올 중독으로 중환자실과 전문 센터를 거치면서 깨달았다. 고독은 사람의 힘으로, 혼자서는 이겨낼 수 없는 것이다. 아버지를 서울로 모시고 오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제안 드렸다. 주민센터 문화 활동도 좋고 일자리도 좋았다. 아버지는 시골에서 홀로 농사를 짓는 대신,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일을 찾으셨다. 공공 기관의 일자리 사업에 지원하셨...

안녕하세요. 내과 의사의 건강한 잔소리 닥터 키드니예요. 진료실에서 약 뿐 아니라 건강한 습관을 처방하는 생활습관의학 전문의이기도 합니다. 저는 과거 궤양성 대장염으로 건강을 잃은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수년간은 제 삶의 우선순위를 건강으로 두며 살았습니다.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삶이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가끔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발생했습니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는 데도, 객관적으로는 건강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거든요. 그럴 때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가족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고 행복하지 않다는 느낌이 반복되었습니다. 생활습관의학을 공부하던 중 발견한 하버드 대학의 연구를 읽으며 무릎을 쳤습니다. 저의 구은 바로 '관계'였습니다. 하버드가 밝혀낸 건강과 행복의 조건 :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 1938년 하버드 대학의 연구진들은 하버드 대학 2학년생 (268명), 보스턴 최 빈곤층 14세 소년 (456명) 등의 삶을 추적 관찰했습니다. 목적은 무엇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드는지 알아보고자 했죠. 연구진은 2년마다 참가자들을 인터뷰했고, 5년마다 의무 기록을 수집했습니다. 15년마다 직접 만나 심층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건강 기록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관계, 직장 생활,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 삶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