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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인플루언서 / 서평쓰기 애호가 / 브런치 작가 / 독서토론 강사 / 호.혁.선.율 4남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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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택한 소명에 대해 생각하는 어느 긴 하루의 밤

#서평읽기 #61일차 오늘의 서평 어느 긴 하루 밤 - 클레어 키건 ‘푸른 들판을 걷다’ 사소한 고백이지만 ‘푸른 들판을 걷다’에 실린 단편소설들을 읽고 나서야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이 좋아졌고 왜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 계기가 단편소설이라는 게 나에게 특별하게 느껴졌는데, 소설에 대해 배우고 되짚어보게 된 점이 많아서인 듯하다. 특히 클레어 키건은 단편에서 시간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하는 일, 결말에서 남겨야 할 점에 대해 잘 알고 그것을 공간과 함께 섬세하게 엮어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곱 편 중에서 ‘푸른 들판을 걷다’의 첫 장은 단편에서의 도입부란 이래야 한다는 정석 같아 보인다. 성당에서 마을 사람들과 사제가 신부를 기다리고 있다. 결혼식이 열리는 날인데 신부가 늦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직접적인 문장은 없고 작가는 이렇게 표현한다. “오르간 연주가가 바흐의 토카타를 한 번 더 천천히 연주했지만 의심의 전율이 신자석에 퍼져 나갔다.” 신부를 기다리는 사제가 고개를 들어 열린 문을 바라볼 때 “4월의 하늘에서 창백한 구름이 갈라지고” 있었고, 곧이어 “구름이 쪼개져 흘러가기 시작하더니” 신부의 아버지가 신부를 데리고 나타난다. 이 첫 단락만 읽었는데도 의심의 전율, 창백한 구름, 갈라지다, 쪼개지다, 흘러가다, 라는 등의 어휘에서 작가의 의도 즉 이 결혼식에는 무언가 감춰진 사실이 있으며 누군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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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고 길렀던 것을 빼앗긴 소년의 행동

#서평읽기 #60일차 오늘의 서평 [조경란의 얇은 소설] 소년은 행동한다 나는 오키나와라는 지명을 들으면 작가 메도루마 슌이 먼저 떠오른다. 한곳에 오래 사는 작가에게 거주지, 장소애(場所愛)의 의미가 소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이기도 하고 특히 거의 십오 년 전에 처음 읽은 뒤로 성장소설을 떠올릴 때마다 다시 들춰보게 되는 단편 ‘투계’의 공간 역시 오키나와라 그럴 것이다. 성장의 가혹한 아픔을 겪는 소년 다카시의 생생한 감정과 마지막 행동 때문에라도 잊을 수 없는 단편이다. 그리고 그러한, 부족한 어른들로 인해서 하지 않아도 되는 통과의례를 겪을 수밖에 없는 많은 소년에 관한 생각을 저버리기 어려워서도. 다카시는 초등학생이고 지금은 여름이다. 아버지 요시아키는 낚시, 분재 등 취미가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투계에 빠져 있다. 직접 부화시킨 병아리를 키워 도박판에서 푼돈을 벌기도 하고 오키나와산 투계를 지칭하는 ‘다우치’ 사육법에 관해선 누구보다 박식해 인근에서 사람들이 배우러 찾아올 정도이다. 투계로 도박판을 벌이는 건 오키나와에서도 불법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다우치를 일회용품으로 취급하지 않고 단순히 돈을 버는 것도 목적이 아니며 “강한 닭을 제 손으로 키우고 소유하는 게 다우치 사육자의 긍지”로 알고 있다. 다카시가 5학년이 되자 아버지는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병아리 한 마리를 키우라고 주며 말했다. 네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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