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키워드 33
2021.08.21참여 콘텐츠 1
[드라마리뷰] 보건교사 안은영 - 그렇게 태어난 걸 누굴 탓해

안은영의 세계는 젤리로 이루어져있다. 조금 이상한 이야기같지만 사실이다. 얼핏 평범한 고등학교 보건교사처럼 보이는 그녀는 사실 남들이 볼 수 없는 걸 볼수 있다. 사람들의 감정덩어리라던가, 죽은 사람의 영혼이라던가. 아무튼 뭐 그런 무수한,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것들이 은영에게는 젤리의 형태로 보인다. 특별하다기보다는 조금 피곤한 이야기다. 때로는 귀엽기도 때로는 무시무시하기도 한 젤리를 상대하기 위해 언제나 무지개칼과 비비탄 총을 구비하고 다녀야 하니까. 드라마는 단지 젤리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졸지에' 히어로가 되어버린 은영의 일상을 그린다. 그녀에겐 일상이지만 우리에게는 조금 남다른 에피소드들이기는 하다. 갑자기 학교의 학생들이 떼지어 옥상에 올라가 투신하려 한다거나, 운동장이 무너지고 흡사 두꺼비같은 젤리인지 요괴인지 모를 것이 튀어나오는 광경이 평범할 수 있을 리가. 주인공 안은영은 그렇게 무너지고 엉망이 된 세계 위를 하얀 가운을 입고 달린다. 사명감이라기보다 어쩔 수 없어서 그렇다. 사실 안은영은 그냥 나 하나 지키면서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 근데 어쩌겠는가. 저런 게 보이도록 태어나버린 걸. 저런게 보여도 외면할 수 없는 사람으로 태어나 버린 걸. 그녀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면서도 결코 호락호락하게 순응하지 않는다. 악을 쓰고 소리를 치며 마음껏 운명에 삿대질한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

2021.08.21
2021.03.10참여 콘텐츠 4
[드라마리뷰]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15회 16회 - 한 걸음 물러서자 선명해지는 + 마지막회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15회 16회 - 한 걸음 물러서자 선명해지는 현승은 언제나 ‘괜찮다’고만 했다. 담담한 얼굴로 미소짓는 현승 앞에서 송아는 자꾸만 작아지고, 또 미안해졌다. 혹시 내가 나의 이기심으로 너의 시간을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럽지사의 일 때문에 현승과의 약속이 번번이 뒤로 밀릴 때마다, 애써 실망을 감추며 격려해주는 현승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송아는 조금씩 조금씩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너를 위해서, 이제 그만 너를 놓아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그러니까 그 때, 그녀가 현승의 손을 놓은 건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사랑해서였다. 정말 사랑한다면 많이 아프고 괴롭더라도 그를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게 송아가 현승을 사랑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현승도 그런 송아의 마음을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괴로운 얼굴로 그녀가 자신을 밀어내던 그 순간, 그녀를 이해하는 마음보다 두려움이 더 앞섰다. 모질게 자신을 잘라내는 송아의 마음이 어떤 건지 알면서도 쉽게 버림받은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 때까지 현승의 삶에서 송아는 전부였다. 자기 삶에서 송아를 비우고 나면 남는 것은 무엇도 없었다. 송아와 헤어진 1년은 현승에게 그런 시간이었다. 속이 텅 비어버린, 이 세상에 홀로 뚝 떨어진 것만 같던 어둡고 외로운 시간. 그렇기에 다시 돌아온 송아를 현승은 쉽사리 ...

2021.03.10
[드라마리뷰]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13회 14회 - 같은 곳을 바라본다면 + 15회 예고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13회 14회 - 같은 곳을 바라본다면 송아는 유럽 TF팀에 합류하는 문제를 두고 고민에 휩싸인다. 일에 대한 송아의 애정은 남다르다. 그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충분히 만족하며, 본인이 다는 회사와 브랜드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도 있다. 하지만 같은 회사에서 일을 계속 해 나갈수록, 이 앞에는 뭐가 있을까,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송아에게 유럽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이번 기회는 말 그대로 언제 올지 모르는 천운같은 것이었다. 이전에는 재신이 유럽 TF팀을 이끌었기 때문에 미련 없이 털어냈지만, 재신도 회사를 떠나고 송아의 능력을 믿어주는 선배가 TF팀을 맡게 된 지금, 송아는 자기 앞에 놓인 천금같은 기회에 자꾸만 흔들린다. 현승은 송아의 마음을 알고 있다. 송아에게 일이 어떤 의미인지도. 하지만 송아가 내심 유럽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현승은 할 수만 있다면 그녀를 붙잡고 싶었다. 두 사람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지금 송아를 유럽으로 보내고 불안해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아는 생각을 곱씹을 수록 스스로가 유럽에 가고싶어한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현승과의 관계가 소중하지 않아서, 그를 덜 사랑해서는 아니었다. 다만 오래도록 남을 후회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현승은 조금 힘들지만 송아의 결정을 받아들인...

2021.03.03
[드라마리뷰]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11회 12회 -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 13회 예고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11회 12회 -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우리는 같은 편이다. 여러 사건 사고를 거치는 동안 현승과 송아는 서로에게 그런 확신을 갖게 된다. 애써 개발한 제품을 다른 팀의 농간으로 뺏기는 기분이 들었을 때에도, 과거의 일이 뜻밖에 새어나가 회사 내에 지저분한 소문으로 번져나갈 때에도, 그들은 서로의 곁에서 든든한 지지가 되어준다. 나는 당신이 잘 해나갈 것을 믿고, 나는 당신이 무너지지 않을 것을 믿는다고. 그리고 그 옆에는 반드시 내가 함께 있겠다고. 드라마는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현승의 누나인 연승 부부의 일, 재신과 효주의 에피소드를 통해 ‘사랑’이란 감정이 우리에게 건네는 신뢰와 지지에 대해 말한다. 뜨겁지는 않지만 자상한 남편 우현과 안온한 가정을 꾸리고 있던 연승은, 뜻밖에 우현의 과거를 알게 되고 혼란에 빠진다. 다른 것보다, 가장 믿었던 사람이 나를 기만했다는 사실이 연승을 혼란스럽게 한다. 당장 그에게 뭐라 따져묻지 못하고 아무것도 못들은 척 넋 나간 얼굴로 돌아서는 연승의 얼굴은, 이후 이들 부부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궁금하게 했다. 한편 효주는 결혼을 앞두고도 좀처럼 곁을 주지 않는 재신으로 인해 엄청난 감정의 기복을 보였다. 재신에 대한 효주의 감정은 사랑보다도 집착에 가깝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 나름대로, 부부로서 한 가족으로 재신을 지지하고 힘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2021.02.24
[드라마리뷰]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10회 - 다 거는 거, 그거 내가 하면 되니까 + 11회 예고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10회 - 다 거는 거, 그거 내가 하면 되니까 송아도 처음부터 엄마에게 모진 소리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 말까지는 하지 말아야지, 그래도 아픈 사람이니까 조용히 곁을 지켜야지. 몇 번이고 다짐을 하지만 정작 엄마와 몇 마디를 나누는 동안 대화는 서로를 상처 입히는 방향으로 변질되어 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해서 과거의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 한 번도 제대로 위로받지 못한 청소년기의 상처는 송아의 안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모든 결핍과 상처에 대한 대가를 송아가 치르길 원했고. 그것은 송아에게 그 때도 지금도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다. 언제나 돈만 바라던 아버지를 잃은 재신의 기분을 송아가 별 노력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재신이 아버지에게 느꼈을 모순된 감정을 송아 역시 엄마에게 느끼고 있으니까. 짐같고, 떼어내고 싶고, 밀치고 싶으면서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차마 놓아버릴 수 없어서 스스로 더 괴로워지고 마는 마음. 재신에겐 돈에 미친 아버지가 그랬고, 송아에겐 죽은 아버지를 놓지 못하는 엄마가 그랬다. 아픈 엄마에게 보호자는 송아 뿐이다. 몸이 아픈 엄마를 간호하는 것은 차라리 버겁지 않다.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은 함께 있는 동안 엄마가 뱉는 말들, 원망들, 이제와 용서와 이해를 구하는 태도들이다. 남편을 잃고 하나뿐인 딸에게...

2021.02.17
2024.07.18참여 콘텐츠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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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놀아주는 여자 11회 - 나를 버티고 견디게 한 기억 +12화 예고

놀아주는 여자 11회 리뷰 놀아주는 여자 11화 리뷰 + 본 리뷰에는 '놀아주는 여자 11회'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달달하다 달달해 달달함량 초과로 시작되는 11회. 지환이 선물한 해바라기가 은하의 침대 옆에 소담하게 놓여있다. 아침 햇살은 밝고, 오늘따라 왠지 몸도 가뿐한 것 같고... 아무튼 모든게 다 좋다. 꼭 맑은 날이 아니었어도, 흐리면 흐린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좋았을 테다. 원래 사랑에 빠진 처음이란 그런 법이니까. JTBC 놀아주는 여자 11회 NAVER TV 아침 식사 하러 내려온 부엌에서 두 사람이 꽁냥대는 걸 보다가 화면을 잠깐 덮었던 사람 여기 있습니다.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 달달해서.. 꿀 떨어지는 장면에 혈당 스파이크라도 올까봐...?(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화면 속 아침 식탁에도 진짜 꿀이 생성되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나는 이 드라마의 이런 만화적 설정과 연출을 좋아한다. 그런 코드를 좋아하기도 하고, 이 드라마의 색채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기도 하고. 이와중에 두 사람의 연애를 눈치 챈 사람이 홍기 뿐이라는게 신기할 따름. 아무튼 돌고 돌아 고백 한번 하기가 그렇게 어렵더니, 서로 마음을 확인한 뒤에는 아주 난리도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사실 로코에서 막상 커플이 이어진 뒤에 긴장감이 뚝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 드라마는 오히려 재미가 배가 됐다. 마치 내가 저 ...

20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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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놀아주는 여자 10회 - 검정이 무지개가 될 때 +11화 하이라이트

놀아주는 여자 10회 리뷰 놀아주는 여자 10화 리뷰 +본 리뷰에는 놀아주는 여자 10회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청소가 웬말이야 "안 들어오실 만하네요. 거기까지 가서 청소 얘길 했어요?" JTBC 놀아주는 여자 10회 NAVER TV 그러니까. 어떻게 하다하다 할 게 없어서 청소 얘기가 나왔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기 자신조차 한심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와 다시 생각해봐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장현우 검사는 지환이 보기에도 그럴듯한 남자다. 조폭 출신에, 사방에 적을 둔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류의 인간. 조건적으로 따져보아도 자신이 한참 밀리는 데다, 은하를 생각해도 과연 자신이 뭔가를 욕심내어도 되는지 그는 갈피를 잡지 못한다. 어쩌면 '평범'하지도 못한 자신보다, '안전'한 세상에 있는 장현우가 은하에게 더 어울리는 사람은 아닐까. 그때, 가만히 그의 말을 듣던 일영은 나지막이 일침을 날린다. "본인이 되게 특별하다고 생각하시나본데, 그거 자의식 과잉이에요." 사실 그렇다. 이건 지환의 입장에서 재고 따지고 할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저 좋아하는 마음 하나에 집중하면 그뿐이다. 결정은 나의 고백을 들은 상대의 손에 달려있다. 설령 두 사람을 놓고 저울질을 한다고 해도 그건 '고백을 받은 사람'의 몫이란 이야기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어진 것은 그저,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 까지다. ...

2024.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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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놀아주는 여자 9회 9화 - 비록 한 발 늦었지만

놀아주는 여자 9회 리뷰 놀아주는 여자 9화 리뷰 + 본 리뷰에는 '놀아주는 여자 9회'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호의'와 '사랑' 사이 은하는 지환의 집에서 나가기로 마음 먹는다. 갑작스러운 '독립선언(?)'에 미호가 까닭을 묻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나한테 그러더라? 반경 50m 내에 들어오지 말라고. 그땐 일부러 겁주려고 한 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그게 진심이었어. 그 사람 나름 정확하게 말을 한 거야." 은하의 입장에서 지환은 도통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처음엔 저만치 먼 사람 같았는데 어느 날 불쑥 가까워져있고, 그래서 이만큼은 가까워진 건가 싶어서 손을 내밀면 또 저만치보다 더 멀어져 있는. 아마 그 나름대로의 까닭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은하에게 필요한 건 복잡한 까닭보다 그저 지환의 진심 하나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저 용기없는 남자는 그 '하나'를 열어 보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고, 은하는 자신만 애매하게 헷갈리며 기대하고 실망하는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JTBC 놀아주는 여자 9회 NAVER TV 처음에는 무섭기만 했던 그가 꽤나 이타적이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건 이제 그녀도 잘 안다. 오히려 알기에 더 헷갈리는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보이는 친절과 다정이, 그저 이 사람 입장에서는 누구에게나 당연한 '호의'일 뿐인지도 모르니까. 만약 그런 거라면, 은하는 더 이...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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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놀아주는 여자 8회 8화 - 너는 그런 세상에 살면 좋겠어

놀아주는 여자 8회 리뷰 + 본 리뷰에는 '놀아주는 여자 8회'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10년 전 지환에게는 지나온 삶 중 아프게 남아있는 몇 장면이 있다. 10년 전 사건은 아마도 그 중 하나일 터다. 그 무렵 지환은 아버지 서태평에 대한 정보를 경찰에 넘겼다. 지환으로서는 많은 위험을 감수한 선택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최대한 빨리 눈 앞의 일들을 해결하고 조직을 해산하려고 했다. 아마도 그건 원하지 않는 삶에서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앙심을 품은 고양희는 그날 호텔에서 지환을 칠 계획을 세웠고, 그 결과는 무고한 사람들의 피해로 돌아갔다. JTBC 놀아주는 여자 8회 NAVER TV "그렇긴 해도,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었잖아요." "그게 어떻게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야? ...다 나로부터 시작된 건데." 지환은 늘 제 주변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책임감을 갖는다. '책임감'은 그 일에 존재했던, 혹은 휘말렸던 사람들에 대한 가책으로 이어지곤 한다. 10년 전 그 일 역시, 당장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사실보다 그에게는 '누군가의 피해'가 더 오랜 마음의 짐으로 남았다. 은하를 밀어내는 그의 마음은, 평소 그가 갖는 이런 태도와 성품으로 인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그는 소중한 것을 갖기보다, 소중한 것을 지키는 쪽에 더 익숙한 사람이다. 안 그래도 위험 투성이인 제 인생에 굳...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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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놀아주는 여자 7회 7화 - 마음을 열 수 밖에 없던 한 사람

놀아주는 여자 7회 리뷰 + 본 리뷰는 '놀아주는 여자 7회'의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한 사람 은하는 누군가의 헌신이 쉽지 안다는 것을 안다. 어린 시절의 은하는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아빠는 집을 비우는 날이 잦았고, 엄마는 사는 게 바빠 딸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따뜻한 성정을 지녔지만 막연히 알고 있다. 여유있는 시절의 친절은 쉬워도, 여유없는 상황에서의 나눔은 어렵다는 걸. 떄로 자기 자신이 몰린 상황에서는 부모조차 자식을 방치하기도 하니까. 그렇기에 냉동창고에서 지환이 저를 감싸준 일이 은하에게는 더욱 특별했을 것이다. 어렴풋이 느끼던 그의 마음이 아마 그 순간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자신이 얼어붙을 것같은 와중에도 제 겉옷을 다 벗어주고 남은 온기를 전부 나누어줄만큼, 이 사람은 나를 소중히 여기는구나. 하고. 그래서, 정신이 들자마자 지환을 보았을 때 그녀는 불쑥 한 가지가 궁금해졌다. "나한테 왜 그렇게 잘해줘요? 나는 서지환씨한테.. 뭐예요?" JTBC 놀아주는 여자 7회 NAVER TV 지환은 쉽사리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자신의 마음을 이미 자각하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말해야 하는지 그는 잘 알지 못한다. 그보다 앞서, 아 마음을 표현해도 괜찮은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는 은하를 좋아하면서도, 늘 그녀에게 다가서는 일 앞에서는 한걸음 물러서곤...

2024.07.05
2024.07.16참여 콘텐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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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리뷰] 최강야구 90회 - 최강몬스터즈 vs 인하대 : 문교원 씨의 홈런 + 91회 예고

최강야구 90회 리뷰 : 최강몬스터즈 VS 인하대 기다림 끝에 마주한 최강야구 90회. 무난무난하게 쭉 보다가 방송 후반부에 도파민이 제대로 터졌다.. 덕분에 도저히 리뷰를 쓰지 않고는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남기는 글. 아니 처음에 전력 분석하고 문교원 선수 하늘색 유니폼 입고 쫑쫑 걸어다닐 때까지만 해도 오 유니폼 귀엽다, 오늘 재미있겠네 하는 기분이었는데 웬걸. 이게 무슨 일이야 진짜 JTBC 최강야구 90회 NAVER TV 경기는 1회 초, 문교원 선수의 안타로 인하대가 선취점을 차지하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이후 인하대 선발투수 임현준 선수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 내용을 보이며 몬스터즈가 연이어 득점을 따냈다. 인하대는 이렇다할 득점을 내지 못해 점점 점수차가 벌어지던 상황. 이때부터 경기 분위기는 완전히 몬스터즈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JTBC 최강야구 90회 NAVER TV 오늘은 몬스터즈 타자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10경기만에 5할 타자가 된 임스타를 비롯해서, 상위타선은 물론 하위타선 타자들까지 연이어 좋은 타격을 보여줬다. 몬스터즈는 용검써니 해설처럼 말 그대로 '거를 타선이 없는' 경기 내용을 보여주었다. 거기에 정성훈 선수의 멋진 호수비. 3루에서 볼을 낚아채는데 가히 모두가 놀랄만한 반응속도였다(..) 이러니 3루수를 안 뽑는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 JTBC 최강야구 90회 NAVER TV 아니 여기까지만...

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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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야구 예고 - 최강의 타자 문교원 씨

지난 주 최강야구 예고편을 보고 뛰기 시작한 나의 심장 시즌 3 10번째 경기가 문교원 선수가 속해있는 인하대와의 경기라니 최강의 타자 문교원 '씨'?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대체 무슨 활약을 어떻게 했길래 '우리 막내 교원'이는 문교원 씨가 되어버렸을까. 두 개의 예고편을 일주일간 얼마나 돌리고 돌리고 또 돌려봤는지 모른다 그 와중에 신재영 선수가 5안타! 를 외친 것 같았는데 누가 어떤 활약을 펼친 건지도 궁금하고 또... 문교원 씨가 되어버린 문교원 선수는 ㅋㅋㅋㅋ 왠지 예고는 홈런 각이던데 정말 홈런을 쳤는지 아닌지도 궁금하다. 내가 야구 예능을 보면서 다음 내용을 궁금해하고 들뜨는 날이 온 게 신기할 따름 선업튀를 보내고 팍팍했던 나의 월요일에 최강야구라도 없었다면 어쨌을까 싶다 정말 아니 시즌3 10연승이 코앞인데 말야 스테이지 1 전승을 눈앞에 두고 막내네 팀과 붙다니 최강야구 90회 예고 캡쳐 그동안 문교원 선수는 수비 문제로 몬스터즈 경기에서는 별다른 기회를 갖지 못했었는데.. 이번 기회로 자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10연승도 했으면 좋겠어.. 그냥 문교원 씨 적당히 활약만 하고 이기는 건 몬스터즈가 하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다려진다 10시 30분 최강야구 연출 미등록 출연 이승엽, 박용택, 송승준, 이택근, 정성훈, 정근우, 장원삼, 서동욱, 정의윤, 유희관, 이홍구, 한...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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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리뷰] 최강야구 86회 - 대구고 2차전 : 세상엔 참스승이 많습니다

대구고 에이스 배찬승과의 승부가 예고된 터라 기대를 모았던 최강야구 86회. 대구고 2차전의 라인업은 지금까지와 다르게 좀 변화가 있었다. 선발투수 이대은 1번 2루수 정근우 2번 유격수 임상우 3번 지명타자 박용택 4번 1루수 이대호 5번 3루수 정성훈 6번 좌익수 정의윤 7번 포수 박재욱 8번 중견수 최수현 9번 우익수 김문호 우리 상우가 2번 타자가 되다니... 아무튼 힘내요 문어를 외치며 시작한 대구고와의 2차전. 1차전에 등장하지 않았던 배찬승이 2차전에는 선발로 등판했다. 심상치 않은 배경음악과 대구고 감독님의 믿음의(?) 인터뷰와 함께 등장한 배찬승 선수. 최고구속 152km/h 라는 기록과 함께 방송에도 별다른 말 없이 '그냥 에이스' 라는 말로 설명되었다. 커브와 슬라이더가 이미 프로 레벨의 평가를 받고 있다는 걸 보면 그럴만도 한듯. 이미 1차전에서 패배한 대구고는 독이 바짝 올라 있었고 당연히 배찬승도 공격적인 투구를 선보였는데, 이에 1번 타자 정근우 선수와 2번 타자 임상우 선수 모두 출루하지 못하고 아웃되었다. 저 녀석 에이스라더니 진짜잖아...? 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던 상황. 배트 크게 휘두르며 등장하는 욕망택 '아무노래'를 배경으로 해맑게 등장하는 연출도 웃겼는데 그 뒤에 흘러나온 송승준 선수의 한 마디가 날 빵 터지게 함 "점점 가망이 없어진다" ㅋㅋㅋㅋ 아니 왜 아직 모르는 거잖아요!! 그러나 모두의...

2024.06.18
2021.07.03참여 콘텐츠 5
[리뷰클립] 어쩌면 멸망에게 이름이란 건

세상 모든 것에는 고유의 명칭이 있다. 책상이나 침대, 선풍기나 리모컨, 바위나 나무나 꽃같은, 뭐 그런 것. 인간은 세상의 있는 많은 것들을 지칭하기 위해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사람은 조금 다르다. 우리는 모두가 사람이다. 그 중 누군가 한 사람을 부를 필요가 없다면, 우리 모두에게도 그저 '사람'이라는 명칭 하나면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알고있듯 우리는 그렇게 살 수 없다. 수 많은 사람 중 내가 아는 '너'는 한 사람 뿐이니까. 그러니 누군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름을 붙이는 까닭은 수 많은 사람 중에 '너'를 부르기 위함이다. 저 멀리에서도 누군가 부르면 돌아볼 수 있도록. 그런 의미에서 멸망에겐 다른 이름이 필요치 않았다. 신이 그저 신일 뿐인 것처럼, 멸망도 그저 멸망으로 족했기 때문이다. 어떤 누구도 굳이 멸망이 어떤 존재인지 구분해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멸망은 그저 죽음이고 끝이고 그 외의 모든 나중일 뿐이었으니까. 사람들에게 멸망이란 그저 주변에 있는 사물과 다름 없는 존재였다. 우리는 책상을 책상이라 이름지었지만 책상에게 책상아, 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멸망도 마찬가지였다. 그를 지칭할 용어가 필요하긴 했으나 그를 부를 이름까지는 필요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던 까닭에. 멸망은 한 때 사람 사이에 섞이고 싶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를 불러주는 곳도 돌아갈 곳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택했다. ...

2021.06.12
[리뷰클립]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 빛의 마지막 자리, 어둠의 첫번째 자리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 빛의 마지막 자리, 어둠의 첫번째 자리 멸망에게 동경은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삶'이다. 어제, 소녀신은 동경을 멸망의 현관으로 안내했다. 처음 멸망이 불쑥 동경의 현관으로 들어온 그 날처럼. 살아있는 동경에게 어느 날 불쑥 멸망이 찾아왔듯, 어둠과 끝뿐인 멸망에게 최초로 생이 찾아온 것이다. 뭐라 이름붙일 수 없는 감정을 차마 사랑이라 부르지도 못해, 멸망은 자기 마음에 그녀의 이름을 붙인다. 탁동경, 하는 부름은 이제 멸망에게 생과 사랑 그 자체이다. 아마도 지금 그에게 가장 두려운 일은 그렇게 부를 이름이 사라지는 순간일 테다. 잠시 소녀신이 세상에서 앗아갔을 때의 두려움. 멸망은 그 두려움을 안고 다시 영원을 존재할 자신이 없다. 그렇기에 엔딩, 동경의 뒤에 선 멸망의 모습은 더욱 서글펐다. 이모는 동경의 인생에서 행운과 희망을 의미한다. 가장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를 잃었을 때, 행운은 상실의 슬픔과 같은 얼굴을 한 채 나타나 동경을 안아주었다. 동경의 뒤에 선 멸망이 지금 그녀의 삶에 사랑인 동시에 멸망이라면, 이모는 동경의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첫번째 멸망 뒤에 찾아온 새로운 희망이었다. 멸망은 저만치 희망을 마주한 동경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동경. 그 중 멸망은 죽음과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빛의 마지막 자리, 어둠의 첫번째 자리. 멸망은 거기...

2021.06.02
Q. 삶을 동경하는 멸망, 둘에 대한 물음표

현재 블로그에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리뷰를 올리고 있는데요. 몇몇 분들이 멸망과 동경 사이의 계약 조건에 대한 질문들을 댓글에 주셨더라구요. 사실 저는 씽크빅 돋는 다른 리뷰어님들과 달리 감정선 따라가기 급급한 시청자라(...)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짧게 정리하는 글을 읽으면 두루두루 함께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멸망과 동경 사이의 계약 조건은 크게 세가지인데요. 1. 멸망은 동경이 죽을 때까지 100일 동안 병으로 인한 통증에서 자유롭게 해주고, 그녀가 원하는 소원을 하나 이루어준다. 2. 대신 동경은 죽기 전에 세상의 멸망을 소원해야 한다. 3. 만약 동경이 세상의 멸망을 빌지 않을 경우, 동경 대신 동경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 멸망이 동경과 이런 계약을 맺은 것은, 세상을 멸망시키고 자기 존재를 없애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존재가 아닌 그는 스스로 죽을 수도 사라질 수도 없는 존재이죠. 그래서 세상이 사라지면 혹시 자기도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보았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의 입장에선 별 미련 없던 세상에, 미련을 가질만한 존재가 생겼기 떄문이죠. 본래 세상에 있는 그 누구도 멸망의 존재를 알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사람들에게는 각기 다른 얼굴로 보여졌기 때문에, 진짜 멸망의 얼굴을 아는 존재는 오직 신과 멸...

2021.05.26
[리뷰클립] 드라마 속 '멸망'이 읽고 있던 책 :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 리셋의 의미는 뭘까?

지난 회차부터 멸망이 읽고 있는 시집이 내내 눈에 띠었다. 기형도 시인의 '입 속의 검은 잎'. 워낙 좋아하는 시집이라 가끔 펼쳐보곤 하는 책인데, 드라마 속 멸망이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좀 새롭기도 했다. 하긴 기형도 시인이야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작가이니,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이 놀랍거나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기도 하다. 어제의 엔딩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 멸망과 저 시집을 연결해보자니 생각나는 구절들이 있어서 오랜만에 책을 꺼내 페이지를 뒤적였다. 그 중 드라마 속 멸망의 감정과 비슷하다고 느낀 시구 몇 개를 여기에 옮겨둔다.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 기형도, 시 '오래된 서적' 中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떄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 했다 (중략)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 기형도, 시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中 나의 생은 미친 ...

2021.05.26
[리뷰클립] 어쩌면 너는 미래에서 온 멸망일까?

마지막 장면, 버스 정류장에서 동경을 기다리고 있는 멸망은 어딘지 느낌이 조금 달랐다. 일부러 무심하게 동경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렇고, 평소보다 훨씬 무뚝뚝하게 구는 행동도 그렇고. 쓸데없는 온갖 데에 능력을 남용하며 나를 사랑하라고 능청을 부리던 지금까지 모습과는 사뭇 다른 톤의 분위기였달까. 비오는 날 인생을 한탄하는 동경의 손을 붙잡고, 굳이 멈출 수 있는 빗속을 '재미삼아' 달리는 그의 모습 역시 낯설었다. 멸망은 세상을 환멸하면 했지 재미나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는 그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쏟아지는 비는 별 게 아니라고, 이렇게 빗속을 달려서 오면 금세 집이라고 얘기하는 그의 말 역시, 영원을 회의주의자로 존재해온 그의 입에서 나오기엔 지나치게 따뜻했다. 특히 마지막 순간,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소원을 비는 동경을 바라보며 차마 더 참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맞추는 장면도. 한숨 뭐야. 눈빛 뭔데. 이건 뭐 숨결부터 사연과 서사가 가득하잖아. 그래서 생각했다. 혹시 마지막 장면의 멸망은 현재의 멸망이 아니지 않을까. 버스정류장에서 동경을 기다리던 그는 어쩌면 동경을 미치게 사랑하고 있는 미래에서 온 멸망이 아닐까. 소녀신의 말대로 인간의 사랑은 생각보다 위험하다. 때로 하나를 위해 전부를 버릴 수 있을만큼. 그러므로 멸망을 사랑하게 된 동경 역시 결국 마지막엔 세상이 아닌 멸망을 선택하게 되는 것...

2021.05.26
2021.12.17참여 콘텐츠 1
[도서리뷰] 드라마 '멜랑꼴리아'의 그 책, 「어느 수학자의 변명」

수학자 고드프레이 하디의 책 '어느 수학자의 변명'은 전문성을 요하는 책이라기보다 저자 본인 생의 과정과 신념을 담은 회고록에 더 가까운 책이다. 전혀 알지 못했던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드라마 <멜랑꼴리아>를 통해서였다. 수학을 소재로 한 그 드라마에서, 고등학교 교사인 윤수는 고등학교에서 '라마누잔'을 만났다고 말한다. 라마누잔은 이 책의 저자인 하디에게 인정받아 그 천재적인 재능을 평가받게 된 수학자이다. 하디는 라마누잔이 세상을 떠나 후에 쓰인 이 책에서도 그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는다. "그래 나는 당신들이 절대 꿈도 못 꿀 일을 해냈어. 리틀우드나 라마누잔 같은 사람과 대등한 입장에서 공동작업을 했단 말야." -P.127 책에는 수학적 지식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저자인 하디가 생각하는 수학의 가치와, 그 가치에 대해 그가 가지고 있는 끝없는 애정이다. 그는 자신이 '창의적인 예술로서의 수학'에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에 고스란히 드러낸다. 내가 정확히 이해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수학적 실재'는 구체적이기보다 추상적이라고 생각하며, 그 추상적인 세계를 좇아 수학적 패턴을 찾아내고 정리하는 모든 과정에 깊게 사랑하는 듯이 느껴졌다. 수학자도 화가나 시인들처럼 패턴을 만든다. 만약 수학자의 패턴이 화가나 시인의 것보다 더 영속적이라면, 그것은 아이디어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

2021.11.18
2021.08.29참여 콘텐츠 1
[리뷰클립]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 문득 스쳐가는 시즌1의 한 장면 (익송/익준&송화)

[pdf신청] 시즌1을 볼 때, 개인적으로 심쿵했던 몇몇 장면 중 하나가 익준 송화 치홍의 엘리베이터씬이었다. 별달리 긴장 넘치는 대사도 없는데, 단지 송화 옆에 바짝 붙어서는 익준의 행동과 짧은 대화 뒤 이어지는 침묵 속에 느껴지던 텐션. 대체 이게 뭐라고 그렇게 살 떨리는(?) 느낌이었을까, 하며 한번 더 돌려보며 알았다. 아, 그 말 많은 이익준이 여기에선 입을 저렇게나 꾹 닫고 있었구나. 딴 짓을 하다가도 사람을 만나면 으레 그래야 하는 것처럼 눈을 맞추고 누구든 친절한 미소로 대하는 그가 여기에선 끝까지 핸드폰에 고개를 박고 있었구나. 꼭 불편한 표정을 감추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사실 시즌1에서 이익준에게 치였던 모먼트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가만히 보면, 익준은 충분히 사려깊고 이타적이지만 욕심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희생적인 캐릭터도 아니다. 그는 할 수 있는 선에서 마음을 다해 상대를 배려하지만 자기 영역이 분명하고, 관계에 있어서도 맺고 끊는 것에 꽤나 정확한 인물이다. 더불어 사회적 기술에도 노련한 편이라, 앞에 있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것 같은 자기 감정을 적당한 미소로 숨길 줄도 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가식적인 친절을 베푼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진심이다. 다만 그 진심에는 선이 있다. 모자라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 선. 타인을 불편하게 하지도 않고 자...

2021.08.19
2021.08.29참여 콘텐츠 1
[너나봄] 홍사장은 누굴까?

홍사장. 그는 누구일까? 사실 처음에 극이 진행될 때까지만해도 그냥 미란이를 좋아하는 짝사랑 아저씨, 정도로 생각했는데... 지난 4회 엔딩 부분의 흐름을 보고 마음이 좀 찝찝해졌다. 과거 최정민이 머물렀던 종교단체는 아이들을 감금하고 불법 입양을 시키기도 하고 학대하기도 하는 비정상적인 곳이었다. 이정범 형사를 죽인 진범이 최정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고 있는 고형사는 그 지점에 대해 조사한다. 그리고 당시 이 보육시설에서 입양 간 아이들의 명단을 입수하게 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명단 속 아이들은 모두 홍씨이다. 목사가 김 씨인데 아이들은 홍씨인 이유가 뭘까. 함께 명단을 살피던 고형사와 영도는 의아함을 갖는다. 근데 문득 그 시점에 머릿속에 미란의 썸남 '홍사장'이 쓱 스쳐지나갔다. 물론 그냥 우연의 일치일 수 있다. 하지만 왠지 미란에게 구애하고 있다는 그 홍사장과 과거의 사건이 연관성이 있을 것만 같은 불안한 느낌. 무엇보다 홍사장의 존재가 반복적으로 언급은 되면서도 4회동안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이제와 생각하니 좀 수상하다. 정말 홍사장 이 사람은 누구일까? 난 그냥 미란이가 홍사장에게 사랑받으면서 나중에는 피잣집에서 데이트하는 그런 장면을 바랐다. 정말 그랬다고. 아니 세상에 그냥 도란도란 귤 까먹는 삶이 이렇게 힘들어서야 되겠니 정말. 너는 나의 봄 연출 정지현 출연 서현진, 김동욱, 윤박, 남규리, ...

2021.07.15
2021.08.22참여 콘텐츠 2
[드라마리뷰] 알고있지만 10회 - 알고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망가졌다. 나비를 놓아줬다. '알고있지만' 의 최종회는 지금껏 맺어온 두 사람의 관계가 정리된 시점부터 시작된다. 나비는 제 마음이 재언에게 기울어있는 것을 알고있지만, 재언과의 만남을 더 이어가는 것이 자신에게 너무 위험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나를 가장 설레게 만들지만 나를 가장 바닥까지 망가뜨리기도 하는 이 마음을 이제는 그만 정리하기로. 재언은 그렇게 그 밤, 나비를 잃었다. 사실 재언이 누구에게도 쉬이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던 건,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아서였다. 너무 가까운 관계는 상처를 만들고, 그 상처는 필연적으로 서로를 잃게 하니까. 어떤 약속도 미래도 없는 관계라면 너도 나도 상처받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결국은 소중한 사람을 상처 입히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을 잃게 했다는 걸 재언은 뒤늦게 깨닫는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나비를 붙잡기엔 너무 늦어버렸다는 것 역시도. 엉망이 되어버린 두 사람의 관계처럼, 우연한 사고로 인해 작업실에 있던 나비의 작품은 부서진다. 그리고 충격으로 무너진 나비의 앞에 재언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가 말한 것은 회복이었다. 다시 시작하자고. 작업만 끝나고 나면 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중심을 잃고 주저앉은 나비를 그는 거짓말처럼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 과정에는 나비를 헷갈리게 하는 행동도 손길도 없다. 다만 그는 나비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평소처럼...

2021.08.22
[드라마리뷰] 알고있지만 1회 - 운명 따위 없다는 거 알고있지만, + 2회 예고

알고있지만, 1회 – 운명 따위 없다는 거 알고있지만 2년 간의 연애는 엉망으로 끝이 났다. 그는 의미부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어떤 시선, 먹는 음식,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 전부에. 나비는 그의 말을 의심한 적이 별로 없었다. 그것이 진실일까 가늠해 본적도 별로 없었다. 그의 말들은 언제나 그럴듯했다. 무엇보다 그를 사랑하기에 반드시 이해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에 의해서 제한되는 자유가 가끔은 불편했지만, 그 역시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여겼었다. 그렇게 여기도록, 믿도록, 그는 말하고 행동했다. 한 걸음 떨어져 진실을 바라본 뒤에야 알았다. 나는 그저 그의 많은 오브제 중 하나에 불과했다는 걸. 연인의 내밀한 모습을 전시회에 내놓은 그를 보았을 때 깨달아야 했는지 모른다. 그의 조각상은 제목부터 ‘나비’였다. 사람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된 나비를 두고 연인은 말했다. 예술이란 그런 거라고. 몇몇 친구들은 그 말에 동조를 보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잠깐은 나비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반짝이는 유리같던 그의 거짓말은 산산이 조각났다. 그에게 연인은, 나비 한 사람이 아니었다. “……개새끼.” 나비의 인생에 또 다른 사람이 불쑥 나타난 건, 그렇게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린 즈음이었다. 옆에 앉아도 되냐고 묻는 그는 대답도 하기 전에 이미 나비의 곁에 앉아있었다. ...

2021.06.26
2021.07.03참여 콘텐츠 5
[리뷰클립] 어쩌면 멸망에게 이름이란 건

세상 모든 것에는 고유의 명칭이 있다. 책상이나 침대, 선풍기나 리모컨, 바위나 나무나 꽃같은, 뭐 그런 것. 인간은 세상의 있는 많은 것들을 지칭하기 위해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사람은 조금 다르다. 우리는 모두가 사람이다. 그 중 누군가 한 사람을 부를 필요가 없다면, 우리 모두에게도 그저 '사람'이라는 명칭 하나면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알고있듯 우리는 그렇게 살 수 없다. 수 많은 사람 중 내가 아는 '너'는 한 사람 뿐이니까. 그러니 누군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름을 붙이는 까닭은 수 많은 사람 중에 '너'를 부르기 위함이다. 저 멀리에서도 누군가 부르면 돌아볼 수 있도록. 그런 의미에서 멸망에겐 다른 이름이 필요치 않았다. 신이 그저 신일 뿐인 것처럼, 멸망도 그저 멸망으로 족했기 때문이다. 어떤 누구도 굳이 멸망이 어떤 존재인지 구분해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멸망은 그저 죽음이고 끝이고 그 외의 모든 나중일 뿐이었으니까. 사람들에게 멸망이란 그저 주변에 있는 사물과 다름 없는 존재였다. 우리는 책상을 책상이라 이름지었지만 책상에게 책상아, 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멸망도 마찬가지였다. 그를 지칭할 용어가 필요하긴 했으나 그를 부를 이름까지는 필요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던 까닭에. 멸망은 한 때 사람 사이에 섞이고 싶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를 불러주는 곳도 돌아갈 곳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택했다. ...

2021.06.12
[리뷰클립]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 빛의 마지막 자리, 어둠의 첫번째 자리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 빛의 마지막 자리, 어둠의 첫번째 자리 멸망에게 동경은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삶'이다. 어제, 소녀신은 동경을 멸망의 현관으로 안내했다. 처음 멸망이 불쑥 동경의 현관으로 들어온 그 날처럼. 살아있는 동경에게 어느 날 불쑥 멸망이 찾아왔듯, 어둠과 끝뿐인 멸망에게 최초로 생이 찾아온 것이다. 뭐라 이름붙일 수 없는 감정을 차마 사랑이라 부르지도 못해, 멸망은 자기 마음에 그녀의 이름을 붙인다. 탁동경, 하는 부름은 이제 멸망에게 생과 사랑 그 자체이다. 아마도 지금 그에게 가장 두려운 일은 그렇게 부를 이름이 사라지는 순간일 테다. 잠시 소녀신이 세상에서 앗아갔을 때의 두려움. 멸망은 그 두려움을 안고 다시 영원을 존재할 자신이 없다. 그렇기에 엔딩, 동경의 뒤에 선 멸망의 모습은 더욱 서글펐다. 이모는 동경의 인생에서 행운과 희망을 의미한다. 가장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를 잃었을 때, 행운은 상실의 슬픔과 같은 얼굴을 한 채 나타나 동경을 안아주었다. 동경의 뒤에 선 멸망이 지금 그녀의 삶에 사랑인 동시에 멸망이라면, 이모는 동경의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첫번째 멸망 뒤에 찾아온 새로운 희망이었다. 멸망은 저만치 희망을 마주한 동경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동경. 그 중 멸망은 죽음과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빛의 마지막 자리, 어둠의 첫번째 자리. 멸망은 거기...

2021.06.02
Q. 삶을 동경하는 멸망, 둘에 대한 물음표

현재 블로그에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리뷰를 올리고 있는데요. 몇몇 분들이 멸망과 동경 사이의 계약 조건에 대한 질문들을 댓글에 주셨더라구요. 사실 저는 씽크빅 돋는 다른 리뷰어님들과 달리 감정선 따라가기 급급한 시청자라(...)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짧게 정리하는 글을 읽으면 두루두루 함께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멸망과 동경 사이의 계약 조건은 크게 세가지인데요. 1. 멸망은 동경이 죽을 때까지 100일 동안 병으로 인한 통증에서 자유롭게 해주고, 그녀가 원하는 소원을 하나 이루어준다. 2. 대신 동경은 죽기 전에 세상의 멸망을 소원해야 한다. 3. 만약 동경이 세상의 멸망을 빌지 않을 경우, 동경 대신 동경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 멸망이 동경과 이런 계약을 맺은 것은, 세상을 멸망시키고 자기 존재를 없애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존재가 아닌 그는 스스로 죽을 수도 사라질 수도 없는 존재이죠. 그래서 세상이 사라지면 혹시 자기도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보았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의 입장에선 별 미련 없던 세상에, 미련을 가질만한 존재가 생겼기 떄문이죠. 본래 세상에 있는 그 누구도 멸망의 존재를 알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사람들에게는 각기 다른 얼굴로 보여졌기 때문에, 진짜 멸망의 얼굴을 아는 존재는 오직 신과 멸...

2021.05.26
[리뷰클립] 드라마 속 '멸망'이 읽고 있던 책 :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 리셋의 의미는 뭘까?

지난 회차부터 멸망이 읽고 있는 시집이 내내 눈에 띠었다. 기형도 시인의 '입 속의 검은 잎'. 워낙 좋아하는 시집이라 가끔 펼쳐보곤 하는 책인데, 드라마 속 멸망이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좀 새롭기도 했다. 하긴 기형도 시인이야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작가이니,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이 놀랍거나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기도 하다. 어제의 엔딩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 멸망과 저 시집을 연결해보자니 생각나는 구절들이 있어서 오랜만에 책을 꺼내 페이지를 뒤적였다. 그 중 드라마 속 멸망의 감정과 비슷하다고 느낀 시구 몇 개를 여기에 옮겨둔다.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 기형도, 시 '오래된 서적' 中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떄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 했다 (중략)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 기형도, 시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中 나의 생은 미친 ...

2021.05.26
[리뷰클립] 어쩌면 너는 미래에서 온 멸망일까?

마지막 장면, 버스 정류장에서 동경을 기다리고 있는 멸망은 어딘지 느낌이 조금 달랐다. 일부러 무심하게 동경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렇고, 평소보다 훨씬 무뚝뚝하게 구는 행동도 그렇고. 쓸데없는 온갖 데에 능력을 남용하며 나를 사랑하라고 능청을 부리던 지금까지 모습과는 사뭇 다른 톤의 분위기였달까. 비오는 날 인생을 한탄하는 동경의 손을 붙잡고, 굳이 멈출 수 있는 빗속을 '재미삼아' 달리는 그의 모습 역시 낯설었다. 멸망은 세상을 환멸하면 했지 재미나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는 그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쏟아지는 비는 별 게 아니라고, 이렇게 빗속을 달려서 오면 금세 집이라고 얘기하는 그의 말 역시, 영원을 회의주의자로 존재해온 그의 입에서 나오기엔 지나치게 따뜻했다. 특히 마지막 순간,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소원을 비는 동경을 바라보며 차마 더 참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맞추는 장면도. 한숨 뭐야. 눈빛 뭔데. 이건 뭐 숨결부터 사연과 서사가 가득하잖아. 그래서 생각했다. 혹시 마지막 장면의 멸망은 현재의 멸망이 아니지 않을까. 버스정류장에서 동경을 기다리던 그는 어쩌면 동경을 미치게 사랑하고 있는 미래에서 온 멸망이 아닐까. 소녀신의 말대로 인간의 사랑은 생각보다 위험하다. 때로 하나를 위해 전부를 버릴 수 있을만큼. 그러므로 멸망을 사랑하게 된 동경 역시 결국 마지막엔 세상이 아닌 멸망을 선택하게 되는 것...

2021.05.26
2021.08.21참여 콘텐츠 1
[드라마리뷰] 보건교사 안은영 - 그렇게 태어난 걸 누굴 탓해

안은영의 세계는 젤리로 이루어져있다. 조금 이상한 이야기같지만 사실이다. 얼핏 평범한 고등학교 보건교사처럼 보이는 그녀는 사실 남들이 볼 수 없는 걸 볼수 있다. 사람들의 감정덩어리라던가, 죽은 사람의 영혼이라던가. 아무튼 뭐 그런 무수한,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것들이 은영에게는 젤리의 형태로 보인다. 특별하다기보다는 조금 피곤한 이야기다. 때로는 귀엽기도 때로는 무시무시하기도 한 젤리를 상대하기 위해 언제나 무지개칼과 비비탄 총을 구비하고 다녀야 하니까. 드라마는 단지 젤리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졸지에' 히어로가 되어버린 은영의 일상을 그린다. 그녀에겐 일상이지만 우리에게는 조금 남다른 에피소드들이기는 하다. 갑자기 학교의 학생들이 떼지어 옥상에 올라가 투신하려 한다거나, 운동장이 무너지고 흡사 두꺼비같은 젤리인지 요괴인지 모를 것이 튀어나오는 광경이 평범할 수 있을 리가. 주인공 안은영은 그렇게 무너지고 엉망이 된 세계 위를 하얀 가운을 입고 달린다. 사명감이라기보다 어쩔 수 없어서 그렇다. 사실 안은영은 그냥 나 하나 지키면서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 근데 어쩌겠는가. 저런 게 보이도록 태어나버린 걸. 저런게 보여도 외면할 수 없는 사람으로 태어나 버린 걸. 그녀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면서도 결코 호락호락하게 순응하지 않는다. 악을 쓰고 소리를 치며 마음껏 운명에 삿대질한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

2021.08.21
2024.07.15참여 콘텐츠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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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10회 10화 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10회 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10화 리뷰 + 본 리뷰에는 '낮과 밤이 다른 그녀 10회'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동병원에서 계검사와 임순, 주사무관은 사건 해결에 도움 될만한 단서들을 찾아서 나온다. 임순은 백철규 원장의 면도기를, 주사무관은 펜타닐 박스가 잔뜩 있는 약품창고의 사진을, 계검사는 지하창고에서 몰래 빼내온 의심스러운 약물을. 그 와중에 임순은 백철규 원장이 왜 자신의 피를 뽑아 검사를 했을까 의문을 품는다. 그가 '임순'에 대해 뭔가 캐내려고 한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이다. "대체 피 검사를 왜 한 거지? 순이 이모를 캐려는 건가? 이모를 왜? 백철규 원장이.. 순이 이모를... 왜?" 아마 백철규 원장이 '임순'의 정체에 대해 파헤치는 과정은, 오히려 백철규가 과거 '진짜 임순'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미진에게 전달해줄 듯 싶다. 그렇게 되면 20여년 전 '진짜 임순'이 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는지, 목격자였던 지웅의 모친은 또 어떻게 된 건지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궁금한 것은 백철규 원장의 범행 동기이다. 하다못해 터무니없는 본인의 욕구풀이일지라도 어떤 동기가 있을 텐데... 그가 무슨 이유로 살인을 벌였고, 또 지금은 펜타닐 유통까지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 10회 NAVER TV 한편 미진은 고원의 도움으로 고양...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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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9회 9화 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9회 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9화 리뷰 +본 리뷰에는 ‘낮과 밤이 다른 그녀 9회’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진과 지웅의 첫 입맞춤은 뜻밖의(?) 실패로 끝난다.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 9회 NAVER TV 이전에 술취한 미진에게 들이받힌(?) 트라우마로 지웅은 저도 모르게 다가오는 미진의 입술을 손으로 막았다. "야, 계 검사가 너한테 뽀뽀하려고 했어? 근데 니가 그걸 막았어? 미쳤다, 어떡해!!" "...바뀌었어." 나름 용기 낸 스킨쉽을 거절당한 미진은 여러모로 민망해진다. 그대로 지웅의 집을 빠져 나간 미진은 가영의 집으로 올라간다. 사정을 얘기하고 가영과 넋나간 듯 소리내어 웃을 때 퍽 재미있었다. 하긴 나름의 썸남에게 입맞춤을 시도했다가 철벽거절을 당했으니 그럴만도. 아무튼 9회까지도 미지과 지웅의 러브라인은 정체 상황이다. 둘이 서로 좋아하는 건 확실한데 어떻게 진전을 하지 못한다. 미진이 임순이라는 것 역시 지웅은 꿈에도 알지 못하는 상황. 언제쯤 이 비밀을 지웅도 알게 될지 궁금해진다. 한편, 지검장 앞으로 익명의 제보가 도착한다. '시니어 인턴 중에 신분을 속인 사람이 있다'는 내용. 아마도 백철규의 제보였을 이 편지는 다행히 고원에게 먼저 발견된다. '임순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는 고원은 이 편지를 파쇄기에 넣어 처리한다.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 9회 NAVER TV 백...

202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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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7회 7화 - 고원에게 정체를 들킨 임순 + 8회 선공개

낮과 밤이 다른 그녀 7회 리뷰 + 본 리뷰에는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 7회, 지웅과 미진은 마약 유통과 관련된 범인을 잡는 것에 성공한다.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 NAVER TV 지웅을 돕기 위해 불꽃 여친 연기까지 선보인 미진. 그러나 지웅은 저번 클럽에서도 그렇고, 매번 위기의 순간마다 나타나는 미진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자신이 현장(?)에 나갈 때마다 미진이 주변에 있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미진은 지금 제 사정을 다 털어놓을 수는 없다. 지웅은 곤란해보이는 미진을 배려해 대답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한다. 미진은 그런 지웅의 반응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또 궁금증이 일기도 한다. 자신도 기다리면,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검사님은요? 검사님은.. 제가 기다리면 다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으세요?" "글쎄요, 저는 워낙.. 마음을 터놓는 편은 아니라서. 근데 미진 씨라면..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게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얽힌 사건들이 하나하나 늘어갈수록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서로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웅이 미진의 비밀을 언제쯤 알게될지 궁금해진다. 7회의 여러 장면에서 미진의 이모인 '진짜 임순'과 지웅 모친이 과거 사건으로 얽혀있다는 암시가 속속 보여서 더욱이....

202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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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 6회, 미진이가 부른 노래는?

안녕하세요, 그린입니다! 최근 <낮과 밤이 다른 그녀> 6회에서 술에 취한 미진이가 지웅이에게 전화를 걸어 노래를 불러주었죠. 드라마 보던 중에 익숙한 멜로디를 듣고 왠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그날 미진이가 불렀던 노래는 ‘이소라’님의 <바람이 분다>입니다.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고, 경연 프로그램에서 여러 번 리메이크 된 적도 있는 곡이에요. 계검사가 운치있게 흥얼거리고, 만취했다기엔 너무 음정 정확하게(ㅋㅋ) 미진이가 열창하던 이 곡은, 개인적으로 제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 모든 가사가 좋지만, 특히나 가장 사랑하는 부분은 바로 이 문장들인데요.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서로의 기억은 다르게 적힌다는 것이 아프기도 하고 와닿았었어요. 처음 이 곡을 들었던 그 무렵엔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여기 <비긴 어게인>에서 이소라 씨가 부른 '바람이 분다' 영상을 연결해둡니다. 들을 때마다 생각하지만 현악기처럼 섬세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좋은 노래는 그 목소리를 통해 사람을 추억의 어느 순간으로 불러들이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에서 미진과 지웅 역시 서로 같은 경험을 하고 있지만 다른 기억들을 쌓고 있지 않...

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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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6회 6화 - 그런데 말입니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 6회 + 본 리뷰에는 '낮과 밤이 다른 그녀 6회'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사랑에 주제가 어디있어 <낮과 밤이 다른 그녀> 6회는 이른 아침 미진이 지웅의 집에서 눈을 뜨는 것으로 시작한다. 분명히 도가빌 403호 가영의 집에 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눈을 뜬 곳은 뜬금없이 303호다. 사람이 죽었다는, 귀신이 살고 있다는, 그래서 오래도록 비워져 있었다는 그 303호. 얼마 전 그 303호에 들어온 겁없는 입주자가 들어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설마 그게 계지웅일 줄은 몰랐다. 물론 다 치우고 가장 충격적인 건, 자신이 어쩌다가 이 집에 들어왔니느냐 하는 거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미진은 일단 이 집에서 나가려고 한다. 새벽에 깨서 다행이지, 만약 아침이 완전히 찾아온 뒤에 눈을 떴다면 임순의 모습으로 그와 마주할 뻔했다. 근데 이게 웬걸. 전날 자신이 만취하여 망가뜨린 도어락은 굳게 잠긴 채 열릴 생각을 안한다. 그 사이 해는 떠오르고, 미진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마음으로 베란다로 달려가 건물 외벽을(...) 타고 4층으로 올라간다. 다행히 '임순'으로 변하는 모습은 들키지 않았으나, 일이 이렇게 되고 나니 계지웅 검사가 저를 어떻게 봤을지 미진은 마음에 걸린다. 한밤중에 만취한 상태로 찾아와 진상을 부리고, 아침엔 갑자기 베란다 문을 연 채 외벽을 타고 사라졌으니... "아니, 검사님 있잖아....

2024.07.01
2022.07.14참여 콘텐츠 4
[드라마리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5회 - 피노키오가 고래에게 남긴 것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5회 - 피노키오가 고래에게 남긴 것 다른 사람들의 세상이 '나'와 '너'로 이루어져 있다면, 자폐인의 세상은 오직 '나'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영우는 말한다. 사람들 사이에 함께 있을 때에도 영우는 언제나 자기 안에 있다. 보이고 들리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생각나거나 느낀 바를 여과없이 말로 풀어내는. 굳이 빗대어 말하자면 그녀의 세계는 투명한 유리구슬 같다. 오히려 그 지나친 솔직함이 가끔은 타인을 당황하게 할 만큼. 물론 영우도 알고는 있다. 타인은 '나'와 다르다는 걸. 그러나 그것이 과연 '어떻게' 다른지 판단하는 건 아직 어렵기만 하다. '나'와 '너'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가진 의도를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진실을 알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방법을 찾기 위해 영우는 여러가지 서적도 뒤지고, 동그라미에게 '참참참'의 정신을 전수받기도 한다. 영우를 돕고자 하는 준호 역시 옆에서 한 몫을 거든다. 그렇게 수집한 정보를 종합하자면 이러하다.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카테콜아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코 내부조직이 부풀어 오른다는 것. 또 혈압이 상승하면 코끝 신경조직이자극되어 코가 간지러운 느낌이 든다는 것. 상대의 눈을 딱 마주쳐야 한다는 것. 그것이 어렵다면 미간을 살피라는 것, 사람은 머리에서 멀어진 부분을 통제하기 어려워하므로 다리나 손의 움직임을 관찰하라는 것. ...

20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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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4회 -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4회 -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 깍두기. 영우는 스스로를 그렇게 칭한다. 자신이 '변호사'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과 별개로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을 '자폐인'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느낀 까닭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원망스러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준호에게 했던 것처럼 영우는 자신이 '그렇게도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는 변호사 일을 할 수 없겠다고도 생각한다. '깍두기'는 그 팀의 약점이다. 깍두기가 섞인 팀은 어느 경쟁에서나 불리할 수 밖에 없다. 팀에 약점이 되는 동료라면, 의뢰인을 도울 수 없는 변호사라면 영우는 여기서 일을 멈추는 것이 옳다고, 영우는 그렇게 판단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라미의 사건이 영우에게 준 전환점은 그 지점에 있다. 명석은 그라미의 사건을 오롯이 영우에게 맡긴다. 질 가능성이 높은 사건을 동료에게 맡기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그러니 혼자서 해결해보라고. 난 옆에서 그저 '지켜보기만' 하겠다고. 사실 그 말은 영우를 어떻게든 로펌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발언이었을 테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결정은 현명했다. 누구의 도움 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봉착한 위기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영우에게 아마 새로운 보람을 선사했을테니까. 나도 혼자서 충분히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누군가에게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변호사라는 확신을. 이 과정에서 민우가 영우에게...

2022.07.12
[드라마리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3회 - 우리는 다 조금씩 다른 고래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3회 - 우리는 다 조금씩 다른 고래입니다 '자폐'라는 단어를 명석은 막연히 하나의 묶음으로 생각한다. 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의 의미와, 그 안에 속한 다양성에 대해 말을 건넸으나 그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가 사려깊지 못한 사람이라거나 남들보다 매정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세심히 들여다보는 영우의 능력을 높이 사고, 타인에게 영우가 장애를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에는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팀원에 대한 신의'를 지키는 사람이다. 영우의 능력을 확인한 뒤로 자신이 가진 편견을 인정하기도 했던 그는 오히려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다만 그는 무관심했을 뿐이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종류의 고래가 있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영우는 고래의 종류가 얼마인지, 그 종류마다 어떻게 다른 생태를 가지고 있는지 아마 온종일도 말할 수 있을 테다. 물론 그건 영우의 남다른 암기력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그것은 영우가 '고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관심. 사실 사람이 모든 면에 다 관심을 기울이고 살 수는 없다. 그렇지 않은가. 명석이 자폐 스펙트럼의 다양성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 잘못이라 할 수는 없다. 문제는, 모르는 것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이다. 자폐 뿐만이 아니라 '장애'를 대할 때 우리의 자세. 우리는 그것을...

2022.07.07
[드라마리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회 2회 - 회전문을 건너는 고래를 본 적이 있나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회2회 : 회전문을 건너는 고래를 본 적이 있나요 우영우. 꽃부리 영에 복 우. 꽃처럼 어여쁜 복덩이라는 뜻이지만, 영우는 가끔 자기 이름에 의문이 든다. 어쩌면 영리할 영에 어리석을 우가 더 잘 어울렸을지도 모르겠다고.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읽은 책은 모두 기억하지만 회전문 하나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는. 타인이 뱉은 말은 거의 모두 정확하게 기억하지만 당장 눈 앞에 있는 사람의 표정과 눈빛에 담긴 감정을 읽어내는 것은 조금 어려운. 사람들의 눈에 그런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 영우도 어렴풋이는 알고 있다. 아마도 그들의 눈에는 자신이 조금 '다르게' 비쳐보이리라는 걸. 영우가 좋아하는 '고래'는 그런 면에서 영우와 참 많이 닮아있다. 바다에 사는 포유류인 고래는 어류와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이미 숨 쉬는 법부터 어류와 판이하게 다르다. 드라마 속에서 영우가 말하듯 모두가 고래의 존재를 알고는 있지만, 너무 넓고 깊은 바다에 사는 터라 그 정보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 꼭, 다른 사람들이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우영우'처럼. 바다에는 수많은 해양 생물들이 산다. 모양도, 크기도, 식성도, 속성도 다른 존재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배척하거나 나와 다르다고 해서 남다른 시선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저 조화롭게,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깊은 바다에 살면서...

2022.07.05
2021.02.11참여 콘텐츠 19
[드라마리뷰] 런 온 16회 - 완주를 위하여 (최종화)

런 온 16회 - 완주를 위하여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은 필요하지 않다. 드라마 <런 온>은 처음부터 과거 회상에 그리 많은 시간적 비용을 들이지 않았다. 등장인물들의 중심은 언제나 현재에 있다. 배경 서사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들 안에 어떤 상처가 있는지, 어떤 과거를 밟아왔는지 금세 눈치챌 수 있도록 드라마는 여러 가지 단서들을 준다. 그러나 이야기는 ‘과거에 묶인 그들’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그들’에 초점을 맞춘다. 인물들은 세상과 환경이 남긴 흉터와 굴레들을 툭툭 털고 일어난다. 그리고 눈부시게 웃으며 앞을 향해 달려간다. <런 온>의 방향성은 그렇게, 언제나 ‘현재 진행’에 있어왔다. 미주와 선겸은 서로 다른 세계를 걸어 우연히 어느 지점에서 마주쳤다. 나와 너무 다른 사람. 나와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 만약 어떤 관심도 호기심도 없이 지나쳤더라면 그들은 서로의 세계를 영영 알지 못한 채 살았을지도 모른다. 때로 어떤 기적은 그런 식으로 발생한다. 누군가 건넨 물음표를 쉽게 포기하지 않고 그 질문들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해석하기 위해 당신의 눈과 손과 몸짓에 온 신경을 기울이는 그런 순간에. 사람은 각각의 우주에서 태어나 자기만의 행성들을 탄생시키며 성장한다. 당신의 깊은 어둠과 무수히 많은 별들의 언어를 전부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일지도 모른다. 드...

2021.02.05
[드라마리뷰] 런 온 15회 - 9초대의 의미 + 16회 예고

런 온 15회 - 9초대의 의미 1. 첫 번째 결승선 언젠가 처음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날, 선겸은 미주에게 그런 말을 했다. “달릴 때는 뒤에 놓고 온 것들은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거든요. 오로지 앞에 있는 것만 소중해서, 중요해서. 평소에는 그게 결승선이었는데. 오늘은 사람이었네요.” 그 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있는 힘껏 달려온 선겸에게, 미주가 서 있는 지점은 결승선과 같았다. 그리고 그가 미주의 앞에 도착했던 그 순간, 앞만 보며 달려가던 혼자만의 레이스는 끝이 났다. 선겸이 처음으로 결승선이 아닌 사람을 향해 달려갔던 그 날, 언제나 앞으로 내달리기만 하던 발을 돌려 놓친 것을 찾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던 그 날. 더 이상 혼자가 아닌 둘이 함께 달리는 레이스가 시작되었던 까닭이다. 달리기는 기묘하다. 함께 달릴 수는 있지만 오롯이 혼자만의 것이라는 점에서. 나의 트랙 위에 설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 뿐이며, 이 레이스의 시작과 마지막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도 오직 나뿐이다. 곁에 있는 사람은 단지 나란히 달릴 뿐, 내가 달리는 동안 감내해야하는 것들을 직접적으로 나눌 수 없다. 이는 선겸과 미주가 맺어온 관계와 닮아있다. 그들은 서로의 트랙을 존중한다. 각자의 삶에 함부로 선을 넘지 않는다. 각자의 삶은 결국 각자의 몫이라는 것을 그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를 위해 대신 달려주지 않는다. 다만 서로의 ...

2021.02.04
[드라마리뷰] 런 온 (단아&영화) - 당신이라는 꿈

런 온 (단아&영화) - 당신이라는 꿈 단아는 언제나 ‘좋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먼저였다. 인간적인 애정은 단아의 일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태어나면서부터 손에 쥔 걸 빼앗기지않으려 살아온 단아에게 일상은 전쟁과 같았다. 더 뺏기지 않고 지키자면, 연민이나 인정은 잘라내고 냉철한 편이 유리했다. 그렇다고 애써 독하게 굴며 위악을 떨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단아는 감정보다는 판단을 선택의 우선순위로 두었다. 좋아도 필요 없거나 약점이 될 것은 과감히 잘라냈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어느 정도는 결탁했다. 가책같은 것은 없었다. 그건 남다른 가정 환경에서 불리한 조건을 타고 태어난 단아에게, 일종의 정당방위같은 거였으니까. 단아는 남을 위로할 줄 모른다. 자기 나름대로 타인을 헤아릴 줄은 알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은 남들과 조금 다르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어떤 ‘방식’에 서툰 것은 위로받아본 적 없는 단아의 어린 시절을 반증하는 것과도 같다. 제 낭만에 빠져 자식들의 갈등을 수수방관하는 아버지는 한번도 단아의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려본 적이 없다. 동생인 태웅은 단아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 역시 애정이 결핍된 과거로 인해 단아에게 와닿는 위로를 건네기는 어려워보인다. 그나마 그녀가 마음을 기대고 신뢰할만한 유일한 사람은 정실장 정도였다. 그런 단아에게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들어온 영화는, 영화의 ...

2021.01.31
[드라마리뷰] 런 온 14회 -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 15회 예고

런 온 14회 -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1. 달리기 미주의 인생은 꽤 고단한 레이스였다. 남들에겐 쉽게 주어진 평범조차 갖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서든 평범한 조건을 갖기 위해 스스로의 결핍을 메워야 한다. 그러자면 자기자신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이 곤란하다. 현재 처한 상황에 지나치게 감정 이입을 할 경우 자기 스스로를 연민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 '연민'이란 것에 빠지면 결핍을 메우기도 전에 그 결핍으로 인한 좌절에 발을 담그기 쉬워진다는 걸 미주는 진작부터 알았다. 그렇기에 미주는 항상 자기 인생에서 한 걸음쯤 떨어져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했다. 너무 사랑하지도 않고, 너무 미워하지도 않고, 너무 가엾게 여기지도 않으려 애쓰면서. 평생 '나'로 살아야 한다면 되도록 평화롭게, 되도록 온전하게 살아내고 싶었다. 그건 미주의 바람이자, 삶에 대한 의지이기도 했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태어나면서부터 쥐어준 게 없는 세상은 미주의 그 바람에 대해 꽤 많은 비용을 요구했다. 바쁘고, 피곤하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움직이는 그런 건 그럭저럭 견딜만 했다. 하지만 위태로운 순간 나를 지탱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함구해야 하고, 거기에서 파생된 모욕감과 수치심을 견뎌야만 한다는 건 미주를 여러 번 슬프게 했다. 가진 것이 없는 걸 탐내선 안된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그 때는 미주에게도 보...

2021.01.29
[드라마리뷰] 런 온 13회 - 네가 없는 날은 너무 추워서 + 14회 예고

런 온 13회 - 네가 없는 날은 너무 추워서 1. 길을 잃은 것처럼 아침이면 늘상 하던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 언제나 반듯이 정갈하게 개키던 빨래들은 엉망으로 구겨진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누군가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몸은 자꾸만 축축 늘어진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정말 헤어지자는 걸까. 언제나 잘 정돈되어 있던 선겸의 일상은 미주로 인해 헝클어진다. 아직 헤어진 것은 아니지만, 정확히는 시간을 갖자고 정리되었지만, 글쎄 어떤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어떤 말로 다시 연락을 건네야 할지 선겸은 감을 잡지 못한다. 미주는 그 밤에 실수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그 실수는 이별의 말이었다. 답지 않게 뭔가를 먼저 말하지 못하고 빙빙 돌려 말하던 미주의 얼굴을 선겸은 기억한다. 끝내 헤어지자는 말이냐고 되묻게 만든 미주의 태도가 잔인하다고 느껴진건, 그 말을 꺼낼 때 자신의 마음이 너무 아팠던 까닭이다. 그 날, 시간을 갖자는 말로 이별을 보류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 관계가 이대로 보류된채 끝나버릴까봐 선겸은 겁이 난다. 당신의 말을 열심히 공부했는데, 당신에게 배운 것들을 열심히 삶에 옮겨적었는데. 그래도 혹시 그 과정들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충분했더라면 당신이 이렇게 쉽게 내 손을 놓아버리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선겸의 머릿속에는 하루종일 물음표와 자책이 뛰어다닌다. 이 ...

2021.01.28
2021.08.29참여 콘텐츠 1
[리뷰클립]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 문득 스쳐가는 시즌1의 한 장면 (익송/익준&송화)

[pdf신청] 시즌1을 볼 때, 개인적으로 심쿵했던 몇몇 장면 중 하나가 익준 송화 치홍의 엘리베이터씬이었다. 별달리 긴장 넘치는 대사도 없는데, 단지 송화 옆에 바짝 붙어서는 익준의 행동과 짧은 대화 뒤 이어지는 침묵 속에 느껴지던 텐션. 대체 이게 뭐라고 그렇게 살 떨리는(?) 느낌이었을까, 하며 한번 더 돌려보며 알았다. 아, 그 말 많은 이익준이 여기에선 입을 저렇게나 꾹 닫고 있었구나. 딴 짓을 하다가도 사람을 만나면 으레 그래야 하는 것처럼 눈을 맞추고 누구든 친절한 미소로 대하는 그가 여기에선 끝까지 핸드폰에 고개를 박고 있었구나. 꼭 불편한 표정을 감추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사실 시즌1에서 이익준에게 치였던 모먼트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가만히 보면, 익준은 충분히 사려깊고 이타적이지만 욕심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희생적인 캐릭터도 아니다. 그는 할 수 있는 선에서 마음을 다해 상대를 배려하지만 자기 영역이 분명하고, 관계에 있어서도 맺고 끊는 것에 꽤나 정확한 인물이다. 더불어 사회적 기술에도 노련한 편이라, 앞에 있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것 같은 자기 감정을 적당한 미소로 숨길 줄도 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가식적인 친절을 베푼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진심이다. 다만 그 진심에는 선이 있다. 모자라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 선. 타인을 불편하게 하지도 않고 자...

2021.08.19
2021.12.26참여 콘텐츠 19
[너나봄] 홍사장은 누굴까?

홍사장. 그는 누구일까? 사실 처음에 극이 진행될 때까지만해도 그냥 미란이를 좋아하는 짝사랑 아저씨, 정도로 생각했는데... 지난 4회 엔딩 부분의 흐름을 보고 마음이 좀 찝찝해졌다. 과거 최정민이 머물렀던 종교단체는 아이들을 감금하고 불법 입양을 시키기도 하고 학대하기도 하는 비정상적인 곳이었다. 이정범 형사를 죽인 진범이 최정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고 있는 고형사는 그 지점에 대해 조사한다. 그리고 당시 이 보육시설에서 입양 간 아이들의 명단을 입수하게 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명단 속 아이들은 모두 홍씨이다. 목사가 김 씨인데 아이들은 홍씨인 이유가 뭘까. 함께 명단을 살피던 고형사와 영도는 의아함을 갖는다. 근데 문득 그 시점에 머릿속에 미란의 썸남 '홍사장'이 쓱 스쳐지나갔다. 물론 그냥 우연의 일치일 수 있다. 하지만 왠지 미란에게 구애하고 있다는 그 홍사장과 과거의 사건이 연관성이 있을 것만 같은 불안한 느낌. 무엇보다 홍사장의 존재가 반복적으로 언급은 되면서도 4회동안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이제와 생각하니 좀 수상하다. 정말 홍사장 이 사람은 누구일까? 난 그냥 미란이가 홍사장에게 사랑받으면서 나중에는 피잣집에서 데이트하는 그런 장면을 바랐다. 정말 그랬다고. 아니 세상에 그냥 도란도란 귤 까먹는 삶이 이렇게 힘들어서야 되겠니 정말. 너는 나의 봄 연출 정지현 출연 서현진, 김동욱, 윤박, 남규리, ...

2021.07.15
[리뷰클립] 어쩌면 멸망에게 이름이란 건

세상 모든 것에는 고유의 명칭이 있다. 책상이나 침대, 선풍기나 리모컨, 바위나 나무나 꽃같은, 뭐 그런 것. 인간은 세상의 있는 많은 것들을 지칭하기 위해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사람은 조금 다르다. 우리는 모두가 사람이다. 그 중 누군가 한 사람을 부를 필요가 없다면, 우리 모두에게도 그저 '사람'이라는 명칭 하나면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알고있듯 우리는 그렇게 살 수 없다. 수 많은 사람 중 내가 아는 '너'는 한 사람 뿐이니까. 그러니 누군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름을 붙이는 까닭은 수 많은 사람 중에 '너'를 부르기 위함이다. 저 멀리에서도 누군가 부르면 돌아볼 수 있도록. 그런 의미에서 멸망에겐 다른 이름이 필요치 않았다. 신이 그저 신일 뿐인 것처럼, 멸망도 그저 멸망으로 족했기 때문이다. 어떤 누구도 굳이 멸망이 어떤 존재인지 구분해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멸망은 그저 죽음이고 끝이고 그 외의 모든 나중일 뿐이었으니까. 사람들에게 멸망이란 그저 주변에 있는 사물과 다름 없는 존재였다. 우리는 책상을 책상이라 이름지었지만 책상에게 책상아, 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멸망도 마찬가지였다. 그를 지칭할 용어가 필요하긴 했으나 그를 부를 이름까지는 필요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던 까닭에. 멸망은 한 때 사람 사이에 섞이고 싶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를 불러주는 곳도 돌아갈 곳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택했다. ...

2021.06.12
[리뷰클립]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 빛의 마지막 자리, 어둠의 첫번째 자리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 빛의 마지막 자리, 어둠의 첫번째 자리 멸망에게 동경은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삶'이다. 어제, 소녀신은 동경을 멸망의 현관으로 안내했다. 처음 멸망이 불쑥 동경의 현관으로 들어온 그 날처럼. 살아있는 동경에게 어느 날 불쑥 멸망이 찾아왔듯, 어둠과 끝뿐인 멸망에게 최초로 생이 찾아온 것이다. 뭐라 이름붙일 수 없는 감정을 차마 사랑이라 부르지도 못해, 멸망은 자기 마음에 그녀의 이름을 붙인다. 탁동경, 하는 부름은 이제 멸망에게 생과 사랑 그 자체이다. 아마도 지금 그에게 가장 두려운 일은 그렇게 부를 이름이 사라지는 순간일 테다. 잠시 소녀신이 세상에서 앗아갔을 때의 두려움. 멸망은 그 두려움을 안고 다시 영원을 존재할 자신이 없다. 그렇기에 엔딩, 동경의 뒤에 선 멸망의 모습은 더욱 서글펐다. 이모는 동경의 인생에서 행운과 희망을 의미한다. 가장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를 잃었을 때, 행운은 상실의 슬픔과 같은 얼굴을 한 채 나타나 동경을 안아주었다. 동경의 뒤에 선 멸망이 지금 그녀의 삶에 사랑인 동시에 멸망이라면, 이모는 동경의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첫번째 멸망 뒤에 찾아온 새로운 희망이었다. 멸망은 저만치 희망을 마주한 동경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동경. 그 중 멸망은 죽음과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빛의 마지막 자리, 어둠의 첫번째 자리. 멸망은 거기...

2021.06.02
[리뷰클립] 어쩌면 소녀신이 멸망에게 바라는 건

멸망은 사람들의 어두운 소망에 대해 알고 있다. 누군가가 망하기를 바랐으면 하는 질투, 뭔가를 뺏고 싶은 시기와 욕심, 세상 모든 것들을 자기 중심으로 계산하는 오만함. 그렇기에 뭔가를 멸망시켜야 한다면 그건 이 세상일 거라고 생각했다. 지루하고 환멸나는 저 인간들을 위해 존재하는 나도 그런식으로 사라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과연 그 생각은 진심이었을까. 죽어가는 것들을 지켜보는 것,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일부 가지고 있는 것. 멸망의 존재는 그런 식으로 설계되었다. 나의 눈빛과 움직임 하나에 스러지는 생명들을 보는 건 멸망에게 어떤 일이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미워하는 건 어쩌면 멸망이 영원을 존재하기 위한 방식 중 하나였을지도 모르겠다고. 나의 존재로 하여 선량하고 연악한 것들이 허물어진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괴롭고 아파서. 죽어가는 존재를 연민하라는 신의 말은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멸망에겐 가혹행위였다. 나로 인해 죽어가는 것들을 가여워하라니. 그게 가능한 일이기나 할까. 어쩌면 소녀신은 그런 멸망에게 뭔가를 가르쳐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경멸하고 미워하는 세상을 사실 너는 사랑하고 싶다는 걸. 죽음인 멸망은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연민도 슬픔도 자기 안에서 치워버렸다. 신이 그렇게 설계한 게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정했다. 그러나 그토록 미워하는 건 사실, 사랑하...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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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클립] 어쩌면 '멸망'의 리셋이란 건

검색창에 RESET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았다. 흔히 '리셋'이라고 하면 컴퓨터 재부팅(...) 정도만 생각했던 나는 드라마 속 소녀신이 말한 리셋이 '다시 시작하다'의 의미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대체 뭘 다시 시작한다는 거야??에 물음표가 찍혀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리셋은 엄밀히 말해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사전적 의미로 그것은, 다시 맞춘다는, 즉 재정비한다는 뜻에 더 가깝다. 소녀신은 말했다. 시스템을 어지럽힌다는 건 잘못 프로그래밍되었다는 의미라고. 잘못된 것은 삭제하거나. 리셋해야 하는 거라고. 믈론 리셋에는 '0'으로 되돌린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 0으로 되돌리는 방법이 과연 지우고 시작하는 방식만 있는 걸까. 만약 소녀신이 그런 식으로 뭔가를 다시 시작하고자 했다면 현재의 멸망을 없애고 또 다른 멸망을 만드는게 낫지 않았을까? 즉 소녀신이 말한 리셋은 '또 다른 시작'이라기 보다 현재 프로그램의 새로운 세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현재의 프로그램을 재정비하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 예고편의 내용을 미루어보면, 소녀신은 일부러 동경의 과거를 멸망에게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안에서 멸망이 동경에게서 과거에 앗아갔던 모든 것들을 다시금 곱씹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세상을 떠난 동경의 부모님과, 어느 순간 멸망해버린 동경의 행복같은 것. 신과 멸망은 내내 말해왔다. 세상의 모든...

2021.05.27
2023.02.01참여 콘텐츠 7
[드라마리뷰] 일타스캔들 5회 6회 : 세상에 정답을 아는 사람은 없어

<일타스캔들> 5회 6회 : 세상에 정답을 아는 사람은 없어 낚시터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있다. 처음부터 낚시할 목적으로 이곳에 와 의자까지 준비한 치열과 달리, 행선은 맨바닥에 털썩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아있다. 각자와 어울리는 자세다. 아무렇게나 맨바닥에 털썩 앉는 치열은 어쩐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반듯하게 의자를 펴고 그 위에 앉는 행선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소한 장면이지만, 그렇게 앉아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왠지 각자 살아온 삶의 방식을 대변해주는 듯이 느껴졌다. 치열은 수 많은 변수에도 흔들림없이 매사 철저한 준비와 계획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왔고, 행선은 다가오는 삶의 굴곡을 피하지 않고 맨 몸으로 부딪치며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세상이 그들 각자에게 쥐어준 문제는 달랐고, 그 다른 문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풀며 여기까지 왔다. 자신과 주변을 돌보고 책임질 수 있는 어른. 그들은 성장기의 청소년도, 이제 막 자신의 방식이 뭔지 찾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도 아니다. 어른인 그들에겐 각자의 방식이 적절히 구축되어 있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 타인을 돕는 방식, 도래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등등. 그리고 그 방식들에는 그들이 사랑한 인생의 목표들이 연결되어 있다. 명확한 풀이과정과 증명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수학과, 무수한 연습과 팀웍을 기반으로 그 날의 경기를 온 몸으로 부딪쳐야 하는 핸드볼. 지난 날 그들을 성장하게 만...

2023.01.31
[드라마리뷰] 일타스캔들 : 부디 배부른 스캔들이 되길

일타스캔들 : 부디 배부른 스캔들이 되길 남행선. 최치열. 이름에서부터 다른 느낌이 물씬 풍긴다. 행선이 언니 이름에선 행간의 여유 같은게 느껴지고, 치열쌤 이름은 그냥 듣기만 해도 치열할 것 같은 빡센 느낌이 솟구친달까. 찰떡처럼 각자의 성격과 맞아떨어진 그 이름처럼 두 사람은 참 다른 삶을 살아왔다. 누구는 여유롭고 누구는 열심히 살았다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삶에 누구보다 최선을 다 한 사람들이다. 다만 그 방식과 태도가 전혀 달랐을뿐. 행선의 삶은 늘 빠듯하다. 평생을 돌봐야 하는 남동생, 배 아파 낳지는 않았지만 생각만 해도 애틋한 딸. 두 사람의 가장 노릇을 하며 행선은 어제도 엊그제도 그 엊그제의 엊그제도 매일같이 열심히 살았다. 그래도 슬픈 적은 없었다. 국가대표까지 달았던 핸드볼을 포기했지만 희생이라 여긴 적 없다. 다시 시간을 되돌려도 아마 선택은 같을 것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팔고, 나의 사람들을 지키며 도란도란 사는 이 삶을 그녀는 너무도 사랑하니까. 한편 치열은 행선과 여러모로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다. 번듯한 집에, 수험생들 사이에선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연간 1조원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일타강사. 사교육에 몸담고 있지만 아이들에 대한 마음만큼은 진심인 그는 더 좋은 강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겉보기엔 썩 화려하고 가열찬 삶이다. 그러나 막상 속...

2023.01.27
[드라마리뷰] 나빌레라 9회 - 끝까지 맞서 싸우는 당신에게 + 10회 예고

나빌레라 9회 - 끝까지 맞서 싸우는 당신에게 성관은 카메라 속의 아버지가 좀 낯설다. 채록에게 아버지의 병을 전해들었을 때, 성관의 손에 있던 담배꽁초는 그가 신고 있던 크룩스 위로 툭 떨어졌다. 성관이 한 겨울에도 크룩스를 신고 다니는 것은 과거 환자를 잃었던 최악의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함이다. 그가 간직한 최악의 기억 위로 툭 떨어지며 스러지는 불꽃. 그것은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된 성관의 마음 같기도, 이제 점차 스러져가는 덕출의 기억같기도 했다. 채록의 말처럼, 아직 병을 밝히지 않으려는 아버지에게 무턱대고 사실대로 말하라 다그칠 수는 없었다. 그건 아버지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대신 그는 다큐를 찍으려 멀리 떠나려했던 계획을 철회하고, 덕출의 곁에 머물기로 한다. 일흔의 나이에 발레를 시작한 아버지를 다큐의 주인공으로 설정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성관이 덕출의 곁에서 카메라를 든 까닭이 정말 다큐를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그저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한 핑계였을 뿐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어떤 의도에서였든, 성관은 카메라를 들고 처음으로 아버지를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게 된다. 나의 아버지가 아닌 인간 ‘심덕출’의 모습. 그건 지금껏 성관이 보아온 아버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저는요, 아버지가 늘 지는 사람 같았어요. 엄마한테도 그렇고, 집배원했을 때도 그랬고, 우리 집이 어려웠던 것도 다 그 때문이라고 생각...

2021.04.20
[드라마리뷰] 나빌레라 7회 8회 - 당신을 부르는 춤 + 9회 예고

나빌레라 7회 8회 - 당신을 부르는 춤 덕출은 조금씩 자신과 이별하는 중이다.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 지금껏 일구어온 삶이 내 안에서 조금씩 조금씩 소각되어간다는 것. 덕출은 그 병에 대한 이야기를 햇살이 아주 맑은 날 들었다.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화창했다. 눈부시게 화창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서글펐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삶의 생동하는 순간, 자신의 삶은 저물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나’라는 존재가 없던 듯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어서. 처음 채록을 보았던 그 날도 덕출은 기억을 잃었었다. 주변은 흐릿했다. 내가 누구인지, 여기에 왜 와있는지조차 아득했다. 그때였다. 누군가 그 뿌옇고 먹먹한 세상 속으로 불쑥 날아올랐다. 그건 아주 오래 전 보았던 아름다운 움직임과 닮아 있었다. 어린 날 우연히 발견한 극장에서 보았던 무용수의 도약. 사람이 새처럼 날아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닫고는 온통 마음을 빼앗겨버렸던 바로 그 순간. 어린 날 뭔가를 간절히 동경했던 그 마음과 함께 흐릿해진 세상에서 안개가 걷혔다. 그 날의 경험 이후 덕출은 발레를 하겠노라 마음 먹었다. 그렇게 마음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발레는 덕출이 평생 간직하고 살았던 이루지 못한 소망이자, 가끔 꽉 막힌 듯 닫혀버리는 세계를 열어주는 유일한 열쇠였기 때문이다. 우연히 덕출의 메모를 발견한 채록은 그간 덕출이 왜 그렇게 열심히 메모를 남겼는지, 왜 그...

2021.04.17
[드라마리뷰] 나빌레라 5회 6회 - 마음의 크기 + 8회 예고

나빌레라 5회 6회 - 마음의 크기 콩쿨을 앞 둔 채록은 한껏 예민해진다. 몸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덕출의 참견은 채록을 더 뾰족하게 만든다. 승주는 이 과정에서 덕출이 가진 조바심을 읽어낸다. 그는 조급한 덕출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일부러 덕출에게 정중한 쓴소리를 한다. 기본이 없다면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없다는 걸, 긴 시간 무용수로 살아온 그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승주는 이 시간을 소리와의 대화에서 ‘하농의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피아노를 배울 때 가장 지루한 게 하농이지만, 하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손가락에 힘이 고루 들어가지 않아 훌륭한 연주가 어려워진다고. 자신은 그저, 어르신이 하농의 시간을 제대로 보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 뿐이라고. 덕출은 이 과정 속에서 깨닫는다.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본인이 가장 중요한 분들을 놓치고 있었다는 걸. 하지만 그것을 깨달은 뒤에도 뒤이어 듣게 된 채록의 말들은 상처가 된다. 할아버지는 자신과 다르지 않느냐고. 그냥 취미로 하는 건데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느냐고. 채록이 홧김에 한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덕출은 그것을 그냥 넘길 수 없다. 그는 단 한 번도 재미나 가벼운 마음으로 연습실에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채록은 뒤늦게 자신이 덕출에게 큰 실례를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덕출과 자신의 입장이나 위치는 분명히 다르지만, 발레를 대하는 마음의...

2021.04.13
2024.07.18참여 콘텐츠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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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놀아주는 여자 11회 - 나를 버티고 견디게 한 기억 +12화 예고

놀아주는 여자 11회 리뷰 놀아주는 여자 11화 리뷰 + 본 리뷰에는 '놀아주는 여자 11회'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달달하다 달달해 달달함량 초과로 시작되는 11회. 지환이 선물한 해바라기가 은하의 침대 옆에 소담하게 놓여있다. 아침 햇살은 밝고, 오늘따라 왠지 몸도 가뿐한 것 같고... 아무튼 모든게 다 좋다. 꼭 맑은 날이 아니었어도, 흐리면 흐린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좋았을 테다. 원래 사랑에 빠진 처음이란 그런 법이니까. JTBC 놀아주는 여자 11회 NAVER TV 아침 식사 하러 내려온 부엌에서 두 사람이 꽁냥대는 걸 보다가 화면을 잠깐 덮었던 사람 여기 있습니다.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 달달해서.. 꿀 떨어지는 장면에 혈당 스파이크라도 올까봐...?(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화면 속 아침 식탁에도 진짜 꿀이 생성되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나는 이 드라마의 이런 만화적 설정과 연출을 좋아한다. 그런 코드를 좋아하기도 하고, 이 드라마의 색채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기도 하고. 이와중에 두 사람의 연애를 눈치 챈 사람이 홍기 뿐이라는게 신기할 따름. 아무튼 돌고 돌아 고백 한번 하기가 그렇게 어렵더니, 서로 마음을 확인한 뒤에는 아주 난리도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사실 로코에서 막상 커플이 이어진 뒤에 긴장감이 뚝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 드라마는 오히려 재미가 배가 됐다. 마치 내가 저 ...

20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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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10회 10화 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10회 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10화 리뷰 + 본 리뷰에는 '낮과 밤이 다른 그녀 10회'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동병원에서 계검사와 임순, 주사무관은 사건 해결에 도움 될만한 단서들을 찾아서 나온다. 임순은 백철규 원장의 면도기를, 주사무관은 펜타닐 박스가 잔뜩 있는 약품창고의 사진을, 계검사는 지하창고에서 몰래 빼내온 의심스러운 약물을. 그 와중에 임순은 백철규 원장이 왜 자신의 피를 뽑아 검사를 했을까 의문을 품는다. 그가 '임순'에 대해 뭔가 캐내려고 한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이다. "대체 피 검사를 왜 한 거지? 순이 이모를 캐려는 건가? 이모를 왜? 백철규 원장이.. 순이 이모를... 왜?" 아마 백철규 원장이 '임순'의 정체에 대해 파헤치는 과정은, 오히려 백철규가 과거 '진짜 임순'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미진에게 전달해줄 듯 싶다. 그렇게 되면 20여년 전 '진짜 임순'이 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는지, 목격자였던 지웅의 모친은 또 어떻게 된 건지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궁금한 것은 백철규 원장의 범행 동기이다. 하다못해 터무니없는 본인의 욕구풀이일지라도 어떤 동기가 있을 텐데... 그가 무슨 이유로 살인을 벌였고, 또 지금은 펜타닐 유통까지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 10회 NAVER TV 한편 미진은 고원의 도움으로 고양...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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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9회 9화 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9회 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9화 리뷰 +본 리뷰에는 ‘낮과 밤이 다른 그녀 9회’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진과 지웅의 첫 입맞춤은 뜻밖의(?) 실패로 끝난다.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 9회 NAVER TV 이전에 술취한 미진에게 들이받힌(?) 트라우마로 지웅은 저도 모르게 다가오는 미진의 입술을 손으로 막았다. "야, 계 검사가 너한테 뽀뽀하려고 했어? 근데 니가 그걸 막았어? 미쳤다, 어떡해!!" "...바뀌었어." 나름 용기 낸 스킨쉽을 거절당한 미진은 여러모로 민망해진다. 그대로 지웅의 집을 빠져 나간 미진은 가영의 집으로 올라간다. 사정을 얘기하고 가영과 넋나간 듯 소리내어 웃을 때 퍽 재미있었다. 하긴 나름의 썸남에게 입맞춤을 시도했다가 철벽거절을 당했으니 그럴만도. 아무튼 9회까지도 미지과 지웅의 러브라인은 정체 상황이다. 둘이 서로 좋아하는 건 확실한데 어떻게 진전을 하지 못한다. 미진이 임순이라는 것 역시 지웅은 꿈에도 알지 못하는 상황. 언제쯤 이 비밀을 지웅도 알게 될지 궁금해진다. 한편, 지검장 앞으로 익명의 제보가 도착한다. '시니어 인턴 중에 신분을 속인 사람이 있다'는 내용. 아마도 백철규의 제보였을 이 편지는 다행히 고원에게 먼저 발견된다. '임순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는 고원은 이 편지를 파쇄기에 넣어 처리한다.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 9회 NAVER TV 백...

202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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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놀아주는 여자 10회 - 검정이 무지개가 될 때 +11화 하이라이트

놀아주는 여자 10회 리뷰 놀아주는 여자 10화 리뷰 +본 리뷰에는 놀아주는 여자 10회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청소가 웬말이야 "안 들어오실 만하네요. 거기까지 가서 청소 얘길 했어요?" JTBC 놀아주는 여자 10회 NAVER TV 그러니까. 어떻게 하다하다 할 게 없어서 청소 얘기가 나왔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기 자신조차 한심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와 다시 생각해봐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장현우 검사는 지환이 보기에도 그럴듯한 남자다. 조폭 출신에, 사방에 적을 둔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류의 인간. 조건적으로 따져보아도 자신이 한참 밀리는 데다, 은하를 생각해도 과연 자신이 뭔가를 욕심내어도 되는지 그는 갈피를 잡지 못한다. 어쩌면 '평범'하지도 못한 자신보다, '안전'한 세상에 있는 장현우가 은하에게 더 어울리는 사람은 아닐까. 그때, 가만히 그의 말을 듣던 일영은 나지막이 일침을 날린다. "본인이 되게 특별하다고 생각하시나본데, 그거 자의식 과잉이에요." 사실 그렇다. 이건 지환의 입장에서 재고 따지고 할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저 좋아하는 마음 하나에 집중하면 그뿐이다. 결정은 나의 고백을 들은 상대의 손에 달려있다. 설령 두 사람을 놓고 저울질을 한다고 해도 그건 '고백을 받은 사람'의 몫이란 이야기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어진 것은 그저,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 까지다. ...

2024.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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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놀아주는 여자 9회 9화 - 비록 한 발 늦었지만

놀아주는 여자 9회 리뷰 놀아주는 여자 9화 리뷰 + 본 리뷰에는 '놀아주는 여자 9회'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호의'와 '사랑' 사이 은하는 지환의 집에서 나가기로 마음 먹는다. 갑작스러운 '독립선언(?)'에 미호가 까닭을 묻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나한테 그러더라? 반경 50m 내에 들어오지 말라고. 그땐 일부러 겁주려고 한 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그게 진심이었어. 그 사람 나름 정확하게 말을 한 거야." 은하의 입장에서 지환은 도통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처음엔 저만치 먼 사람 같았는데 어느 날 불쑥 가까워져있고, 그래서 이만큼은 가까워진 건가 싶어서 손을 내밀면 또 저만치보다 더 멀어져 있는. 아마 그 나름대로의 까닭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은하에게 필요한 건 복잡한 까닭보다 그저 지환의 진심 하나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저 용기없는 남자는 그 '하나'를 열어 보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고, 은하는 자신만 애매하게 헷갈리며 기대하고 실망하는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JTBC 놀아주는 여자 9회 NAVER TV 처음에는 무섭기만 했던 그가 꽤나 이타적이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건 이제 그녀도 잘 안다. 오히려 알기에 더 헷갈리는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보이는 친절과 다정이, 그저 이 사람 입장에서는 누구에게나 당연한 '호의'일 뿐인지도 모르니까. 만약 그런 거라면, 은하는 더 이...

2024.07.11
2024.07.15참여 콘텐츠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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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10회 10화 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10회 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10화 리뷰 + 본 리뷰에는 '낮과 밤이 다른 그녀 10회'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동병원에서 계검사와 임순, 주사무관은 사건 해결에 도움 될만한 단서들을 찾아서 나온다. 임순은 백철규 원장의 면도기를, 주사무관은 펜타닐 박스가 잔뜩 있는 약품창고의 사진을, 계검사는 지하창고에서 몰래 빼내온 의심스러운 약물을. 그 와중에 임순은 백철규 원장이 왜 자신의 피를 뽑아 검사를 했을까 의문을 품는다. 그가 '임순'에 대해 뭔가 캐내려고 한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이다. "대체 피 검사를 왜 한 거지? 순이 이모를 캐려는 건가? 이모를 왜? 백철규 원장이.. 순이 이모를... 왜?" 아마 백철규 원장이 '임순'의 정체에 대해 파헤치는 과정은, 오히려 백철규가 과거 '진짜 임순'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미진에게 전달해줄 듯 싶다. 그렇게 되면 20여년 전 '진짜 임순'이 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는지, 목격자였던 지웅의 모친은 또 어떻게 된 건지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궁금한 것은 백철규 원장의 범행 동기이다. 하다못해 터무니없는 본인의 욕구풀이일지라도 어떤 동기가 있을 텐데... 그가 무슨 이유로 살인을 벌였고, 또 지금은 펜타닐 유통까지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 10회 NAVER TV 한편 미진은 고원의 도움으로 고양...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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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9회 9화 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9회 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9화 리뷰 +본 리뷰에는 ‘낮과 밤이 다른 그녀 9회’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진과 지웅의 첫 입맞춤은 뜻밖의(?) 실패로 끝난다.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 9회 NAVER TV 이전에 술취한 미진에게 들이받힌(?) 트라우마로 지웅은 저도 모르게 다가오는 미진의 입술을 손으로 막았다. "야, 계 검사가 너한테 뽀뽀하려고 했어? 근데 니가 그걸 막았어? 미쳤다, 어떡해!!" "...바뀌었어." 나름 용기 낸 스킨쉽을 거절당한 미진은 여러모로 민망해진다. 그대로 지웅의 집을 빠져 나간 미진은 가영의 집으로 올라간다. 사정을 얘기하고 가영과 넋나간 듯 소리내어 웃을 때 퍽 재미있었다. 하긴 나름의 썸남에게 입맞춤을 시도했다가 철벽거절을 당했으니 그럴만도. 아무튼 9회까지도 미지과 지웅의 러브라인은 정체 상황이다. 둘이 서로 좋아하는 건 확실한데 어떻게 진전을 하지 못한다. 미진이 임순이라는 것 역시 지웅은 꿈에도 알지 못하는 상황. 언제쯤 이 비밀을 지웅도 알게 될지 궁금해진다. 한편, 지검장 앞으로 익명의 제보가 도착한다. '시니어 인턴 중에 신분을 속인 사람이 있다'는 내용. 아마도 백철규의 제보였을 이 편지는 다행히 고원에게 먼저 발견된다. '임순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는 고원은 이 편지를 파쇄기에 넣어 처리한다.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 9회 NAVER TV 백...

202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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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7회 7화 - 고원에게 정체를 들킨 임순 + 8회 선공개

낮과 밤이 다른 그녀 7회 리뷰 + 본 리뷰에는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 7회, 지웅과 미진은 마약 유통과 관련된 범인을 잡는 것에 성공한다.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 NAVER TV 지웅을 돕기 위해 불꽃 여친 연기까지 선보인 미진. 그러나 지웅은 저번 클럽에서도 그렇고, 매번 위기의 순간마다 나타나는 미진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자신이 현장(?)에 나갈 때마다 미진이 주변에 있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미진은 지금 제 사정을 다 털어놓을 수는 없다. 지웅은 곤란해보이는 미진을 배려해 대답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한다. 미진은 그런 지웅의 반응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또 궁금증이 일기도 한다. 자신도 기다리면,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검사님은요? 검사님은.. 제가 기다리면 다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으세요?" "글쎄요, 저는 워낙.. 마음을 터놓는 편은 아니라서. 근데 미진 씨라면..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게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얽힌 사건들이 하나하나 늘어갈수록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서로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웅이 미진의 비밀을 언제쯤 알게될지 궁금해진다. 7회의 여러 장면에서 미진의 이모인 '진짜 임순'과 지웅 모친이 과거 사건으로 얽혀있다는 암시가 속속 보여서 더욱이....

202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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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 6회, 미진이가 부른 노래는?

안녕하세요, 그린입니다! 최근 <낮과 밤이 다른 그녀> 6회에서 술에 취한 미진이가 지웅이에게 전화를 걸어 노래를 불러주었죠. 드라마 보던 중에 익숙한 멜로디를 듣고 왠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그날 미진이가 불렀던 노래는 ‘이소라’님의 <바람이 분다>입니다.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고, 경연 프로그램에서 여러 번 리메이크 된 적도 있는 곡이에요. 계검사가 운치있게 흥얼거리고, 만취했다기엔 너무 음정 정확하게(ㅋㅋ) 미진이가 열창하던 이 곡은, 개인적으로 제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 모든 가사가 좋지만, 특히나 가장 사랑하는 부분은 바로 이 문장들인데요.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서로의 기억은 다르게 적힌다는 것이 아프기도 하고 와닿았었어요. 처음 이 곡을 들었던 그 무렵엔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여기 <비긴 어게인>에서 이소라 씨가 부른 '바람이 분다' 영상을 연결해둡니다. 들을 때마다 생각하지만 현악기처럼 섬세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좋은 노래는 그 목소리를 통해 사람을 추억의 어느 순간으로 불러들이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에서 미진과 지웅 역시 서로 같은 경험을 하고 있지만 다른 기억들을 쌓고 있지 않...

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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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6회 6화 - 그런데 말입니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 6회 + 본 리뷰에는 '낮과 밤이 다른 그녀 6회'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사랑에 주제가 어디있어 <낮과 밤이 다른 그녀> 6회는 이른 아침 미진이 지웅의 집에서 눈을 뜨는 것으로 시작한다. 분명히 도가빌 403호 가영의 집에 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눈을 뜬 곳은 뜬금없이 303호다. 사람이 죽었다는, 귀신이 살고 있다는, 그래서 오래도록 비워져 있었다는 그 303호. 얼마 전 그 303호에 들어온 겁없는 입주자가 들어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설마 그게 계지웅일 줄은 몰랐다. 물론 다 치우고 가장 충격적인 건, 자신이 어쩌다가 이 집에 들어왔니느냐 하는 거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미진은 일단 이 집에서 나가려고 한다. 새벽에 깨서 다행이지, 만약 아침이 완전히 찾아온 뒤에 눈을 떴다면 임순의 모습으로 그와 마주할 뻔했다. 근데 이게 웬걸. 전날 자신이 만취하여 망가뜨린 도어락은 굳게 잠긴 채 열릴 생각을 안한다. 그 사이 해는 떠오르고, 미진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마음으로 베란다로 달려가 건물 외벽을(...) 타고 4층으로 올라간다. 다행히 '임순'으로 변하는 모습은 들키지 않았으나, 일이 이렇게 되고 나니 계지웅 검사가 저를 어떻게 봤을지 미진은 마음에 걸린다. 한밤중에 만취한 상태로 찾아와 진상을 부리고, 아침엔 갑자기 베란다 문을 연 채 외벽을 타고 사라졌으니... "아니, 검사님 있잖아....

2024.07.01
2021.05.12참여 콘텐츠 6
[드라마리뷰] 나빌레라 - 날아올랐어?

나빌레라 - 날아올랐어? 병원에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그 날, 덕출은 오래도록 공원에 앉아있었다. 유난히 하늘이 맑았고, 날이 좋았던 그 날. 공원을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덕출이 떠올린 건 아주 오래 전 어느 날이었다. 아직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모르던 때. 엄마와 아빠 사이에 앉아 해맑게 웃으며 외출하던 그 날. 눈을 맞추는 어머니의 미소와 가만히 자신을 내려다보던 아버지의 따뜻한 시선. 책임질 것이 없어 몸이 가볍고 세상의 햇살이 온통 나의 것 같았던 유년 시절. 늙어가는 모든 것들은 한 때 이제 막 피어오르는 씨앗이었다. 드라마 <나빌레라>는 일흔의 덕출이 어린 시절 이루지 못한 꿈에 다시금 한 발 다가서는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사실 그건 단지 다시 ‘시작해보고자’하는 용기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 일생 싹 틔우지 못한 씨앗 하나를 죽는 순간까지 피워보고자 했던 그의 절박함이었다. 지워지는 기억과 함께 자기 존재가 사라지기 전에, ‘심덕출’이라는 존재로서 한번쯤은 날아오르고자 했던 그의 간절한 의지였던 것이다. 극은 덕출과 채록,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원하는 삶의 방향을 묻는다. 당신이 가진 가장 피우고 싶은 씨앗은 무엇이었냐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 쪽을 향해 걸음을 디뎌보라고. 당신도, 날아오를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극은 꿈을 이루지 못한 삶이 반드시 불행하...

2021.05.10
[드라마리뷰] 나빌레라 9회 - 끝까지 맞서 싸우는 당신에게 + 10회 예고

나빌레라 9회 - 끝까지 맞서 싸우는 당신에게 성관은 카메라 속의 아버지가 좀 낯설다. 채록에게 아버지의 병을 전해들었을 때, 성관의 손에 있던 담배꽁초는 그가 신고 있던 크룩스 위로 툭 떨어졌다. 성관이 한 겨울에도 크룩스를 신고 다니는 것은 과거 환자를 잃었던 최악의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함이다. 그가 간직한 최악의 기억 위로 툭 떨어지며 스러지는 불꽃. 그것은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된 성관의 마음 같기도, 이제 점차 스러져가는 덕출의 기억같기도 했다. 채록의 말처럼, 아직 병을 밝히지 않으려는 아버지에게 무턱대고 사실대로 말하라 다그칠 수는 없었다. 그건 아버지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대신 그는 다큐를 찍으려 멀리 떠나려했던 계획을 철회하고, 덕출의 곁에 머물기로 한다. 일흔의 나이에 발레를 시작한 아버지를 다큐의 주인공으로 설정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성관이 덕출의 곁에서 카메라를 든 까닭이 정말 다큐를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그저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한 핑계였을 뿐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어떤 의도에서였든, 성관은 카메라를 들고 처음으로 아버지를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게 된다. 나의 아버지가 아닌 인간 ‘심덕출’의 모습. 그건 지금껏 성관이 보아온 아버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저는요, 아버지가 늘 지는 사람 같았어요. 엄마한테도 그렇고, 집배원했을 때도 그랬고, 우리 집이 어려웠던 것도 다 그 때문이라고 생각...

2021.04.20
[드라마리뷰] 나빌레라 7회 8회 - 당신을 부르는 춤 + 9회 예고

나빌레라 7회 8회 - 당신을 부르는 춤 덕출은 조금씩 자신과 이별하는 중이다.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 지금껏 일구어온 삶이 내 안에서 조금씩 조금씩 소각되어간다는 것. 덕출은 그 병에 대한 이야기를 햇살이 아주 맑은 날 들었다.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화창했다. 눈부시게 화창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서글펐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삶의 생동하는 순간, 자신의 삶은 저물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나’라는 존재가 없던 듯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어서. 처음 채록을 보았던 그 날도 덕출은 기억을 잃었었다. 주변은 흐릿했다. 내가 누구인지, 여기에 왜 와있는지조차 아득했다. 그때였다. 누군가 그 뿌옇고 먹먹한 세상 속으로 불쑥 날아올랐다. 그건 아주 오래 전 보았던 아름다운 움직임과 닮아 있었다. 어린 날 우연히 발견한 극장에서 보았던 무용수의 도약. 사람이 새처럼 날아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닫고는 온통 마음을 빼앗겨버렸던 바로 그 순간. 어린 날 뭔가를 간절히 동경했던 그 마음과 함께 흐릿해진 세상에서 안개가 걷혔다. 그 날의 경험 이후 덕출은 발레를 하겠노라 마음 먹었다. 그렇게 마음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발레는 덕출이 평생 간직하고 살았던 이루지 못한 소망이자, 가끔 꽉 막힌 듯 닫혀버리는 세계를 열어주는 유일한 열쇠였기 때문이다. 우연히 덕출의 메모를 발견한 채록은 그간 덕출이 왜 그렇게 열심히 메모를 남겼는지, 왜 그...

2021.04.17
[드라마리뷰] 나빌레라 5회 6회 - 마음의 크기 + 8회 예고

나빌레라 5회 6회 - 마음의 크기 콩쿨을 앞 둔 채록은 한껏 예민해진다. 몸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덕출의 참견은 채록을 더 뾰족하게 만든다. 승주는 이 과정에서 덕출이 가진 조바심을 읽어낸다. 그는 조급한 덕출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일부러 덕출에게 정중한 쓴소리를 한다. 기본이 없다면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없다는 걸, 긴 시간 무용수로 살아온 그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승주는 이 시간을 소리와의 대화에서 ‘하농의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피아노를 배울 때 가장 지루한 게 하농이지만, 하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손가락에 힘이 고루 들어가지 않아 훌륭한 연주가 어려워진다고. 자신은 그저, 어르신이 하농의 시간을 제대로 보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 뿐이라고. 덕출은 이 과정 속에서 깨닫는다.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본인이 가장 중요한 분들을 놓치고 있었다는 걸. 하지만 그것을 깨달은 뒤에도 뒤이어 듣게 된 채록의 말들은 상처가 된다. 할아버지는 자신과 다르지 않느냐고. 그냥 취미로 하는 건데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느냐고. 채록이 홧김에 한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덕출은 그것을 그냥 넘길 수 없다. 그는 단 한 번도 재미나 가벼운 마음으로 연습실에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채록은 뒤늦게 자신이 덕출에게 큰 실례를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덕출과 자신의 입장이나 위치는 분명히 다르지만, 발레를 대하는 마음의...

2021.04.13
[드라마리뷰] 나빌레라 3회 4회 -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움

나빌레라 3회 4회 -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움 냉장고에는 엄마가 남긴 메모가 아직 남아있다. 아버지가 수감되고 어머니까지 돌아가신 뒤, 채록은 나름대로 혼자 자신의 삶을 잘 꾸려왔다. 하지만 괜찮아지려고 해도 과거의 상처는 불쑥불쑥 떠올라 채록의 일상을 헤집어놓곤 했다. 호범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묵묵히 참아낸 것도, 그 날들에 대한 가책이 남아서였다. 호범의 인생이 틀어진 것에 아버지의 책임이 있다면, 자신은 그 책임을 함께 감당해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니가 좋아보이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고 이건 불공평한 것 아니냐고 묻는 호범에게 채록은 이렇다 할 대꾸를 하지 못한다. 다만 혼자 남았을 때 조용히 그 말을 곱씹어볼 뿐이다. 정말로 내게 행복할 자격이 있는 건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의심하면서. 덕출은 그런 채록의 마음을 알아본다.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지만 단정해보이는 모습 뒤에 숨겨진 채록의 내면을. 스스로조차 방치해서 이미 꽤 오래 곪아있는 마음의 상처를 그는 바로 본다. 하지만 그는 함부로 그 상처를 아는 척하지도, 위로하려들지도 않는다. 다만 어른의 마음으로 묵묵히 채록의 곁에서 그를 돌볼 뿐이다. 누군가의 돌봄의 손길이 닿은 것은 채록에게 아주 오랜만의 일이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길 바란 적은 없었다. 괜한 동정을 사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출소와 맞물려 엉망이 된 일상에 닿은...

2021.04.13